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배달

[요리사에게]컴플레인에 대처하는 자세

뭐, 적당한 다른 말이야 많이 있겠지만 컴플레인이나 불만이라고 해두자. 손님의 불만은 늘 서비스 업종에서 있게 마련이다. 특히 음식이란 자고로 자기 입에 들어가는 문제이므로 더욱 예민해진다. 이런 손님의 불만 심리는 한국인의 유전자로 내림되는 듯하다. 배우지 않아도 강력한 컴플레인 세례를 퍼부을 준비를 하고 태어나는 것 같다. 한국 국적의 항공사 두 곳이 번갈아 가며 국제적인 서비스 콘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도 이런 배경이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까.

직접 겪은 일인데, 그다지 잘못한 일도 아닌데 승무원이 거의 죽을상이 되어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 그녀의 멘트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컴플레인 레터만은 쓰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니까, 본사의 고객불만처리 부서에 편지를 쓰면, 심각한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감정노동자’들이 출근할 때 간과 쓸개를 내놓고 다녀야 한다는 건 틀린 말이 아니다.

slide_347343_3680681_free비행기도 그렇지만 식당에 쏟아지는 불만은 상당히 수위가 높고 공격적이다. 농담 같지만, 짜장면 한 그릇을 주문하고 젓가락을 세팅하면서 동시에 이렇게 외치는 사람도 있다. “거, 빨리 안 줘?” 중국 요리를 하는 내 친구는 그래서 주문과 상관없이 끊임없이 짜장면과 짬뽕, 볶음밥을 만든다. 그래야 제꺽제꺽 대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탁인데, 점심시간에 중식당에서 ‘짬뽕 맵지 않게’나 ‘짜장에 고기 빼고’ 같은 특별주문은 넣지 않길 바란다.

다른 얘기인데, 중식당의 컴플레인은 대단히 쿨하다. 요리 배달이 늦는다는 독촉 전화를 하면 십중팔구 이렇게 대꾸하지 않던가. 주방장이 지금 막 주문전표를 확인했다고 해도 말이다. “가고 있어요.” 한국의 식당에서는 컴플레인에 대처하는 두 가지 자세가 있다. 손님이 불쾌해하는데도 그러거나 말거나 시큰둥하게 대하는 부류가 있고, 무슨 죽을죄를 지은 것처럼 과도하게 죄송해하는 부류가 그것이다.

중국배달어느 쪽이든 불편한 건 마찬가지다. 머리카락이 빠졌다고 항의하면 아무 말 없이 그릇을 회수해가면서 불쑥 다시 만들었다는 요리를 내미는 쪽이 있고, 주방장이며 지배인이 달려와 석고대죄 퍼포먼스를 연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품위 있고, 진심이 담겨있어 보이는 사과를 하는 매뉴얼이 없는 것이다. 얼마 전에 문제가 되었던 채선당의 임신부 폭행 소동도 그렇다. 최초의 발단이 어찌 되었건 손님들의 불만에 대해 적절한 매뉴얼이 없거나, 있더라도 교육이 잘 되어있지 않아서 사건이 그렇게 번졌을 가능성이 높다. 직원 개개인이 알아서 능력껏 대처하라는 건, 한국처럼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식당들이 많은 곳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피곤하고 지친 상태에서 컴플레인이 먹혀들 가능성이 없는 것이니까.

하긴, 최고의 컴플레인 대처법은 무시하거나 무대응이 나을 때가 있다. 언젠가 한 국밥집에 갔는데, 따로 내준 밥이 표기와 달리 중국산 찐쌀 같아서 주인을 불러서 물었다. 그의 대응은 정말 대단했는데, 그냥 내 말을 듣고는 아무 대꾸 없이 제자리에 가서 하던 일에 열중할 뿐이었다. 이 정도의 대응이라면 결과적으로 상당히 효과가 있을 것이다. 나로서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묵묵히 밥을 퍼 넣었으니까. ‘리액션’이 없으면 최초의 액션이 민망해지는 법이니까. 만약 채선당 사건도 직원이 그렇게 반응했다면 어땠을까. 그러려니, 날 잡아잡수 하고 먼산을 바라보았다면 그토록 손님이 화가 치밀었을까.

noodle1딴소리를 늘어놓았지만 컴플레인을 잘 처리하면, 적을 친구로 만든다는 건 사실이다. 진심이 담겨있는 대응만큼 좋은 건 없다. 돌이켜보면 한 호텔 식당의 한복출입거부 사건도 그렇다.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준다는 식의 궁색한 대응 대신 진심으로 사과했다면 일이 그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호텔 처지에서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개인마다 기호가 다양하기 때문에 요리에서 컴플레인이 나오지 않을 수는 없다. 생각해 보라. 스테이크에서 미디엄 웰던의 어떤 표준적인 국제기준이 있는가.

오죽하면 농담처럼 ‘내 맘대로 미디엄 레어’라는 말이 있겠는가. 손님의 기호가 워낙 천차만별이라는 뜻이다. 결국은 물리적인 견해 차이를 좁히는 건 인간적인 접근이라는 걸 늘 깨닫게 된다.

 

About 박 찬일

박 찬일
월간지 기자로 일하다 이탈리아로 건너가 ICIF에서‘요리와 양조’과정을, 슬로푸드 로마지부에서 소믈리에 코스를 마쳤다. 시칠리아 ‘파토리아델레토리’레스토랑에서 현장 요리 수업을 거쳤으며 2002년 귀국해 ‘뚜또베네’, ‘논나’, ‘라 꼼마’를 거쳐 현재 서교동 ‘몽로’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 [와인스캔들], [보통날의 파스타],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가 있으며 각종 매체에 음식과 와인에 관한 칼럼을 활발하게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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