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킴 셰프가 전하는 ‘농업의 미래, 농업의 재발견’ (KBS 명견만리)

17년 봄, 기록적인 가뭄으로 전국 농경지가 몸살을 겪었다. 16년 여름에는 기록적인 폭염을 맞았다. 이런 환경 아래에서 우리의 미래 먹거리는 안전할까? 급격히 늘어나는 식량소비량과 줄어드는 농경지, 환경오염까지. 미래에도 지금과 같이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KBS 명견만리는 5월 26일(금) <농사의 재발견>편을 통해 농업의 위기와 미래 대안에 대해 생각해보는 방영했다. 명견만리明見萬里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미래 이슈를 직접 취재하고 강연을 통해 청중과 소통하는 강연 프로그램이다.

이번 회의 연사로 드라마 파스타의 실제 모델이자 대표적인 방송 요리인인 샘 킴이 등단했다. 19년자 이탈리아 요리사인 그는 원재료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자연주의 요리사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더라도 재료가 좋지 않으면 제대로 된 요리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그는 4년 전부터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 하지만 이웃 농부들의 눈에는 그는 겨우 낙제점을 면한 초보 농부 수준이다. ‘농작물은 사람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정성으로 자주 손봐줘야 하는데 바쁨 샘 킴의 일정상 농장 출석일은 베테랑 농부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다.

샘 킴 셰프는 본격 강연에 앞서 즉석에서 아주 간단한 요리를 만들어서 직접 방청객에게 맛의 차이가 있는지 시식을 통해 물어보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차이없는 음식이었지만 방청객은 바질 향의 차이를 단번에 알아냈다. 거리가 멀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유통 시스템 아래에서는 결국 식재료의 맛을 유지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을 직접 보여준 것이다.

우리의 식탁에서 농사가 중요하다고 해서 농업에 바로 뛰어드는 것이 해답이 아니다. 현재 근로자 평균 소득은 3,281만 원인데 반해 농민의 평균 소득은 1,126만 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일년을 꼬박 일해도 100만원을 채 벌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소 생활비도 건지지 못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가의 평균 부채는 한 가구당 2,673만원이 넘어가고 있다. 농촌 인구의 4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인구라는 점도 국내 농업의 미래를 걱정하게 되는 요인이다.

환경적인 문제도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강원도 양구에는 최근 사과 농업을 위해 이주해온 농민이 늘어나고 있다. 사과는 본래 대구가 본고장이라 알려졌지만 올라가는 기온 때문에 재배 적지를 양구로 바꾼 것이다. 일교차가 큰 양구군은 고품질의 사과를 재배하기 적합하다. 실제로 지난 여름 전라도 무주지역 사과 과수원의 피해는 아주 컸다. 35도 이상의 폭염이 계속되자 사과는 까맣게 화상을 입었다. 사과뿐만 아니라 다른 작물도 마찬가지다. 50년 뒤에는 제주의 특산물인 한라봉은 충북에서, 배는 전라도에서 강원도로, 포도는 충북지역이 주산지이지만 대관령에서만 재배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보다 더 기온이 올라가게 된다면 우리가 즐겨 먹는 과일은 아예 보지 못하게 될 지도 모른다.

평균 기온이 3도 올라가면 그 지역 식물의 절반 이상이 멸종하게 된다. 한국이 지난 100년간 1.7도가 올랐으니 아주 심각한 수준이다. 50년 뒤에는 국내에서 사과 재배가 가능한 지역이 거의 남지 않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다음세기에는 열대식물로 가득 찬 밥상으로 바뀔 수도 있다.

특정 품종의 재배가능지역이 바뀌는 문제뿐만 아니라, 주식인 쌀의 생산량 또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식인 곡물이 부족하면 이 문제는 식량 부족 문제에서 국가 경제 문제로까지 커진다. 지금과 같은 기후 변화 속에서는 420만 톤에 달하는 생산량이 181만 톤으로 줄어든다는 예측이다. 쌀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단순히 수입하는 것만이 해답은 아니다. 한국인이 즐겨먹는 쌀은 자포니카종으로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쌀 중 10%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에서 자포니카 종자의 생산이 불가능해져 해외 수입 의존도를 높이게 될 경우 수출국가에 의해 국내산 쌀 가격 변동폭이 커지게 될 것이다. 음식값은 크게 상승하고, 식재료 값 상승은 전체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가 경제 위기를 불러 일으키게 된다.

곡물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일반 물가도 덩달아 상승하는 현상을 애그플레이션이라 부른다. 애그리컬쳐Agriculture(농업)과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이 합쳐진 어휘다. 2010년 러시아에는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왔고 러시아의 밀 수확량이 줄어들자, 밀 등의 곡물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식량이 부족하니 곳간부터 걸어 잠근 것이다. 그 결과 그 해 전 세계 밀 가격은 70% 가까이 치솟았다. 빵이 주식이었던 이집트는 러시아로부터 밀을 수입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장 먹을 식량이 떨어지자 곳곳에선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자국에 필요한 식량을 얼마나 안전하게 확보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미래는 달라진다.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겨우 24%에 해당한다. 농업국가가 아니기에 자급률이 낮은 것은 당연하지만 OECD회원국중 거의 꼴지에 해당한다. 미국은 식량 자급률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곡물 자급률이 125%에 달함에도 농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미래의 중심 산업이 곧 농업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에어로팜Aerofarm은 전통농업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농사에 필요한 세 요소인 흙, 햇빛, 바람이 없어도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실내 수직 농장을 건설했다. 실외에서는 홍수, 공해, 가뭄 등 통제 불가능한 요소가 많다. 이 시스템이라면 적도나 극지방에서도 늘 같은 양의 채소를 안정적으로 길러낼 수 있다. 채소의 맛과 색, 강도까지 컴퓨터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맛이나 영향 측면에서도 더욱 유리하다고 말한다. 셰프가 주문하는 특정한 맛의 채소도 손쉽게 길러낼 수 있다. 40일 걸리던 재경기간도 보름으로 줄어들어 생산량도 높다. 연간 1000톤의 채소를 생산하는 수준이다.

브루클린의 한 주차장에서는 보라색 컨테이너 설명회가 열렸다. 컨테이너에 농작물을 채워 넣고 스마트폰으로 관리하는 컨테이너형 농장이다. 스퀘어 루츠Square Roots의 분양 행사에 세계 젊은이들이 몰려들었다. 이 곳에서 만난 한 청년은 본업은 회계사이고 농사는 부업이었다. 이제 농업은 중장년청만의 일이 아니고, 농촌만의 일도 아니기 때문에 도시 청년들도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의 필립스 아카데미 급식실 한편에서는 수직농장에서 푸른 채소를 키우고 있다. 이 채소의 주인은 모두 학생들이다. 첨단 농업을 활용해 자신이 먹을 채소를 직접 키우고 있다. 미국의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전통농업과 스마트 농업을 함께 익혀 농업의 미래를 책임질 세대가 되고 있다.

임파서블 푸즈Impossible Foods는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떠오르는 스타트업이다. 빌게이트를 포함해 세계 최고 부자들이 투자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고기 향이 나고, 미디엄 레어로 구울 수 있는 채식 버거를 만든다. 채소만으로는 절대 고기 맛을 낼 수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모두의 입맛을 속일 만큼 완벽한 고기 맛을 흉내내기 때문에 임파서블 버거라는 이름을 가졌다. 임파서블 버거는 채소로 만들어졌지만 채식주의자용 버거는 아니다. 육류 소비자들의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이 더욱 우선적인 목적이다. 곡물 소비량이 급증해 식량이 부족해질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미래형 식재료로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드론을 통해 농약을 살포하는 사례, 자동으로 사과를 수확하는 기계, 양어 수경재배를 하고 있는 국내 농가가 소개되었다. 인간의 감각과 경험의 영역이었던 농업이 기술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판단을 컴퓨터를 통해 도출해내기 때문에 더욱 높은 품질의 작물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급격한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농업의 혁신은 이제 우리에겐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미래의 식탁이 오늘 우리 선택에 달려있다.

About 이은호

이은호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다." 음식을 만드는 당신을 아는 것으로 대한민국 식문화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셰프뉴스 대표 robin@chef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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