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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단 한명에게만 허락된 영광” 제14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 현장을 가다

올해를 빛낼 최고의 소믈리에는 누가 될 것인가? 지난 7일 밀레니엄 서울 호텔에서 대한민국 소믈리에 1인자를 뽑는 대회가 열렸다. 이날 제14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 결선이 진행된 행사장에는 와인 산업 종사자들과 가족, 친구, 직장동료 등으로 구성된 응원단 1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최종 결선에 오른 일곱 명의 소믈리에는 네 가지 테스트를 통해 누가 더 뛰어난 소믈리에로서의 역량을 가졌는지를 가렸다. 오후 1시부터 시작한 행사는 저녁 8시가 돼서야 마무리 됐는데, 그때까지 참관객 대부분이 자리를 지킬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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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4회째를 맞는 ‘한국 소믈리에 대회’는 프랑스 농업식품 산림부MAAF가 주최하고, 소펙사 코리아가 주관하는 대회이다. 이번 결선 무대에 선 7인 중에는 동대회 역대 입상자 2명을 포함 새롭게 5명의 실력 있는 소믈리에가 올라오게 되면서 업계의 관심을 얻었다.

심사위원단은 보르도·아끼뗀 지역 프랑스 소믈리에 협회UDSF B.A의 장 파스칼 포베르 Jean-Pascal PAUBERT 명예 회장을 필두로, 서한정 한국 와인협회 초대 회장, 상민규 한국 소믈리에 협회 회장, 셰프이자 저널리스트로 유명한 박준우 기자, 니꼴라 베르똘레 Nicolas BERTHOLLET 주일 프랑스대사관 농무참사관, 프레데릭 땅봉 Frederic TAMBON 프랑스 관광청 소장, 이정은 와인 리뷰 Wine Review 매거진 편집장, 정석영 소펙사 코리아Sopexa Korea 소장 등 8명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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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장을 맡은 포베르 명예회장이 디켄팅 시범을 보이고 있다.

 

지난 대회와 마찬가지로 심사위원들은 테스트 방식과 구체적인 내용을 사전에 알 수가 없었다. 또한 심사평을 남긴 대부분의 심사위원은 결선 참가자들에게 요구되는 응답 수준이 다른 대회보다 비교적 높았다고 밝혔다. 결선 진출자 7명 중 6명이 출제의도와는 반대되는 응답을 할 정도로 어려운 테스트 코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심사위원인 상민규 회장은 “사실 우리나라 소믈리에들의 실력이 날로 성장하면서 이제는 어느 국가의 소믈리에와 견줘도 모자라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어려운 검증 절차가 필요했고, 이번 대회로 실력 좋은 소믈리에들이 많이 발굴된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소펙사 코리아의 장석영 소장도 “이번 대회에서 어려운 조건이 많았고, 대회라는 특성 때문에 결과가 중요해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준비하는 과정과 시험을 통해서 배우는 게 더 많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라고 대회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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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을 말하는 소펙사 코리아의 장석영 소장

시험은 총 4단계로 각 단계별로 첫째 고객응대 능력 점검, 두번 째는 와인 블라인딩 테이스팅의 일환으로 4 종류의 와인 맞추기, 세번 째는 와인과 치즈의 페어링 문제, 마지막은 전형적인 와인 묘사 능력 점검 순이었다. 참가자 당 17분씩, 2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진행됐으며 7명 출전 순서는 사전에 제비뽑기를 통해 정했다.

첫 번째 테스트는 와인 서빙 및 고객 응대 서비스 능력을 알아볼 수 있는 순서였다. 심사위원인 박준우 기자가 5명의 손님을 초대한 호스트 역할을 맡아 Château Fourcas Hosten 2007 와인을 브리딩 breathing<하단 설명 참고>해 달라고 요청하고, 소믈리에가 요청에 맞도록 서비스하는지를 검증받았다.

특히 브리딩을 하는 소믈리에에 어울릴 만한 요리가 무엇이 있을지 추천해달라고 질문을 하거나, 외국어로 지금 마시는 와인의 등급classification을 설명해 달라고 묻는 등 참가자들이 당황할 만한 함정 질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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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테스트에서 호스트역을 맡은 박준우 기자 |소펙사 코리아

블라인드 테스트의 일종으로 진행된 두 번째 테스트에는 4개의 와인 병과 5개의 와인이 채워진 잔이 준비됐다. 여기에도 참가자들이 속을 수 있는 부분이 숨어 있었다. 5개 중 1개의 잔에는 전혀 다른 와인이, 또 2개의 잔은 같은 와인으로 채웠다. 소믈리에는 와인의 향과 색으로 품종과 산지, 빈티지 등을 맞춰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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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순서에는 치즈와 와인을 함께 내고, 이 둘이 어울리는 페어링pairing인지, 그리고 왜 그렇게 대답했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물론 주어진 와인의 묘사도 해야 했다. 이날 테이스팅에 사용된 치즈는 고수가 첨가된 생치즈로서 섬세한 맛이 나는 화이트 와인Alsace Grand Cru, Eichberg 2011과는 그 향과 식감에서 충돌하는 부분이 많아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페어링을 추천하지 않겠다고 대답한 한 명의 참가자를 제외하고는 출제의도와 반대되는 대답을 해서 어려운 테스트 코스로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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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테스트에 사용된 와인

네 번째는 주어진 한 종류의 와인을 시음한 뒤 표현description하는 전형적인 와인 평가 방식이었다. 와인의 색과 투명도 등의 눈에 보이는 외관을 묘사하거나, 코로 맡는 첫향과 시음했을 때 느껴지는 향기를 여러 번 마셔가며 설명하는 테스트였다. 심사평을 통해 알게 된 사실로는 시음한 와인Saumur Blanc Vieilles Vignes 자체가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빈티지(2005년)와 프랑스 누와르 지방의 것이라서 테이스팅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이다. 참가자들이 그간 경험해 보지 못한 와인이었기 때문이다.

| 우승자는 누구일까?

모든 테스트가 끝나고 저녁 6시부터 시상식이 진행됐다. 결선 장소에서 자리를 옮겨 진행된 시상식은 공간 조건 상 결선 참가자 가족과 VIP 등만 참여할 수 있었다. 시상은 각 심사위원이 맡았다.

3등은 안혜성 소믈리에로 선정됐다.14

2등의 영예는 최영준 소믈리에에 돌아갔다.17

올해 최고의 소믈리에는 SPC 퀸즈파크 소속 안중민 소믈리에이다.16

이광희, 정미현 소믈리에가 결선 참가상을 받았다. 5위는 박민욱 소믈리에가, 4위는 안인호 소믈리에로 선정됐다.

| 안중민 소믈리에 인터뷰

퀸즈파크 청담점과 SPC그룹 산하 외식 브랜드 10개 정도의 와인 업무를 맡은 안중민 소믈리에. 그와의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축하합니다. 소감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너무 좋죠. 얼떨떨하기도 하고. 같이 고생한 제 가족이 생각도 났고요.

영예의 1위로 올라서기까지 어떤 준비과정이 있었나요?

사실 작년 대회에서 3위를 했습니다. 올해 다시 도전할 생각에 1년을 꼬박 업무 마치고 따로 공부하면서 2~3시에 집에 들어갔던 것 같아요. 오늘도 2시간밖에 못 자고 대회에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회사에서도 지원을 해주시고, 후배 소믈리에나 선배 소믈리에분들의 자극과 훈련 조교 역할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특히 역대 수상자분들이 다 선배님이시라서 그분들에게 모르는 거 다 물어봤어요. 아까 말한 최은식 선배님도 그렇고. 특히 조수민 소믈리에(2013년 3위 입상) 선배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사진도 찍으면서 제 자세나 태도, 말하는 방식 등을 전부 모니터링 해주시고, 와인 지식도 서로 토론하면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대회 참가자 중 유일하게 불어로 설명하셨어요. (안 소믈리에는 첫 번째 테스트에서 외국어 질문에 불어로 대답했다) 이번 대회를 위해 따로 공부하신건가요?

아니요. 제가 고등학교 때 프랑스 호텔 전문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2년간 머물렀고, 군대 전역 직후 프랑스로 돌아가 5년 동안 호텔 직무와 소믈리에 교육을 받았어요. 프랑스 리옹에 있는 미슐랭 별 두 개 레스토랑에서 반년 정도 소믈리에로 일해 본 경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최은식 소믈리에(동 대회 2013년도 우승자)도 제 프랑스 학교 선배셨어요. 학교 다니면서 뵌 적은 없었지만, 우리나라에서 만나 이 대회와 관련된 많은 정보도 얻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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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소펙사 코리아

수상소감을 말할 때 아내에게 감사하다고 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작년에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하고 온 지 며칠 만에 동대회에 참석했었거든요. 3위를 하고 나서 ‘꼭 1위를 하고 말겠다’ 생각했죠. 1년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올해에는 아이도 생겨서 혼자 집안일 다 했을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할 뿐입니다. 제 아내도 현재 소믈리에로 일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제가 뒷바라지 다 하고 공부도 같이하면서 대회준비 도와줘야죠. (웃음)

어떤 소믈리에로 남고 싶으세요?

아직 소믈리에가 얼마나 중요한 포지션인지 인지하지 못한 상황을 개선하고 싶어요. 단순히 식당의 매출을 올리는 직업이 아니거든요. 외식 산업 전체에서 와인 서비스가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알게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결국, 손님이 만족하는 서비스가 존재해야 꾸준히 매출도 오르더라고요.

제14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는 올해부터 소믈리에 부문과 어드바이저(일반인)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했다. 결선 진출자 7명에게는 프랑스 농업식품 산림부와 보르도?아끼뗀 지역 프랑스 소믈리에 협회(UDSF B.A)에서 발급하는 인정서가 수여되며, 대회 상위 5명에게는 오는 9월 6일부터 19일까지 예정된 알자스, 남프랑스, 메독, 쌩떼밀리옹 등 프랑스 주요 와인 생산지역의 와이너리 연수 기회가 주어진다.

*브리딩Breathing  디캔팅 decanting을 먼저 설명해야 한다. 디캔팅은 병에 담긴 와인을 별도의 모양으로 만들어진 유리병으로 옮기는 행동을 말한다. 이는 공기와 맞닿는 면을 조절해 향과 맛을 살리고, 침전물을 제거하기 위해 한다. 화병처럼 볼이 좁고 긴 디캔터는 올드 빈티지의 와인이나 섬세한 포도 품종을 브리딩 하기에 좋다. 공기와 맞닿는 면적이 좁으면 기화되는 속도가 그만큼 느려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볼이 넓은 디캔터는 영 빈티지 와인이나 강한 셩향의 품종에 적합하다.
브리딩은 디켄팅 한 와인을 공기와 맞닿게 하는 작업을 일컫는다.

참고: 신동와인 홈페이지

 

| 최종 결선 7인의 테이스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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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이 인규

이 인규
'미식에는 층위가 없다. 단지 아직 느끼지 못한 음식이 있을 뿐.' 이래 생각합니다. 비록 글로 배운 음식문화이지만, 혀로 배우고 사색하기 시작하면서 그 한계를 넘고자 합니다. 나에게 있어 한계는 맛을 표현하는 글인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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