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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 윤화영, 제주도 호텔 최초의 파인 다이닝 밀리우Milieu를 말하다

이제 제주도에서도 정통 프랑스식 파인 다이닝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지난 27일 제주도의 호텔 중에서 최초로 해비치 호텔이 파인 다이닝을 개점했다. 해비치 호텔 1층 로비 중앙에 자리 잡은 밀리우Milieu는 제주도 현지의 식재료에 프렌치 테크닉을 결합해 최고급 수준의 식사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얼마 전 블루리본 3개를 받은 <관련 기사 > 부산 ‘메르씨엘MERCIEL’의 오너 윤화영 셰프가 밀리우의 오픈 총괄을 맡았다. 그는 프랑스 국립 고등 조리학교 ESCF를 우등 졸업으로 졸업, 쟝 프랑수와 삐에쥬Jean-Francois Piege, 에릭 브리파Eric Briffard 등 프랑스의 요리 거장 아래서 경험을 쌓았다. 이후 2012년 메르씨엘을 오픈, 3년간 운영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파인 다이닝 경영 현실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화영 셰프 기고 콘텐츠 바로 가기>

제주도로 찾아가 지난 8개월 동안 레스토랑 밀리우의 준비과정 전반을 이끌어 온 윤화영 셰프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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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리우의 탄생, 제주도의 다이닝 문화의 중심을 노린다

 

밀리우 오픈을 축하합니다. 밀리우는 어떤 의미의 단어이고, 언제부터 시작된 기획이었나요?

밀리우는 가운데를 뜻하는 불어입니다. 동시에 재계, 정계할 때의 계(界)를 뜻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의미를 합치면, ‘미식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밀리우는 해비치 호텔 측이 새로운 서비스와 직원들의 기술 향상을 목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기존에는 접해보지 못한 기술과 서비스를 통해 호텔 측의 내실을 다지고 관광객들에게도 그간 제주도에서 맛보지 못한 다이닝 문화를 선보일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메르씨엘과는 작년 가을부터 다양한 논의를 시작했고요.

오픈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사실, 부산에서 이미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고, 또 오픈 3년을 맞이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것이 많이 부담됐어요. 그래서 선뜻 승낙하지 못했었습니다.

레스토랑 헤드 셰프의 역할 중에서 메뉴를 구상하고 레시피만을 만드는 것은 일부거든요. 오히려 오픈에 필요한 시설 구비, 식자재 공급 업체 선정 등을 책임지고 맡아야 합니다. 현장에서 해보지 않은 사람이 뚝딱 해낼 수는 없습니다.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고된작업에 메르씨엘이 ‘마중물’과 같은 역할을 하기로 한 거죠.

알랭 뒤카스 Alain Ducasse나 조엘 호뷔숑Joel Robuchon처럼 대단한 셰프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주방은 결국, ‘팀’이에요. 새로운 팀을 조직하면서 일단 제가 오픈 팀을 꾸렸고, 현재 각각 12년, 8년, 6년 경력의 메르씨엘 주방 스태프들이 제주도에 상주하여 밀리우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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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우 주방에 합류한 박민우 요리사. 그는 12년 요리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호텔과 윤 셰프님의 역할구분은 어떻게 되나요?

인사 결정권은 호텔 측이 갖고 있고, 레스토랑 운영도 해비치 호텔 F&B 팀이 맡고 있어요. 저는 직원들의 파인 다이닝 서비스 교육과 메뉴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해비치 호텔에 와서 처음 느낀 점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호텔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관광지에 있는 리조트라는 점에서 해비치의 기존 서비스는 무척 친화적이고 캐주얼한 면이 강조됐습니다. 프랑스 갸스트로노미 서비스를 바로 적용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었죠. 많이 나아졌고, 앞으로도 조금씩 개선되리라 기대하며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해비치_프렌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밀리우 전경01 사본
사진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제공
해비치_프렌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밀리우 전경03 사본
사진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제공
해비치_프렌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밀리우 전경02 사본
사진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제공

음식 콘셉트는 어떻게 정했나요? 메르씨엘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제주에 있는 식재료를 기본으로 사용합니다. 메르씨엘의 콘셉트와 일맥상통하지만 밀리우는 제주도에서 가장 신선하고 품질 좋은 식재료로 새로운 메뉴를 만들 계획입니다.

파인 다이닝이의 주 고객층은 비즈니스 미팅, 연인, 관광객들이지 자녀를 둔 가족단위 고객은 아닙니다. 이런 면에서 제주도는 서울보다 파인 다이닝을 운영하기에 장점이 더 많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서울이 경제적인 여건이 좋긴 하지만요. 또한, 제주에서 5일 정도 지내다 보면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동납니다. 전복죽, 회, 해물 뚝배기, 고기 국수, 갈치구이, 고등어조림 정도? 그러다 보면 한식이 아닌 다른 음식을 먹고 싶기도 하겠죠. 근데 딱히 서양식, 특히 프랑스식은 먹을 곳이 없어요. 이런 면에서 밀리우 오픈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번 메르스 사태처럼 관광객이 끊겨버릴 요인이 생기라도 한다면 제주도나 부산 해운대 같은 관광객 방문율 상위권 도시는 큰 타격을 입습니다.

메뉴 개발할 때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처음 기획대로 제주도 식재료를 사용하자는 생각이 있었어요. 익혀서 쓸 수 있는 생선으로 제주 갈치를 생각했고, 직원 대상으로 메뉴 테스트에 갈치로 만든 블랑망제 Blanc-manger를 선보였습니다. 직원 중 나이가 있는 분이나 고급 식당들을 다니시던 분들은 ‘생선 맛이 제대로 난다.’라던가 ‘맛이 좋다.’ 등으로 평하셨는데, 젊은 직원들은 ‘비린내가 난다’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생선 향을 나타낼 수 있는 단어로 비린내라는 표현밖에 없어서 아쉬워요. 불어에서는 iode라는 단어와 poisseux라는 단어의 의미 차이가 큽니다. 굴에서 나는 바다 향의 맛을 ‘이오데’라 말하고, 수산시장 바닥에 흐르는 정체 모를 국물의 비린내는 ‘쁘와쒜’라고 합니다. 또 갈치라고 설명해 드리지 않고, ‘흰 살 생선 블랑망제’라고 하면 맛있다고 하면서 좋아합니다. (웃음)

| 요리사 윤화영을 이야기하다

 

요리사는 끊임없이 창의력을 강요받잖아요. 셰프님은 어떤 활동으로 영감을 받으시나요?

영감이라고 하니까 어감이 좀 무겁네요. 전 클래식 음식을 좋아합니다. 요리사의 경력이 가장 빛을 발할 때가 바로 클래식 음식을 할 줄 알고 있을 때라고 생각하거든요. 클래식은 철저하게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하고 오랜 기간 누군가에게 배워야 합니다. 지난 몇 세기 걸쳐 클래식 음식을 먹는 이유는 결론적으로 한가지, 맛있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최근 들어 클래식 음식을 2015년의 한국인들 입맛에 바꿔서 내는 방법을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방법으로는 에스코피에와 알렉상드르 뒤마 혹은 뤼씨앙 떵드레 같은 고서들을 자주 봅니다. 지나다가 어떤 것을 보고 갑자기 요리가 막 떠오르거나 하는 경우는 드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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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님은 지금까지 급여를 받는 요리사, 메르씨엘 오너 셰프, 이번에는 레스토랑 오픈 컨설팅까지 하셨습니다. 세 가지 분야의 차이점이 있을까요?

급여 받는 요리사 시절이나 메르씨엘을 운영할 때나 공통점은 주방 안에서의 긴장감과 책임감, 타협할 수 없는 ‘수준 관리’를 위한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정도? 다만 봉급 받을 때와는 다르게 조직을 바라보는 관점이 더 성숙해진 것은 분명하죠.

그리고 이번에 맡은 오픈 컨설팅. 컨설팅이라고 해도 완전히 몰입해서 내 일처럼 했어요. 부산과 제주를 몇 번을 오가면서 준비했는지 몰라요. 해비치 호텔의 색깔과 이곳 호텔 고객들의 반응을 알게 되면서 밀리우에 방문하는 모든 사람에게 제대로 된 프랑스식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이제 일을 시작했으니 계속해서 더 좋은 서비스와 경험을 전달할 수 있게 밀리우도 변할 거에요. 세 가지 역할이 다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지만, 중심은 한가지였던 것 같아요. ‘맛있게, 즐겁게 드셨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다이닝 문화가 어떻게 발전할까요?

파인다이닝의 흥망은 결국 그 나라 국민의 경제력과 정비례한다고 봐요. 보통 식당업을 생각할 때, 하드웨어적인 부분만 보곤 하잖아요? 실내장식이나 식자재 공급, 주방 시스템, 테이블과 수저 세트 등과 같은 부분들이요. 하지만 파인 다이닝은 철저하게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 집중해야 합니다. 어느 음식을 어떻게 먹는 것이 더 맛있고, 무슨 와인을 곁들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더 연구해야 하고 서비스의 수준도 높여야죠.

선진국의 경우,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실력 있는 요리사를 찾아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프랜차이즈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좀 더 길게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어요. 수익보다 식문화 전반의 기준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결국, 국가 경쟁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해비치 호텔이 국내 요리사를 영입하여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점은 요리사로서 무척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 다이닝 계에 큰 울림을 줄 만한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후배 요리사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합니다.

힘들 때 SNS에 너무 매달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막내일 때에는 SNS가 없었어요. 막내 생활 힘들죠. 모든 직업이 다 그렇습니다. 페이스북 Facebook에 ‘더럽고 치사해서 못 해먹겠네!’ 식의 글을 올리면, 바로 ‘그만둬!’라는 댓글이 달려요. 얼마나 흔들리겠어요. 요리를 끝까지 하고 싶은 사람은 흔들리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요리사들이 방송과 미디어에 자주 나오니까 요리사가 무엇을 하는 직업인지 헷갈리는 것 같아요. 어떤 직업에서건 편하고 멋진 삶은 성실하고 정열적으로 살아온 데에 대한 결과일 뿐이지 ‘과정’에서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요리사로 살아간다는 것은 힘들고 피곤하지만, 무엇보다 감동적인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입니다.

밀리우는 12개의 바 좌석과 5개의 개별룸을 갖추고 있으며, 운영시간은 오후 12시~오후 3시, 저녁 6시~저녁 10시다. 오픈 초기에는 저녁에만 운영. 오프닝 특선 디너는 6코스로 준비되며, 가격은 8만9000원이다.

해비치05_쁠란차에 구운 농어와 프랑스 완두콩 사본
쁠란차에 구운 농어와 프랑스 완두콩 | 사진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제공
해비치03_차가운엉트레_남도스타일의 광어세비체와 망고 유자 제피 사본
차가운엉트레_남도스타일의 광어세비체와 망고 유자 제피 | 사진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제공

About 이 인규

이 인규
'미식에는 층위가 없다. 단지 아직 느끼지 못한 음식이 있을 뿐.' 이래 생각합니다. 비록 글로 배운 음식문화이지만, 혀로 배우고 사색하기 시작하면서 그 한계를 넘고자 합니다. 나에게 있어 한계는 맛을 표현하는 글인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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