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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들의 전국 식재료 탐사 여행 : 제 5회 L.I.S.S 전남 장흥 편

“우리가 먹는 음식은 어떻게 우리 앞에 차려지는가?”

이 질문을 던지며 제5회 리스(L.I.S.S – Local, Ingredient, Seasonal, Simple)여행에 참여했다. 리스 여행은 지역, 식재료, 계절, 간결함을 추구하는 요리사들의 전국 식재료 탐사 여행이다.

우리가 먹는 한 끼의 음식이 탄생하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복잡한 과정이 숨어 있다. 음식을 만든 요리사는 물론 요리사에게 식재료를 전달한 유통채널 그리고 식재료를 직접 길러낸 1차 생산자의 손길이 숨어있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이 과정에서 요리사의 역할은 꽤나 중요하다. 요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1차 생산자와 유통채널에도 요리사는 필수적인 존재다. 요리사가 식재료를 살지, 말지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며 그 식재료를 활용해 요리를 만들어내는 유일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생태계 내에서 중요한 요리사의 입지만큼 요리사들은 식자재에 대해 지속적인 공부를 하도록 강요받는다. 일찍이 이 중요성에 대해 인식한 요리사들은 리스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한 해 동안 4번의 여행을 다녀왔다. 지난 여행은 요리사들이 자비를 걷어 경비를 부담했지만, 이번 5회부터는 팜넷(FAMNET)과 해조RIS사업단의 지원이 이어졌다. 팜넷은 전국의 식자재 생산자들의 판로확대와 요리사 및 최종소비자를 연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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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요리사가 이번 여행에 참여했다. 1월 27일부터 28일 양일간 진행되는 5회 리스 프로그램이 향한 곳은 전남 장흥이다. 장흥에는 친환경 해조류 브랜드 ‘느린바다’가 있다. 소규모 영농들은 제품을 길러내는 능력은 있지만 이를 상품화하고 유통, 마케팅 하는 것을 일일이 다 할 역량은 모자라기 때문에 제품 생산 이후에 필요한 일련의 과정을 통합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역 길드로 볼 수 있다. 느린바다는 지역에서 생산된 해조류가 어떻게 요리로 만들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찾고 있었고, 리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요리사들에게 해조류를 무제한으로 제공했다. 요리사들은 이 해조류를 가지고 요리대회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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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들은 2인 1조의 팀을 꾸려 2만 원 한도 내에서 장을 봤다. 요리대회의 미션은 식재료의 맛을 가장 잘 살린 요리를 만들어 내는 것, 지역 주민들이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조리법이 간단할 것 등이다. 요리사들이 만들어낸 레시피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전달되어 식재료를 더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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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팀 : 김현식 (34세, 이태리, 한식 전공) / 이홍란 (요리연구가)>

매생이 삼계탕을 만들었다. 전복과 키조개를 올려서 여름에 보양식으로 먹을 수 있게 만들었다. 매생이는 뜨거울 때 먹어야 좋다. 삼계탕도 뜨겁게 펄펄 끓여 먹는 음식이다. 이 둘의 궁합이 잘 맞으리라 생각했다. 곁들인 초무침은 차갑게 먹을 수 있도록 꼬시래기와 달래, 표고버섯, 새조개의 날개를 데쳐서 초절임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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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팀 : 이상필(31세, 프랑스 요리 전공) / 송보라(34세, 양식전공)>

매생이 콩두부 수제비를 준비했다. 건새우, 대추, 무, 파, 레몬그라스를 넣었다. 문어 스톡은 맑게 끓여 내어 부었다. 야채는 살짝 데쳐서 올렸다. 곁들인 샐러드는 지중해식으로 절인 관자요리다. 위에 올린 것은 달래와 레드어니언을 버무려 허브를 섞은 드레싱을 뿌린 것이다. 드레싱은 모과를 끓여 향을 우려내고 흔히 구할 수 있는 귤과 식초를 가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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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팀 : 이한석(26세, 이태리 요리 전공) / 장경원 (34세, 양식 전공)>

오늘 점심때 맛 본 ‘장흥 3합’에 영감을 받은 메뉴다. 쇠고기, 표고버섯, 키조개 관자를 각각의 방식으로 준비했고 여기에 해조류를 하나씩 매칭시켰다. 하나씩 심플하게 매칭시켰지만,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고민했다.

스테이크는 김가루에 굴렸다. 매생이 표고버섯 덕셀(duxelle)은 건표고와 생표고를 같이 써서 다양한 질감이 나도록 만들었다. 키조개관자는 다시마에 절인 다음 얇게 썰었다. 피클한 설탕무를 같은 사이즈로 썰었고 피클링 주스에 꼬시래기를 무쳐 관자와 무를 켜켜이 쌓아 올렸다. 카르파초 스타일로 샐러드를 옆에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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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팀 : 배건웅(33세, 븟 커뮤니티 운영) / 최성훈(34세, 모던 일식 전공)>

해산물 돌솥밥을 준비했다. 해산물 스톡으로 밥을 지었고 해산물을 찌거나 샤부샤부했을 때 나오는 국물에 전분을 풀어 위에 올려줬다. 이 소스가 밥에 비벼졌을 때 전체적으로 매끄러운 질감으로 맛을 살린다. 가장 어필하고 싶었던 것은 모두 식재료에서 나오는 맛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조미료를 하나도 넣지 않아 감칠맛이 조금 떨어질 수도 있지만, 재료의 맛을 더 살렸다.

3가지 해조류로 샐러드를 했는데 무침에 가까운 맛이다. 간장과 참기름 베이스로 감식초를 넣어 무쳤다. 당근과 무도 채를 썰어 넣었다. 무는 살짝 절여서 꼬들거리는 식감을 살렸다. 귤껍질을 갈아서 향을 냈다. 참기름 대신 참기름 파우더를 만들어 위에 뿌렸다. 로컬 재료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편하게 해먹을 수 있도록 준비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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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팀 : 박영호(33세, 모던 한식 전공) / 이준영 (32세, 양식 전공)>

4가지를 준비했는데 모두 40분 만에 완료했다. 찹쌀떡에 매생이를 넣어 반죽한 다음에 볶은 견과류와 곶감을 넣고 갱엿을 녹여 단맛을 냈다. 겉에는 콩가루를 묻혔다. 조청도 만들었다. 견과류를 넣고 매생이를 올렸다. 차도 준비했다 대추하고 곶감, 다시마를 넣어서 우려냈다. 갈치속젓과 식초로 드레싱한 간단히 무친 샐러드도 준비했다. 대단한 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뭐야? 이거 나도 할 수 있겠어!”라는 생각이 든다면 제대로 파악한 것이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요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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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는 해조RIS사업단 곽병희 사무국장과 매생이 생산자인 장동익 대표가 맡았다. 지역의 식자재를 표현해 낸 것에 대한 극찬이 이어졌다. “매생이 찹쌀떡은 조리법도 간단하고 맛도 인상적이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점포를 만들어 지역 대표 상품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매생이 삼계탕은 어르신 분들이 쉽게 조리해먹을 수 있는데다 매생이의 특성을 잘 살린 요리였다”라고 평가를 했다. 그리고 앞으로 요리사와 지역 생산물을 연계하는 활동을 대외적으로 더 확대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팜넷의 윤석진 실장은 “예상치도 못했던 음식들이 나왔고, 또 모든 사람이 겹치지 않은 메뉴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 또 놀라웠다”라고 감사함을 표했다.

리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주도하고 있는 븟 커뮤니티의 배건웅 대표는 “시간이 갈수록 전통을 지켜나가는 작은 농가들이 사라져 가서 미래가 밝진 않다는 생각을 한다”라며 “유명한 요리사가 아니더라도 식재료의 희소성을 찾아내고 계속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질 수 있고,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종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 요리사들이 꾸준히 식재료에 대해 학습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요리사가 1차 생산자를 만나는 것은 단순한 만남 이상의 것이었다. 생태계의 순환 구조 개선을 위해 해야 할 일을 명확히 할 수 있는 것을 깨닫게 된 여행이었다. 앞으로 더 많은 요리사들이 지역농산물에 관심을 가지길 기대해본다.

About 이은호

이은호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다." 음식을 만드는 당신을 아는 것으로 대한민국 식문화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셰프뉴스 대표 robin@chef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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