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화영 셰프 칼럼] 프랑스 레스토랑 갑질 논란에 앞서 알고 있어야 할 사실들

Editor’s Note : 지난 9일 발행된 ‘최고급 프랑스 레스토랑에서도 여전한 갑(甲)질 – 프랑스 외식, 갑질의 종식을 선언하다 에서 다뤄진 상황을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프랑스 외식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공유한다. 프랑스 주방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전문용어나 발음표기법은 필자의 표현을 그대로 옮겼음을 양해바란다.

원문 바로가기 : https://www.facebook.com/yoon.hwayoung/posts/10200158692966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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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를 옮기기 전에 프랑스 외식업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밑도 끝도 없이 이 기사만 올리는 것은 맹인모상(盲人摸象 : 장님 코끼리 만지듯 제멋대로 해석한다.)의 전형입니다.

| 프랑스 외식업의 전반적인 상황

프랑스에서는 CJ, 대상, SPC 등과 같은 외식업 대기업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햄버거집 맥도날드 & 퀵 (하나는 미제, 하나는 벨기에제), 홍합집 레옹(벨기에제), 정체불명의 얄딱구리 스테이크 패밀리 레스토랑 이뽀뽀따뮈스 정도일까요. 이외에는 개인 식당, 호텔 식당, 단체 급식으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초특급 레스토랑 몇 개를 빼고는 대부분의 호텔 식당은 중급 이하의 식당입니다. 우리가 아는 호텔인 웨스틴이나 인티넨탈, 하이야트 등의 레스토랑도 이비스나 노보텔(러브호텔이 아니라) 같은 중하 혹은 하급호텔의 식당과 동급으로 분류됩니다. 예전에는 ‘까트르 에뚜왈 드 뤽스’라고 해서 별 4개 럭셔리 호텔 등급이 있었지요. 이게 크리용, 쁠라자 아테네, 조지 쌍끄, 브뤼스톨, 리츠까지이고, 파크 하이야트 파리, 샹그릴라, 페닌술라, 만다린 오리엔탈의 신생 4개 까지만 이 클럽의 멤버로 대우를 받습니다. 이런 호텔들과 미슐랑 스타급 식당들의 요리사들이 메이저리그를 형성하고, 그 나머지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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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을 창업하는 사람들

우리나라와 다르게, 주방이나 홀에서 일한 경력이 없는 사람들은 식당을 오픈하지 않는 게 아주 일반적입니다. 단지 자본이 있다고, 미용사 경력 없는 사람이 자기 이름 걸고 미용실을 오픈하거나, 의사 자격증 없는 사람이 자기 이름을 내고 병원을 오픈하는 일과 마찬가지입니다. 원체 유명한 프랑스의 복지시스템은 아무도 돈을 못 벌게 만듭니다. 그러다보니 알랑 뒤꺄스도 모나코로 귀화를 하고, 조니 할리데이도 벨기에론가 귀화하고… 마찬가지로 개인도 연금과 세금에 모든 돈을 쏟아부어야 하니, 식당을 오픈하기 위해서는 은행에 손을 벌려야 하지요.

여기서부터 잘 이해를 해야합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담보대출이 없습니다. 아마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월세로 사니, 아무도 담보가 없기 때문에 신용대출로 사업자금을 융자합니다. 그러면 은행은 무엇을 볼까요 ? 당연히 사업계획서를 보겠지요. 하지만 그만큼 중시하는 것은 그 사람의 이력서입니다. 어떤 곳에서 얼마 동안을, 무슨 직급으로 일했나를 보면 그 사람의 업무역량이 나옵니다. 이변이 없으면 그 사람의 이자지불 능력과 원금 상환 능력에 비례합니다. 은행이 제정신이라면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진 않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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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사로서의 경력

프랑스에서는 만 14~15세 정도에 요리를 시작합니다. 그러면 쎄아뻬 CAP 2년 동안 견습을 합니다. 2주 간격으로 학교-직장을 번갈아 하거나, 6개월 단위로 학교-직장을 다닙니다. 그 후에 베으뻬 BEP를 1년 또는 2년 합니다. 여기도 마찬가지 시스템으로 견습을 합니다. 예전에는 여기까지 많이 했는데 요새는 여기에 바깔로레아 프로페셔날까지 합니다. 이것도 2년이고 직업 고등학교 졸업장입니다. (프랑스에는 그 어떤 자격증도 없습니다. 다 학위입니다. 요리사도 소믈리에도 홀서비스도 바리스타도…) 5년이 지났으니 만 19세~20세 정도 되겠지요 ? 여기에서 본인이 원하면 베뻬 BP라고 불리는 브르베 프로페셔날이나 전문대 과정 비슷한 베떼에스 BTS를 2년 더 합니다. 하지만 학문적인 영역에만 치중을 하다보니 현장에서는 별로 인정해 주지 않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이 상태로 꼬미commis로 들어가면 식당의 수준에 따라서 짧게는 1년 길게는 4년 정도 꼬미의 생활을 하고, 그 다음에 드미 셰프 드 빡띠, 셰프 드 빡띠, 수셰프의 과정을 거치면 대략 20대 후반~30대 초반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은행에 문을 두드려 볼 수 있는 레벨이 되는 것입니다.

| 프랑스 안에서도 각 지역별 특색이 있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곳은 보르도입니다. 프랑스의 외식업계에서 보르도라는 곳은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프랑스 6위 도시지만, 제대로 된 식당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보르도 주변은 바스크, 가스꼬뉴, 렁드, 뻬리고흐 같은 프랑스 최대의 농림축수산 식량자원의 보고입니다. 우리가 아는 프랑스산 프와그라, 트뤼프, 캐비어 외에도 가장 맛있는 재료를 생산해 내는 곳입니다. 하지만 보르도라는 도시가 갖는 지정학적, 역사적, 산업적 특성 때문에 레스토랑이 잘 되지 않는 곳이고, 그러다 보니 레전드급 셰프들이 건드리지 않는 도시가 되어 버렸습니다. 실제로 2015년에 그나마 별 1개를 가지고 있던 식당들이 줄줄이 땅콩으로 별을 다 잃어 아마도 별이 없는 유일한 도시가 되지 않았나 합니다. 보르도 사람들도 쉬쉬하면서 얘기하는게 이 지방 사람들의 ‘노동 마인드’입니다. 그들은 1차 산업형 마인드여서 2/3차 산업에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스스로 합니다 (1차 산업은 일출-일몰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가족 구성원 대부분이 이 리듬대로 살다보니…) 당연히 요리사도 이 리듬에 맞지 않죠. 그래서 일할 사람도 없고 하니, 유명한 셰프들이 이 지역으로 가지 않습니다. 정말로 아이러니한 것은 다들 고향으로 돌아가 봤자 제대로 일을 못 할 것을 알기 때문에, 미친 듯이 경력을 쌓아서 은행에서 돈을 빌려 빠리에 오픈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빠리에서 제일 인기있는 비스트로들이 다 남서부 음식을 하지요. (빠리에는 요리사가 있다 책에도 많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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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요리 경력을 쌓아가는 분들에게

분위기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분위기를 더럽게 만드는 장본인들이 대부분 자신이라는 것을 모릅니다. 일 잘 하는 사람들만 모여 있으면 서로 싫은 소리 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톱니 바퀴 안의 자갈 같은 게 하나 들어오면 소음도 나고 톱니바퀴가 잘 안 돌아가겠죠. 당연히 위에서부터 아래로 얘기가 내려가고, 군대에서도 경험했듯이 그런 경우 아래에 도착했을 때 훨씬 강도가 세지기 마련입니다. 퀄리티나 위생을 위해서 이런 군기와 규율이 없으면 당연히 안 되겠죠.
어떻게 돈을 모아 오픈을 했다고 해도, 일반 대중들에게도 어떤 식당에 첫 방문을 할 지 말지를 결정짓는 요소는 그 요리사의 이력서입니다. 그러니 오픈을 한다고 한들, 장사가 될리 만무하지요. 이 이야기 속의 이 청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적으로 그에게 격려의 목소리를 할 뿐이지, 사업적으로는 끝난 거지요. 아무도 이 사람의 식당에 가지 않습니다. 그렇게 설렁설렁 일하는 곳의 음식이 제대로 될 턱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의 요리사 세계는 확실히 계급이 갈라져 있어서, 누구나 파인다이닝에서 일하는 것을 꿈을 꾸지만, 이처럼 버티지 못 하고 떨어져 나가지요. 이 친구는 이틀했다고 하네요. 여기에 대해서 비인간적이니 뭐 하니 말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게, 이렇게 한 10년 빡세게 열심히 살아야 30대-40대에 할 일이 있는거지 이 나이에 이거 안 하면 은퇴할 때까지 40년 동안 단체급식과 중급 호텔의 소모품 같은 삶을 살아야 하죠. 이 시장에선 경력 2년차나 20년차나 급여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2번째 스타쥬를 했을 때의 쉐프가 했던 얘기가 기억에 납니다.

“니가 지금 눈물 안 나면, 나중에 손님의 눈에서 눈물이 날 거라고”

About 윤 화영

윤 화영
자연과 계절을 존중하는 요리사 윤화영 셰프는 르꼬르동블루를 우등졸업하고 이후 ESCF(국립고등조리학교)에서 요리 전반과 레스토랑 매니지먼트를 전공, 우등 졸업한 후, 프랑스 요리의 대가들 아래에서 수학했다. 12년 간의 프랑스 생활 이후 지금은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 위치한 메르씨엘(MERCIEL)의 오너셰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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