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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오해, 이탈리아 현지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탈리아 요리는 가장 발빠르게 세계화를 이루어낸 요리 중 하나로, 주로 전쟁을 피해 세계 각지로 도피한 이탈리아 사람들에 의해 퍼져나갔다. 특히 서양식의 대표음식이 되어버린 피자와 스파게티는 미국의 영향력으로 다시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었다. 현재 유럽 어느 곳을 가도, 아시아의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파스타집이 없는 곳을 찾아보기가 힘든 상황이 되었다.

한국에서도 이탈리아 음식은 인기가 좋다. 1970년대부터 대중에게 첫 선을 보이고서 지속적으로 규모와 분야 면에서 성장해 주요 호텔을 중심으로 뿌리내려 자리잡았다. 1980년대에는 이탈리아 요리사에게 기술을 배운 요리사들이 파스타 전문점을 열기 시작했고, 일본에서 먼저 유행한 파스타가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그 열풍에 힘을 실었다. 그 결과 1990년대부터 이탈리아 요리 전문점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탈리아 음식 중에서도 가장 먼저 대중의 인기를 사로잡은 이탈리아 음식은 피자인데 쉽고 간단한 조리법으로 인해 프랜차이즈 산업이 활성화되는 시점에서 인기 아이템으로 선정되었고, 배달음식의 대표메뉴로도 사랑받아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파스타 또한 소개팅 자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교양있는 현대인이라면 응당 먹을 줄 알아야 하는 이국적이며 품격있는 외식문화의 대명사가 되었다.

한국에 급속도로 퍼져나간 이탈리아의 음식, 빠른 확산 속도를 미처 따라가지 못한 이탈리아 문화에 대한 이해도는 이탈리아 현지인들에겐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2004년부터 한국에 거주하며 이탈리아 음식 뒤에 담긴 문화와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파올로 데 마리아(Paolo De Maria) 셰프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우선 자기 소개 부탁한다.

한국에는 2004년에 처음왔다. 큰 기업의 대표 셰프(Executive Chef)로 초빙되어 한국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그 후로 컨설턴트의 포지션으로 이탈리아 요리 학교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요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Food TV의 요리 방송 진행은 물론 공중파, 케이블 방송까지 많은 활동을 해왔다. 5년 전부터 자신의 이름을 건 레스토랑인 파올로 데 마리아(Paolo de Maria)를 운영해왔고 3년전 IFSE Korea 이탈리아 요리학교를 준비하기위해 한남동으로 레스토랑을 이전해 준비해왔다.

 

| 이탈리아 요리가 세계적으로 잘 진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이탈리아 요리가 단순한 유행은 아니었다. 이탈리아는 토질이 좋고 볕이 잘 들어서 원재료의 품질이 좋다. 그렇기 때문에 요리는 오히려 단순해진다. 이탈리아 현지의 레몬과 토마토는 세계의 어느 것과도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단 맛을 품고 있다. 이탈리아를 세분화하자면 20개 이상의 지역으로 나뉘기도 한다. 이 지역들이 각각의 특별한 음식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 요리는 웰빙 요리다. 식재료의 우수성을 가장 두각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요리법이 발전한 것이다. 프랑스 요리는 고난이도의 테크닉과 많은 작업과정을 거치는 반면에 이탈리아 요리는 조리시간을 최소화함으로 재료 맛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한다.

 

| 한국의 이태리 음식은 현지의 것과 어떻게 다른가?

피자와 파스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한국의 피자와 파스타는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다. 미국에서 한 번 변화한 형태가 재유입되어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다시 변형됐다. 파스타 역시 한국식으로 많이 바꼈다. 식사에 국이 빠지지 않는 일본과 한국에서는 본토의 것과 다르게 유달리 국물이 흥건한 형태의 파스타로 재탄생해서 소비되고 있다.

 

| 이탈리아 본토의 파스타를 먹어보지 못한 사람으로서, 그것이 큰 문제가 되는지 와닿지 않는다. 조금 더 쉬운 예를 들어줄 수 있나?

완벽한 예가 있다. 내가 한식을 배울 때의 상황이 한국인이 이탈리아 음식을 처음 배우는 상황과 완전히 같다고 생각한다. 아리랑티비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에 초대받아 외국인으로서 한국 전통 간장을 만드는 법을 체험할 기회가 있었다. 콩을 끓이고 말리고 다시 소금물에 집어넣는 과정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나니까 간장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과 태도가 달라졌다. 그 경험이 없었다면 나에겐 아직도 간장은 그저 짜고 검은 물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간장을 검은 물로 생각하는 외국인이 어떻게 느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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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국의 음식이 사랑받는 것은 기뻐할 일이나,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은 슬픈 일일 것 같다. 한국에 10년 이상 거주하면서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한 활동이 있는가?

당시가 2008년도였고 한국에서 일한 지 5년쯤 지났을 때였다. 책을 쓰는 것이 오해를 풀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 생각했다. 기존의 요리 책들은 조리 과정만 담았었다. 지금은 책이 많이 나왔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탈리아 문화에 대해 소개하는 책은 거의 전무했다.

그래서 이탈리아 사람들이 파스타를 먹게 된 배경과 그 추억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3쇄를 찍었고 일부 학교에서는 교과서로 쓰이고 있다. ‘파스타 에 바스타’(Pasta e Basta)에 60개의 파스타 조리법을 넣었다. 화려하기보다는 소박한 파스타들이다. 빠르게 준비할 수 있고 영양소도 풍족히 채울 수 있으며 20분 이내에 조리를 마칠 수 있는 파스타 레시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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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을 가르쳐왔고 앞으로도 가르칠 것인데, 그런 철학이 수업에는 어떻게 담기는가?

나는 레시피를 가르치는 선생이 아니다. 나는 이탈리아의 철학과 문화를 가르치는 사람이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내가 한국에 처음 왔을 당시, 2004년도의 사람들은 요리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요리책을 사서 혼자 터득하는 식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그것은 충분하지 않다. 레시피의 뒤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를 배워야 한다. 그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전통적인 레시피라 할지라도 아주 오래 전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레시피가 처음 탄생할 당시의 사회적인 환경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고 레시피를 처음 만든 사람의 생각이 들어가 있을 것이다. 레시피 뒤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를 배운다면 조리법은 물론 음식에 대한 경외심을 배울 수 있다.

 

| 이탈리아 음식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Eat well and live well” (Mangiare bene per vivere meglio) 이탈리아의 요리는 결국 “잘먹고 잘 살자”를 목적으로 둔다. 음식이 바뀌기 위해서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주방에서부터 바뀔 수 있다.

요리라는 일은 육체 노동이고 힘들기 때문에 요리만 가르치게 되면 서로 힘든 이야기만 주고 받기 마련이다. 이탈리아 음식을 만드는 곳에서는 주방의 방식도 달라져야 하고 사람들의 관계도 달라져야 한다. 한국인이 20명이 있는 주방에서 일하는 상황과 이탈리아 현지인들이 20명 있는 주방에서 일하는 상황이 어떻게 다를 지 떠올려 보라.

 

| 오랜 시간 준비한 IFSE Korea가 곧 개강한다고 들었다. 학교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IFSE 본교의 모토가 건강과 환경을 모두 생각하는 슬로푸드를 바탕으로 이탈리아 요리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에 내가 이제까지 해왔던 활동과 뜻이 맞아 떨어져 한국 분교를 맡게 됐다. IFSE Korea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생긴 분교이다.

이탈리아인이 한국에서 예비학교를 가르친다는 것이 큰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한다. IFSE Korea는 총 9개월, 12개월짜리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한국에 있는 이 곳은 프리 스쿨이다. 이탈리아 현지의 수업, 이탈리아 현지의 실습을 경험하기 이전에 한국에서 예비학교를 다니는 개념이다.

나는 이탈리아어로 수업을 할 것이다. 영어를 쓸 수도 있지만 나는 영어로 말하면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의 30%도 말하지 못한다. 통역가를 두고 이탈리아어로 수업을 가르칠 것이다. 어차피 현지로 나갈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업하기 때문에 어학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 수업이 꽤 어려울 것 같다.

이탈리아 요리를 배울 때 언어의 문제로 한국인에게 수업을 듣게 된다면 결국 한국인에 의해 복제된 이탈리아 요리로 배울 수 있는 내용만으로 제한된다. 책에 있는 내용을 듣거나 레시피를 정리하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탈리아 음식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에게는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체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기존의 학교 시스템에서는 학교를 설립할 때 동참한 투자자에게 수익을 분배해주기 위해 그 부담이 학생들의 등록금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았다. IFSE의 투명한 경영철학 때문인지 기업들의 스폰서가 많이 붙었다.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부담도 낮아지게 되었다.

 

| 오늘 나눈 이야기들이 정말 중요한 이야기임을 공감한다. 하지만 대중들은 이해하지 못하지 않는가? 그들은 그저 주문하고 30분만에 먹고 나가는 것이 목적인 사람들이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인가?

조급하면 안된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셰프뉴스에서 나왔으니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문화는 사람을 바꾼다. 아주 작은 것들로부터 서서히 바뀌어 나가는 것이다. 기사 하나가, 책 하나가 조금씩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나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인데, 10년 전 한국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순식간에 붐이 일더니 10년 만에 자전거붐이 바꾸어 놓은 한강변의 모습을 보라. 커피라는 문화도 받아들여지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미디어가 이야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문화를 변화시키는 데에는 미디어가 큰 영향을 미친다. 미디어에서 먹는 것에 대한 문화적인 이야기를 많이 다뤄주어야 한다.

About 이은호

이은호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다." 음식을 만드는 당신을 아는 것으로 대한민국 식문화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셰프뉴스 대표 robin@chef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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