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맛 칼럼리스트 인터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것들에게 반란을 – “한식 세계화는 국가가 주도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결론은 근대 시민의식의 부재 탓이다. 난데 없이 결론부터 이야기하고 싶다. 이어질 글이 꽤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미식회에 출연하면서 더 유명해진 황교익 선생을 만났다. 지난 3월 5일 서울 목동 작은 카페에서 만난 그는 TV에서 보던 것과는 전혀 달리 단순한 미식을 늘어놓지 않았다. 그가 말한 내용에는 날카로운 단면이 드리웠으며, 과감했다. 강단 있는 어조는 핵심을 바로 전달했다.

일전에 우연찮게 술자리에 동석하면서 듣게 된 한식세계화에 대한 그만의 단상. 부리나케 그 자리에서 인터뷰를 요청했고, 만날 날짜를 잡았다. 다소 강한 논조의 인터뷰였지만, 충분히 생각해 볼만한 화두였다. 그가 말한 모든 것의 중심에는 ‘과연 한식 세계화는 필요한 것일까?’라는 질문이 자리한다.

 

| 왜 한식이 세계화 되어야 해요? 왜요?

남들 다 수긍하는 전제에 반대의견이 있을 때 그 의견은 선뜻 입밖에 내기가 어렵다. 그래서였을까? 왜 한식세계화를 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고민해 본 사람이 많지는 않았을거다. 고민 정도는 했을지라도, 입 밖으로 내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황 선생은 스스로를 “난 역사학을 전공하거나 정치학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야. 단지 ‘음식이란 무엇인가’를 집중해서 취재하고, 사색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그도 처음부터 한식 세계화를 깊이 생각하진 않았단다. 그러나 음식문화를 논하는 입장에서 국가적인 개입이 그의 사고의 깊이를 더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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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나기 전 ‘미각의 제국’이라는 책을 통해 먼저 알고자 했습니다.
– 그 책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을 먼저 논할 수 있길 원하는 마음에서 쓴 겁니다. 예를 들어서 푸아그라. 그거 맛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우리나라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생 푸아그라의 맛을 모르는데 가능하겠냐고요. 국내에는 생푸아그라가 유통되지 않습니다. 와인도 비슷하죠. 산지에서 컨테이너에 담겨서 오니 맛이 변할 수밖에 없어요.
근데 우리는 당장 김치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있잖아요. 무슨 젓갈이 들어갔는지, 남도지방의 김치인지 평양에서 먹던 김치인지 이야기할 수 있거든요. 서양사람들은 모른단 말이죠. 음식문화라는 게 짧은 시간에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워낙 변형되는 게 많고 다종다양하기 때문이죠. 한 종류의 음식이라 해도 맛의 스펙트럼이 워낙 넓기 때문에 나만의 기준을 가진다는 일은 엄청나게 많은 내공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그 내공을 외국의 음식 또는 처음 보는 음식에서 쌓으려는 헛된 노력들을 하잖아요. 와인, 커피 뭐 이런 것들. 서양 레스토랑 다니면서… ‘그러지 마라. 당신의 일상 음식에서 감각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 그게 그 책의 목적이고 요지에요.

그렇군요. 오늘은 우리가 익히 먹던 한식을 이야기하려고 만났습니다.
그간 만났던 사람들에게 한식 세계화에 대해 물으면,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왜 그렇게 생각할까요? 우선 정부 지원이 있으려면 사업의 목적과 지원에 대한 근거가 만들어져야 되죠. 근거를 만들려면 어떤 것이 한식인지, 아닌지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원범위를 분명하게 해야 되는 게 우선이죠. 그러려면 당연히 한식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합니다. 물어볼게요. ‘한국 음식은 무엇이다’라는 정의를 내린 상태입니까?
예를 들어서 프라이드 치킨. 한식인가요 아닌가요?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해요. 떡볶이에 치즈 올리면?
한식 셰계화 정책을 시작할 당시에 이런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이 시작됐어요. 대학 교수들이나 연구가들이 내린 대충의 결론은 이렇더라고.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이랬어요. “한반도의 고유의 식재료나 또는 그와 유사한 식재료를 이용하여, 한반도에서 전래된 조리기술, 또는 그와 유사한 조리기술로…”(참고로 한식재단 홈페이지에는 한식의 학술적인 의미를 “대한민국에 전해 내려오는 조상 고유의 음식”이라고 게시하고 있다.)

한식재단
웃기지. 이 논리면 한식 아닌게 없어요. 고유의 것으로 한정을 하면, 식재료를 보면, 축산물은 한우 빼면 우리 것이 남아있는 게 별로 없잖아요. 수산물도 그렇고, 온통 수입 수산물로 우리 밥상을 채우잖아요. 채소도 그래요. 다 종자 사와서 키우잖아요. 재료에서 일단 고유성을 주장할 수 없는 상태에요. 요만큼 가지고 한식 세계화를 한다는 건 말이 안됩니다. 유사한 것으로까지 확장을 하면 또 극도의 혼란을 겪어요. 세상의 거의 모든 식재료와 음식은 서로 유사해요. 우리 옛문헌에 납육이 있어요. 발효 돼지고기입니다. 하몽과 유사해요. 그러면 하몽도 한식이 될 수 있어요. 즉 한국 음식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 규정을 내릴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규정을 내릴 수 없는 거를 가지고 세계화를 하자는 상황인거에요.

왜 규정할 수 없을까요?
– 문화니까. 산업으로 보면 규정할 수 있어요. 외식업체 중에서 한식이라고 주장하는 음식들. 예를 들어 프라이드 치킨 집이야. 거기서 우리는 한국식이라고 주장해. 간장 쓰고 마늘 쓰고 해서. 산업적 측면에서는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실제로 커피전문점에서 고구마라떼 메뉴로 한식 세계화에 도움 된다고 지원을 받은 적이 있더라고요. 산업 주체들이 한식이라고 주장하면 그냥 받아줘야 되는 거에요. 그런 식의 것은 있을 수가 있죠.
근데 국가의 정책은 그러면 안됩니다. 너는 한식, 너는 아니야 라는 식으로 규정하면 안되거든요. 그러다 보면 억지로 뭔가를 만들게 되고 엉뚱한 한식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한식이 세계에 퍼져야 하는 것에는 동의 하시나요?
– 왜 퍼져야 되는데? 내가 물어봅시다.

산업적으로 한식이 확대되면 이익이 발생하지 않을까요?
– 음식 시장이 커진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식품산업이나 농업에 이익이 생길거라고 생각해요? 런던에 우리 한국 음식점이 늘어난다고 해서 우리 농수산물이 팔릴것 같냐는 말이에요. 간장 고추장 이런건 팔리겠지. 근데 그것도 우리 농산물로 만드느냐. 보장할 수 없어요. 왜냐면 중국산이 더 싸고 현지 농산물 쓰는 게 더 이득이거든요.
예를 들어 일본의 스시가 세계화에 성공했다고 하잖아요. 전부 일본 수산물일까요? 일본산 간장이 팔렸을까요? 아니야. 기꼬만 간장회사라는 최대 간장업체 공장도 미국에 있어요. 결국 글로벌 기업들이 돈을 벌지. 농민? 이익볼거 별로 없어요. 차라리 농산물 자체에서 세계적인 퀄리티로 높이는 지원이 더 효과가 있지.

그렇다면 문화를 상품화한 것에 문제가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 한식을 세계화 하면서 예를 든게 다른 나라에서도 제도적으로 했으니 ‘우리문화도 경쟁력이 있으니 국가 브랜드 파워를 키우기 위해 전 국가적인 지원을 해야한다’라는 논리거든요. 근데 뭔가 꼬였다고 봐요. 음식을 바라보는 시각이 꼬였다는 거지. 그 안에는 민족주의가 깊게 자리잡고 있어요.

우리 민족문화가 우월하다는 생각?
– 그렇지. 거기서 시작된거야. 대부분의 선진국가들은 외국에서 누가 자기네 음식을 먹든 말든 별 신경 안쓴다고. 관심도 없어요. 내가 홍대에서 일본 음식책 관련된 출판 관련자하고 만났었거든요. 홍대 거리 이자카야에서 술을 먹었어요. 그래서 내가 “일본 음식점들 참 많죠?” 그랬더니 “놀랍다”라는게 끝이야.
우리 문화가 일본이나 동남아에서 인기를 끌면 한류니 하면서 방송에 나오잖아요. 반대로 우리 외식시장에 일식이 발달하고 있으니 일본에서는 일류라고 떠들어야 되는데 그렇지 않죠. 한국음식을 외국인이 즐겨 먹는 것이 국력이나 국가 브랜드 파워의 상승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한류 열풍이라며 자랑스러워하는 걸까요?

 

|우리는 아직까지 한번도…

이어지는 대화의 요지에는 근대 시민의식이 중심에 자리한다. 우리 역사에는 근대 시민의식이 자리잡기까지의 시간이 부족했다. 조선 봉건시대에는 이렇다 할 만한 시민운동이 없었고, 일제치하 시기에는 단순 독립에만 노력했지 않은가? 게다가 독립도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본의 패망과 함께 어느 날 갑자기 주어졌다. 한마디로 우리 스스로 정권이나 시민권을 쟁취한 적이 없었다. 6.25전후에는 어떤가? 독재에 의해 민주 공화정의 후퇴가 있지 않았는가?

알게 모르게 컴플렉스가 있는 건 아닐까요?
– 지금 대한민국은 근대적 시민의식을 기본으로 하는 시민국가로서의 부분이 많이 부족해 보여요. 시민의식이란 자기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하는 게 중요하죠. 나는 내 스스로 내 행동을 위해서 또는 내 인격과 자유와 정의와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움직이고 있다는 그런 근대 시민의식 말이죠. 국가에서 뭔가 만들어주는 건 안됩니다.
근데 우리가 스스로 시민의식이란 것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다 보니까 왕이 죽으라고 하면 죽는 거고 여기서 살아! 그러면 살아야 되는 줄 알았던 거에요. 근데 유럽하고 미국에서 시작한 시민운동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 이런 게 우선이거든요? 우리는 그 시기를 놓친거죠. 해방 이후 조금씩 의식이 변하고 있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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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으로 공허함이 생겼고, 부족한 부분이 생건 건 이해를 하겠습니다. 근데 어떻게 음식문화에 녹여서 해석 할 수 있을까요.
– 나는 누구인가 하는 시민적 각성이 없는 상태이니, 정치 입장에서 보면, 통합의 무엇이 필요했던 것인데, 그러니까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이 하나로 통할 수 있는 정신적인 아젠다가 필요했죠. 바로 민족. 한민족이라는 우월성이 정치인들에게 딱 주어진거죠. 한국에서는 “내가 이 민족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뭔가를 하겠다”하면 다같이 박수치자나요. 반대하는 순간 민족반역자가 되는 거에요. 매국노 되는 거라고요. 이 ‘민족’이라는 단어가 참 오묘해요. 민족에는 국가처럼 통치권이 주어지지 않거든요. 군대나 영토나. 국가로서 존재해야만 그 권력이 주어지는데 우리는 약간 헷갈려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요. 특히 단일민족이라는 민족적 우월성에 속아서 성숙한 시민의식 아래에서 문화를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지요. 그래서 한식을 세계화해야 한다면 다들 박수를 치고.

세금을 방만하게 사용했다는 비판은 있었어도. 한식세계화 사업 자체에 비판하는 사람은 적었던 게 사실인 것 같네요.
– 비판 정도가 아니라. 이건 국가의 존재 이유까지 생각해볼 심각한 문제라고 봐요. 국가는 내 삶의 방향이나 인격 형성, 생각 등을 규정지을 수 없어야 되거든요. 음악이나 영화처럼 음식도 문화거든요. 문화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가 엉켜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정의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근데 정책사업으로 이끌어보자 하면 행정적, 법적 정의부터 내려야 되거든요. 그럼 지원할 부분, 지원 외의 부분 이렇게 나뉘게 되잖아요. 문화라는 게 주인이 없는 건데 말이죠.

한식재단에서는 한식 세계화에 전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던데요.
– 파쇼지 파쇼. 계속 이야기하지만, 그런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것은 국가적인 기준이 있다는 말이잖아요. 예를 들어 부대찌개를 한식으로 할건지 말건지. 온국민이 동의를 해야되잖아요. 투표해야 해요? 나는 신선로를 대한민국의 음식으로 보지 않습니다. 국민 중에 신선로 먹어본 사람이 얼마나 돼요. 또 신선로를 조리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신선로를 굳이 분류하자면 조선의 음식이지요. 박물관에나 가서 보는 게 맞는 것이지, 외국인들에게 추천할 음식은 아니라는 거지요.
한식 세계화를 나도 처음에는 기분 좋게 생각했어요. 외국인들이 우리 음식 맛있게 먹으면 얼마나 기분이 좋아요? 그렇잖아요. 근데 깊이 생각할수록 이건 아닌 거에요. 무엇이 한국음식인지 개념을 정하는 걸 보면서 느꼈어요. 그만둬야 해. 국가에서 할 일이 아니에요.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이 말을 덧붙였다.

“문화라는 건 위아래가 없어요. 우리에게 어머니의 손맛이 있듯이 외국도 전부 엄마가 만들어준 음식 먹고 자랐습니다. 문화는 자연스럽게 퍼지는 거지 정부가 앞장서서 하다 보면 왜곡이 생기게 되어있어요. 음식문화를 만드는 건 결국 소비자입니다. 음식을 먹는 사람이 결정하는 문화이지요. 1차 생산자도 소비자이고 중간단계에 있는 요리사도 소비자이죠. 그래서 시민의식이 중요합니다.”

 

About 이 인규

이 인규
'미식에는 층위가 없다. 단지 아직 느끼지 못한 음식이 있을 뿐.' 이래 생각합니다. 비록 글로 배운 음식문화이지만, 혀로 배우고 사색하기 시작하면서 그 한계를 넘고자 합니다. 나에게 있어 한계는 맛을 표현하는 글인게죠.

2 comments

  1. 우물안의 개구리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한식 세계화요??
    간장 고추장 많이 팔린다고
    우리 농민들에겐 이익이 없다??
    어이가 없네요….
    늘 안에서만 한식 세계화 세계화 하시는데 혹시 다른시각에서 바라보신적은 있나요??
    이제 외식업은 하나의 문화 입니다.
    문화 차원에서 한식이 가진 문제점을 바라보신적은 있나요??
    혹시 다른 시각에서 한식의 문제점을 바라보신적은 있나요??
    파쇼요??
    ㅋㅋ 그냥 웃음이 나오네요…
    식문화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서 파생되어 발전되어온 하나의 문화 입니다.
    늘 안에서 한식의 세계화 세계화 하지만 정작 한식문화가 아직도 성공 못하는 이유중의 하나는
    황교익씨 같은 분의 칼럼이 기사화 되어지는 현실, 또 해외에서 한식을 알리기위해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의 현장 경험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탁상공론의 행정 때문일것입니다.
    음식은 말이 아닌 본능 입니다.

  2. 현재 캐나다에서 한식 주방에 있는 실무자로써도 많이 공감이 되네요. 한식 세계화라면 참 좋지요. 스테이크 대신 갈비찜을 먹는 외국인들….근데 사실 한국에서 밀고있는 세계화의방향은 확실히 문제가 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식문화를 알린다. 라는 취지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현재까지 한국인들이 집에서 쉽게 접하는 한국 고유의 음식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는게 제 의견입니다. 그런데 그럴 경우 실질적으로 집에서 많이 먹는건 서양문화권에선 아직도 적응하기 어려운 김치찌개. 된장찌개. 그리고 데친 야채들인데 이것들은 외국인들..특히 서구문화권에 살던 이들에게는 굉장히 낯설고 어려운 음식입니다. 심지어 같은 한국인이라도 서울음식과 남도음식. 함경도음식. 다 나눠서 한국인조차 분류해 먹는 한식을 어떤 방향으로 알려야할지 정확한 방향을 잡는게 우선이라 봅니다. 한식세계화가 나쁜 취지는 아니지만 더 구체적이고 확실한 정의와 방향성을 갖고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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