요리사의 해외 취업,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해외에서 생활한 지 햇수로 어느덧 5년 차다. 한국에서 나는 요리사라는 직업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고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요리를 전공하지 않아 요리사가 되기를 망설이고 있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왜 굳이 해외로 취업하려 하는가?

준비하기에 앞서 이 부분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자. 왜 굳이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비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게 되는 해외로 나가려고 하는가? 미디어에 비친 모습이 멋져 보여서? 해외는 뭔가 다를 것 같아서? 이 정도의 이유로 해외 취업을 알아보기 시작했다면 열에 아홉은 얻는 것도 없이 불만만 가득 쌓여 한국으로 돌아온다. 돌아온 사람들은 “내가 갔다 왔는데 별거 없더라. 해외도 별거 아니던데?” 라는 말을 뿌리고 다니는 소위 ‘카더라 통신’의 근원지가 될 것이다.

당신이 명심해야 할 점은 한국에서 힘들다고 도망치듯 해외로 떠난다고 별반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해외에서의 생활은 분명히 힘들다. 기댈 곳도 없고 문제가 생겨도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일들이 수도 없이 많아서 웬만한 깡으로는 버티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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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sandiegouniontribune.com

수많은 유혹과 방황 속에서 나를 지탱해 줄 만한 무언가가 필요한데 본인의 경우에는 애석하게도 돈이었다. “요리가 너무 좋아서 지치지 않았어요”라고 하기에는 그 강도가 굉장히 셌고, 온몸에 수많은 상처를 남겼기에 하루하루가 포기하고 싶은 순간의 연속이었다.

이만하면 됐다고 모든 걸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돌아갈 돈이 없었다. 지금 당장 일을 하지 않으면 매주 내야 하는 집세를 못 내 쫓겨날 판이었고(호주의 경우는 주급제라 대여비도 매주 내야 한다.), 레스토랑에라도 출근하지 않으면 먹을 게 없었다. 그렇게 버티다 보니 동료도 생기고, 셰프도 알아봐 주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설거지와 냉장고, 창고정리만 하던 나는 조금씩 프렙Prep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 달여가 지난 후에는 요리사로 포지션이 바뀌어 있었다.

돈이 되었든, 강력한 목표 의식이 되었든 상관없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당신에게 힘을 주고 일으켜줄 만한 강력한 동기를 찾길 바란다.

 

|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까?

1. 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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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경우는 모두 워킹 홀리데이Working holiday를 통해서 취업했다. 앞서도 말했지만 연수를 가고 에이전시를 끼고 할 만큼 자금이 없었기에 최대한 초기자금을 줄여야만 했는데 워킹 홀리데이는 이에 최적이었다.

나라마다 조건이 다르지만, 공통사항은 만30세까지는 대부분의 협정 나라에서 풀타임으로 1년간 일할 수 있다. 물론 본인이 발품을 팔아야 하는 수고가 들겠지만, 이 정도의 수고는 에이전시에 바치는 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요새는 이마저도 업체에서 해주기도 한다.)

 

2. 레스토랑 지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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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되든 안 되든 가고 싶은 레스토랑에 이력서resume와 자기소개서cover letter를 첨부해 이메일을 돌려라. 우리나라는 레스토랑마다 홈페이지가 개설되지 않은 곳이 많아 지원하기 어렵다. 반면, 외국에서는 아무리 작은 레스토랑이라도 다 홈페이지가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런던에 있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리스트를 정리해서 일일이 이메일을 돌렸다.

한 5~60군데 돌린 것 같은데, 출국도 하기 전에 트라이얼trial (하루 같이 일을 맞춰보고 실질적으로 실력을 검증하는 과정)만 3개를 잡아놓고 시작했다.  도착하자마자 시차 적응도 하기 전에 트라이얼을 시작했다. 때문에 집을 알아볼 새도 없이 출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아무것도 안 하고 숨을 쉬는데도 돈이 나가는 상황에서 이 얼마나 호화로운 시작인가. 준비만 한다면 무서울 것이 없다.

 

3. 외국어

이 부분을 언급할까 말까 했는데, 외국어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잠시 짚고 넘어가 보도록 하겠다. 레스토랑에서의 일은 기술뿐만 아니라 팀워크가 굉장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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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본인이 가니쉬 파트에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날 내가 맡은 가니쉬는 메추리Quail와 나가는 디쉬다. 서비스 시간. 셰프가 메추리3디쉬 대기3Quail on hold 라고 불렀다. 난 뭘 해야 할까? 메추리는 듣긴 했는데 그 다음 말이 뭔지 모르겠다. 물어보자니 한국어밖에 못 한다. 그럼 어떤 상황이 벌어지느냐. 에라 모르겠다 하고 가니쉬를 만들기 시작한 경우, 메인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사이드만 준비되어 정작 서비스돼야 할 시간에 실수하는 일이 생기게 된다. 그럼 그날은 눈물 콧물 쏙 빠지도록 셰프에게 인신공격을 포함한 창피함을 모든 동료 앞에서 당하게 될 것이다. 아, 정말 일하러 가기 싫다. 내가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수준이 높은 레스토랑일수록 1분, 1초를 불러가며 팀원들과 소통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이를 알아듣지 못하면 서비스에서 퇴출은 물론, 허브 따위나 따는 일을 1년 동안 하게 되는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 처음부터 유창하게 잘할 필요 없다. 하지만 필요한 핵심 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정도는 실력이 되어야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르라 했다. 로마어를 알아야 법도 따르지 않겠는가?

 

| 하루라도 젊을 때 떠나라.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영어가 안돼서. 한 번도 해외에 가본 적 없어서…. 핑계 대지 말자!

무엇보다 확실한 건 나는 백리향thyme이 뭔지도 몰라서 그걸 가져오라는 셰프의 말에 지금 몇 시time인지 말해주던 사람이었다. 시작이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부딪히기 시작하면, 그 생채기만큼 성장한 본인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대견해하고 있을 것이다. 해외취업, 생각보다 문턱이 높지 않다. 꿈에서 벗어나 이젠 현실에서 도전하자.

About 김 송미

김 송미
Chef & Traveler. 세계를 돌아다니며 경험도 쌓고, 인생도 즐기는 요리사입니다.

9 comments

  1. 요리 경력 없거나 1년정도인사람도 해외유럽쪽취업이 가능할까요?아니면 해외유학을가서 학교를마치고 거기서 취업하는게 나을까요

  2. 호주에서 레스토랑 취업 되게 쉬움. 왜냐면 하는넘들이 없기 때문 ㅋㅋㅋ
    그래서 레스토랑에 취업되는거 식은죽 먹기임.

    영어? 호주 레스토랑에서 영어에 유창한 호주 백인이 일할꺼라고 착각하지마라.
    호주 백인애들은 요리 안한다.(전과자 빼고) 그래서 호주 주방은 엄청나게 다국적이다.

    중국, 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샤, 인도등 여러나라에서 영어 안되는 애들이 모여서 주방일 한다.
    그래서 영어도 졸라 쉬운단어만 쓰거나 대충 눈치로 알아듣는게 일반적임

    호주에서 레스토랑 취업은 엄~청 쉽다. 할려고 하는 넘들이 없기 때문에 요리사들이 태반 부족하다. 그래서 요리사 이민을 받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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