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의 일본의 맛 #4] 프랜차이즈 산업의 미래를 일본에서 찾다. ‘프로듀싱 계열점’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

지난 10년 동안 틈만 나면 일본을 방문했다. 한일 해협을 건너는 배에서 일본 관련 책과 자료를 읽었고, 주로 두 다리로 규슈를 샅샅이 훑었다. 어쩌면 ‘한일 해협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사람’으로 기네스북 등재도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은 지난 10년간의 여정이다.  우리가 일본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 음식들은 언제부터 일본음식이었을까?

Editor’s note : 다섯 번에 걸쳐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의 원문을 소개할 예정이다. 저자 박상현 맛 칼럼리스트와 따비 출판사의 동의 아래 축약된 내용을 전달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일본 음식이 어떻게 한국에 정착했고, 일본인은 서양식을 어떻게 일본 음식으로 정착시켰는지 저자의 10년간의 활동과 취재를 들춰보자.

먹는 것은 무지하게 좋아하는 데 반해 실소득이 생각만큼 많지 않고, 인구는 1억 2,000만 명이 넘는 나라다 보니, 일본 역시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되는 외식 브랜드가 엄청나게 많다. 덮밥 전문점 스키야와 요시노야, 이자카야 와타미, 도시락 전문점 호토모토, 우동 전문점 웨스트, 회전스시 전문점 갓파스시, 돈카쓰 전문점 야요이켄, 카레 전문점 고코이치반야, 양식레스토랑 로열호스트 등은 일본 전국에 걸쳐 없는 동네가 없을 정도다.

이들 유명 브랜드의 경우 연 매출만 조 단위를 넘는 수준이다. 참고로 2011년을 기준으로 상장사 가운데 매출액이 가장 많은 외식기업은 덮밥 브랜드 스키야를 거느리고 있는 젠쇼홀딩스다. (젠쇼홀딩스는 2011년에만 3700억 엔(약 4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런데 일본에는 개인 음식점으로 보기에는 규모와 시스템이 남다르고, 그렇다고 프랜차이즈도 아닌 음식점이 더러 보인다. 이런 음식점을 지칭하는 마땅한 용어가 없어 편의상 ‘프로듀싱 계열점’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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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나 메뉴는 달라도 경험과 노하우는 하나”

프로듀싱producing을 국어사전에서 검색해 보면 “연극, 영화, 방송, 음악 따위에서 제작의 모든 관리를 책임지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프로듀싱 계열점 역시 이와 비슷하다. A라는 음식점이 대박을 쳤다고 치자. 상식적으로 보면 외식업의 신화창조를 위해 A를 늘릴 수 있는 데까지 늘려 전국 브랜드화시키는 것이 정답이다. 하지만 프로듀싱 계열점은 그러지 않는다. A음식점을 통해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A-AB-AC-AD 식으로 계열 음식점을 늘려 가는 형식이다. 브랜드도 다르고 메뉴도 다른데, 모체인 A라는 공통점으로 인해 AB, AC, AD라는 음식점은 ‘다르면서도 같은’ 이미지를 구축한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한 명의 어머니에게서 서로 다른 생김새와 개성을 가진 여러 명의 자식이 태어난 형국이다.

프로듀싱 계열점은 모체가 되는 A와 무엇을 매개로 연결되어 있느냐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어떻게든 한 번은 소개된 음식점을 사례로 그 구체적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수직계열형

이는 하나의 주된 식재료를 전부 소비하기 위해 메인브랜드에 여러 개의 서브브랜드를 만드는 경우다. 가고시마현 이즈미出水시의 축산 농가들은 ‘다이겐규’라는 독자적인 와규 브랜드를 만들고, 이를 직접 유통·판매하기 위해 ‘다이겐’이라는 고급 야키니쿠 전문점을 후쿠오카에 열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생산되는 쇠고기의 모든 부위를 소비할 수 없었다. 그래서 불고기, 햄버거스테이크, 소시지 등의 메뉴를 갖춘 정식 전문점 ‘다이겐쇼쿠도’, 곱창구이 전문점 ‘다이겐호르몬’, 스테이크 전문점 ‘비프타이겐’을 차례로 열었다. 끝으로 후쿠오카 한큐백화점 지하에 도시락과 고로케를 판매하는 매장까지 열었다. 결국, 서로 다른 부위를 사용하는 수직계열화된 매장을 통해 고집 센 농부들이 정성껏 키운 소 한 마리를 남김없이 소비하는 시스템을 탄탄하게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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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재료 통합형

원재료의 대량생산 시스템을 통해 주된 식재료의 고급화·규격화를 이룬 다음, 이를 소비하기 위한 다양한 브랜드를 만드는 경우다. 후쿠오카의 향토음식인 미즈타키 전문점으로 유명한 ‘하나미도리’는 미즈타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재료는 역시 닭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규슈 토종닭을 개량해 전용 사료를 먹여 키운 ‘하나미도리’라는 독자적인 품종의 닭을 직접 생산한다. 이렇게 생산된 닭은 우선 일본 전국에 있는 13개의 미즈타키 전문점에 공급됐다. 아울러 가정에서 직접 조리할 수 있는 레토르트 제품을 만들어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도 했다. 그다음으로 닭고기덮밥 전문점 ‘도리돈야’, 치킨 전문점 ‘페푸치드’, 닭요리 전문 료칸 ‘하나쇼안’을 차례로 열었다. 원재료인 닭이 좋으니 어디 할 것 없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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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브 브랜드형

하나의 음식점이 성공을 거두고 유명해졌을 경우, 그 음식점의 대표 메뉴 몇 가지만 따로 떼서 여러 개의 서브브랜드를 만드는 경우다. 대한항공이 단거리노선 전용 저가항공사인 진에어를 만든 것과 비슷한 경우다. 후쿠오카의 고급 이자카야 ‘다나카타’. 재료도 최상이고 음식 솜씨도 더할 나위 없는 이 이자카야의 유일한 단점은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배도 좀 채우고 술도 적당히 마실라치면 1인당 1만 엔 정도의 예산을 잡아야 한다. 결국, 문턱이 너무 높다는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대중음식점 브랜드를 만들었다. 카레 전문점 ‘본타나카’, 정식 전문점 ‘왓파식당’과 ‘나카타나카’ 등을 차례로 열었다. 본점의 기술과 운영 노하우가 전해졌으니 가격은 대중음식점을 지향하지만, 그 맛과 분위기는 결코 대중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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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드 파워형

사실 ‘프로듀싱 계열점’을 분석해 보면 브랜드파워형이 가장 많다. 이 경우는 식재료도 조리법도 메뉴도 아무런 일관성이 없다. 그저 누가 프로듀싱했느냐 하는 이름값이 가장 중요하고, 그 이름값과 기대치가 비례한다. 유후인 3대 료칸 가운데 하나인 ‘산소무라타’. 이 료칸은 자연과 전통을 현대적으로 절묘하게 재해석함으로써 고급 료칸의 대명사 격으로 대접받는 곳이다. 이 료칸이 운영하는 6개의 외식 브랜드가 있는데, 각각은 단지 산소무라타가 프로듀싱했다는 이유로 화제가 될 정도였다.

롤케이크 전문점 ‘B-Speak’는 유후인의 명소를 넘어 타 지역에까지 분점을 내기 시작했으며, 소바 전문점인 ‘무라타 후쇼안’은 유후인 최고의 소바집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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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정의와 분류는 막연하던 것의 실체를 보여 준다. ‘프로듀싱 계열점’을 분석해 보면 일본의 외식시장이 얼마나 고도화되어 있는지 어렴풋이나마 확인할 수 있다. 일본에는 이런 식의 계열점이 의외로 활성화되어 있다. 전문성과 다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바로 이 점이 일본 외식업의 핵심 경쟁력 가운데 하나다.

반가운 사실은 최근 들어 한국에도 이런 형태의 프로듀싱 계열점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곳이 ‘벽제갈비’다. 벽제갈비는 모체인 벽제갈비를 중심으로 냉면 전문점 ‘봉피양’, 설렁탕 전문점 ‘벽제설렁탕’, 테이크아웃 전문점 ‘오세요’ 등을 차례로 열었다. 모두 벽제갈비의 전통과 경험이 녹아 있는 곳이기에 위의 분류대로라면 ‘서브브랜드형’에 해당된다.

앞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음식점을 다니실 때 이런 음식점을 유심히 살펴보시기 바란다. 호불호야 개인에 따라 나뉘겠지만, 무분별하게 가맹점 수만 늘리는 프랜차이즈와는 분명하게 차별되는 점들이 발견될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형태가 중소 외식업체나 지역 외식업체가 대기업의 무차별적인 공세에 대응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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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동안 틈만 나면 일본을 방문했다. 한일 해협을 건너는 배에서 일본 관련 책과 자료를 읽었고, 주로 두 다리로 규슈를 샅샅이 훑었다. 어쩌면 ‘한일 해협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사람’으로 기네스북 등재도 가능할 것이다.
우리가 일본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 음식들은 언제부터 일본음식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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