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안에서 진급 기준은 어떻게 정해야 하나?

며칠 전 마누라와 우리나라와 외국의 인사지향점에 관한 대화를 나누던 적이 있습니다. 외국과 우리나라에는 상당히 다른 부분이 있는데, 외국은 운동팀 주장이나 응원단장 같은 것에 큰 가산점을 부여하지만 우리나라는 개개인의 스펙에 더 열중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조직의 전투력과 개인의 전투력. 주방과 연관 지어서 얘기하고자 하는 부분입니다. 셰프와 요리사는 다른 직업입니다. 전자는 관리직이고 후자는 생산직입니다. 좋은 요리사가 다 좋은 셰프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좋은 셰프가 다 요리를 잘하는 것도 아닙니다.

| 메르씨엘Merciel의 주방 진급 시스템

메르씨엘 주방 스태프의 진급을 고려할 때 전제로 두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제가 프랑스에서 교육받은 것을 그대로 현지화시킨 것입니다. 꼬미Commis는 시킨 일을 잘할 수 있으면 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략 2년 정도 걸립니다. 중요한 자질은 순종심입니다. 2년쯤 지나면 제대로 청소를 할 줄 알기 시작합니다. 프랑스에서는 ‘가스 불은 켤 줄 아는 수준’이라고 말하는 단계입니다.

드미셰프 드 빡띠Demi Chef de partie 는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실행에 옮기며 자기 일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졸업 후 경력 2~4년 정도의 시기입니다. 중요한 자질은 조리능력입니다.

셰프드 빡띠Chef de partie는 자신의 파트의 일을 다 마스터 하고, 꼬미와 드미에게 일을 시킬 줄 알아야 합니다. 물론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집니다. 경력 4~6년 차 정도입니다. 중요한 자질은 계획성organizing입니다.

수 셰프sous Chef는 주방 모든 파트(가르드멍제/생선/고기/디저트)의 셰프 드 빡띠를 다 마치고 나서 이제 주방 일이 손과 머리에 들어왔을 때, 그래서 페이퍼 워크와 약간의 인사업무를 볼 수 있을 여유가 생겼을 때입니다. 미니멈 경력은 6년 정도가 되어야겠죠? 중요한 자질은 리더쉽과 주인 정신입니다.

부 주방장 (불어로 셰프 아드주왕)은 수 셰프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면 됩니다. 규모가 큰 주방이 아니면 굳이 셰프 아드주왕이 필요가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자질은 결정력입니다.

주방에 딸랑 3명 있어서 한 명 셰프, 한 명 수셰프, 한 명 CDP 하는 그런 직급은 사실 그 주방이 아닌 외부(국내건 외국이건)로 나갈 때는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메르씨엘 주방만 해도 셰프드 빡띠 아래 4~5명의 꼬미와 드미가 있고, 주방의 4파트를 다 합치면 수셰프의 휘하에 20명 정도의 주방 스태프가 있습니다. 어설프게 계급놀이를 하면 위에서 갈굼 당하고, 아래에 치이게 되지요.

요새 새로 1명의 수셰프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수셰프란 자리도 일을 배우고 연습하고 노력해야 할 수 있는 직급이지, 단지 나이 먹으면 주워 먹을 수 있는 타이틀이 아닙니다. 설령 대한민국에선 그런 일이 허다하더라도 말이죠.

그 녀석이 어금니 깍 물고 잘 버텨주기를 바랍니다.

Editor’s Note : 메르씨엘은 부산에서 윤화영 셰프가 이끌고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입니다. 본 글은 4월 29일 윤화영 셰프의 개인 페이스 북을 통해 공개한 내용입니다.

원문 출처 : https://www.facebook.com/yoon.hwayoung/posts/10200400522652112?pnref=story

About 윤 화영

윤 화영

자연과 계절을 존중하는 요리사 윤화영 셰프는 르꼬르동블루를 우등졸업하고 이후 ESCF(국립고등조리학교)에서 요리 전반과 레스토랑 매니지먼트를 전공, 우등 졸업한 후, 프랑스 요리의 대가들 아래에서 수학했다. 12년 간의 프랑스 생활 이후 지금은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 위치한 메르씨엘(MERCIEL)의 오너셰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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