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산 치즈는 없고, 파르미지아노-레지아노 치즈만 있다

이탈리아 북동부 에밀리아-로마냐 지역에 있는 파르마Parma 특산 치즈를 우리는 흔히 파마산 치즈라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치즈를 갈아서 파스타에도 뿌려 먹고, 피자에도 뿌려 먹지요. 이탈리아에서는 거의 모든 음식에 다 뿌려 먹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탈리아에는 파마산 치즈가 없습니다. 이와 가장 비슷한 치즈, 더 정확히 ‘오리지날’은 파르미지아노-레지아노 라는 긴 이름의 치즈입니다. 이 파르마 지역에서만 명확히 정해진 방법으로만 생산됩니다. 다른 지역에서 생산하면 이 이름을 붙일 수 없습니다.

새벽에 이 지역 낙농 조합에서 배송받은 우유로 매일 아침 작업을 합니다. 짜낸 지 3시간 이내가 원칙입니다. 우유를 무려 깊이가 3m나 되는 큰 통에 붓고 유장whey과 균주를 집어넣고 젓기 시작합니다. 1,000L의 원유에 25g 정도의 발효 균주가 들어갑니다. 계속 저어 꾸덕꾸덕해지기 시작하여 요구르트 형태가 되고, 나중에는 유장과 완전 분리되어 아래에 가라앉습니다. 이를 건져내어 물기를 아래로 뺀 후 반으로 잘라서 틀에 넣어서 굳힙니다. 어느 정도 굳으면 소금물에 며칠을 담갔다가 다시 꺼냅니다. 그리고 적어도 1년에서 3년이 넘는 시간까지 발효를 시킵니다.

파르마산 치즈2 사본

발효되는 동안 요즘은 사람 대신 로봇이 움직이며 겉의 이물질을 닦아내고 계속 치즈 덩어리를 뒤집습니다. 골고루 발효되어야 하고, 또 한 방향으로만 두면 품질이 균일하지 않게 되지요. 그리고 파르미지아노-레지아노 치즈 생산자 연합 (정확히는 지리적 표시제 컨소시엄)의 인증을 받아야 진정 파르미지아노-레지아노 치즈라는 이름을 쓸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의 많은 식품은 이런 명확한 품질 규정을 가지고 지리적 표시제 컨소시엄을 구성함으로써 품질 관리와 함께, 독점적 지리적 표시를 혼합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치즈는 지리적 표시제의 가장 까다로운 등급인 PDO 규정(해당 지역 농산물로 해당 지역에서만 가공)을 준수하고 있어  식품 가공업과 지역 농축산업의 공동 성장을 꾀한다는 것이 그 특징입니다.

우리는 이 지역을 에밀리아-로마냐 식품 클러스터라고 부릅니다. 치즈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품이 생산됩니다. 원료의 많은 부분을 해당 지역, 혹은 자국 내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한다는 점이 다른 식품 클러스터와는 차이가 납니다. 우리가 익산지역에 조성하고 있는 국가 식품 클러스터가 눈여겨 봐야 할 지역 발전 전략입니다.

파르마산 치즈3 사본

About 문 정훈

문 정훈
뉴욕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 후 2006년부터 KAIST 경영과학과 교수로 5년간 재직하였다. 2010년부터는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로 옮겨서 식품 분야 마케팅 및 정보경영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문교수가 속한 서울대 Food Business 랩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고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노는 것에 대해 연구하는 연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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