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훈교수의 음식읽기#4] 바다 건너오는 올리브유, 품질유지에 문제 없나?

올리브가 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올리브유를 먹을 방법은 수입밖에 없어 보입니다. 어쩔 수 없이(?) 수입 올리브유를 지금까지도 즐겨 먹고 있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과연 내가 지금 먹는 올리브유의 맛이 현지에서 먹는 맛과 동등한 것일까?’ 또는 ‘운송과정에서 품질저하가 생기지는 않을까?’ 등의 의문이었습니다. 스스로 궁금함을 못 이겨 조사해 봤습니다.

보통 컨테이너선 같은 경우에 상단에 적재하게 되면 온도가 최대 60~80℃까지 올라가는 대신 빛과 공기는 완전히 차단되는 상태가 됩니다.

먼저 올리브유의 품질 (산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온도, 빛, 그리고 산소입니다. 이 요인들을 차단할수록 품질은 오래 유지됩니다. 하지만 이 요인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산화가 일어나서 맛이 나빠지고 건강에도 썩 좋지 않습니다. 오늘 이야기 할 부분은 운송 과정 (배를 타고 한국으로 오는 동안의 가열 문제)과 판매 전후 관련 보관 온도가 품질 변화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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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그림에 따르면 모든 온도에서 올리브유가 다른 오일들에 비해 산화 안정지수 (OSI: Oxidative Stability Index)가 높습니다. 올리브유의 경우 (이 실험에서는 베르톨리의 엑스트라 라이트 올리브 오일을 썼으니 썩 좋은 오일을 실험한 것은 아닙니다) 다른 식물 추출 오일에 비해 온도에 대한 산화 안정지수가 높습니다. 즉 온도에 대한 저항이 높다는 거지요. 올리브유는 100℃의 경우 20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유념하셔야 할 것은 이 실험은 오일이 빛과 공기에 노출된 상태에서 실험되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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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그림은 압착 올리브유(Virgin), 혼합 올리브유(Pure), 대두유(Soybean)의 온도에 따른 과산화의 정도를 보여주는 표들입니다. 흔히 과산화지수(PV)의 기준치는 50으로, 50이 넘어서면 품질의 급격한 저하가 일어나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두 번째 그림의 첫 번째 그래프에 따르면 압착 올리브유의 경우 45℃의 상태로 두었을 때 PV 값(과산화 지수)이 50을 넘어서는 120일에 급격한 산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55℃의 상태에서는 약 65일 후, 65℃의 상황에서는 약 40일 후에 급격한 산화에 따른 품질 저하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그래프 전체를 보게 되면 압착 올리브유는 혼합 올리브유나 대두유에 비해 온도에 따른 산화안정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실험은 위 실험과는 달리 빛은 없고, 공기에 노출된 상태에서 실험한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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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그림은 같은 압착 올리브유, 혼합 올리브유, 대두유를 45℃의 상황에 노출했는데, 두 번째 그림과는 달리 빛이 있는 상태로 실험한 경우입니다. 즉, 첫 번째 그림에서 나타난 실험과 비슷한 환경에서 실험된 것입니다. 그랬더니 산화가 급격히 빠르게 일어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실험에서는 세 가지를 알 수 있습니다. 1) 압착 올리브유는 15일경에 급격한 품질 저하가 일어나고, 2) 다른 오일들과 차이가 별로 나지 않으며, 3) 빛을 차단한 경우에 비해서 빛에 노출되면 무려 25일 정도 빠르게 품질저하가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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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여타 식물 추출 오일보다 올리브유가 온도에 따른 산화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2) 압착 추출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가 혼합 올리브유 보다 산화 안정성이 높다.

3) 혼합 올리브유는 빛과 공기에 노출된 경우 섭씨 100도의 온도에서 20시간 정도는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4) 빛을 차단하고 공기에 노출한 경우, 압착 올리브유는 45도에서 120일, 55도에서 65일, 65도에서 40일 정도까지는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5) 빛이 차단되지 않으면 올리브유의 산화가 급격히 이루어진다. 즉, 밝은 색 병의 올리브유를 사다가 집에 오래 두면 안 된다.

6) 따라서 올리브 오일이 컨테이너 선에서 빛이 차단된 상태, 그리고 병입되어 있으니 공기도 차단된 상태에서 온도만 60~80도 정도 올라갈 경우, 품질의 저하가 급격히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온도에 의한 산화는 빛과 공기가 있는 상태에서 급격하고 이 두 가지가 차단되면 품질 저하는 충분히 지연된다.

그렇습니다. 오히려 이런 운송과정에서의 문제점보다 소비자의 보관상 실수로 품질이 떨어질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지적한 의견에도 공감합니다. 배를 타고 건너오는 올리브유의 품질을 지나치게 걱정하기 보다는 우리의 보관 습관을 먼저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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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Hassenhuettl and Wan (1992) Temperature Effects on the Determinations of Oxidative Stability with the Metrohm Rancimat, JAOCS, 69 (6) / 문주수 외 2인 (2015) 자동산화 및 가열산화에 대한 압착 및 혼합 올리브유의 산화안정성,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 34(1)

원문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junghoon.moon.3?fref=ts

 

About 문 정훈

문 정훈
뉴욕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 후 2006년부터 KAIST 경영과학과 교수로 5년간 재직하였다. 2010년부터는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로 옮겨서 식품 분야 마케팅 및 정보경영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문교수가 속한 서울대 Food Business 랩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고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노는 것에 대해 연구하는 연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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