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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6 식재료 탐험 L.I.S.S. ] 멍게의 고향 통영에서 만난 요리사와 생산자

“훌륭한 음식은 좋은 식재료에서 시작된다. “ 이 단순한 진리는 요리사들을 현지 생산지로 이끈다.

두 달전 전남 장흥으로 떠났던 여운(바로가기)이 채 가시기도 전에 10명의 또 다른 젊은 요리사들이 경남 통영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번에는 해산물의 꽃이자 통영의 유명식재료인 멍게, 굴 등을 만나기 위함이다.
3월 18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이번 행사는 요리사 커뮤니티 븟이 주최하고 식품유통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팜넷사가 후원한 여행이다. 투어는 통영 바다가 보이는 전통시장을 돌아보며, 현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멍게의 쌉살함과 굴의 진한 우유 향이 요리의 주를 이뤘다.

|요리사와 생산자가 만날 수 있는 여행

첫날 프로그램은 바다 목장체험을 한 후 통영 항 근처의 수산 시장인 중앙시장에서 식재료 구매 후 미니 요리대회를 통한 레시피를 전달하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전날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로 바다목장 체험은 할 수 없었다. 별 수 없이 실내에서 통영의 음식문화를 듣는 시간을 갖기로했다. 여행단이 찾아간 곳은 ‘통영은 맛있다’의 공동저자 이상희 사진작가의 연구실이었다.

이상희작가

이 작가는 “과거부터 물산이 풍부한 지역이라서 음식문화가 상당히 발전했다. 임진왜란 전후로 통영사들이 들여온 한양 궁중의 음식문화가 뒤엉키면서 새로운 문화가 발달하기도 했으며, 해산물이 풍부해 일제시대 수탈을 당할 때도 지역주민들의 번뜩이는 기지로 일본 문물을 잘 융합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중앙시장으로 이동 후 저녁에 있을 레시피 콘테스트를 위한 식재료 투어를 나섰다. 운영진은 두 명의 요리사가 한 조로 움직여 메뉴를 같이 고민하고 3만원 이내의 식재료를 구할 수 있도록 했다. 기본 메뉴로는 멍게비빔밥, 추가 메뉴는 요리사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로 현지 식재료를 사용한 메뉴를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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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메뉴를 정한 이유는 멍게의 수요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기 위함이다. 요리사는소비자들이 좋은 식재료를 경험하며 동시에 멍게를 쉽게 즐길 수 있는 메뉴를 만들것을 주문 받았다. 요리사들이 만든 레시피는 멍게 생산자에게 전달되어 상품을 만들고,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꾀할 수 있을것으로 기대된다. 이 행사의 모든 지원을 담당한 팜넷의 이종호 부장은 “멍게비빔밥은 전통적인 음식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의 변화는 어쩌면 국민음식으로까지 상승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굴국밥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유통구조는 선순환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오늘 행사는 그 단초가 될 것”이라며 팜넷의 역할과 이번 행사의 중요성을 함께 설명했다.

| 멍게 요리 콘테스트

10명의 요리사들은 5개조로 나뉘어 레시피 콘테스트를 준비했다. 이번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조에게는 븟에서 제작한 앞치마가 증정됐다. 요리사들은 2시간 안에 계획한 메뉴를 만들었다. 조별 공통 메뉴는 멍게 비빔밥이었다.  이외에는 멍게와 굴을 이용한 특별 메뉴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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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요리대회의 우승을 차지한 김현식(좌) 이정민 요리사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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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줄) 김도형, 이중철 요리사 / (뒷줄) 권기석, 김광중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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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이재민, 박필관 요리사 / 차현재, 배건웅 요리사

멍게장으로 심사단의 찬사를 받은 이정민 김현식 요리사 조. 이들은 조개 껍데기 위에 올린 멍게 비빔밥과 삼색 굴무침, 특별히 만들어온 멍게장을 마련했다. 삼색 굴무침은 슬라이스한 무생체를 고추와 참기름 등 갖은 양념으로 무친다. 이외 파래 무침, 무나물 무침을 굴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멍게장은 양조간장과 탄산수, 정향, 월계수 잎, 생강 배즙 등으로 만든 간장에 24시간정도 숙성한 후 하루 이내에 먹으면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멍게의 쌉싸름한 맛과 톡쏘는 향은 장 속에서 하루의 시간을 지나며 오묘하게 섞여 입안에서 오랫동안 향기를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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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철 요리사와 김도형 요리사는 굴 마요네즈를 곁들인 고등어 콩피와 계절 채소, 광어 알을 올린 멍게 비빔밥을 선보였다. 고등어 콩피는 포도씨유에 레몬 껍질로 더해 향기를 깊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 소스에 굴을 우려내 굴 특유의 바다향을 더했다. 고등어는 60서 5분간 익혀 콩피 조리법을 완성시켰다.  포크로도 쉽게 떠먹을 수 있도록 잘익은 고등어는 굴 향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메뉴4

박필관 요리사와 이재민 요리사는 한식으로 전체 요리를 구성했다. 밥위에 감태와 톳을 올리고, 계란 노른자와 참기름으로 계란 비빔밥의 느낌을 살린 멍게 비빔밥을 만들었다. 사용된 간장은 멍게를 버무린 멍게장이었고, 감칠맛을 이끌어 냈다. 이외 메뉴는 ‘바다 속 두부’란 이름으로 순두부와 사과로 그릇 밑을 채우고 위에 멍게와 쏙(통영 갯가재의 일종)살을 발라 올렸다. 제일 위는 톳무침을 올렸다. 메뉴1

멍게 묵밥과 브루스케타를 만든 권기석, 김광중 요리사. 이들은 갓 지은 밥 위에 묵과 김치, 2가지의 해조류를 올려 멍게 육수를 부어 먹을 수 있게 했다. 묵밥 자체의 가벼운 목넘김과 육수에 베어 있는 멍게의 향은 묵밥의 새로운 시도이자, 멍게 비빔밥의 반전이었다. 브루스케타는 굴과 멍게를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냉이와 깻잎, 마늘, 피칸, 빵가루로 만든 냉이 페스토와 함께 잘 구운 바게뜨 빵 조각에 올려 완성됐다. 핑거 푸드로 상품성이 높은 메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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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건웅 요리사와 차현재 요리사는 멍게 아란치니와 감태 비네그렛을 곁들인 봄나물 샐러드를 선보였다. 아란치아는 속을 멍게 비빔밥으로 만들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식감을 유지했다. 감태 비네그렛을 곁들인 봄나물 샐러드는 시식단에게 높은 점수를 얻었을 정도로 신맛과 아삭한 식감, 상큼한 향의 밸런스가 뛰어났다. 이 샐러드에는 굴 피클이 섞여 있었는데, 굴 특유의 진한 향을 유지하기 위해 정향과 월계수잎, 식초, 설탕 등으로 산미를 유지한 게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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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Local) 식재료의 위대함, 생산자의 노고로

둘째날 아침 해가 떠오르고 다녀온 곳은 멍게전략식품사업단 소속의 뗏못이었다. 뗏목 위에 만들어진 체험장을 처음 본  요리사들은 저마다 탄성을 쏟아냈다. 멍게의 제철은 수확기인 2월 중순서 4월 초반까지다. 제철 멍게는 붉은색이 진하고 껍질이 단단하며 속이 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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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게 수확이 어려운 이유는 원인 모를 병에 있다. ‘멍게 물렁병’이라 불리는 이 병은 어느 순간 양식 봉에 잔뜩 달린 멍게들이 감쪽같이 녹아 없어지는 병이다. 8년째 해양수산부도 원인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다. 양식업자들은 어떻게 예방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으며, 보상도 딱히 없는 형편이라 어려움이 더 하다. 그나마 멍게 수요량이 조금씩 늘고 있어 멍게 생산가에 작은 위안이 되고 있다.

점심식사 전 잠시 들른 굴 출하장(대원식품주식회사)에는 대략 60여명의 아주머니들이 일일이 껍데기에서 굴을 발라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현재 국내 총 굴 생산량은 연 1만톤정도이며 경매 거래금액만 연 900억원에 이른다. 멍게와 같이 남해지방, 특히 통영의 굴은 높은 가격을 받고 있다. 산지에서 맛 본 굴의 맛은 다른 음식이 입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 진한 감칠맛이 사라지지 않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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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모임을 기획하고 전액 지원한 팜넷의 이정호 부장은 “생태계의 흐름을 방해하는 사양꿀 산업 또는 염산을 이용해 김을 양식하는 방법 등은 일반 소비자들은 알지 못한다. 더불어 자연순리적인 농법으로 농업을 이어가는 1차 생산자들은 안정적인 수익을기대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팜넷은 일하고 있다. 앞으로 요리사들도 이렇게 길러진 식재료의 중요성을 알고 있어야 농수산업과 외식산업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라며 이번 여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bout 이 인규

이 인규
'미식에는 층위가 없다. 단지 아직 느끼지 못한 음식이 있을 뿐.' 이래 생각합니다. 비록 글로 배운 음식문화이지만, 혀로 배우고 사색하기 시작하면서 그 한계를 넘고자 합니다. 나에게 있어 한계는 맛을 표현하는 글인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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