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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훈 교수의 음식 읽기 #1] 패밀리 레스토랑, 몰락인가 시즌2의 시작인가?

90년대 초부터 국내에서 시작했던 패밀리 레스토랑의 열풍은 2000년대 초반에 정점을 칩니다. 2000년대 중반의 아웃백 급부상과 이에 도전하는 VIPS의 피 터지는 2강 구도의 혈투가 볼만했습니다. 그리고 2010년대 들면서 VIPS의 정상 탈환으로 비로소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는 평정되었고 그리고 이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는 카테고리는 급속한 쇠망의 길에 들어가게 됩니다.

| 90년대 중반 한국 외식 시장, 세련된 소비감성 시작

90년대 중반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일본계 패밀리 레스토랑인 코코스와 스카이 라크에서 출발한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 카테고리는 TGI 프라이데이와 베니건스가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서 격렬한 경쟁이 벌어집니다. 솔직히 ‘외식문화’라는 것이 보잘것없었던 한국 외식시장에 이 패밀리 레스토랑이 들어서고 경쟁하면서 ‘외식’의 문화가 꽃피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저도 94년 말에 처음 먹어봤던 TGI의 케이준 프라이드 치킨 샐러드의 맛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케이준 방식의 프라이드 치킨도 충격적이었고, 허니 머스타드라는 소스도 처음이었고, 샐러드에 담겨 있던 블랙 올리브도 저에겐 처음이었습니다. 황홀한 맛이었지요.

[문정훈 #1]TGI 케이준 샐러드
TGI 프라이데이의 케이준 치킨 샐러드
이들은 서양음식이라고 하면 햄버거랑 스테이크밖에 모르던 소비자들에게 ‘그게 전부가 아니야’라는 분명한 인상을 남깁니다. 지금에선 웃기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들 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세련된 소비 감성을 심어 주는 계기가 됩니다.
이어서 등장한 아웃백과 CJ푸드빌의 VIPS는 이 카테고리 내에서 더욱 치열한 경쟁을 이끌어 냅니다. 한 산업 내에서 치열한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던져 줍니다.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등장과 이런 치열한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커다란 편익을 던져주었습니다. 품질은 더욱 올라가고 가격은 오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무슨 ‘데이’만 되면 패밀리 레스토랑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패밀리 레스토랑들은 차별화의 요소를 찾기도 하고 또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도 하게 됩니다. VIPS의 샐러드 바는 당시 다른 패밀리 레스토랑과 분명한 ‘차별화 요소’이었습니다. 물론 국내 진출한 패밀리 레스토랑의 샐러드 바의 원조는 VIPS가 아닌 시즐러였지만, 점포의 수도 적었고 마케팅 역량도 부족하여 소비자들에게 분명한 인상을 심어 주긴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러나 VIPS 이후에 패밀리 레스토랑들은 차별화되는 포인트를 찾기보다는 이 카테고리 내에서 방어적인 전략으로 넘어갑니다. 레시피를 바꾸고, 양을 줄이고, 서비스 비용을 줄이는 등 ‘원가 절감을 통한 마진의 폭 확장’에 들어간 거죠. 한 카테고리 안에서 기업들이 공통으로 생산 원가를 줄이는 방향으로 전략적 이동을 하게 되면 제품의 품질이나 내용이 서로 비슷해지는 특성을 가지게 됩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패밀리 레스토랑 간의 차별이 적어지게 됩니다.
결국, 소비자들은 지루해하기 시작하고 서서히 패밀리 레스토랑은 쇠락을 피할 수 없게 된거죠. 이는 VIPS가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의 절대 강자로 올라선 이후 더욱 빠르게 진행됩니다.

| 새로운 카테고리 등장, 한식 뷔페 레스토랑

소비자들의 흥미가 떨어지게 되면 카테고리 내의 ‘방어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들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파이의 사이즈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내가 아무리 이 카테고리에서 1, 2위를 하고 있다고 한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재무적으로 더욱 힘들어지기 마련입니다.
외국계 기업, 또는 외국 라이센스를 받아 와서 국내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은 사업 다각화, 차별화 등에 대한 주요한 의사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에 반해 VIPS를 가지고 있는 CJ푸드빌은 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를 그 누구보다도 빨리 찾아내게 됩니다. 이미 몰락해 가고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 카테고리 내에 혁신을 찾는 것보다는 아예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하는 방법이지요. 그래서 나온 브랜드가 ‘계절 밥상’입니다. ‘한식 뷔페’라는 카테고리의 등장입니다.

[문정훈 #1]계절밥상
CJ 푸드빌의 계절밥상
물론 ‘한식 뷔페’라는 업종은 그전부터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동네 식당 수준의 한식 뷔페 카테고리에는 절대 강자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고, 소비자들이 인지하는 실체도 없었지요. 즉 ‘계절밥상’이 등장함으로써 비로소 ‘한식 뷔페 레스토랑’이라는 카테고리를 소비자들이 인지하게 된 것입니다. 지금 소비자들에게 우리나라 한식 뷔페의 리더, 또는 원조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다수의 사람이 CJ푸드빌의 ‘계절밥상’이라고 답을 할 것입니다.
CJ푸드빌은 영리했습니다. 가동은 되고 있었으나 가동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VIPS의 ‘센트럴 키친’의 가동률을 다시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바로 이 ‘계절밥상’입니다. 기존에 구매해서 쓰던 식자재나 물류 유통망을 그대로 활용해서 효율성을 올렸습니다.
실상은 이렇습니다. ‘계절밥상’은 VIPS를 잇는 자매 패밀리 레스토랑입니다. 하지만 ‘계절밥상’이 소비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우리는 패밀리 레스토랑이랑 달라, 우리는 한식 뷔페 레스토랑이고, 내가 바로 이 카테고리의 원조이지!’라는 겁니다.
이게 잘 되려는지 신세계도, 이랜드도 계절밥상에 이어 한식 뷔페를 하겠다고 외치며 이 시장에 뛰어들며 카테고리의
파이를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계절밥상에겐 크나 큰 호재이지요.

[문정훈 #1]신세계와 이랜드

차별화를 하려면 그 카테고리 내에서 차별화하며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다른 카테고리!’라고 말하며 그 카테고리를 뛰쳐나오는 편이 대부분의 경우 좋습니다. 쇠락해 가고 있는 카테고리에서는 더더욱 그렇지요. 그리고 적당한 경쟁자들이 이 새로운 카테고리에 들어와 주면 더 고맙습니다.
카테고리의 파이가 커지고, 소비자들이 이 카테고리를 더욱 잘 인지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원조는 ‘나’이니까 괜찮은 겁니다. 실은 VIPS 시즌2라고 할 수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 ‘계절밥상’이 던진 ‘우리는 달라요!’라는 메시지를 소비자들이 인정해 주고, 신세계와 이랜드가 이 경쟁에 참여해 줌으로써 계절밥상은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입니다.

 

About 문 정훈

문 정훈
뉴욕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 후 2006년부터 KAIST 경영과학과 교수로 5년간 재직하였다. 2010년부터는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로 옮겨서 식품 분야 마케팅 및 정보경영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문교수가 속한 서울대 Food Business 랩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고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노는 것에 대해 연구하는 연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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