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미 썸네일

감칠맛의 비밀, 단백질 분해가 전해주는 미각의 완성

우리는 왜 생선회를 간장에 찍어 먹을까? 날 생선은 글루탐산이 결합된 상태라 우마미가 적다. 생선을 숙성하고, 간장에 찍으면 우리가 좋아하는 우마미가 혀에서 폭발한다. 단순히 우마미가 풍부한 재료를 찾아서 우려내는 것을 벗어나 한층 깊은 감칠맛을 즐기는 방법이 발효를 통한 단백질의 분해이다. 워낙 우마미에 대한 열망이 커서 거의 모든 나라에 이런 방법이 사용된 양념이 있다.

콩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조리해 먹지만 된장으로 발효하여 먹는 이유가 글루탐산이 많은 콩단백질을 분해하여 감칠맛을 즐기겠다는 것이고, 간장, 고추장이 여기에서 파생한 것이다. 생선을 효소 분해 시켜 젓갈을 만들어 먹는 이유가 생선 단백질을 분해하여 글루탐산을 느끼겠다는 것이다. 어떤 식품을 먹던 단백질을 먹으면 평균 15%이상은 글루탐산, 즉 MSG가 있다. 단백질을 발효(숙성)한다는 것은 단백질은 너무 거대한 분자라서 맛을 느낄 수 없기에 하나하나 아미노산으로 분해해서 글루탐산을 혀로 느끼겠다는 것이다.

| 숙성은 오래 걸리고 콩과 생선에만 해당하는 것일까?

소고기 빨간색 육질 사이에 하얀 꽃이 핀 것처럼 촘촘히 박힌 것을 ‘마블링(marbling)’이라고 한다. ‘지방이 촘촘히 박힌 형태가 대리석 문양 같다’ 해서 생긴 말로 근내지방도가 공식 용어다. 이런 마블링에 따라 소고기의 등급이 달라진다. 1980년대만 해도 쇠고기 마블링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마블링이 좋은 쇠고기가 맛있다는 것은 세계인의 일반적 기준도 아니다.

마블링1

마블링이 잘 들어간 고기는 요리하면 향이 좋고, 육즙이 많아 식감이 부드럽다. 고기를 스테이크를 하면 내부온도는 80℃를 넘지 않지만 겉은 매우 온도가 높아진다. 160℃가 넘으면 로스팅 향이 마구 생긴다. 기름은 향을 유지하는 능력이 아주 크다. 요리 중 만들어진 향은 기름에 잘 녹는 성분이다. 기름이 많으면 향이 많이 남아서 보다 풍부한 향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마블링이 많은 고기가 구우면 맛이 있다. 마블링의 실체가 기름이고 구을 때 만들어진 향에는 약간의 위험이 내재되어 있다. 모든 구은 고기와 참기름 등에 항상 벤조피렌이 항상 말썽이지만 우리는 결코 고소한 향을 포기하지 않는다.

맛과 향은 저분자 물질이라 요리(열분해), 숙성(효소 분해)을 통해 만들어진다. 마블링 고기보다 맛있는 고기는 아마 잘 숙성된 고기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갓 잡은 쇠고기는 싱싱함 말고 내세울 것이 없다. 일단 도축하자마자 사후 강직 상태일 것이므로 고기가 부드럽지도 않을 것이며, 적절한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깊은 맛 또한 지니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육류가 숙성을 통해 맛을 발달시키는 가운데, 쇠고기만큼 숙성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기도 없다. 동물이 도살되면 세포의 조절 기능은 멈추고 통제 받던 효소가 주변 물질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무미, 무취의 큰 분자를 맛을 지닌 작은 분자로 변환시킨다. 그리하여 단백질은 감칠맛이 나는 아미노산으로, 글리코겐(탄수화물)을 단맛이 나는 포도당으로, 그리고 핵산과 ATP는 감칠맛이 나는 이노신산과 구아닐산으로 분해한다.

또한 지방은 향이 풍부한 지방산으로 분해되고 변형된다. 이 성분들이 나중에 조리 과정에서 열로 인해 서로 반응해서 새로운 분자를 만들어 내고, 고기의 향이 한층 강화된다.

| 숙성은 무조건 시간이 길면 길수록 좋을까?

식품을 제대로 숙성시키기 위해서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다. 적당한 용기에 담아, 적절한 온도와 환경에서 보관해야 한다. 온도가 너무 높거나 가시광선이나 자외선과 같은 빛이 들어가면 우리에게 유익한 성분이 분해되어 원치 않는 성분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젓갈은 토굴에서 숙성을 시킨다. 그리고 최적의 시간을 지나 발효는 오래 끌수록 잡균이 붙을 확률이 높고, 그러면 맛을 버리게 되는 것이다.

토굴 젖갈1

유난히 숙성기간을 자랑하는 것이 양주이다. 양주를 오래 숙성시키는 것은 저분자 물질이 더 증가시키는 목적이다. 양주는 이미 극한까지 분해가 일어난 상태이다. 향기성분은 분자량이 17~300까지의 물질이다. 분자량이 적은 것은 휘발성이 강하여 강한 첫인상을 주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이다. 분자량이 너무 크면 휘발성이 감소하여 향이 줄어들게 된다. 양주는 숙성 시 저분자의 반응성 분자들이 다른 분자와 결합하여 자극성이 줄고 온화한 풍미의 분자로 변환되기 때문에 높이 평가한다. 케톤과 알데히드류의 분자가 이런 작용이 많다. 특히 지방족 알데히드가 알코올과 반응하면 알코올의 자극취가 감소한다. 이것은 알코올의 함량이 높을수록 잘 일어난다. 대부분의 식품은 이러한 과정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이러한 숙성 조건을 갖춘 것도 아니다. 막연히 숙성을 오해할수록 좋아질 것을 기대하는 것은 부질없는 것이다.

| 어떤 것을 분해할 것인가 ? 

동일한 가격으로 가장 많은 단백질 함량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우선 고려의 대상이 된다. 보통 식물성 재료가 동물성 보다 저렴하다. 식물성 재료는 대부분 단백질이 함량이 적다. 예외적으로 콩에 단백질이 많아서 콩 발효 제품이 그렇게 흔한 것이었다.

콩은 단백질 함량이 36%로 식물 중에 특이하게 높은 편이다. 그리고 이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25%가 글루탐산이다. 콩 100g에는 9g의 글루탐산이 있고 이것을 그대로 분해하여 그대로 혀로 느낄 수 있다면 세상에서 느낀다면 가장 감칠맛 재료가 되는 것이다. 보통 치즈의 9배가 넘는 엄청난 양이다. 하지만 콩의 글루탐산은 모두 결합된 상태라 감칠맛을 느끼기 힘들다.

콩
콩의 구성성분 차이를 나타내는 표

그래서 메주로 만들고 장류로 분해하여 감칠맛을 느낀다. 우리가 콩을 소재로 한 장류를 많이 만들어 먹는 것은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우유와 유가공품은 없었고 고기는 귀했다. 그나마 생선이 가격이 저렴했으나 운송수단이 부족하여 젓갈을 만들어 먹는 정도였다. 동물성 급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식물성 자원에서 단백질을 구해야 했는데 식물성 자원에서 콩을 제외하면 단백질 함량이 높은 것이 없다. 콩은 뿌리혹박테리아의 도움으로 단백질 합성이 용이하여 많은 단백질을 공급해 주었고, 콩단백을 분해한 장류는 우리민족의 감칠맛에 대한 갈증을 달래주었다.

About 최 낙언

최 낙언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부터 제과 회사에서 근무했고,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하여 연구했다. 첨가물과 가공식품을 불량식품으로 포장하는 거짓된 프로그램에 충격을 받아 www.seehint.com에, 여러 자료를 스크랩하고 연결, 정리하여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한 결과물을 하나씩 선보이고 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감칠맛과 MSG 이야기』가 있으며, 나머지 생각도 몇 권의 책으로 마저 마무리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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