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요즘엔 ‘농사짓는 셰프’가 대세

쉐프 데이빗 블레이나 호세 가르세스의 시골집 정원을 거닐다보면 요즘 스타 쉐프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점이 뭔지 알게 된다. 장작으로 구운 수제 피자나 통돼지구이가 아니라 바로 ‘농장’이다.

뉴욕에서 미슐랭 레스토랑, 블레이 앤 브러쉬스트로크를 운영하는 블레이는 “씨 뿌리고, 잡초 뽑고, 재배하는 그 모든 과정을 직접 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2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트랙터를 몰고 0.4ha 크기의 땅을 경작하며,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조건을 실험 중이다.

안전한 먹거리를 추구하는 ‘농장에서 식탁까지’가 식품업계의 모토가 되면서, 심지어 맥도널드까지 올해 초 농부를 내세운 광고를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농부로 변신하는 셰프들이 늘고 있지만, 일부는 농사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님을 금새 깨닫기도 한다. 토마토만 해도 토종 묘목에서 토종 카프레제 샐러드까지 가려면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하고 비용도 상당하다.

올 여름 가르세스는 프랑스 토종 멜론과 페드롱 페퍼, 단옥수수를 처음 수확했다. 로드아일랜드 줄무늬닭 75마리를 키워 달걀도 수확한다. 16ha 규모 농장에서 나는 농산물의 양은 일주일에 1,000파운드이며, 가르세스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15곳(주 메뉴는 스페니쉬, 멕시칸, 페루비안 등 라틴 음식)에 납품된다.

농사는 노동과 돈이 많이 들고, 날씨와 각종 자연재해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또한 요리계에서 아무리 유명한 셰프라 해도 농사를 지으면서는 다시 초보자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가르세스의 경우 트랙터 사는 데 3만5천달러, 사슴용 울타리 만드는 데 3만달러, 온실 만드는 데 2만5천달러, 새 우물 파는 데 1만2천달러, 그리고 관개시설 만드는 데 1만달러를 지출했다. 또한 지역 농부 한 명에게 “고위급 수셰프(조리장의 부책임자)에게 주는 만큼” 수당을 주고 일을 시켰다. 그랬는데도 지난 가을과 봄에 두 차례나 물이 넘쳐 토마토가 못 쓰게 되었고 감자밭 전체가 엉망이 됐다.

farmchef3“경험이 없으면 이런 일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게 가장 어려운 점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콜로라도에 고급 비스트로와 술집을 운영하는 셰프 에릭 스코칸은 약 56ha 규모 땅에 농사를 지어 식재료로 사용한다. 농사 짓는 법을 배우면서 근처에 사는 한 농부에게서 귀중한 정보도 얻었다.

“어느날 농부가 찾아와 ‘이봐, 에릭. 자네가 키운 꼬마당근들 정말 귀여워’라고 놀렸다.” 그리곤 씨앗에 모래를 섞으면 당근이 크게 자랄 수 있다고 조언해주었다. 구멍 하나에서 나는 싹의 수를 제한해주기 때문에 각각의 당근이 커질 수 있는 공간이 그만큼 확보되기 때문이다.

스코칸은 농부의 조언대로 했고 곧 크고 실한 당근들을 수확할 수 있었다.

“그 조언 때문에 일이 엄청 줄었다.”

이런 A급 셰프 중에 그저 농사짓는 자체로 만족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투자한 땅과 농기구, 시간에 합당한 수익을 거두길 원한다. 저렴한 비용에 고품질 식자재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수익의 일종이긴 하지만, 신선한 농산물을 음식으로 만들어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자부심도 직접 짓는 농사가 가치있는 이유 중 하나다.

farmchef2스코칸은 “만약 2년전이었다면 토마토 값을 하나에 40달러라 불렀을 것이다. 트랙터 모는 법을 배웠지만 처음엔 밭이 심박동 기록기처럼 들쭉날쭉하게 갈렸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은 키우는 토종 돼지에서 나오는 고급 돼지고기 한 파운드에 3.05달러, 토종 토마토 하나에 20센트 정도로 단가가 낮아졌다.

일부 셰프들은 농장을 시작하는데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가르세스도 펜실베니아 오츠빌에 약 7만5천달러를 주고 토지와 집을 매입했는데, 가족들의 주말집으로도 사용한다.

농사를 짓는 덕에 부동산세도 적게 낸다.

사업성은 차치하고라도, 농장은 셰프와 그의 가족들에게 휴식처 역할도 한다. 가르세스는 필라델피아 자택 개조를 담당했던 인테리어업체 블랙앤풀에 의뢰해 약 280 m² 규모의 1800년대 초기 농가 스타일의 집을 개조했다. 약 230 m² 규모로 야외 부엌도 추가했다. 부엌에는 덱과 더블 배스킷 튀김기와 더블덱 오븐 두 대, 과자굽는 번철(플란차)이 구비되어 있다. 번철은 베이컨, 아레파스(옥수수 팬케이크), 달걀 등을 조리해 클래식 ‘가르세스 브랙퍼스트’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farmchef1“아이들도 달걀을 모아오는 등 수확을 돕는다. 아주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트렌디한 뉴욕 레스토랑 패티 크랩 앤 패티 큐의 창립 멤버인 셰프 재커리 펠라치오는 올해 초 뉴욕시를 떠나 뉴욕주 올드채텀에 있는 농장으로 갔다. 올해 말 이곳에 새로운 레스토랑을 열 계획이다. 낙농장이었던 12ha의 대지 위에 있는 헛간을 집으로 개조하면서 손으로 직접 벤 통나무로 만든 18세기 들보와 6m 높이 천장은 그대로 보존했고 바닥은 콘크리트로 깐 후 엄청난 규모의 부엌을 추가했다.

또 하나 있는 헛간은 직접 만든 액젓, 콩과 보리지 김치, 수년에 걸쳐 숙성시킨 버터 등 직접 키운 농산물로 만든 각종 진미를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한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누리고 있다. 잠자리에도 일찍 들고 외출도 별로 안하고 전처럼 많이 먹지도 않는다.”

시카고 소재 레스토랑 퀘이의 수석셰프인 다니엘 마키는 남동생을 고용해 대대로 내려온 토지 8ha에 농사를 지었다. 이제 두 형제에 부친까지 가세해 세 명이서 블랙 케일에서 중국 가지, 초컬릿 페퍼 등의 다양한 작물을 재배해 퀘이 외에도 네 군데 레스토랑에 더 납품하고 있다.

데이빗 블레이의 0.4ha 농장은 수익을 내거나 레스토랑에 납품하는 데 사용되기 보다 하나의 실험실로 활용된다. 직접 재배한 채소들의 영양 성분을 분석하기도 한다. 요즘 그는 레스토랑에 납품할 식재료를 재배할 수 있는 더 큰 농장을 알아보는 중이다.

이렇게 농부로 변신한 셰프들은 다른 레스토랑과 경쟁하지 않고도 싱싱한 농산물을 직접 공급받을 수 있다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 하지만 부엌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후 또다시 일을 해야 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마키는 “난 일벌레고 인내심 많은 아내를 뒀다”고 농담조로 말했다.

원문 보기 : http://kr.wsj.com/posts/2012/10/26/%EC%9A%94%EC%A6%98%EC%97%94-%EB%86%8D%EC%82%AC%EC%A7%93%EB%8A%94-%EC%85%B0%ED%94%84%EA%B0%80-%EB%8C%80%EC%84%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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