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김훈이#2] 뉴욕의 한식당 오너셰프, 스타셰프가 아닌 요리사 김훈이를 만나다.

한국인으로서, 요리사로서 김훈이는 어떤 사람일까?

“외국 사람들이 한국 음식을 즐긴 후 오리지널이 무엇인지 궁금하도록 만들어야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국에 가보고 싶도록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돈을 쓰는 건 재료와 직원, 이 둘 뿐입니다. 이 두 개는 못 아껴요. 이게 제 식당의 아이덴티티입니다.”

지난 13일 셰프뉴스는 김훈이 셰프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기사 바로가기>
오늘은 뉴욕에서 한식 요리사로 성공한 비결과 요리사 생활을 하며 쌓아온 그만의 철학을 전한다. 요리사 김훈이, 못다 한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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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지와 한잔,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 저는 3살부터 외국에서 살았습니다. 방학마다 한국에 갔었는데, 먹어본 음식들이 다 맛있어요. 요리를 시작한 이후에 다시 그 맛을 떠올렸습니다. 내 식당을 열 때는 한국 맛을 살리고 싶었어요. 단지는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고 한잔은 한국 술 문화를 알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인가? 한국사람보다 외국인이 더 많이 찾아와요.

| 뉴욕에서의 요리 인생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 제가 다니엘에서 일할 때 이런 일이 있었어요. 송로버섯(트뤼프) 시즌이었어요. 하얀 송로버섯은 굉장히 비싸거든요. 그래서 서빙할 때마다 무게를 잽니다. 주방에서 나갈 때 재고, 손님 테이블에서 얇게 썰어준 다음에 또 재고. 근데 주방에 돌아오는 송로버섯의 모양이 이상했어요. 누가 콱 깨물어 먹은 것처럼. 사과 먹듯이 말이죠. 그래서 “누가 이렇게 했느냐”라고 하니까 서버가 “마사 셰프”라고 하더라고요. 주방에서는 다들 “술 취했나 보다”라며 웃어넘겼죠.
나중에 마사에서 일하게 됐고 그때 왜 그랬었는지 물었어요. 마사 셰프는 “송로버섯은 서양에서나 좋은 식재료다. 진짜 좋은 식재료는 아니다. 그걸 한 번 보여주려고 일부러 그랬다”라고 했어요. 나름 의미 있는 행동이었죠. 당시에는 좀 웃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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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니엘과 마사에서의 경험들이 지금 요리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 마사 같은 경우 일단 의자에 앉기만 해도 50만 원이 넘을 정도로 비쌉니다. 아마 뉴욕에서 가장 비싼 식당에 속할 거에요. 마사는 일주일에 5일을 일본에서 직배송한 최고급식재료를 씁니다. 그리고 그 근처에는 퍼세는 토마스 캘러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잖아요. 그 레스토랑도 최고급 채소만 사용해요. 이 둘이 위치가 가까워서 서로 식재료를 교환해서 쓰기도 해요. 결국, 이 두 레스토랑에서 일했다면, 뉴욕에서 제일 좋은 식재료를 경험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이렇게 좋은 재료들을 쓰다 보니 재료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한번 좋은 재료를 사용하다 보면 수준을 내릴 수가 없어요. 점점 욕심이 커집니다.

| 그렇다면 단지와 한잔의 식재료는 어떻습니까?

– 식당에 지불하는 음식값에는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죠. 분위기도 좋아야 하고 그릇도 비싼 걸 써야 하고, 공간도 충분히 넓어야 하고, 동네도 좋아야 하죠. 그런데 저는 제일 저렴한 접시를 씁니다. 와인 글라스는 5천 원짜리입니다. 천 냅킨 아니고 종이 냅킨을 씁니다. 동네도 비싼 동네가 아니에요.
제가 돈을 쓰는 건 재료와 직원, 이 둘뿐입니다. 이 두 개는 못 아껴요. 이게 제 식당의 아이덴티티입니다.
제가 두 번째 식당 ‘한잔’을 오픈하고 나서 1주일 안에 다니엘 블뤼, 페란 아드리아, 장 죠지가 다녀갔어요. 다니엘은 제가 그 식당에서 일했으니까 한 번 와봤다고 쳐도, 다른 셰프들이 왔을 때는 저도 놀랐어요. 요리사들에게는 좋은 재료가 무엇보다 중요하거든요. 좋은 재료를 쓴다는 소문이 나면 요리사들 사이에서는 인정(respect)받을 수 있어요. 어차피 모든 요리사는 뉴욕에 한 번씩은 들르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알고 찾아 왔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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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에서 한국 식재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구하나요?

– 5가지 식재료는 반드시 한국에서 가져옵니다. 된장, 고추장, 간장, 고춧가루, 참기름. 이 다섯 가지를 반드시 챙기는 이유는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음식이 저절로 맛있어지기 때문입니다. 장맛이 좋으니까 그런 것 같아요. 단지를 열 때도 한국 음식이 일본 음식이나 프랑스 음식처럼 좋은 재료로 만들면 더 맛있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를 들어 마늘도 한국산과 최대한 비슷한 것을 써요. 뉴욕의 식당 대부분이 중국산 마늘을 씁니다. 중국산은 처음 4시간 동안은 향이 강한데, 나중에는 향이 없어져요. 우리 음식은 양념에 재우는 게 많잖아요. 김치찌개도 하루 지나면 더 맛있고, 양념 고기도 그렇고. 근데 중국산 마늘을 넣게 되면, 먹기 전에 한 번 더 넣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한국산과 가장 비슷한 캘리포니아산 마늘을 사용합니다.

| 뉴욕에 있는 다른 한식당들 사정은 어떤가요? 한식이 보편화 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던데요.

– 한국 식당들 거의 다 잘되는 것 같아요. 한인타운도 있고, 외국인도 많이 찾고. 미국 사람들은 고기 굽는 식당이 정통 한식당이라고 생각해요. 이 점이 미국인과 잘 맞거든요. 여기 사람들은 2차, 3차 문화가 없습니다. 식당에 들어가면 2~3시간은 기본이에요.
우선 식당 바에서 칵테일 한 잔하고, 테이블에 앉아서는 밥을 먹고, 끝나면 디저트나 위스키를 먹어요. 모든 소셜(Social)활동을 한 식당에서 하는 문화죠. 한국 식당 대부분은 고기를 구우면서 그게 해결되거든요. 이야기하면서 먹을 수 있는 그런 식당이 잘 됩니다.
우리 집은 고기를 굽진 않아요. 아마도 ‘한국 장을 어떻게 변형하길래 뉴욕 사람들이 좋아할까?’라는 호기심으로 오는 것 같아요.

| 한식을 요리하는 셰프로서 어떨 때 가장 만족하시나요?

– 문화를 알리고 싶은 사람으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오리지널을 찾아가 보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스페인 음식을 먹었다면 ‘스페인에 가서 진짜를 먹어보고 싶다.’ 이렇게 해야죠.
보통 제 주변인들은 한국에서 한식을 경험한 후에 한국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국을 가보고 싶게 만드는 것. 또는 한국에서 음식을 먹고 사람을 알고 문화와 역사를 알게 되고 한국 사람들을 훨씬 더 사랑하게 되는 것. 이것이 성공이라고 봅니다. 음식이라는 문화가 갖는 장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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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의 생활이 길진 않았는데, 한국을 자랑하고 싶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 누군가를 왜 사랑하느냐고 물어보면 대답 못 해요. 내 와이프니까 사랑하고. 내 고향이니까 한국을 사랑한 거죠. 내가 아무리 미국 시민이어도 피가 한국사람이고 생긴 것도 그렇잖아요. 내 아들도 한국에 2주밖에 있지 않았지만, 한국사람이에요.
아마 한국에서 계속 살았으면 오히려 애정이 없었을 수도 있어요. 외국에서 늘 한국 문화를 그러워했거든요.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한국 방송 보려면 2달 걸렸어요. 비디오로 나오는 걸 봤으니까. 아마 그때부터 사랑한 것 같아요.

| 요리사로서 성공하는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개인적인 성공 목표는 내 식당, ‘단지’를 여는 것이었습니다. 사장으로서 성공은 장사가 잘되는지 아닌지로 설명할 수 있지만, 요리사로서의 성공은 내 요리를 보여줄 수 있는 장소가 있는지가 중요한 거죠. 요리사로서 자기 요리를 보여주고 돈을 번다는 게 진짜 쉽지 않아요. 자기 식당을 열지 않는 이상 어느 요리사건 자기 위에 누군가가 있게 되어있어요. 그거는 보스의 요리를 하는 거지 내 요리를 하는 건 아니거든요.

| 후배 요리사들에게 조언 부탁합니다.

-제일 중요한 거는 사고방식. 우리 식당에도 자리 구하러 많이 옵니다. 근데 대부분의 요리사가 자기가 아는 것을 보여주려고 해요. 일단 식당에 들어가면 내가 이미 배운 것은 여기랑 아무 상관 없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배우러 왔기에 가르쳐 달라고 해야 하는 거죠. 이런 사고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뽑히고 싶은 급한 마음은 이해해요. 근데 보통 셰프들은 그런 거 잘 안 보거든요. 새로운 식당을 가면 머리를 비우고 배우면 됩니다. 스펀지처럼 말이죠. 사실 배운 것 다 머리에 남아있거든요.
식당마다 학교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 다음 스텝의 성공은 무엇일까요. 단지나 한잔을 확장할 계획이 있나요?

– 다른 식당을 또 오픈해야죠. 단지나 한잔은 콘셉트도 다르고 음식도 달라요. 단지는 5년 전의 내 이미지에요. 5년 전으로 돌아가 같은 식당을 열고 싶지 않아요. 한잔을 오픈한 이후 저도 많이 성장했거든요.
식당을 열 때 자기 자신을 보면서 준비를 해야 합니다. 내가 누군지 식당이 보여줘야 해요. 그래서 다음 식당을 열면 단지나 한잔이 아닌 그때 모습이 담긴 음식점을 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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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이 셰프. 그에게 요리사라는 직업은 이러하다.

“세상에 요리사처럼 행복한 일은 또 없어요. 손님이 행복해하고 ‘잘 먹고 갑니다’라고 말할 때 그간의 고생이 보상받는 느낌입니다.”

 

About 이 인규

이 인규
'미식에는 층위가 없다. 단지 아직 느끼지 못한 음식이 있을 뿐.' 이래 생각합니다. 비록 글로 배운 음식문화이지만, 혀로 배우고 사색하기 시작하면서 그 한계를 넘고자 합니다. 나에게 있어 한계는 맛을 표현하는 글인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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