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블뤼

[셰프 다니엘, 맛에 경영을 더하다] 당신은 진심으로 요리사가 되길 원하는가?

| 당신은 진심으로 요리사가 되길 원하는가?

이 글을 쓰고 있자니 사십여 년 전, 요리의 세계에 첫발을 내 딛었던 때가 떠오른다. 당시 나에게 아보카도란 본 적도 없는 열매였고 트뤼프Truffe나 캐비아는 언감생심 먹어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것들이었다. 값이 비싸기도 했거니와 내가 살던 곳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식재료였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내게는 그런 식재료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치스러운 일이었다. 그에 비해 요즘은 너무도 손쉽게 식재료를 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어떤 식으로든 훌륭한 요리를 맛보고 경험할 수 있다. 그러니 열네 살의 나이에 처음 요리 관련 일을 시작했던 나에 비하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전문가나 다름없을 것이다.
내가 가족과 함께 살던 생피에르 드 샹디외의 농장을 떠나 리옹에 있는 낭드롱Nandron 레스토랑에서 일하게 된 것도 바로 그 무렵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난생처음으로 트뤼프를 맛볼 수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의 요리사 낭드롱은 어느 가을날, 통통하게 살찐 꿩을 사냥해와 잘 익은 포도와 노간주나무 열매, 코냑, 마데이라Madeira 와인에 잘 재워두었다가 그 속을 푸아그라와 새로 딴 트뤼프로 채우고 노간주나무 버터를 발라 양배추와 샐서피salsify 그리고 베이컨 덩어리와 함께 구웠다. 풍요로운 론 계곡의 풍성한 음식을 먹고 자란 나 같은 소년에게도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듯한 맛을 선사한 요리였다.

daniel boulud

물론 나도 시골에서 태어나 자라다보니 시골에서 즐겨 먹는 방식의 꿩 요리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집에서 해먹는 한끼 식사에 불과했던 꿩 요리와 비교했을 때 낭드롱의 요리는 ‘천상의 진미’ 그 자체였다. 리옹의 낭드롱 레스토랑은 우리 가족이 살던 집에서 겨우 16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내가 살았던 동네는 전기가 들어오고 차가 다니는 것을 제외하면 19세기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었지만, 리옹은 세련된 취향을 가지고 트렌드를 앞서가는 사람들로 가득 찬 현대 문명 도시였다. 헛간에서 뱀을 잡았다는 이야기가 일주일 내내 화젯거리가 되는 우리 가족 농장에 비하면, 어린 나에게 리옹은 그야말로 별천지처럼 느껴졌다. 풀을 잘 먹인 빳빳한 파란색 앞치마(요리사만이 흰 앞치마를 입을 수 있었다)를 두른 그 순간부터 나는 낭드롱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곧 세 가지를 깨달았다. 첫 번째는 요리가 정말로 즐겁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최고의 요리사들에게 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것, 세 번째는 내가 꿈꾸는 삶은 오직 요리사의 길이라는 것이었다. 요리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꿈 많은 신출내기 시절, 요리의 세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던 편이 차라리 행운이었던 것 같다. 프랑스 시골 레스토랑의 새파란 말단 요리사가 뉴욕에 레스토랑을 개업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하는지, 또 얼마나 기차게 운이 따라야 하는지 그때 알았더라면 나는 요리사의 꿈을 접어버렸을 지도 모를 테니 말이다.

| 간절히 원하고 행동으로 옮겨라

흔히들 요리에 소질이 있으면 누구나 쉽게 요리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리를 잘하는 것과 요리사가 되는 것은 분명히 다른 이야기이다. 요리사가 되려면 요리를 할 줄 아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 또한 성공한 요리사라고 모두 오너셰프로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지금까지 훌륭한 요리사들과 일을 해왔다. 그중에는 정말로 요리를 끝내주게 잘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최고의 요리사에게 요리를 배웠을뿐더러 재능까지 타고난 친구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은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계속하는 것이 그들의 ‘요리 재능’을 극대화하는 것이라 말해주고 싶다. 오너셰프로 성공하는 것은 주방에서 요리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오너셰프가 되기 위해서는 요리의 기본을 마스터해야 한다. 각종 요리의 레시피는 물론이고 짠맛에서 단맛에 이르기까지 맛의 풍미를 알아야 하며, 육류 가공에서 제빵에 이르는 다양한 테크닉, 신비하기까지한 갖가지 소스들, 재료의 질감 및 그 맛을 파악해야 하며 간 맞추기, 양념하기 등 세세한 부분에도 정통해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끊임없이 변화를 요구하는 고객들을 위해 새로운 요리 스타일을 연구해야 하며 다른 유명 요리사들의 레시피도 지속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설사 그렇게까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요리업계의 트렌드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로도 놀란 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는 시작에 불과하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팀워크를 맞춰나가야 할지,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비좁고 붐비는 주방 에서 어떻게 이들을 관리해야 할지, 어떻게 자기 관리를 하며, 어떻게 직원이나 동료 들이 자신을 신뢰하도록 해야 할지, 어디에서 최상의 식재료를 구하며 그 재료로 어떻게 최대한의 가치를 뽑아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홀 구석구석까지 신경 쓰면서 모든 손님을 성심성의껏 응대할지, 어떻게 해야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대중의 입맛과 요리에 대한 판타지를 충족시킬지 등 오너셰프는 요리 말고도 신경 써야 할 것이 끝도 없다. 앞서 열거한 일들은 주방에서 프라이팬을 다루는 일과는 전혀 관련 없을지 몰라도, 오너셰프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두기 바란다.블뤼

오해하지 마시라. 당신의 기를 꺾고자 오너셰프가 되기 위해 가야 하는 가시밭길을 미주알고주알 늘어놓은 것은 아니다. 다만 오너셰프의 길을 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려는 것이다.

고급 레스토랑Gastronomic Restaurant의 오너셰프가 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여기서 고급 레스토랑이란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식으로 표현하자면, 어쩌다 한 번 가게 되는 곳이 아닌 ‘작심하고 가볼 가치가 있는’ 곳을 말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오너셰프로서 겪은 경험과 교훈을 당신과 나누고 싶다.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가려는 당신에게 나의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모든 분야의 성공한 사람들이 그렇듯, 성공하려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진심으로 간절히 원하고 행동으로 옮겨 이뤄내야 한다. 당신도 진심을 다해보라. 어느 순간 성공이 당신과 함께할 것이다.

| 새로운 기회를 직접 만들어라

꿈이 간절하다고 해서 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 모든 일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져 요리사의 길이 순탄하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진정한 요리사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최소 십 년에서 십오 년은 걸리기 때문이다. 요리 기술뿐만 아니라 레스토랑 경영 및 대인 관계에 필요한 기술까지 습득하려면 그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요리사가 되기 위해 첫발을 내딛는 단계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 질문에 나는 최소 이 년 정도 세계여행을 하며 요리사로서의 경력을 시작해보라고, 전 세계 곳곳의 식당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요리를 경험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신출내기 요리사였던 시절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호사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여행을 하고 난 다음에는 누구나 알아주는 최고의 요리사들을 찾아가 오륙 년 정도 요리를 배우는 것이 좋다. 고만고만한 식당에서 로브스터 테르미도르Lobster Thermidor를 만들어보는 것보다 훌륭한 레스토랑의 주방에서 샐러드를 만드는 편이 훨씬 더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요리를 배우다 보면 인턴으로 일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무보수로 일할 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이 무슨 중세 시대인 줄 아느냐? 요리사를 농노처럼 부려먹게?”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최고급 레스토랑의 주방에 들어가기 위해서 엄청난 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언젠가 당신도 그런 주방에서 일해보기 위해 무슨 일이든 기꺼이 해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
일단 최고 레스토랑의 주방에 들어가면 그때부터는 그 주방의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더 오래 일해서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 몹시 어렵고 힘들겠지만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당신은 요리사로서 첫 단계를 아주 잘해냈다고 할 수 있다. 당신이 일하는 주방의 요리사에게 인정을 받았다면 새로운 기회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즉 승진을 하거나 다른 레스토랑으로 이직할 기회가 생길 것이고 그러한 경험으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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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옹이 프랑스 요리 혁명의 최전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을 무렵, 바로 그곳에서 요리사로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나는 참 운이 좋은 편이었다. 그 뒤로 여러 훌륭한 레스토랑으로 옮겨가며 무엇이든 최대한 배워나갔다. 그리고 점점 더 큰 책임을 맡게 되면서 요리하는 법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의 주방과 홀에서 어떻게 일이 돌아가는지 유심히 지켜볼 수 있었다. 또 ‘운’이란 어떤 것인지도 배울 수 있었다.
당시 나는 프랑스에서 최고로 손꼽히던 요리의 거장 로제 베르제Roger Vergé, 미셸 게라르Michel Guérard, 조르주 블랑Georges Blanc의 주방에서 일했다. 그들과 함께 일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그들이 절대 운만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성공한 비결은 다른 사람들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기울였던 노력 덕분이었다. 그들은 늘 자신만의 요리 기술과 비법을 개발 했고 운을 직접 개척해나갔다.
훌륭한 요리사의 주방에서 일하면 총주방장뿐만 아니라 부장 요리사들과 동료 요리사들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좋은 직장에는 유능한 사람들이 몰려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들과 서로 배우고 경쟁하며 도전하게 될 것이다. 현재 뉴욕에 있는 내 레스토랑의 요리사들은 대부분 미국인이지만 중국, 일본, 한국, 멕시코, 브라질, 이스라엘,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에서 온 사람들도 있다. 그들 한 명, 한 명은 다른 요리사들이 전혀 모르는 자국의 요리를 알고 있는데 그들과 함께 일하면 그와 관련한 산지식을 배울 수 있다.
때로는 세계 각국의 언어가 난무하는 글로벌한 주방에서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예전에 내 레스토랑의 주방에 아주 훌륭한 요리 솜씨를 가진 일본인이 있었다. 그 요리사는 처빌chervil에서 바닷가재꼬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재료를 젓가락으로 다루었다. 엄청난 속도와 정확한 솜씨를 가진 이 일본인 요리사 덕분에 나는 요리 방식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고급 서양 요리를 만드는 주방에서 젓가락을 사용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재미있기까지 했다. 또 재료를 다듬는 그의 칼솜씨는 최고로 정확하고 훌륭했다. 그 친구는 눈을 가린 채로 오이 수프에 넣을 무를 종잇장같이 얇게 썰 수도 있었다. 그렇게 썰어낸 무는 기계로 썬 느낌이 들 정도였다.

요즘처럼 요리도 세계화가 된 세상에서는, 내가 새로운 레스토랑으로 옮기며 요리사로서의 경력을 쌓았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요리사가 되는 길이 다양하다. 세계여행 대신 국제적인 도시에서 다양한 문화권의 식당을 경험하는 것도 국제적인 감각을 기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셰프다니엘_표지평면다니엘 불리의 ‘셰프 다니엘, 맛에 경영을 더하다’ 에서 발췌함
(씨엔아이, 다니엘 블뤼 저, 강민수 역,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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