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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를 위한 특별한 밤” – 제1회 블루리본 어워드 현장 속으로

지난 19일 저녁 식사는 특별했다. 우리나라의 처음있는 셰프 시상식이라 그랬고 내로라하는 요리사와 산업의 굵직한 인사가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이날 모인 사람의 기준과 취향, 논리는 전부 다를 수 있었을 테지만, 시상식에서는 모두 한마음으로 수상자들을 축하했다. 수상자들도 하나같이 포부와 겸손을 겸비했다. 그리고 축하연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식사는 두말없이 훌륭했다. ‘제1회 블루리본 어워드’는 그렇게 성공리에 마무리 되었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없었잖아요.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요리사 누구 한 명을 뽑는 일이 우선은 아니었어요. 이렇게 다 함께 만나기 위해 핑계를 댄 거였죠. 누가 상을 받아도 수긍할 만큼 노력 많이 한 요리사들이잖아요.” – 김은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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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민종 발행인과 김은조 편집장이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건배제의를 하고 있다.

짙은 남색의 원피스를 우아하게 차려입고 시상식의 이곳저곳을 누비며 손님을 맞은 BR 미디어의 김은조 편집장. 이날 호스트로서의 몫을 톡톡히 해냈다. 홀에는 약 30개의 원형 테이블이 있었고, 그 위에 반짝이는 커틀러리와 잔이 가득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웃음과 박수 소리가 가득했다. 손범수 아나운서의 진행에는 빈틈이 없었고, 부드러운 분위기의 시상식은 끝까지 유지됐다. 서버가 들고나오는 음식도 분위기를 한껏 끌어 올렸다.

이날 무대에 올라 수상한 요리사는 총 5명. 이들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 최종 후보로 오른 요리사를 소개하는 순서 사이사이에는 연예인을 본 소녀 팬처럼 사심을 가득 담은 환호성이 터져 나오곤 했다.

 

| 대한민국 최고의 셰프 5인

올해의 페이스트리 셰프 – 이현희(디저트리) 셰프

“어렸을 때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자리에 내가 서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존경하는 분도 자리에 계시는데,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로 알고 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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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9명의 페이스트리 셰프가 후보에 올랐고 그 중 5명의 최종 후보에는 피아프의 고은수 셰프, 합의 신용일 셰프, 오월의 종의 정웅 셰프, 오뗄두스의 정홍연 셰프 그리고 올해 패스트리 셰프로 선정된 이현희 셰프가 포함됐다. 현재 업장에서의 경력이 2년 이상인 페이스트리 셰프를 대상으로 후보를 추렸다. 이현희 셰프의 디저트리는 프렌치 디저트를 현지의 느낌대로 잘 해석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영 셰프 – 강민구(밍글스) 셰프

“이제 겨우 오너 셰프로 일한 지 일 년 조금 넘었는데, 이렇게 큰상을 받게 되어서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주신 것으로 알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모든 것은 주변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님 말씀처럼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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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젊은 셰프로, 헤드셰프 경력이 2년 이하인 요리사를 대상으로 했다. 최종 후보로는 이준(스와니예) 셰프, 이충후(제로 콤플렉스) 셰프, 장진모(앤드 다이닝) 셰프,  정승기, 이화영 (리틀앤머치)셰프, 그리고 수상한 강민구(밍글스) 셰프가 포함됐다.

공로상 – 여경옥(롯데호텔 도림) 셰프

“이렇게 양손에 뭔가 받고 이야기하는 게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공로상을 받기는 했지만, 아직 공로상을 받은 나이는 아닌데…(웃음) 지금도 현역으로 일하면서 느끼는 것은, 앞으로도 셰프라는 사람들이 더 멋있어지고, 더 많은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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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우리나라 미식계를 이끌어오신 요리사를 중심으로 현장 경력 30년 이상, 헤드셰프 경력 15년 이상의 원로를 대상으로 후보군을 가려냈다. 여경옥 셰프는 이미 중식 요리계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는 선배 요리사이다.

올해의 셰프 – 임기학(레스쁘아 뒤 이브) 셰프 / 임정식(정식당) 셰프

임기학 셰프 “많은 선후배님 앞에 제가 설 수 있는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영상 인터뷰에서 에드워드 권 셰프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어깨가 더 무거워진 느낌입니다. 저는 한가지 신조가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먹고 마시고 자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상 받은 만큼 더 열심히 노력하는 요리사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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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식 셰프 “저도 감히 제가 이 상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자리에 훌륭한 셰프님이 너무 많은데, 일단 주셨으니까 받겠습니다. 지난 6년간 앞만 바라본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는 개인의 이익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외식 업계가 성장할 수 있도록 사명감으로 일하겠습니다. 이 시장에서 관심받는 나라가 아니라 메카가 될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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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가장 두각을 나타낸 셰프만 선정했다. 현장에서 3년 이상의 헤드셰프 이상의 직급으로 활동한 요리사 35명 중 일곱 명이 최종 후보 올랐다. 7인은 윤화영(메르씨엘) 셰프, 이유석(루이쌍끄)셰프, 정재덕(다담)셰프, 최현석(엘본더테이블)셰프, 에드워드 권(랩24)셰프이다.

| ‘산-들-바다-섬’ 한식을 새롭게 해석한 요리사 네 명의 갈라디너

현재 국내에서 한식을 가장 세련되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요리사 4명의 특별한 식사가 마련됐다. 권숙수의 권우중 셰프와 이십사절기의 유현수 셰프,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는 각자 바다, 산, 들, 섬을 주제로 메뉴를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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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갈라디너를 선보인 4명의 셰프. 주방에서 요리를 마치고 돌아와 멋쩍어 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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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거리로 마련된 메뉴Amuse Bouche에는 전복 내장과 망고 소스를 곁들인 김부각, 참게 알 찜, 된장과 황매싱레 재운 백김치 푸아그라 말이, 우엉 부각과 산나물밥, 육회가 제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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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 주제로 표현한 강민구 셰프의 라비올리와 해산물 요리는 메밀 반죽 안에 버섯 뒥셀과 백김치로 속을 채워 넣어 라비올리를 만들었고, 열 가지의 채소를 약탕기에 우려낸 채소 육수와 토마토 콩소메를 섞어 채소 브로스를 더했다. 접시 바닥에는 오이와 배, 레몬 겨자로 간을 하고 영양의 균형을 위해 랍스터 전복을 곁들였다. 간단한 한 접시로 보이지만, 총 25가지의 채소와 과일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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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중 셰프는 바다의 맛을 담아낸 미더덕 젓갈과 숙성 도미회를 준비했다. 미더덕은 멍게 젓갈보다 더 섬세하고 부드러운 맛을 갖고 있으며, 만드는 과정에 더 많은 정성이 필요하다. 도미회는 다시마에 붙여 3일간 숙성했기 때문에 감칠맛이 극대화되어 있다. 유자 식초로 무쳐낸 프리제와 연어 알, 장흥 무산 김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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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자란 멧돼지를 이용해 강렬한 느낌을 전달한 유현수 셰프. 그는 멧돼지 고기가 익힐수록 더 부드러워진다는 점을 착안 오랜 기간 푹 삶아낸 살코기에 5년 묵은 된장을 곁들여 감칠맛을 더했다. 고기는 산채 잎에 감싸 쌈 요리로 완성했다. 또한, 궁중 연회에 빠지지 않았던 꿩 요리인 전치수와 가을 산의 보물과 같은 자연산 먹버섯(까치버섯), 싸리버섯, 동충하초, 산삼 배양근, 둥굴레 뿌리, 산야초 소스 등을 함께 먹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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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식 셰프는 제주도의 명물인 돌하르방 모습을 본떠 섬이라는 주제를 살렸다. 제주도 녹차 무스와 땅콩 가나슈, 흑임자초콜릿으로 코팅한 돌하르방 무스다. 아몬드 크럼블과 부드러운 초콜릿, 녹차 크럼블의 세 가지 크럼블에 화강암을 형상화한 흑임자 스펀지로 제주의 풍경을 담아냈다. 제주 우유로 만든 소르베를 함께 곁들였다.

2012년 블루리본 서베이의 서문에는 김은조 편집장이 이미 본 어워드를 기획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존재한다. 요리사가 미디어 전면을 장식하며 얻게 된 지대한 관심은 이미 한 참 전부터 미식 산업을 일궈온 이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비록 오늘의 시상식은 모든 요리사에게 상을 줄 수는 없는 행사이었지만, 모인 모든 요리사가 주방을 벗어나 서로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자리였음은 틀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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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콤플렉스의 이충후 셰프와 리앤컴퍼니 정유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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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씨엘의 윤화영 셰프와 박현진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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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이 인규

이 인규
'미식에는 층위가 없다. 단지 아직 느끼지 못한 음식이 있을 뿐.' 이래 생각합니다. 비록 글로 배운 음식문화이지만, 혀로 배우고 사색하기 시작하면서 그 한계를 넘고자 합니다. 나에게 있어 한계는 맛을 표현하는 글인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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