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역사가 숨쉬는 하림각의 박이수 총주방장을 만나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서울 부암동에는 역사가 깊은 중식 레스토랑이 있다. 24년간 한국 중식의 계보를 이어온 하림각은 현재 AW컨벤션센터 내에 위치하고 있다. 중국인 요리사인 담소룡 총주방장이 미국으로 간 이후 총주방장 역할을 맡고 있는 박이수 셰프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요리와 주방 생활에 있는 그만의 기준은 무엇일까?

  • 총주방장 생활 2년은 오롯이 배움의 시간

박이수 총주방장은 서울 논현동 여경래 셰프 업장에서 처음 중식 인연을 만들었다. 1993년은 그에게 있어 설거지부터 배달, 면 삶기 등 중식당의 처음과 끝을 다 배울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줄곧 중식에 발을 담궜던 그이기에, 특전사 간부로 군복무를 마친 이후에도 별 다른 어려움 없이 중식당에서 고급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4년 반이라는 군복무때문에 생긴 공백이 있었지만, 당시에 훌륭한 선배 밑에서 일을 잘 배워놓은 덕분에 다시 중식 웍을 잡는 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고.

하림각 박이수2

| 여경래 셰프님과의 인연이 깊네요.
– 군 생활 이후 타워 호텔에서 다시 여경래 셰프님과 만나게 됐죠. 당시 여 스브는 총주방장, 주가인 스브가 부주방장, 담소룡 스브가 제 선배로 한 주방에 다같이 있었어요. 당시 그분들하고 일하면서 진짜 많이 배웠습니다. 우리나라 중식을 책임지는 여러 셰프님과 한 주방에서 일하게 된 건 제게 아주 좋은 기회였습니다.

| 하림각으로 오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요.
– 2년 전에 담 셰프님이 미국으로 간다고 하셨을 때 미국을 같이 갈 수도 있었어요. 근데 하림각을 믿고 맡길 후배 요리사 찾기가 어려웠나봐요. 저를 잘 봐주셨는지 모르겠지만, 추천 받아서 지금 여기서 일하고 있습니다.

|하림각 주방은 어떻게 바뀌었나요?
– 절반정도의 요리사들이 바뀌었습니다. 남아계신 요리사들 중에는 저보다 선배님도 계십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정말 큰힘이 되고 있습니다. 제가 부담감을 느끼거나 힘에 부칠때는 선배님들이 그늘이 되어주곤 했습니다. 그리고 젊은 요리사들도 실력이 좋아 일을 맡길 수 있고 해서 적은 인원으로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 하림각 주방이 다른 중식 주방과 차별점이 있나요?
– 우선 많은 수의 손님을 감당해야 합니다. 총 11명의 요리사가 약 2000명 분의 요리를 내야 할 때도 있거든요. AW컨벤션센터에서는 연회와 결혼식, 중소 규모의 모임, 일반 중식당까지 한 주방에서 해결되기 때문입니다. 주방 도구도 일반적인 크기의 팬이 아니라 엄청 큰 팬이 사용됩니다. 처음 웍을 돌리는 요리사들은 태우거나 무거운 무게에 나가떨어지곤 합니다.

하림각 요리

  • 새로운 시도가 가능한 열린 주방

이번 24일 상하이에서 열리는 세계요리대회에 참가한다는 하림각 주방팀. 박이수 셰프를 필두로 주방 인원이 각종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 인터뷰에 촬영된 요리도 이 대회에 참석할 음식들로만 촬영됐다. 중식요리 대회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로 큰 규모로 진행되는 이번 요리대회는 세계중식요리사교류협회회원이어야 하며, 요리사전문직 10년 이상의 경력직 또는 5년 이상의 요리강사, 교사 및 연구원의 자격이 있어야만 참여할 수 있는 권위있는 대회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중식 요리사들이 이 대회에 참여한다.

| 요리가 정통 중식 스타일과는 약간 다르다. 어떤 면이 달라졌는지?
– 우선 서양식에서 쓰는 플레이트 기법을 응용해봤습니다. 음식에 집중되고 깔끔하게 보이도록 했어요. 젊은 요리사들의 아이디어가 최대한 많이 반영된거죠.

| 중요한 대회일텐데, 젊은 후배 요리사들의 의견이 반영된다? 중식 주방에서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 왜요. 요즘에는 그런거 없습니다. 군대에서 폭력 없어지는 거랑 비슷하죠. 이제 후배 요리사들에게 더 많이 배우고 해야 선배 요리사들도 성장할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우리 주방에서는 자유롭게 의견 나누고 그럽니다. 아무래도 각자 강점이 있으니까…

| 과거에는 중식 주방이 엄격하기로 유명했는데, 아닌가보네요.
– 그랬죠. 국자로 많이 맞기도하고, 불 앞에 서기까지 기다려야하는 기간도 길었죠. 요즘에는 식재료도 다 정리되서 오고 하니까 좀 편해진건 있죠. 예전에는 양파만 하루종일 다듬어도 안됐는데…(웃음) 이제는 편해진 반면 다량의 식재료를 다루는 스킬, 예전에는 잘쓰던 건데, 지금 요리사들은 잘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궁금해 하는 후배들에게는 종종 알려주곤 합니다.

| 중식 요리사들의 처우개선 목소리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일하는 환경이 열악합니다. 전체 중식당이 다 그런건 아닌데, 대부분 자영업하는 요리사분들의 사정이 어렵죠. 또 그런 식당만 매스컴에 잘못타서 한꺼번에 매도당하는 그런 부분도 아쉽습니다. 하림각처럼 유명하고 대형 음식점 같은 경우에는 부정적인 소문이 나기시작하면 큰일입니다. 한번에 수천만원의 손해가 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위생적인 부분은 각별히 신경쓰고 있습니다.

하림각 박이수1

| 후배 요리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성실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요리를 배울때와는 다르게 환경이 좋아졌자나요. 요즘에는 칼질도 배우고 싶어도 못배울 정도로 재료가 잘 정리되서 오니까, 자연스럽게 배우지 못하고 따로 시간을 내야한단 말이죠. 그래서 선배들에게 배우고자 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줘야 합니다.
근데 확실히 위생개념이나 플레이트에 대한 깔끔한 면은 배울 만하다고 생각해요. 음식을 손님들에게 맛깔스럽게 내는 방식은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려운 기술 같은거를 선배들에게 잘 배우고 둘이 합쳐진다면 정말 좋은 요리가 나올거라고 생각합니다.

선후배 할 것 없이 동료 요리사들과 허울없이 지내는 총주방장이지만, 요리 앞에서는 늘 진지한 박이수 요리사. 하림각 총주방장이라는 타이틀보다는 중식 요리 자체로 즐거워하는 그의 모습에서, 한국 중식요리사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About 이 인규

이 인규
'미식에는 층위가 없다. 단지 아직 느끼지 못한 음식이 있을 뿐.' 이래 생각합니다. 비록 글로 배운 음식문화이지만, 혀로 배우고 사색하기 시작하면서 그 한계를 넘고자 합니다. 나에게 있어 한계는 맛을 표현하는 글인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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