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셰프 칼럼 2

해외유학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이 바닥에서 밥을 얻어먹으면서 얼치기로 제법 유명해졌으니 밥값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어린 요리사나 학생들의 질문 공세에 답하는 거다. 신문에 메일 주소가 공개되어 있고, 가게로 걸려오는 문의 전화도 가능한 한 다 받아 답변을 하는 편이다. 회색빛 불편한 미래에 자신을 걸어야 하는 그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성의껏 답변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손잡고 진 땅 마른 땅 가려가면서 가이드를 해야 할 것만 같다.medium_11329704325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서, 나조차 그들의 미래가 어떻게 굴러 갈지(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알지 못한다. 그 많던 제대로 된 중국요리사들도 배달문화에 밀려 좋은 요리를 할 터전을 많이 잃었던 것을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특히 미디어의 발달과 말기적 자본주의의 발악, 화석 연료의 고갈에 따른 주방 환경과 인력구조의 변화 등이 예견되는 판국에 내가 그들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할 입장이 못 되는 것이다.

그래도 답하지 않을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이 그들과 내가 한 배를 탔다는 사실 때문이다. 말리고 싶어도 이미 흔들리고 매혹 당한 마음을 돌이킬 방법이 없다. 그 중의 하나가 요리 유학이다. 가겠다고 결심했으니 가게 될 것이다. 그러니, 나로서는 조금이라도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시행착오를 덜 방법을 알려주게 된다.

먼저 요리유학, 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부터 나는 답한다. ‘가지 말라’가 우선이다. 자, 너희 선배들을 봐라. 일례로 CIA, 르 꼬르동 블루(전 세계에 분교가 있다. 심지어 피렌체에도 있다)와 ICIF, 일본의 츠지와 핫토리, 도쿄요리학교와 제과학교 등 수많은 요리, 제과학교를 다녀온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는가를 보라고 말한다. 그들이 우리 요리 문화와 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한 건 맞다. 그러나 치른 비용에 비하면 효과는 미미하다.

매년 1000명의 유학생이 외국으로 떠난다고 했을 때, 현업에서 그 능력과 경험을 써먹고 있는 사람은 10% 미만이다.‘ 문화체험 ’한번 잘했다고 치기에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간 것이다. 다른 분야, 이를테면 요리와 유사한 실용학문인 공학이나 의학, 기술 쪽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당장 일간신문에서 심층보도를 몇 번은 하고도 남았을 일이다. 요리유학생은 다녀와서 일이 없어 놀아도 ‘그런가 보다’하는 게 요리를 대하는 이 나라의 정서라는 걸 잘 보여준다.

학생당 체류비까지 포함하여 적어도 5000만원, 많으면 1억원 이상이 들어간 유학 경험이 말짱 허투루 쓰이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보라. 수치를 들어 여러분에게 설명하려고 해도 통계조차 없다. 1만명 곱하기 5000만원만 잡아도 얼마인가. 이 정도의 개인 돈이 나갔는데 ‘회수’할 방법이 없다는 건 거의 국부의 유출이라고 봐야 한다는 이도 있다.

유학 다녀오면 장미빛 미래가 펼쳐질 것처럼 유혹하는 유학원들은 보시라. 현장에서는 유학 경험이 있다고 해도 10원짜리 하나 월급 더 주는 것 없다. 채용에 유리한 것도 없다. 오히려 꺼리는 주방장이나 업장도 많다. 실력도 없으면서 유학 출신이라고 거드름을 피우거나 고된 노동을 견뎌낼 예방주사를 맞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 요식업은 서양이나 일본의 그것처럼 체계화되어 있지도 않고, 사회적 대우가 제대로 되어 있지도 않다. 우리나라에서 비공식적으로 직업별로 가장 노동자수가 많은 건 회사원 다음으로 식당업이다. 그러나 그 실태조차 파악이 안된다. 통칭 ‘아주머니’와 ‘알바’라고 부르는 저임금과 미숙련 노동자 계급이 그 내용을 떠받치고 있는 까닭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인력군이다. 그런데 유학을 다녀왔다고 해도 이 인력군과 하등 다를 바 없는 대우가 기다린다. 현장에서는 그들에게 한 푼이라도 더 주고, 하루라도 더 휴가를 줄 이유도, 여건도 안 되어 있는 까닭이다. 하루 12시간, 주 6일, 월급 100만원을 조금 웃도는 노동이 기다린다. 많은 돈을 들여 받아온 디플롬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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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와 프랑스에 가면 묘한 일본인들이 있다. 별이 달린 고급 식당은 물론, 시골의 허름한 밥집에도 주방을 들여다보면 꼭 일본인이 한둘 있다. 나이도 적지 않고 요리 경력도 10년이상 된 이들도 많다. 당연히 요리도 잘한다. 상당수 식당이 현지인은 이름만 올려두고 일본인들이 실제 요리를 다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들의 대우를 알아보면 깜짝 놀란다. 정식 노동비자가 아예 없는 경우가 태반이고, 월급도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500유로 내외만 받고 주방장으로 일하는 요리사도 숱하게 보았다. 그들이 거기에 ‘머무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그냥 유럽이 좋아서 지낸다. 돌아가서 치열한 일본의 주방 사회에 편입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경우다. 일종의 요리 히피다. 둘째는 일본에 돌아가도 마땅히 제 몫을 받고 할 일이 없다는 점이다. 오랜 불황으로 고급인 양식 요리사는 충분하고, 굳이 유학 경험 있는 자를 비싼 돈을 들여 새로 쓸 이유가 없다. 그러니 돌아가지도, 그냥 마냥 눌러앉을 수도 없는 어정쩡한 국제 요리 낭인이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양식당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는데 향후 생겨날 집은 지금의 몇 배는 될 것이다. 내가 일하는 홍대 앞만 봐도 한식당은 문을 닫고 그 자리에 양식당이 들어선다. 유럽에 한국인 요리 낭인이 생기지 말란 법이 없다. 그러면 어떡하느냐고? 나도 모른다. 가능하면 요리보다 다른 가능성 있는 일을 찾아 보라고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조언한다.

첫째 한식을 하라. 이왕 불투명한 미래, 한식을 하면 외국에 좋은 대우로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한식은 아직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맹아단계이므로 더욱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당연히 한식을 할 것이라면 유학을 갈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 시간에 영어공부를 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둘째 현지 취업이 용이한 나라로 가라. 호텔 인턴십 등을 이용하여 능력과 의지에 따라 좋은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자국 청소년들의 절반 가까이가 놀고 있는 유럽을 피하라는 뜻이다.

셋째 이왕 요리 유학을 가겠다면 디저트를 전공하라. 한국의 양식당 사회에서 빵과 과자는 저평가되어있다. 아주 훌륭한 양식당조차도 이 부분이 형편없는 경우가 많다. 빵과 과자를 구울 줄 아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그게 무슨 말이냐고? 현실을 모르는 발언이다. 빵과 과자도 고급식당의 시스템에 맞게 실력을 갖춘 이는 아주 드물다. 즉, 테이블로 서빙하는 디저트는 봉지에 넣어 판매하는 빵 과자와는 다르다. 서양의 최고급 식당은 이 분야의 실력자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식당의 품격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이 분야는 아주 미개척지에 가깝다. 그만큼 가능성이 있다. 유럽에서도 실력 뛰어난 일본인 제과사들은 제법 많은 돈을 받고 고급식당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요리보다 더 많은 인내심과 반복적인 업무스타일이 요구되는 디저트분야에 일본인이 현지인보다 더 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About 박 찬일

박 찬일
월간지 기자로 일하다 이탈리아로 건너가 ICIF에서‘요리와 양조’과정을, 슬로푸드 로마지부에서 소믈리에 코스를 마쳤다. 시칠리아 ‘파토리아델레토리’레스토랑에서 현장 요리 수업을 거쳤으며 2002년 귀국해 ‘뚜또베네’, ‘논나’, ‘라 꼼마’를 거쳐 현재 서교동 ‘몽로’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 [와인스캔들], [보통날의 파스타],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가 있으며 각종 매체에 음식과 와인에 관한 칼럼을 활발하게 기고하고 있다.

2 comments

  1. 유럽에서 요리는 3 D 업종

    현지 유럽인들 안함

    대부분 동유럽계 이민자(폴란드나 루마니아)들이 요리하고 있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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