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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식 선두주자 “한식과 스페인 음식의 만남”

각 나라에는 그 나라마다의 전통 음식문화가 있다. 그리고 그 음식문화는 국가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발전해왔다. 또한 음식문화는 세대마다 앞서 가는 나라의 것이 존재했다. 20세기 이후 프랑스가 그랬다면, 현시대는 스페인의 미식이 가장 앞서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최근 공개된 2015세계 베스트 레스토랑 50의 순위나 미식가들의 평가를 통해서 증명된다. 50개의 세계 레스토랑 중 천재 요리사 페란 아드리아가 이끄는 엘 불리el Bulli, 로카 삼형제의 엘 셀러 데 칸 로카 el Celler de can Roca 등은 항상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스페인은 어떻게 세계 미식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었을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다른 나라 음식문화를 인정하고 자신의 음식 스타일로 승화시키는 융합정신이 있어서이지 않았을까? 그런 의미에서 국가간의 음식 교류행사는 미식 이해도와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할 수 있겠다.

지난 17일 전북 전주시에 있는 국제한식조리학교CCIK에서 우리나라 음식문화와 스페인 음식문화를 한자리에서 이해할 수 있는 조리 시연회가 있었다.  ‘한식과 스페인 음식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이뤄진 양국의 만남. 스페인 요리학교인 Basque Culinary Center(이하 BCC)가 주한 스페인 대사관을 통해 한식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CCIK측에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성사됐다. 한국을 방문한 요리사는 조지 브레톤Jorge Breton과 안드리안 레오널리Adrian Leonelli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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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옥 교수와 정관 스님이 선보인 한식

시연회는 한식으로 먼저 문을 열었다. G20 정상회담 영부인 오찬을 총괄한 이재옥 교수가 신선로, 구절판, 연저육찜을, 미국 PBS-TV 아벡 에릭(Avec Eric) 시즌 3에 출연해 사찰 음식의 진수를 선보였던 정관 스님은 죽순 감자찌개, 가지 된장구이, 발우공양 한상차림도 선보였다.

이재옥 교수는 연저육찜을 직접 만들면서 한식 세계화에서 중요한 점이 무엇인지 설명했다. “다른 나라에서 한식이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떤 재료를 사용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장은 우리의 것을 사용해야 합니다.” 간장과 고추장, 된장 같은 요리의 베이스가 되는 소스는 반드시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것을 사용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일본도 간장이 있는데, 그 간장을 쓰면 바로 일본 음식이 되죠. 한국 음식 아니라고 생각해요.” 장이 한식의 정체성을 뜻한다는 표현이었다. 이 교수는 특히 한식은 정직하게 만들면 맛이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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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저육찜

이날 계획에는 없던 특별한 음식도 청중 앞에 선보였다. 흰색 채소만을 사용한 샐러드였는데, ‘이재옥 건강 샐러드’라고 즉석에서 이름을 붙였다. 인삼, 장뇌삼, 더덕, 산마, 파의 흰부분만으로 샐러드를 만들었다. “샐러드가 전부 흰색이라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소스는 홍시로 만들었습니다.” 해외에서 인삼은 자양식으로 인식돼 인기가 좋다는 말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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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찰 음식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해외에도 한식의 한 계보로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정관스님의 행적이 있다. 최근 뉴욕에 한식 시장 조사차 방문했었다고 밝힌 정관 스님은 식재료의 요리법을 물성과 성질에 따라 구분하면서 설명했다. 특히 죽순과 감자를 이용한 된장국을 끓이면서 죽순의 제철 사용법과 식재의 요리 순서 등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죽순은 아린 맛이 있는데, 쌀뜬 물에 된장을 푼 물에 두 시간 정도 끓여서, 손으로 누르면 푹 들어갈 정도로 삶으면 먹기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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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음식의 특징도 설명했다. 사찰음식에는 향신료가 많이 쓰인다면서 산초, 장아찌, 제피, 방아, 고수 등을 사용하며, 이유는 생채의 냉기를 잡아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찰 음식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3가지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첫 째로 청정해야 합니다. 어디서 어떻게 식재가 자랐는지, 어떤 비료를 썼고, 어느 철에 났는지가 중요합니다. 둘째 유연해야 합니다. 줄기가 있어 딱딱하거나 뻣뻣하면 소화를 하지 못하고 에너지를 보충하지 못합니다. 셋째로 법다워야 합니다. 이 말은 주재료와 부재료, 요리 방식 등이 조화롭게 배합되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세가지가 있어야 사찰음식이라고 할 수가 있어요”라며 자세한 설명으로 시연회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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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전통요리와 현대적인 기법 선보여

이날 시연회에 초청된 스페인 요리사 조지 브레톤Jorge Breton과 안드리안 레오널리Adrian Leonelli는 분자요리로 한 세대를 풍미했던 엘 불리와 아직도 많은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무가리츠 등 스페인미식 최전선에서의 경력을 갖고 있다. 요리 시연에 앞서 BCC의 홍보 영상과 사진으로 간단하게 학교 설명이 있었다.

“프랑스가 미식 트렌드를 이끌던 당시 스페인의 요리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스페인에는 없고 프랑스에는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의논을 했었습니다. 스페인의 음식은 맛은 있지만, 문화로 성장시키지 못했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페란 아드리아 셰프를 선두로 스페인 요리사들이 함께 음식문화를 만들어 보자는 움직임에 동참했습니다.”
BCC에 있는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조리 기술이나 기본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것 이외에도 미식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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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해적단처럼 나온 여기 요리사들이 현재 스페인 미식계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어서 요리 시연이 있었다. 스페인 전통 음식으로는 가스파쵸를 먼저 선보였다. 가스파쵸는 토마토를 사용한 스프의 한 종류다. 이 가스파쵸를 현대 조리 기법으로 재탄생시켰다. 붉은 색 계열의 스프가 향만 분리해 놓으니 투명한 액체가 되었다. 이 액체는 다른 요리에 가스파쵸 향을 첨가할 때 자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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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또르띠야를 전통방식으로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감자와 달걀 만으로 만든 또르띠야는 겉은 노릇하게 굽고 안에는 부드러운 식감을 유지하기 위해 센 불 위에서 요리했다. 전통방식의 또르띠야 요리 이후에는 현대 기법으로 만든 떠먹는 또르띠야도 시식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컵에 담긴 또르띠야는 식감만 다를 뿐 향과 맛은 전통의 또르띠야와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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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오블란트라는 얇은 종이와 비슷하게 생긴 식재료를 사용해 새로운 식감을 선보인 디저트도 선보였다. 예전 일본에서 약을 포장하던 재질이랑 비슷하다고 설명하면서 오븐에 구우면 유연해지는 특성을 이용해 요리를 만들었다. 무질서하게 구겨진 오블란트는 실온에서 바로 딱딱하게 굳어져 숟가락 등으로 깨뜨려 먹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3가지의 스페인 전통 음식들도 더불어 선보였다. 병아리 콩과 소 내장을 함께 요리한 까요스, 딱딱하게 굳어서 우유에 담궜다가 바삭하게 구워 낸 디저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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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우리는 한국에서 느낀 식문화와 음식을 스페인 음식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연구할 것입니다. 보통 스페인에서는 돼지고기를 프라이팬에서만 조리하는데, 오늘 냄비에 물을 붓고 졸이는 방법을 새롭게 발견했습니다. 이와 같이 없어지거나 다른 나라에서 새롭게 발견한 식문화를 현대 음식에 접목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행사를 진행한 CCIK 정혜정 학교장은 행사에 앞서 “세계적인 조리학교 BCC가 한식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국제한식조리학교와 교류함으로써 한식을 보다 널리 알릴 수 있는 교두보가 될 것입니다”라면서 “이번 시연회가 양국의 음식과 식문화를 서로 이해하고 공동의 발전을 위한 소중한 첫 걸음이 되길 희망합니다”라고 말했다.

한혜정 교장

About 이 인규

이 인규
'미식에는 층위가 없다. 단지 아직 느끼지 못한 음식이 있을 뿐.' 이래 생각합니다. 비록 글로 배운 음식문화이지만, 혀로 배우고 사색하기 시작하면서 그 한계를 넘고자 합니다. 나에게 있어 한계는 맛을 표현하는 글인게죠.

694 comments

  1.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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