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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NOMA를 도쿄로 옮긴다? 터무니없는 도전 뒤에 숨겨진 의미

지난 9일부터 오는 2월 14일까지, 5년 연속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The World’s 50 Best Restaurant)’에서 1위를 차지한 노마(Noma)는 일본 도쿄에서 팝업 레스토랑을 선보인다.

이미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데다가, 이제까지 한 번도 진행되지 않았던 방식의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전 세계 미식가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전에도 유럽이나 북미의 유명 레스토랑들이 그들의 음식을 도쿄에 선보이기 위해 팝업 레스토랑을 열었던 적은 많다. 하지만 일본에서 열리는 노마의 개업은 일반적인 식당 개업과는 다르다. 단순히 노마의 음식을 들고 오는 것이 아니라 노마를 처음 준비할 때의 마음가짐과 정신을 통해 일본판 노마를 만들어 낸다는 개념에 가깝다. 실제로 르네는 전채요리부터 디저트까지 모든 메뉴를 완전히 새로운 레퍼토리로 만들어냈다.

지난해 봄 르네가 노마를 도쿄로 한 달간 옮겨 오겠다는 폭탄선언을 했을 때, 너무나 황당하고 무모한 상상이라며 의구심을 샀다. 심지어 별 탈 없이 운영되던 세계 최고의 식당을 석 달 동안이나 휴업시키고 모든 스탶을 일본으로 옮겨와 서비스하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저 요리사만 온다는 것도 아니었다. 홀 매니저, 안내원, 웨이터, 접시를 닦는 스탶까지도 모두 옮기겠다고 했다. 30일 동안 서비스를 하기 위해 총 66명이 대이동을 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며 르네 자신도 이 프로젝트가 터무니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말도 안 되는 부분이 뭐냐면, 우리는 30일도 채 일하지 않을 식당을 준비하면서 앞으로 10년 동안 쭉 장사할 것처럼 준비하고 있다는 거죠. 우리는 처음 노마를 준비했던 것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이곳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곳 도쿄에서 영원히 존재할 수 있을 레스토랑을 만들려면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할까? 이 생각이 지금 우리가 일하는 방식입니다.”

World's Number One Chef Rene Redzepi Forages In South Australia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해준 대표적인 메뉴들은 하나도 선보이진 않는다. 르네의 요리에는 ‘지역색을 가장 잘 살린 음식’이라는 정신적인 토대가 깊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노마는 2003년도부터 덴마크라는 척박한 땅 위에서 시작된 레스토랑이었다. 이름 또한 우리네 지역의 음식을 보여주겠다며 ‘Nordisk Mad(영어로는 Nordic Food, 한국어로는 노르웨이 음식)’로 지었다. 이 식당의 정신은 오직 우리 지역에서만 자란, 우리 지역에서만 사육된, 우리 지역에서 잡은 물고기, 우리 지역에서 찾은 식재료로만 음식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이 야심 찬 목표는 ‘파인다이닝 = 프랑스 음식’으로 연결되는 통념을 깨부쉈다. 북극에 가까운 척박한 지역에서 자란 음식으로도 훌륭한 다이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노마가 다른 식당과 차별화된 음식을 선보이며 외식 역사에 큰 획을 그을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이런 정신을 고수한 덕이었다. 남들과 다른 음식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었던 혹독한 환경은 노마가 식재료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탐구를 진행하도록 만들었다. 신선한 식재료를 구할 방법이 신통치 않으니 보관효율을 높일 절임기술이나 발효기술이 필요해졌다. 야생의 동식물과 버섯들도 필수적인 식재료로 사용해야 했다.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식재료였지만 맛이 덜하다는 이유만으로 외면받고 있던 품종들에 대해서도 탐구하게 됐다.

그래서인지 다른 식당에서는 좀체 경험할 수 없는 식재료들을 노마에서 접해볼 수 있다. 개미가 가장 대표적인 예다. 개미를 내어놓는다는 소식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경악하지만 실제로 먹은 사람들의 후기에서는 악평을 찾아볼 수 없다. 덴마크에는 감귤류가 자라지 않기 때문에 신맛을 채워줄 레몬이 없어 음식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추기 힘들었다. 고민 끝에 찾은 것이 개미다. 개미의 포름산은 신맛을 채워줄 부재료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스테이크 타르타르는 이 과정을 통해 완성된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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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노마를 준비하기 위해 르네는 7개월 동안 6회에 걸친 식재료 여행을 떠났다. 이동 거리를 따지면 8,000km에 달했다. 아열대 지방인 오키나와부터 비옥한 농경 지대인 후쿠오카, 산으로 둘러싸인 나가노현, 우거진 숲으로 이뤄진 북부 지방까지 모두 돌아다녔다.

르네는 노마를 처음 준비할 때와 같은 방식으로 새로운 메뉴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다른 점 오직 하나, 지역이 다르다는 점이다. 덴마크가 지구상에서 척박하기로는 손으로 꼽히는 지역임에 반해 일본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식재료의 범위나 질적인 측면이 상대적으로 높으니 도전해보기에 매력적으로 느꼈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우리는 아오모리 현에서 마타기(またぎ, matagi, 일본 전통 사냥꾼)들과 시간을 보냈죠, 아마 사슴을 한 마리 잡았었지?” 식재료 여행의 대부분 시간은 각 지역의 특이한 야생식물을 채집하기 위해서 썼다. “특이한 씨앗이나 나무껍질이 있다면 특이한 향의 육수(broth)를 뽑아낼 수 있어요.”

새로운 업장을 준비하듯이 완전히 새로운 장비들이 주방에 들어섰다. 식당 또한 도자기, 옻칠한 나무 식기, 유리컵 등 식기들 또한 바다 건너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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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9일, 첫 손님을 맞이한 저녁 Rene Redzepi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일본의 노마 사진>

그래서 접시 위에 뭐가 올라오느냐고? 아직 르네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야경 사진 한 장 올라왔을 뿐이고, 식사를 경험한 사람들의 사진도 SNS에서 찾아내지 못했다. 한 끼 식사 비용이 1인당 40,200엔이라는 것 외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르네의 짧은 설명만을 힌트로 그 음식을 짐작해보자.

“오키나와산 고추를 사용한다. 야생의 포도와 말벌 유충을 갈아서 소스로 사용한다. 개미는 물론 빠질 수 없지. 일본의 자라도 사용했다. 덴마크에서 사용하던 재료도 조금씩 가져오긴 했다. 녹차를 대신하기 위한 허브 티를 가져왔다. 일본의 차는 고품질이지만 다른 향을 보여줌으로 놀래주고 싶었다. 일본은 쌀을 주식으로 먹지만 우리는 디저트에만 낼 것이다. 쌀을 주식으로 주는 것은 노마와는 너무 거리가 멀어진다. 90%의 손님이 일본인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들을 곧 만나게 될 순간이 기대된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일본의 노마 다이닝 사진 모아보기 : http://www.eater.com/2015/1/9/7520049/inside-noma-japan-ants-chocolate-covered-mushrooms-tokyo

About 이은호

이은호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다." 음식을 만드는 당신을 아는 것으로 대한민국 식문화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셰프뉴스 대표 robin@chef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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