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아그라, 황제의 음식? 촌부의 음식!

한식재단

Editor’s Note: <파리에는 요리사가 있다>에는 미쉐린 별을 받은 비싼 레스토랑이 아닌, 진정으로 요리를 잘하는 요리사들이 선보이는 수준급 식당이 소개되어 있다. 부산에 있는 레스토랑 메르씨엘의 윤화영 셰프와 박현진 대표는 십수년간 파리에 머물면서 이 책에 담길 레스토랑을 찾아 다니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책은 식당 추천뿐만 아니라 프랑스 요리사의 계보, 푸아그라와 생선 등 식재료에 대한 설명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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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가니에르Pierre Gagnaire가 을지로 입구에 들어오고, 전국 곳곳에 프렌치 요리를 표방하는 식당들이 많이 생겨났다. 이런 프랑스 요리 붐과 함께 덩달아 유명해진 식자재들이 있으니, 바로 세계 3대 진미라 불리는 푸아그라foie gras, 캐비아caviar, 트뤼프truffe다. 어떤 후보 중 이 세 가지가 선발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푸아그라와 나머지 두 가지에는 큰 차이가 있다.

바로 가격이다. 캐비아도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지지만, 그 희소가치 덕분에 고가의 식재료로 통한다. 하지만, 푸아그라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고급의 식재료도, 고가의 식재료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슈퍼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푸아그라의 소매가가 1kg에 27.95유로 정도다. 동일 매장에서 소고기 안심이 1kg에 35유로인 것을 감안하면 그리 높은 가격은 아니다. 게다가 안심은 힘줄과 지방을 제거하면 먹는 부분이 얼마 안 되지만, 푸아그라는 그러한 제거 없이 100% 입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더더욱 가격이 저렴하다고 할 수 있다.

foiegras

푸아그라에 대한 이야기라면 대부분은 고대 이집트인이 철새의 습성을 통해 발견하였고, 로마인들이 거위에 무화과를 먹여서 푸아그라를 만드는 제조법을 고안했다는 등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하지만,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역사와 전래보다 무엇을, 언제, 어떻게 먹는지 등이 더 궁금할 것 같다.

사실 푸아그라가 유명한 지역은 프랑스 남서부와 알자스이다. 남서부 지역은 오리 기름을 이용하여 조리하는 요리가 많으니 푸아그라를 사용하는 것도 이해된다. 하지만, 알자스에서는 어떻게 푸아그라를 먹게 되었을까?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알자스 지방은 과거 독일의 영토였고 벨기에, 스위스와도 접하고 있어 여러 민족의 문화가 섞여 있는 곳이다. 돼지비계를 주로 쓰는 것도 아리아계 독일인들의 식문화에서 온 것이다.

알자스의 푸아그라 문화는 동유럽에 거주하던 유대인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유대인은 예나 지금이나 종교상의 이유로 버터나 돼지비계를 조리용 지방으로 사용할 수 없다. 그런데 동유럽은 극심한 대륙성 기후로 참깨나 올리브가 자라지 않아‘ 기름’의 대체물은 조류의 동물성 지방뿐이었다. 이렇게 오리의 기름을 요리에 사용한 전통이 지금의 알자스의 푸아그라를 만들었다. 기름 대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오리를 사육하게 되었고 그 부산물로 푸아그라를 얻게 된 것이다.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이 버터나 올리브유 대신에 거위나 오리의 지방을 한 술씩 사용한다.

반면, 19세기까지 남서부지방  은 다른 이유에서 푸아그라를 만들었는데, 바로 오리 고기를 먹기 위해서였다. 프랑스 클래식 요리에는 오리고기로 만든 요리들이 많이 있다. 오리는 비교적 크기가 크기 때문에, 통구이를 할 경우 오랜 시간 동안 오븐에서 익혀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고기가 질겨진다. 질기지 않고 기름진 고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리를 억지로 살찌게 해야 했고, 그렇게 살찌운 오리의 배를 갈랐더니 푸아그라가 나왔다. 푸아그라는‘ 부산물’에 해당하였다. 주산물이었으면 그대로 먹었겠지만 그게 아니다 보니 이런저런 궁리 끝에 나온 것이 병조림이다.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는 이 방법은 냉장시설이 없던 당시에도 장기보존이 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와인처럼 장기숙성 했을 때에 병 속에서 맛도 숙성된다는 이점이 있다. 특히 트뤼프가 한 조각이라도 들어간 병조림이면, 그 맛은 아주 기가 막힐 정도로 좋아진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 익혀서 바로 먹는 경우엔 맛이 많이 떨어진다. 여하튼 집집마다 매번 오리를 잡고 거기서 나온 푸아그라 병조림이 찬장 가득히 차 있고, 한국의 젓갈이나 장조림 또는 묵은지처럼 여기저기 섞어 먹다 보니 지금의 수많은 조리법과 먹는 방법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학창 시절에 시골에서 올라온 친구들의 집에 가 보면 꼭 우리나라에서 참기름이나 김치 보내듯 시골집에서 보내온 병조림이 가득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럼 푸아그라는 어떻게 먹어야 할까. 자주 받게 되는 질문 중에 정말 대답하기가 난감한 것이 있다. 바로 “푸아그라 잘하는 식당을 소개해 달라.”는 것이다. 푸아그라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으레 있을 수 있는 의문이겠지만, 이것은 마치 딸기나 감자, 올리브 혹은 버터가 맛있는 식당이 어디냐고 묻는 것과 같다. 실제로 위키피디아 한국어판에서도‘ 푸아그라’를 검색하면“ 푸아그라의 재료로 사용되는 거위의 간”이라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치킨의 재료로 사용되는 닭”이라는 말과 같다.

프랑스의 식당들은 일반적으로 계절마다 레시피를 새로 만든다. 그런데 무슨 수로 모든 식당의 레시피를 알고 맛을 볼 수 있을까. 이것은 불가능하다. 푸아그라는 모든 조리법을 다 이용할 수 있다. 삶고, 로스트하고, 팬 프라이하고, 테린을 만들고, 증기로 찌고, 콩피하고, 레드 와인에 졸이고, 수플레로도 먹고, 면보에 싸서 삶고, 따뜻한 푸딩으로, 혹은 크렘 브륄레로 먹는 등 푸아그라의 다양한 조리법은 끝이 없다. 그리고 계절별로 곁들여 먹는 재료도 바뀌기 때문에, 파리 최고의 푸아그라 식당The bestfoie gras of Paris는 존재할 수 없다. 무엇이 가장 맛있다고 말할 수 없이 철저히 개인 입맛에 달렸다.

푸아그라가 가장 어울리는 자리는 있으니 바로 연말의 식탁이다. 프랑스에서는 연말이 되면 각종 푸아그라 회사들이 조리하지 않아도 맛있게 바로 먹을 수 있다며 푸아그라 상품들을 광고한다. 축제 분위기에 가장 어울리는 주인공인 샴페인도 광고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거리마다 가게마다 샴페인과 푸아그라의 이미지가 눈에 띈다. 많은 사람이 연상하는 푸아그라와 샴페인의 궁합도 이런 연말 축제 분위기에서 온 것 같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소테른Sauternes같이 달콤한 화이트 와인을 함께 곁들인다. 차가운 푸아그라를 입에 넣으면 혀를 지방이 둘러싼다. 거기에서 느껴지는 무거움과 간에서 오는 특유의 씁쓰름한 맛이 느껴진다. 그래서 차갑고 산도와 당도가 좋은 화이트 와인으로 혀 전체를 감싸 주면 두 가지 맛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뜨거운 푸아그라를 샴페인과 함께 맛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뜨거운 푸아그라는 열 때문에 지방이 활성화되어 샴페인과 함께 했을 때 톡 쏘는 탄산과 산도가 입 안을 상쾌하게 만들어, 입맛을 돋우어 주어 더욱 즐겁다. 조리법에 따라서 레드 와인과도 잘 어울린다. 실제 남서부지방에서는 마디랑Madiran이나 카오르Cahor같이 타닌이 강하게 느껴지는 레드 와인과 함께 하기도 한다. 체리잼을 곁들인 테린과 부르고뉴의 레드 와인이 멋지게 어울렸던 경험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제야除夜는 친구들과 함께 보낸다.

이런 축제 분위기의 연말에는 3대 진미와 함께 굴, 훈제 연어 그리고 샤퐁chapon과 지비에를 먹는다. 냉장기술의 발달로 굴과 연어는 이젠 사시사철 저렴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캐비아와 트뤼프는 가격이 비쌀 뿐 아니라 전문 가게에서만 취급하기 때문에 아직도 대중들이 쉽게 접하기 힘들다. 심지어 고급 레스토랑도 캐비아와 트뤼프를 위한 자물쇠 있는 냉장고를 따로 구비할정도다. 지비에도 그것만을 다루는 업자가 따로 있고, 먹을 수 있도록 가공하는 데에 시간과 노력, 기술이 필요한 식자재다. 그러나 푸아그라는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먹거리가 되어 어느 슈퍼마켓에 가도 쉽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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