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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가 바라본 식당 창업의 문제점 “브랜드 창업이 필요하다”

갈수록 세분되고 까다로워지는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아야 하는 외식업계. 하룻밤 사이에도 바뀌는 유행에 뒤처지거나 차별화된 메뉴를 내놓지 않으면 금세 도태되고 만다. 이렇게 격동적이며 변화무쌍한 외식 시장에서, ‘외식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은 무엇보다 우선시된다.

맛은 외식업계에서 창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너무나  기본적인 요소이다. 이제는 훌륭한 맛과 서비스, 인테리어가 혼연일체가 되어 ‘맛있음’ 이상의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브랜드 가치 전략이 필요하다. 오늘은 이 브랜드 가치 전략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 창업의 이유, 의미, 가치, 그리고 비전 응축 ‘브랜드 창업’

무엇보다 앞서 예비 외식창업자는 가게를 여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특정 식문화의 발전을 위해? 자신이 이 질문에 먼저 대답할 수 있어야 브랜드 창업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브랜드 창업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자기다움을 통해 남과 다른 차별점을 만들어 내는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 주인의 정체성이 곧 식당의 정체성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대부분의 창업자는 대뜸 간판을 고민하다가도 뜬금없이 인테리어를 고민한다. 생각의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일반적인 창업자가 고민하는 창업의 순서는 아래와 같다.

메뉴선정-> 가격 선정 -> 입지 선정 -> 간판 -> 인테리어 -> 서비스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이 접근의 순서를 뒤집자는 것이다. 브랜드 창업을 위해서는 역순으로 접근해야 한다

브랜드 선정 순서

1. 메뉴를 선정할 때에는 브랜드 콘셉트에 맞게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나의 가게 이름이 “힘찬 고깃집”이라고 한다면 ‘기운이 솟는 살치살’, ‘예뻐지는 꽃등심’, ‘회춘 설렁탕’ 브랜드 콘셉트에 맞는 메뉴를 선정해야 한다. 이제는 식당 이름부터 시작해 메뉴 이름까지도 콘셉트를 통일해야 고객들에게 기억에 남는다. 손님은 과거 기억을 의지해 식당과 메뉴를 정하기 때문이다.

2. 우리 가게에서만 만날 수 있는 서비스를 디자인해야 한다.

우리 가게는 맛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오면 기분이 좋아지는 가게인지를 점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신사동의 삼겹살 식당에는 L 전자회사의 스타일러(자동으로 옷의 냄새를 제거해준다)를 비치해두고 고객들이 식사하는 동안 냄새가 스며들지 않도록 보관해준다. 삼겹살을 먹고 집에 돌아갈 때 냄새로 고생하는 고객들의 마음을 생각하고 반영한 결과이다. 고객에게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을 함께하는 가게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게가 고객들을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3. 우리 가게의 메뉴, 서비스를 고려한 인테리어를 해야 한다.

인테리어는 음식의 맛을 뛰어넘어 고객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가 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힘찬 고깃집”의 인테리어를 생각해보자.

인테리어를 체육관처럼 꾸민다면 어떨까? 역기, 아령, 철봉 등을 활용한 인테리어를 하고, 재미있는 게임공간도 제공한다면 당신은 그냥 일반 고깃집을 가겠는가? 아니면 “힘찬 고깃집”을 가겠는가? 인테리어는 내가 고객에게 주고자 하는 콘셉트에 따라 하는 것이지 인테리어 업자들이 추천하는 요즘 대세를 따라 하는 것이 아니다.

4. 간판은 브랜드 정체성의 얼굴이다.

당신의 멋진 이성과의 첫 데이트에 어떻게 하고 나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그동안 내가 잘 입지 않았던 옷도 입어 보고, 향수도 뿌리고, 얼굴도 단장할 것이다.

간판은 내 식당의 얼굴이자 손님에게 보이는 첫인상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외식 창업자들은 간판업체에 “요즘 유행하는 예쁜 간판으로 해주세요”라고 말한다. 고객이 멋진 이성이라고 생각한다면 내 간판 나의 브랜드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

5. 어떤 물에서 노느냐에 따라 내가 만나는 사람이 달라진다.

나의 브랜드의 설계가 마무리되었다면 내 브랜드가 가장 어울릴만한 장소를 찾아야 한다.

나의 브랜드와 맞지 않는 상권이지만, 유동인구가 많아서, 또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입김에 입지선정을 해서는 안 된다. 자칫하면 햇볕이 뜨거운 날 우산을 파는 것과 같은 꼴이 될 수도 있다.

이태원의 경리단 길이 처음부터 핫 플레이스 이진 않았다. 그 골목 상권에 맞는 소규모 브랜드들이 입점하면서 그 상권의 분위기가 만들어 지면서 형성된 것이다. 나의 브랜드를 고민했다면 장사가 잘되는 곳이 아니라 내 브랜드를 좋아할 만한 사람이 모인 곳으로 떠나보자.

 

| 브랜드창업, 디자이너가 아닌 창업자가 주도해야

내가 만들고자 하는 브랜드의 가치를 계속 상기시키면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소비자에게 잘 전달되는지 검토하고, 결과적으로 멋진 시각적, 공간적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필자는 수많은 창업자가 디자이너에게 휘둘리는 경우를 많이 봤다. 브랜드 콘셉트는 아랑곳하지 않고 멋있는 디자인만 하려는 디자이너에게 주도권을 내어주곤 하는데, 딱 잘라 말하자면 디자인은 예술이 아니다. 우리가 하는 디자인은 소비자의 취향과 업계 동향을 파악해 경제적인 성과를 달성해야 한다. 이걸 이해하면 디자인의 주체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창업자라는 사실도 이해할 수 있다.

About 황 주영

황 주영
주식회사 오후 대표. 오후는 문화 창조기업으로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최근 외식업체의 브랜드·디자인 총괄 및 감수를 맡았고, 메뉴 이름과 인테리어 콘셉트 등의 컨설팅을 진행했다. 이외 한국 국제아트페어, 신한, 롯데, 가나 아트 갤러리의 전시 디자인 감독도 맡았었다. 현재 대기업 CSR 프로젝트의 디자인도 총괄 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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