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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언 칼럼 #4] 당신이 모르던 맛을 결정하는 3가지 요소

| 익숙함도 맛이고 새로움도 맛이다

익숙함은 성공적인 과거 먹을거리 확보의 추억이다. 해외여행을 갈 때 라면을 챙기는 사람이 많다. 그 많은 음식 중에서 라면을 챙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내에서는 한식 대신 여러 나라 음식을 일부러 찾아 먹으면서 외국에 나가서 오리지널하고 다양한 음식을 마다하고, 비싸지도 않은 라면을 챙기느라 가방이 미어터지는 것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우리의 몸이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을 어쩌겠는가. 익숙한 음식에서 오는 절대적인 만족감은 화려한 음식에서 오는 만족감과는 전혀 다르다. 새로운 자극은 짜릿함도 주지만 스트레스와 피로도 준다. 이런 스트레스를 잠재우는 가장 쉽고 강력한 방법이 익숙한 음식이 주는 편안함과 안도감이다. 로컬 푸드는 순식간에 우리를 고국의 집에 연결시켜준다. 맛과 냄새는 기억중추를 자극하여 오랜 세월 동안 덤불 속에 감춰져 있던 지뢰처럼 과거의 기억을 폭발시킨다. 안도감, 편안함, 따스한 감정을 만든다.

라면
여행에 필요한 라면과 인스턴트 식품들

인류의 진화의 역사는 새로운 먹을거리 탐색의 역사다. 인간만큼 다양한 먹을거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먹는 동물은 없다. 새로운 먹을거리를 탐험하고 발견하는 것을 가장 큰 기쁨 중에 하나로 여긴 생명체의 역사이다.

| 학습에 의해 역겨움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개인의 취향은 경험에 의해 달라진다. 인간은 물론, 모든 동물은 몸에 해로운 음식을 피하는 장치가 있어서 새로운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나거나 구역질을 한다면 나중에 그 음식을 피하게 한다. 미각 수용체는 혀나 구강에만 분포하는 게 아니라 장 속 세포에도 있다. 물론 뇌의 미각 중추로 가는 정보는 어차피 혀나 구강에 있는 수용체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장 속 미각 수용체는 맛으로 느끼지 못한다. 사탕을 내시경 같은 관을 통해 직접 위로 넣어주면 단 맛을 못 느낀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그 물질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음식을 먹는 상상만 해도 속이 뒤집힌다. 된통 혼난 음식의 향만 맡아도 속이 뒤집어진다.

역겨움이라는 정서는 사람이 음식을 좋아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역할을 한다. 역겨움은 상하고 오염된 음식, 특히 썩은 고기를 피하기 위해서 진화해 온 정서다. 고기 이외의 음식에 대한 혐오감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치즈나 우유처럼 동물에서 나온 음식이거나, 모양이나 식감이 동물과 비슷한 음식이다.

역겨워하는
다른 나라의 아침 식사를 처음으로 맛본 미국 아이.

유아기에는 역겨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자기가 싼 똥과 오줌도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고 남의 것도 마찬가지다. 땅콩버터와 냄새가 고약한 치즈를 섞어 똥 모양으로 만든 음식도 아무렇지 않게 먹는다. 역겨움의 정서가 생기는 시기는 서너 살 무렵이다. 이때부터 아이들은 배설물을 피하고 주스나 우유 컵에 이물질이 빠져 있으면 마시지 않는다. 간혹 과민반응을 보이면서 음식에 무엇이 묻었고, 음식이 어디에 담겨 있는지를 강박적으로 신경 쓰기도 한다.

왜 역겨움이 생기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은 역겨움을 하나씩 학습하지 않고 어느 순간부터 안전하다고 입증되지 전까지는 일단 위험하다고 간주한다. 아이들은 주변 사람들이 어떤 고기를 먹는지 관찰하고 아무도 먹지 않는 고기는 역겹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새로운 과일이나 채소 등 다양한 음식들은 기꺼이 모험을 한다. 아마도 식물은 단단한 세포벽에 둘러 싸여 쉽게 상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고기는 쉽게 상해 고생했던 과거 선조의 기억을 이어받은 덕분일 것이다.

| 가격, 기대감이 맛을 달라지게 한다

우리의 후각은 정보의 영향을 받는다. 가령 파마산치즈와 토사물을 예로 들자면 둘 다 부탄산으로 가득한데 정보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반응한다. 똑같은 부탄산이지만 파마산치즈라고 하면 호감을 가지고 토사물이라고 하면 불쾌감을 가진다. 에스코피에는 이런 심리적 현실을 이해했다. 그래서 암시의 힘을 적극 이용했다. 그는 자신의 요리에 멋들어진 이름을 붙이고 반드시 금박을 두른 은제 그릇에 요리를 담아내게 했다. 반짝반짝 잘 닦인 식기 컬렉션은 귀족들의 유산 매각 경매에서 챙겨온 것이었다. 에스코피에는 결코 ‘그레이비소스 스테이크’ 따위라는 평범한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다. 거창하고 멋진 이름의 ‘필레 드 뵈프 리슐리외’를 제공했다. 에스코피에는 웨이터들에게 턱시도를 입혔고, 식당 인테리어도 직접 감독했다. 요컨대 완벽한 요리에는 완벽한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우리의 감각은 상황의 영향을 강력하게 받는다는 것을 먼저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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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코피에(앞줄 왼쪽에서 2번째)와 레스토랑 직원들. 턱시도를 입은 웨이터들이 보인다.

 

입 안에 든 음식의 작은 조각은 우리가 맛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똑같이 중요한 것은 우리의 뇌 속에 들어 잇는 과거 경험의 합이다. 2001년 보르도 대학교의 프레데릭 브로세는 동일한 중등품 포도주를 두 개의 다른 병에 담아 내놓았다. 병 하나는 고급브랜드, 하나는 평범한 브랜드였다. 그런 후 전문가에게 맛을 보게 하자 둘을 전혀 다른 것으로 평가했다.
고급 브랜드처럼 포장한 것은 “맛이 좋고, 좋은 오크 향이 느껴지며, 복잡 미묘한 여려 가지 맛이 조화롭게 균형 잡혀 있고, 목으로 부드럽게 잘 넘어간다”는 평을 받은 반면, 싸구려 포장을 한 것은 “향이 약하고 빨리 달아나며, 도수가 낮고, 밍밍하며, 맛이 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맛본다. 훈련된 포도주 전문가가 형편없는 실수를 했지만, 그들의 실수가 딱히 그들만의 잘못은 아니다.
애초에 우리의 뇌는 선입견이 사실처럼 느껴지고, 의견이 실제 감각 지각과 구분이 가지 않게끔 되어 있다. 어떤 포도주를 싸구려라고 믿으면, 그것은 정말로 싸구려 맛이 나게끔 되어 있는 것이다.

 

About 최 낙언

최 낙언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부터 제과 회사에서 근무했고,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하여 연구했다. 첨가물과 가공식품을 불량식품으로 포장하는 거짓된 프로그램에 충격을 받아 www.seehint.com에, 여러 자료를 스크랩하고 연결, 정리하여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한 결과물을 하나씩 선보이고 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감칠맛과 MSG 이야기』가 있으며, 나머지 생각도 몇 권의 책으로 마저 마무리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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