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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통일을 이뤄내다” – 펠레그리노 아르투시의 요리책 이야기

파스타로 맛보는 후룩후룩 이탈리아 역사

나라마다 대표적인 음식이 하나씩은 있지만, 이탈리아의 파스타처럼 음식의 역사가 그 사회의 역사와 완벽하게 맞물려 서로를 구성하고 결정지어 온 경우는 드물다. 눈으로 맛보는 파스타 사진들과 익살스럽고 자유분방한 그림들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파스타로 맛보는 후룩후룩 이탈리아 역사>(이케가미 슌이치 지음, 김경원 옮김, 김중석 그림, 돌베개출판사)의 저자 이케가미 슌이치는 오랫동안 열강의 지배 아래 조각나 있다가 마침내 통일을 이룬 이탈리아의 역사와 지방마다 세분된 명물이자 이탈리아인을 하나로 모으는 국민 음식인 파스타의 역사가 맞닿아 있는 지점들을 절묘하게 포착해 차근차근 풀어낸다.

 

Editor’s Note : <파스타로 맛보는 후룩후룩 이탈리아 역사>(이케가미 슌이치 지음, 김경원 옮김, 김중석 그림, 돌베개출판사)에서 본문과 도판 일부를 돌베개 출판사의 동의 아래 발췌해 전달한다. 이탈리아 요리를 하고 있는 요리사뿐만 아니라 요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할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 이탈리아 요리의 아버지

이탈리아는 통일을 이룬 뒤에도 국민 통합이라는 과제를 수행해야만 했습니다. 한마디로 ‘이탈리아 사람’을 만들어 내야 했던 것이지요. 이는 전쟁이나 혁명 같은 폭력이 아니라 문화를 통해 실현해야 할 사안이었습니다. 이 분야에서는 언어와 관련된 문화와 더불어 ‘음식 문화’가 공을 세웠습니다.

이 시대에 돋보이는 활약을 한 사람이 바로 펠레그리노 아르투시입니다. 1891년에 나온 획기적인 요리책 『요리의 과학과 맛있게 먹는 방법』La scienza in cucina e l’rte di mangiar bene으로 아주 유명한 사람이지요. 그는 1820년 이탈리아 북부 로마냐 지방에 있는 포를림포폴리 마을에서 식료품점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기숙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30세까지 책과 요리, 잡화에 파묻혀 지내면서 아버지 일을 거들었습니다. 그러다 1851년 1월에 마을을 습격한 강도떼에 피해를 입고 아르투시 집안은 피렌체로 옮겨갔습니다.

파스타로 맛보는_아르투시
source : 돌베개 출판사

아르투시는 맨 처음에 토스카나 지방의 티레니아 해안 마을인 리보르노에서 상사를 다녔고, 그다음에는 피렌체에 살면서 일종의 은행을 설립해 재산을 모았습니다. 50세에 일을 그만두고 은퇴했지만, 여가를 이용해 문필가로서 책을 몇 권 냈을 뿐 아니라 취미로 연구하기 시작한 요리를 결국 장년의 업으로 삼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출간한 책이 바로 『요리의 과학과 맛있게 먹는 방법』입니다. 어릴 적부터 이탈리아 각지를 돌아다니며 온갖 지방의 기후와 풍토, 지형, 민속에 정통했던 것이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각 지방의 집집을 찾아다니며 직접 요리 방법을 듣기도 하고 가정의 요리법을 적은 메모를 우편으로 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여관 안주인의 요리를 눈여겨보고 기록하기도 했지요. 요리사 두 사람이 그의 작업을 도와서 나중에 요리를 재현하는 일을 거들기도 했습니다.

꼼꼼하게 관찰한 각 지방의 요리법 가운데 역시 일 때문에 정착한 토스카나와 애착이 깊은 고향 로마냐(볼로냐)의 요리가 가장 잘 반영되어 있었지요. 그는 이 밖에도 각 지방의 ‘도시’ 요리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파스타로 맛보는_아르투시의 저서
source : 돌베개 출판사

| 요리를 통한 국가 통일

아르투시의 요리책은 결과적으로 요리 및 파스타를 통한 국민 통합의 촉진제가 되었습니다. 물론 아르투시가 애초부터 국민 통합을 생각하거나 의도했던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의 부친이 청년 이탈리아당의 마치니파였다는 점이나 지방의 재산가로서 근대 이탈리아의 역군이라 할 만한 부르주아 계급에 속해 있었다는 점 등은 그가 쓴 요리책의 구성이나 내용에 은근하게나마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파스타로 맛보는_일러스트
source : 김중석 (ⓒ 돌베개 출판사)

타고난 감각을 발휘해 다양한 지방 요리를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게끔 개선했을 뿐 아니라 국민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려 새롭게 제시한 데서 아르투시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가 선택한 주요 요리들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요리법으로 책 한 권에 오롯이 정리됨으로써 신흥 시민 계급으로부터 열렬히 환영 받았습니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도 각 가정에 꼭 구비해 놓아야 할 품목으로 평가 받는 이 책은 이탈리아 국가 통일 시기에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고 할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이야말로 ‘요리’를 통해 국가 통일을 이루어 냈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여기에도 남북 문제가 그림자를 드리운 탓인지, 남이탈리아가 냉대를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풀리아, 바실리카타, 칼라브리아 지방의 요리가 하나도 없는 것은 실로 아쉽고도 불공평한 처사이며, 또한 토마토는 있지만 고추가 등장하지 않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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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archivio.panorama.it

그러나 어찌 되었든 파스타가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요리로 공인받도록 했다는 점에서는 아르투시를 이탈리아 요리의 아버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그때까지 사람이 먹을 것으로 보지 않던 감자로 만든 뇨키는 아르투시 덕분에 공식적으로 일상 요리로 등장했습니다. 뇨키가 드디어 국민 요리의 하나로서 시민권을 획득한 것입니다.

또한 그는 토마토소스를 파스타에 쓰는 것도 인정했습니다. 그는 처음으로 토마토 주스와 토마토소스를 엄밀하게 구별하고 토마토소스를 파스타와 결부했습니다. 토마토와 감자, 이 두 가지 재료는 특정한 ‘지방’과 인연이 없는 외래 품목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이탈리아 요리’의 상징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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