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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슬로푸드 위크] 좋은 음식은 좋은 농부에게서 나온다.

2014 슬로푸드 위크가 12월 12일부터 14일까지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렸다.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는 2014년을 보내며 평소 만나기 어려운 슬로푸드를 한자리에 모아 나눔바자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120개의 부스에 1차 생산자들이 참여했고 총5,000여명의 관람객이 찾아와 성공리에 마쳤다.

‘좋은 음식을 만나려면 좋은 농부를 만나라’라는 명언이 있다. 필자도 이번 행사를 통해 생산자의 철학과 거기서 나오는 음식이 선진 식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슬로푸드라는 명제로 모인 이번 행사는 서로 다른 협회와 산업인들 간의 연대의 중요성도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본 박람회의 취지가 좋은 1차 생산자를 만나는 것이 목적이었던 만큼, 박람회에서 만난 2곳을 소개한다.

  • 슬로푸드 울릉 특산 나물

같은 품종이라도 울릉도에 심으면 다르게 자란다. 그 이유는 땅에 있다. 울릉도는 화산지형이고 사질토로 이뤄져 있어 배수가 잘되는 특징이 있다. 흐르는 강도 없고 물은 주로 용출수만 활용한다. 울릉도에서 유일한 평지인 나리분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가파른 산비탈이라 반음지가 많고 습도가 충분하다. 이런 지역적인 특징이 울릉도 지역 특산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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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고비나물과 명이나물이다. 고비나물은 다른 나물과는 다르게 재배하기가 쉽지 않다. 씨를 뿌리는 파종 방식이 아니라, 버섯을 키우듯이 포자를 발아시켜 옮겨 심어야 한다. 평평하게 다져진 고운 땅에 포자를 흩뿌리고 습도를 맞춘 뒤 검은 천을 덮어 22일 정도가 지나면 이끼가 핀다. 이 이끼를 발아시켜 옮겨심는 과정을 거쳐 산에다 옮겨심는다.

아주 오래 전 울릉도에 터를 잡았던 선조들은 먹거리가 부족하던 시절에 야생 산마늘을 뜯어 먹으며 명을 이어 나갔고 이 때부터 울릉도 지역의 산나물을 ‘명이나물’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명이나물은 말려서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절이거나 장아찌로 만들어 먹는데 마늘은 열에 약하니까 생채로 팔거나 절임을 해서 장아찌로 팔아야 한다. 부지깽이 같은 나물도 장아찌로 담근다. 슬로푸드 울릉에서 가져온 명이절임은 특이하게 조선간장을 사용하는 등 최대 7배나 비싼 재료비를 고집하며 전통의 방식을 고수한다고 했다.

울릉도 전역에 깔려있던 명이나물도 무분별 채취로 인해 고갈되었고, 10년 전부터는 씨를 뿌리고 발아시켜 다시 밭으로 옮겨 키워내는 농사를 시작하고 있다. 울릉도의 나물들은 대부분 10년 정도 기를 수 있는 다년생 작물인데, 명이나물은 6~7년을 길러야 잎을 채취할 수 있다고 하니 큰 노력과 수고가 따르는 일이다.

지역 특산물을 더 많이 수확할 수 있는 재배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울릉도의 지역적인 한계도 극복되고 있다. 앞으로는 울릉도 지역특산물이 육지에서도 많이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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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슬로푸드 꿩엿

척박하고 고단백 음식을 찾기 힘든 제주. 비록 해산물이 풍부한 섬이었지만 색다른 강양제의 필요는 육지와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인지 제주도 주민들은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꾸준히 고단백질의 강양제를 만들어 섭취하고 있었다. 제주도 식문화가 육지에 많이 퍼지고 있는 지금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을 법한 좋은 슬로푸드를 소개한다.

제주에서는 전통적으로 귀한 손님과 집안의 어른들 상에 꿩엿을 내었다. 또 바람이 차지면 물질을 할 수 없었고, 그때부터 다시 몸을 만드는 과정에 해녀들이 찾던 음식이 이것이다. 굳이 비교하면 꿀단지를 소중히 여겼던 것을 생각하면 되겠다. 원기회복을 위한 강양제였지만 그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고 고된 작업이어서 쉽게 만나기 힘든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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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고기는 그 구성에서 다른 고기와 다른점이 있다. 고단백으로 지방질이 적고 9가지 종의 아미노산이 다량 포함되어 있다. 이 아미노산은 우리 몸에서 자체적으로 합성하지 못하는 영양소로 반드시 외부의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이 꿩 고기는 찹쌀과 맥아만으로 만들어진 엿에 같이 풀어져 꿩엿이 된다. 만드는 과정은 일반적인 엿을 만드는 전통방식과 대동소이 하지만, 높은 단백질의 꿩 고기가 들어가는 것이 다르다.

야생에서 거닐던 꿩은 다루기도 힘들고 살코기가 적어 전통적으로 귀한 식재료였다. 그래서 세심하게 손질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동반된다. 꿩은 성장이 다 된 경우에도 살코기가 1kg이 안된다. 그래서 고아서 만든 육수도 함께 사용한다. 보통은 찹쌀대비 10%정도 들어가는데, 워낙 들어가는 찹쌀의 양이 많아 꿩의 수급이 불안정할 때를 대비해 자체 농장도 운영 중에 있다.

전통 엿은 온도의 관리가 중요하다. 찹쌀을 삭히고, 끓이는 요령은 불 앞에서 오롯이 버티는 수밖에 없다. 현재는 디지털 제조공정을 통해 시간과 온도 조절을 쉽게 하지만, 과거 부뚜막에서 솥으로 엿을 끓일 참에는 참으로 고된 작업의 연속이었으리라. 그래서 더욱 만들기 어렵고 귀한 음식으로 대접을 받던 이유가 된다.DSC00772

그 찹쌀을 다루는 과정에서 꿩을 다듬고 순살을 발라낸다. 그리고 엿을 만드는 20시간 동안 삼투압 현상으로 단백질의 수분이 빠져나간다. 결국 완성된 꿩엿에서는 딱딱해진 단백질 덩어리를 껌처럼 질겅질겅 씹을 수 밖에 없었다. 과거 고기가 귀했던 시절에서는 일부러 그랬다지만 요즘에는 불순물인줄 알고 다 뱉어내거나 걸러서 먹을 수밖에 없다.

현재 꿩엿을 만드는 ‘제주민속식품’은 이런 불편을 감안해 꿩고기를 잘게 다진다. 그래서 현재는 빵에 잼처럼 발라서 먹을 수도 있고, 한 스푼 영양제를 먹듯 먹어도 된다.

 

  • 슬로푸드의 미래를 기약하며

먹거리 생태계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비단 부스에 참여한 1차 생산자와 유통관계자 그리고 참관객으로 참석한 소비자 이외에도 요리사, 정부 기관, 미디어 등 다양한 기관이 협력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2014 슬로푸드 위크’ 행사는 화합의 장이었다. ‘슬로푸드’에 공감하고 있었지만 활동은 단절되어 있던 수많은 관계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한 자리에 모여 협력의 기회를 만들어 냈다는 큰 의미가 있었다.

김원일 사무총장은 “좋은 먹거리로 여러개의 커뮤니티가 형성이 되고, 농부와 관련 유통인, 소비자간의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었다. 더불어 관련 협회와의 연대가 중요함을 느꼈다”라며 “음식문화의 발전을 향한 우리의 염원은 좋은 음식을 소개하고, 맛의 방주에 실리는 우리 음식의 경쟁력을 소개할 수 있어 더욱 깊어졌다”라고 말했다.

조리가 끝나 밥상위에 올려진 음식에서 농부의 피땀어린 노고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먹는 어떤 음식이든 1차 생산자 없이는 존재 할 수 없음을 더 많은 사람이 깨닫고, 매 끼 감사하며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국제 슬로푸드 한국대표부가 내년에도 더욱 활발한 활동을 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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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푸드 운동은 153개국이 함께 참여하는 캠페인의 일종으로 좋고(good), 깨끗하고(clean), 공정한(fair) 음식을 모든 이들이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국제적은 음식시민운동이다. 153개국 중 10개 나라에 국가대표부가 개설되어 있으며,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는 한국 슬로푸드 국가대표부이다.

슬로푸드는 패수트푸드와는 달리 식량주권을 지키고, 생물다양성과 환경보전, 그리고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통한 직접 참여민주주의를 추구할 수 있는 가족농의 육성을 우선과제로 삼고 있다.

본 행사는 환경농업단체연합회, 마르쉐친구들, 쌈지농부, 한국티인스트럭터협회, 한국슬로푸드발효협동조합(준), 한국친환경농산물가공생산자협회, 서울시광역친환경급식통합지원센터 등 한국의 대표적인 먹을거리 단체들과 함께 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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