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을 허무는 작업의 연속 – ‘제로 콤플렉스(Zero Complex)’ 이충후 셰프를 만나다.

미식 트렌드는 빠르게 나타나고 사라진다. 요리사들에게 영감을 주는 선배 요리사들의 철학과 요리 방식은 후대를 사는 요리사들에게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해석되고 재탄생 한다. 프랑스 최고급 오트 퀴진이나 이후의 누벨 퀴진, 시간이 한참 흐른 후의 르네 레드제피의 뉴노르딕 퀴진까지. 그 스타일과 변형된 모습은 각기 다른 이유로, 각기 다른 문화에 정착해왔다.

클래식 프렌치가 요리의 전부인 줄 알고 무작정 프랑스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풋내기 요리사가 있었다. 불어 한마디 못하던 이 요리사는 이제 어엿한 장르 전달자가 되어 새 요리를 개발하고 있다. 네오 비스트로. 그가 원하는 퀴진이다.

| 식구들을 행복하게 하고 싶어서 요리 시작

올해 막 30대를 살기 시작한 이충후 셰프. 그가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그는 서울 방배동 서래마을에 있는 제로 콤플렉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이미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정평이 나 있고, 많은 요리사가 탐험 목적으로 다녀갔을 정도로 요리솜씨가 좋기로 소문이 났다. 얼마 전 영셰프 선발대회에서 북동아시아 지역 대표로 뽑힌 박진용 요리사(관련 기사 바로가기)도 제로 콤플렉스 소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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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후 셰프는 어릴 때 제이미 올리버의 요리 영상을 보다가 요리사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 “TV를 보다가 제이미 올리버와 가족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봤어요. 그가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들이 너무 행복해 하더라고요” 그는 요리를 통해 주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언젠가는 내 요리로 내 가족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그는 군대를 전역한 후 2007년에 프랑스로 날아갔다. 이전까지는 결심만 있었지, 준비해 논게 없었다. “르 꼬르동 블르를 가기로 했어요. 남자들이 군대 다녀오고 나면 뭐든지 할 수 있고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잖아요. 당시가 그랬어요. 거기에 약간의 조급함이 더해졌어요. 언어 공부에만 1~2년을 투자할 수는 없겠다 싶었죠. 그래서 입학이 비교적 쉬운 학교를 선택했어요.”

그렇게 선택한 학교였지만, 몰라도 너무 모르는 상태였다. 학급에서 처음으로 받은 ‘어디서 왔어?’라는 물음에 “내 이름은 이충후”라고 답했을 정도였다. 숫자도 셀 줄 몰랐으니 몸짓 손짓으로 살아남았을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 그때니까 할 수 있었던 일이 아닐까… 절박했고, 패기가 있었으니까. 그 잠깐 (전역 후) 찰나에 드는 자신감을 잘 살린 것 같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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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 이상의 미식 국가 프랑스

처음 프랑스에서 느낀 문화적 충격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했다. “다양한 식재료를 봤어요. 갖고 있던 프랑스 이미지보다 더 대단한 모습이었어요.” 보통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라고 하는 데 프랑스는 그에게 더 큰 놀라움을 선사했다. “시장에 나가면 가격별 종류별로 채소, 치즈, 고기. 이런 다양한 게 있어요. 그냥 시장 길가에서 재료 몇 가지 조합하면 바로 요리할 수 있을 정도로. 그때 진짜 잘 왔다 느꼈어요.”

고향인 진주에서도 지방 특색을 잘 살린 시장이 있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아직 다양성 면에서 부족한 것 같아요. 당근도 똑같은 (종류의)당근을 여러 가판대에서 판매하잖아요. 프랑스는 버터 같은 경우도 만든 사람별로 다 따로 판매하거든요. 그 풍미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에서 문화 충격을 느꼈어요.”

오히려 그는 젊은 요리사들에게 요청했다.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해서 농민들이 다양한 채소나 재료를 키울 수 있도록 하자고 말이다. “식재료 활용하는 법. 이전에는 사용하지 않던 방법을 많이 소개하면 자연스럽게 수요가 늘 거고, 농민들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정도가 되면 (다양한 식재료를)키우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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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하고 싶은 요리는 무엇일까?

그의 프랑스 첫 직장은 미셸 호스탕Michel Rostang이었다. 당시 미슐랭2스타 레스토랑이었다. 프렌치를 정통으로 하는 주방에서 일을 배우고 싶은 마음에 6개월 동안 인턴으로 일했다. 그리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프렌치 안에 있는 다양한 장르의 요리들을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과감하게 첫 주방을 나올 수 있었다. “프랑스의 다양한 요리 문화를 경험하고 싶었는데, 클래식한 프렌치 요리는 나랑 안 맞는 것 같았어요. 철마다 요리 형태나 메뉴는 조금씩 바뀌기는 하지만, 여전히 클래식함은 남아 있으니까요. 안티 생기겠네요.(웃음)”

입학한 학교의 조교로 9개월을 일했다. 교수를 도우며 다양한 분야의 요리를 공부했다. 주방에서보다는 서점에서 공부할 수 있는 시간도 늘었다. 요리책을 주로 봤다. 그러다 한 음식 사진에 시선이 고정됐다. “너무 예뻐 보였어요.” 다른 책을 집었다. 다른 스타일인데 그 음식도 눈에 들어왔다. “근데 만든 사람이 같더라고요. 다른 책, 다른 음식 사진이었고, 풍기는 느낌도 달랐는데, 한 사람의 음식이라니”

‘르 샤또브리앙Le Chateaubriand’의 이냐키 애즈피타르트Inaki Aizpitarte 셰프가 음식의 주인이었다. 이충후 셰프는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강한 충동을 느꼈다. ‘너무 일하고 싶다. 이 사람이라면 내가 밑에서 원 없이 일할 수 있겠다.’ 이 생각으로 무작정 인턴 지원을 했다. 하지만 답변은 감감무소식.

조교생활이 끝나고 한국을 돌아가야 하는 날이 다가왔다. 담당교수와 면담을 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뭐하고 지낼 계획이니?” “사실 이곳에서 정말 일하고 싶은 곳을 발견했습니다. 한국에 가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아무런 대답도 없어요. 아쉽습니다” “식당 이름이 뭐지?” “샤또브리앙입니다.” 교수는 바로 연락처를 뒤적이기 시작했고, 이냐키 셰프와 통화를 했다.

“ok. 그럼 한 시간 뒤에 면접 보러 와” 통화를 마친 이나키 셰프가 이충후 셰프를 불러들였다.

| 프랑스 예약하기 힘든 TOP3 레스토랑의 오픈멤버에서 제로 콤플렉스 오픈까지

그렇게 3개월간 샤또브리앙 주방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됐다. 정신없이 3개월이 흘렀다. 그런데 바로 옆에 다른 콘셉트의 레스토랑을 오픈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나키 셰프가 그때 제게 물어봤어요. 정직원으로 저쪽 레스토랑, 르 도팡Le Dauphin에서 일해보겠느냐고.”

Q. 기분이 어땠나요?

A. 진짜 너무 너무 좋았어요. 셰프에게 인정받는 것과 동시에 내가 진짜 일하고 싶은 곳에서 일하게 되니까 아무래도…

Q. 제로 콤플렉스를 오픈할 때랑 르 도팡 오픈멤버로 참여할 때랑 비교하면요?

A. (작은 목소리로)르 도팡 오픈멤버에 들 때가 더 좋았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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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이충후 셰프와 르 샤또브리앙 주방식구들이 함꼐 포즈를 취했다.

서래마을에서 시작한 네오 비스트로. 그가 원하는 요리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변칙을 많이 쓴다고 해야 하나. 일반적으로 프렌치라고 하면 멸치를 올릴 생각은 안 하잖아요. 재료의 벽이 완전히 무너진 퀴진이라고 생각해요. 멕시코, 한국, 이탈리아, 일본 재료들을 과감하게 쓰되, 프렌치 테크닉으로 표현하는 거죠.” 그는 자신이 만든 장르가 아니기 때문에 정의 내리기가 어렵다고 하면서 “네오 비스트로는 ‘어깨에 힘 빼고 만든 요리’라고 말해요. 기존 클래식 프렌치는 그렇지 않다고 느꼈거든요.”

6년간의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서울에서 새로운 스타일을 소개하기가 쉽지 않았으리라.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어요. 내가 경험했던 걸 다시 풀어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게 잘못되면 안 된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네오 비스트로라는 장르가 자리 잡혀서 같은 요리를 하는 요리사들도 모이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다른 종류의 요리로 인정받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코스 요리에 프렌치 테크닉이 사용되면 무조건 파인 다이닝으로 인식되는 국내 미식 시장의 여건은 새로운 퀴진을 선보이는 젊은 요리사에게 높은 벽을 실감하게 했다. “왜 수프는 안주냐, 푸아그라 먹으러 왔는데 왜 없냐라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근데 크게 실망하거나 신경 쓰지 않았어요. (소비자와 식당이)서로 맞춰가야 하는 부분이니까요”

2주에 한 번씩 바뀌는 메뉴도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시도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배운 메뉴와 여기서 만든 창작 요리도 절반씩 섞어서 선보이고 있다. 주방에서는 3명의 요리사가 모든 메뉴를 만든다.  “3명 모두가 정해진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매번 하는 일이 달라집니다.” 제로 콤플렉스에서는 막내 요리사도 재료를 다듬으면서 직접 요리를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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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키 셰프가 하던 요리 방식대로 하고 싶었어요. 요리를 가지고 놀고, 재료를 가지고 논다는 느낌을 우리 직원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요리를 가지고 즐겨라. 그래야 평생 직업이 될 수 있고,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고 배웠거든요.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뭉치다 보면 더 재미있는 요리도 나올 수 있고, 즐기는 환경에서 (좋은)요리가 나올 수 있다고 봐요.”

올해 제로 콤플렉스에는 자신만의 색을 찾는 시간을 보내기로 계획을 세웠다. 해외 셰프가 한국에서 와서 요리를 풀어낸다는 심산으로 접근할 참이다. 그의 앞으로의 요리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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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이 인규

이 인규

‘미식에는 층위가 없다. 단지 아직 느끼지 못한 음식이 있을 뿐.’ 이래 생각합니다.
비록 글로 배운 음식문화이지만, 혀로 배우고 사색하기 시작하면서 그 한계를 넘고자 합니다.
나에게 있어 한계는 맛을 표현하는 글인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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