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라는 건 식재료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된다” – 요리사가 일군 농장, ‘해오름 농장’을 방문하다.

“식재료가 없어서 요리에 한계를 느끼면 안된다. 그 생각으로 시작한 거야. 젊은 요리사들, 느그들이 암만 해외 경험 많타케도, 현지 식재료 없으면 제맛 못 내거든.”

칼바람이 채 가시지 않은 2월 말. 200평 규모 비닐하우스 10동은 이미 봄이다. 넓은 비닐하우스에 쪽빛 야채들이 가득이다. 한 동의 비닐 지붕 밑에는 대강 훑어봐도 30여종이 넘는 채소들이 일렬로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채소들을 일일이 설명하며 돌아다니는 최종섭 대표의 모습은 농장 안의 온도를 더욱 높인다.

요리사 출신이라 싱싱한 식재료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최 대표. 임대 농장을 꾸리며 옮기기를 대여섯번. 그때마다 서러움에 복받쳐 눈물을 훔쳐야 했던 그가 고향에 내려와 안착한 이곳은 그간 노력했던 시간의 보상이다. 현재 이곳에서 출하되는 채소만 300여가지, 연구하는 종까지 더하면 1000가지가 넘는다.

“요리사들이 여기 오면 난리나. 애들처럼 신나서 죄다 뜯어 먹어보기도하고, 주문하고 가거든. 그럴 때 뿌듯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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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급호텔 요리사 출신 허브 농장주의 순전한 욕심

1969년 봉화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최 대표는 2005년 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을 그만두기까지 사회생활이라곤 요리사가 전부였다. 당연히 농장일이 마뜩치는 않았다. 그나마 고향에서 부모님이 하시던 농사일을 도와드렸던 것이 기억에 남아 도전할 수 있었다.

은퇴 후 그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수도권 외곽, 그것도 재개발이 농후한 개간지 따위였다. 처음에는 재개발이니 지리적 유리함 등은 그의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농장을 경영할 지식이 걸음마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단지 내 비닐 하우스가 필요했다. 그렇지만 왠걸 하우스 구하기가 이렇게 어려웠을 줄 알았겠는가? 근교 농업일수록 투자 비용이 천정부지로 높아졌기에, 땅을 사서 농장을 꾸리리라 생각했던 그의 계획은 무기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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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를 선택했다. 첫 하우스는 하남 초유동. 수도권, 특히 서울 강남으로 진입이 용이해 근교 농업이 활발한 지역이었다. 하지만 농장의 몸집을 채 갖추기도 전에 근방에 재개발 허가가 떨어졌다. 어쩔 수 없이 비닐 하우스 설치비용을 고스란히 공중에 뿌려버렸다. 근처 신장으로 옮겼다. 1년도 안되어 신장 역시 재개발 허가. 신장에서 남양주 지역으로, 이후 여주로 옮겼다. 여주 지역은 4대강 정책의 수혜지역이 될거란 소문이 세간에 돌기시작하면서 임대료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올랐다. 뒤도 안보고 비닐을 걷었다. 이후 수서 지역에 잠시 있다가 지금의 경상북도 봉화군 몰야면 고향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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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문 일답

대표님은 돈 되는 작물, 예를 들어 쌈채소는 별로 안키우는 것 같다. 이유라도 있는지?
– 물론 돈되는 작물 키우면 좋지. 근데 내가 원래 요리사였자나? 그래서 요리사들이 실력을 펼칠 수 있도록 협조하자는 나만의 약속 때문에 돈 안되도 키우고 연구하는 거다.

요리사로서 농사일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 초반에는 혼자서 농사짓고, 배달하고 다 했거든. 하루 2~3시간 자면 많이 자는 거였다. 업장에 직접 갖다줘야 그나마 물류비용도 줄일 수 있으니 그랬던 거고. 지금은 직원도 많고, 이제 진짜 요리사들이 즐겨서 찾을 수 있는 허브도 많고 뿌듯해.

현재 키우는 게 몇 종류나 되는지?
– 연구하고 있는 놈들까지 1000여종 넘지 아마. 앞으로 더 키워야지. 바로 옆에 공터도 지금 하우스 들어설 터 잡고 있는거다. 종류도 그렇지만, 공급량도 맞춰야 하는 시기가 됐다고 본거지. 다양한 식재료(식용꽃, 과채류)도 같이 공급할 예정이기도 하고. 말하고 보니 할일이 많네.

외래 종은 어떻게 구하는지 궁금하다.
– 국내에 좋은 종자 회사들이 많다. 가끔은 내가 외국을 나가서 직접 사오는 경우도 있고… 우리 나라에서 수입하는 종자회사 중 아시아 특수 종을 다루는 회사와는 20년 정도 인연이 있지. 원하면 그쪽에서 거의 다 구할 수 있더라고. 이제는 편하게 연구하고 키우고 있지.

최근에는 얼마나 수요가 있는지. 실제로 외래종을 원하는 업장이 늘고 있나?
– 요리가 더 전문화되고 있는 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퓨전도 그렇지만, 외국 요리만 전문으로 다루는 곳이 많아져, 다양한 허브가 필요하자나. 게다가 다문화정책으로 동남아 지역 현지인들의 수요도 늘었기 때문에, 더 구매력이 높아진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확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각 나라 요리에 밝은 전문 요리사도 필요하겠다. 후배 요리사들에게 조언 한다면?
– 이제는 요리할 수 있는 자리가 깔린 것 같아. 스타셰프에게만 몰두하지 말고, 개성있는 요리를 했으면 좋겠어. 다만, 조급하게 생각해서 화려한 플레이트만 내려고하는건 안돼. 맛이 있어야 요리가 유명해지고, 요리사로 인정 받을 수 있거든. 기본기가 중요하다 이말이지. 근데, 맛이라는 건 식재료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거든. 가급적이면 제철과 어울리는  요리에 식재료를 조합할 줄 알아야 하겠지. 또 하나. 농사란게 절대 쉬운일이 아니란걸 알아야 해. 식재료를 공급하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줄아는 요리사가 됐으면 좋겠어. 요리가 존중 받기 위해서는 만든 요리사가 존중받아야 하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다. 그러기 위해서 조리학교에서도 식재료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커리큘럼이 보강되어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 농장을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는 수도권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충청도와 경남지역에도 식재료를 공급할 예정이다. 대외적인 활동으로는 요리사 또는 관련 종사자들과 식재료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수 진행했고, 앞으로도 더욱 수준을 높여 발전시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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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해오름 농장은 하남까지만 직배송하면, 하남에서 전국으로 물류를 할 수 있는 거점 창고를 마련했다. 농장 직원 15명이 상시 물류창고를 지키고 있다. 이런 경영시스템은 대형 외식업체들 구미에 맞았고, 현재는 스타벅스와 SPC, 힐튼 호텔, 신라, 롯데 호텔 등 15개 호텔 및 프랜차이즈 업체들과 거래 중이다. 이미 해오름 농장에서는 식재료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과 각종 미디어 촬영을 해왔다. 앞으로도 국내에 많은 요리사들에게 식재료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을 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주소 : 경상북도 봉화군 물야면 북지리 246-1
연락처 : 02 – 472-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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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이 인규

이 인규
'미식에는 층위가 없다. 단지 아직 느끼지 못한 음식이 있을 뿐.' 이래 생각합니다. 비록 글로 배운 음식문화이지만, 혀로 배우고 사색하기 시작하면서 그 한계를 넘고자 합니다. 나에게 있어 한계는 맛을 표현하는 글인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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