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박필관의 전투창업 생존기] 식당 창업을 준비하는 요리사에게 전하는 4가지 조언

필자는 대한민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36살의 지극히 평범한 요리사입니다.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하고, 취사병으로 군 복무를 마쳤습니다. 이후에는 누구나 알 만한 호텔에 취직했습니다. 요리사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부러워할 만한 직장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2004년 25살에 호텔을 그만두고 실내포차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어려웠던 집안 형편 때문이었습니다. 좋은 조건의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결정은 내렸으나 모아놓은 돈이 없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모은 적금통장에 들어있는 200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그 돈으로 흔히 말하는 깔세(전전세 : 전세 낸 것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전세 놓는 일) 점포를 얻어 실내포차를 하게 됐습니다.

부유한 환경도 아니었고,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고객들이 저를 먼저 알고 찾아와 준다는 보장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맨몸으로 뛰어든 저의 “전투창업 생존기”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

| 현실과 타협하세요.

지금은 팝업 레스토랑이라는 좋은 단어가 있고, 소비자들이 바라보는 시선도 긍정적으로 변한 것이 사실입니다. 10년 전에는 팝업이라는 단어 대신 깔세라는 단어를 많이 썼습니다. 분위기 좋은 식당을 빌려 팝업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지금처럼 홍보수단도 거의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게다가 폐업 직전의 포차를 빌려 성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궁색한 모습이 웃음거리가 된 것 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음식을 하고 싶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거의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어 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결정을 내린 후 행동으로 옮기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현실과 타협하기 시작했습니다.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말이죠.

우선 설비가 엉망이었습니다. 도시가스는 물론이고 LPG 시설을 가져다 쓸 여유도 없었습니다. 휴대용 버너 2개로 시작. 그렇게 만든 첫 요리가 해물 떡볶이와 달걀말이였습니다. 열악했지만, 차근차근 돈을 모았습니다. 주방시설을 하나씩 장만하면서 살림도 늘었습니다.

2

지금도 최고급 오븐이나 장비들을 살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아진 환경에 행복한 요리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자기 식당을 오픈하면서 호텔처럼 고가의 장비를 구하기는 현실적으로 힘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후배 요리사들에게 처음부터 장비를 사는 데 많은 돈을 쓰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대신 자금을 모아가면서 하나씩 장만하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저는 지금도 서울시 황학동 중고 시장을 자주 갑니다. 발품을 판 만큼 가격대비 높은 성능의 장비를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노력하면 적은 금액으로도 자신의 음식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자존심은 조금 버리되 초심을 잊지 않는다면, 오너의 길에 조금 더 일찍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6

| 시장을 매일 가지는 마세요.

시장은 요리하는 사람에게 심장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장을 매일 가지는 말라고 하는 건 남다른 의미가 있어서입니다. 특히 오너셰프를 꿈꾸는 요리사라면 주의 깊게 들어도 좋습니다.
시장에서 직접 구하는 식재료의 가격은 유통업자가 납품하는 그것보다는 저렴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동하는 시간과 유류비, 노동력 등을 계산한다면 과연 저렴한 게 맞을까요?

우리가 요리 전문가라면, 시장의 식자재 담당하는 업자들이나 유통업을 하는 사람들도 그 분야의 전문가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내가 직접 사는 식재료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업자를 만났다면 시장을 매일 가지는 마세요. 그 사람들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그 시간에 오너로서의 업무를 처리하는 게 더욱 큰 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 오너는 요리를 잘하는 슈퍼맨이어야 합니다.

자금의 여유가 있는 오너셰프라면 요리 연구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하지만 저처럼 생존 창업을 하는 요리사에게는 요리 말고도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더 있습니다.

의외로 요리하는 사람들이 정작 주방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릇이나 가스레인지는 어디서 사야 하는지, 수리는 어떻게 하는지 등 기본적인 정보도 모릅니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수도 벨브 하나 고장 났다고 당장 비싼 돈을 지급하면서 수리공을 부르는 오너들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저도 어느 순간부터 전기, 설비 등의 간단한 작업은 직접 합니다. 물론 지출의 압박 때문이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오너가 된다면 잔고장 정도는 뚝딱 처리하는 슈퍼맨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5

행정업무도 처리해야 할 중요한 업무입니다. 여기에는 전문가에 버금갈 정도로 알고 있어야 합니다. 잘못 이해하고 있다가는 막대한 피해를 입기 때문입니다.
또한, 시간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인내력도 있어야 합니다. 어느 분야건 마찬가지겠지만, 우리가 말하는 식당이라는 곳은 특히나 시간 싸움에 능해야 합니다. 첫 오픈을 하면 일명 ‘오픈 빨’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를 가지고 식당의 승패를 논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짓입니다. 오픈 이후 6개월부터 진짜 손님이 찾아옵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6개월은 버틸 수 있는 인내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 싸움이 생각과는 달리 힘든 경우가 많더군요.
1년까지는 시장에서 인정받는 시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창업 후 1년간은 견디기 힘든 시간의 연속입니다. 현명하게 대처하는 슈퍼맨이 되시길 바랍니다.

| 파트너를 만들 줄 알아야 합니다.

오너가 되려면 파트너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파트너에는 식당을 찾아온 고객, 함께 고생하는 스태프, 도움을 주는 거래처 등을 말합니다.

내 식당을 찾아주는 고객들이 있어야 운영이 되고, 함께 손발을 맞추는 스태프들이 있어야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거래처에서 제공하는 신선한 식재료도 중요합니다. 여기에 매장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 업체(주방기구, 간판제작, 냉난방기 설치 업체 등)와의 원만한 관계도 중요합니다.

오너는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일은 이처럼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고객 관리는 물론이거니와 직원들과의 화합, 메뉴 관리까지. 어려운 만큼 보람은 확실합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게 단순히 음식을 만들고 파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4
지금까지 함께 해준 직원들과 박필관 셰프(맨 오른쪽)

내가 식당을 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비록 최고의 요리를 하지는 못하더라도, 소통할 수 있는 요리를 하자.’ 내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좋은 대화를 나누고, 좋은 음식을 먹게 된다면 저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전투적으로 식당을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경우도 많았지만, 꾸준히 해 올 수 있었던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이 글을 읽는 실전 전투 창업을 경험하고 있거나 꿈꾸고 있는 요리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23
현재 박필관 셰프는 수원에서 PPK kitchen이라는 음식점을 운영 중이다.

3

About 박 필관

박 필관
현재 퓨전캐쥬얼 다이닝 PPK kitchen과 모던 한식 '부엌'의 오너셰프다. 젊은 나이에 식당 창업전선에 뛰어들어 지금까지 성장하고 있다. 이전에는 외식사업체 '2Park'을 운영하기도 했었다. 2009~2010년 농림부주관 '서울국제떡볶이페스티벌'총괄셰프를 맡았었다.

One comment

  1.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추가로 메뉴 엔지니어링 및 세무관련 업무가
    있었으면 좋을듯 합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