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식품은 신념인가 과학인가?

| 우리에게 식품은 신념인가 과학인가?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 1825년 사바랭(Jean Anthelme Brillat-Savarin)이 미식예찬에서 쓴 이 잠언은 독일어로 “Der Mensch ist, was er ißt.”로 번역되고 영어로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You are what you eat)로 번역됐다. 1930년에야 영양학자 빅터 린들라(Victor Lindlahr)가 처음으로 이 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질병의 90%는 싸구려 음식에 기인하며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하여 1942년에 <You Are What You Eat> 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다.
이후 이 말이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한다. 1960년 히피 문화를 통해 탄력을 받고 유기농의 인기에도 크게 한몫을 하였다. 하지만 사바랭이 한 말은 원래 의미는 그것이 아니었다. 그는 미식의 예찬론자다. 절제되고 식품의 제대로 된 가치를 알아봐 주는 식사 방법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졌다. 음식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공부도 필요하고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한 사람이다. 지금은 신분에 따라 먹을 것이 정해진 시대가 아니다. 먹을 것이 풍부해지고 저렴해져 누구나 예전 왕후장상도 누리지 못할 최고 미식을 음미할 수 있는 시대이다. 오히려 지금은 음식에 대한 계급은 사라졌으나 편견이 심해진 시대이기도 하다.

사바랭
프랑스의 법관이자 미식가인 사바랭.

 

이제 사바랭의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 는 의미는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았다.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이 된다. 그러니 먹을 것에서 문화 대신 건강이나 찾으라고 주장한다. 사실 내가 먹은 것이 내가 된다는 생각은 원시인 시절부터 있었던 생각이다. “임신 중 닭고기를 먹으면 닭살의 아이가 태어난다. 동물의 왕인 호랑이의 뼈를 먹으면 강해진다. 자라는 오래 사는 동물이니 건강 장수식품이다.” 요즘도 별반 차이 없다. 좋은 것을 먹어야만 몸에 좋고 우리 몸이 아픈 것은 독소가 있는 것을 먹은 것이라 탓한다. 하지만 콜라겐 먹는다고 콜라겐 흡수되지 않고 콜레스테롤 먹는다고 콜레스테롤 증가하지 않고, 뼈갈아 먹는다고 칼슘 흡수되지 않고 쇳가루 먹는다고 철분 흡수되지 않는다. 세상에 인간을 위해 먹을거리로 창조된 식품은 어릴 때 엄마 젖밖에 없다. 그런데 따로 몸에 좋은 먹을거리가 있는 양한다. 옛날과 대상만 다르지 생각의 방식은 여전하다. ‘사자의 심장’을 먹으면 용맹해 질 것이라고 믿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사탕수수에 설탕물을 주면 사탕수수가 더 달아 지고 청양고추에 고춧물을 주면 고추가 더 매워질 것이라고 믿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 식품의 문제는 성분이 아니라 과식의 문제이다

또 한편에는 비만의 원인으로 과식 대신에 나쁜 음식을 탓한다. 탓하는 대상도 뻔하다. 가공식품과 첨가물 그래서 한때는 맛 쇼가 대유행이었다. 이제 조금 바뀌어 착한 식당을 빙자한 먹을거리 비난이 인기이다.

사실 나와 MSG는 아무런 인연이 없었다. 미원(MSG)은 어릴 때 설탕인지 알고 잘못 맛보았다가 너무나 이상한 맛이어서 다음에 하얀 가루를 먹을 때면 유심하게 살피게 했던 것이 유일한 추억인 물건이다. 그런데 내가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를 쓰고 첫 번째 신문사 인터뷰를 했을 때 들었던 말이기도 하다. 책을 보고는 ‘이제는 자신의 어머니께 MSG 쓴다고 구박하지 않아야겠다’라고 한 것이다. 책을 쓴다고 했을 때 집사람도 걱정이 많았다. 평소의 내 생각을 알고 있고 남들이 모두 나쁘다는 MSG를 나쁘지 않다고 하면 욕만 먹기 십상인데, 도대체 왜 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던 집사람이 조금 안심한 것은 집사람 친구의 첫마디 때문이었다. 책을 읽어본 친구를 만나서 들은 첫마디가 “MSG 먹어도 된 되요”였기 때문이다.

저자 최낙언 도서 3권
저자 최낙언의 도서 3종. 일관된 주제로 맛의 원리와 식품 과학을 설명하고 있다.

 

사실 글루탐산의 역할과 함량을 설명하고 우리가 사용하는 MSG가 똑같은 크렙스 회로를 통해 생합성(발효)에 의해 생성되는 완벽하게 똑같은 물질을 설명하면 모두 MSG의 안전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았다. 세미나에서 10분 정도 설명하면 MSG 쓰면 안 된다고 반MSG에 선봉에 섰던 사람도 이제는 MSG 쓰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반응이었다. 내 책을 읽어본 어느 누구도, 내 세미나를 들었던 누구도 나의 설명에 이견을 말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보여주기만 했으면 이렇게 간단히 해소될 간단한 사안도 모든 것을 의심하면서 위험하다는 주장만큼은 그 진위를 의심하지 않는 우리의 의식 체계 덕분에 부질없는 불안을 40년 넘게 품어 왔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것은 단지 MSG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선 2가지 책에서 밝혔듯이 첨가물, 화학적 합성품 하면 무조건 불신하고 불안해한다. 하지만 첨가물은 위험해 보이나 동물원에 갇힌 사자처럼 안전하게 관리되기에 피해가 없고, 천연물은 안전해 보이나 워낙 많이 소비되고 제어되지 않기에 모기처럼 큰 피해를 준다. 매년 모기 때문에 말라리아로 죽는 사람이 수백만이지만 동물원에 사자 때문에 죽는 사람이 없다. 피해는 익숙한 것에서 오지 위험해 보이는 것에서 오지 않는다. 첨가물은 모두 관심을 끊어도 될 정도로 안전하게 관리한다. 적법하게 사용하는 한 첨가물에 대해서 아무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될 정도다. 부질없는 불안감은 맛도 해치고 건강도 해친다.

FDA판단

MSG를 더 먹자는 것은 아니다. 이미 감칠맛이 넘친다. 굳이 더 챙겨 먹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어머니가 요리하면서 MSG를 조금 넣는다고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죄악이다. 담백함과 감칠맛은 개인의 선택 문제일 따름이다. 다른 어떤 감칠맛 원료보다 깔끔한 것이 MSG이다. 이제 MSG에 대한 근거 없는 오해는 버려야 한다. 이제 일부 언론에서는 진실에 관심을 가지고 보도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자명한 MSG의 안전성도 해결하지 못하는 불신의 풍토와 식품업계 무능력이 싫다. 소비자가 현명해져야 한다. 모든 비용은 오르는데 MSG 없이는 구현하기 힘든 감칠맛을 요구하면서 조미료 육수라고 고발하고, 조미료 대신 저질 원료를 쓰면 그것 또한 고발한다. 나는 저질 원료보다 MSG가 훨씬 좋다. 멀쩡한 MSG를 비난하여 더 나쁜 선택을 하게 하는 억지가 너무 싫다.  msg공포

About 최 낙언

최 낙언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부터 제과 회사에서 근무했고,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하여 연구했다. 첨가물과 가공식품을 불량식품으로 포장하는 거짓된 프로그램에 충격을 받아 www.seehint.com에, 여러 자료를 스크랩하고 연결, 정리하여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한 결과물을 하나씩 선보이고 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감칠맛과 MSG 이야기』가 있으며, 나머지 생각도 몇 권의 책으로 마저 마무리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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