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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나라 프랑스에서 와인 바를 오픈한 영국인 이야기

한식재단

Editor’s Note: <파리에는 요리사가 있다>에는 미쉐린 별을 받은 비싼 레스토랑이 아닌, 진정으로 요리를 잘하는 요리사들이 선보이는 수준급 식당이 소개되어 있다. 부산에 있는 레스토랑 메르씨엘의 윤화영 셰프와 박현진 대표는 십수년간 파리에 머물면서 이 책에 담길 레스토랑을 찾아 다니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책은 식당 추천뿐만 아니라 프랑스 요리사의 계보, 푸아그라와 생선 등 식재료에 대한 설명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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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중심가인 오페라Opera에 취재를 갔다가 식사 할 일이 있었다. 오페라는 70년대부터 일본인들의 부동산 투자가 많이 이루어져 온 장소로, 일본 기업의 파리 지사 사무실이 밀접한 곳이다. 그러다 보니 꽤 괜찮은 일식 패스트푸드 집이 여럿 있지만, 한여름 냉방도 안 되는 좁고 북적거리는 라멘이나 우동집에 들어가는 건 생각만 해도 너무 끔찍하였다. 순간 떠오른‘그 집’생각에 남편과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윌리스 와인 바로 향하였다.

유모차를 가져간 우리를 위해 넓은 자리를 마련해 준 경쾌한 미소의 젊은 여종업원은, 불어가 유창하지는 않았지만 세세한 것까지 신경을 써 주었다. 역시‘영국식 서비스’다 싶었다. 팁이 의무가 아닌 파리에서는 신사의 나라 영국과 서비스가 많이 다르다. 프랑스 식당 메뉴판의 가격에는 19.6%의 부가가치세와 15%의 봉사료가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처음부터 세금과 봉사료가 높게 책정되어 있다 보니, 팁이 의무는 아니지만, 서비스가 마음에 들었을 때는 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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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이 없으니 종업원 입장에선 애써 더 친절하게 할 필요가 없다. 불러도 오지 않고, 부탁해도 한참 걸리고, 다시 물어보면 당연히 잊어버렸고, 기억을 환기시켜 주면 반드시 다른 것을 갖다 주고…. 파리지앵들은 반복되는 불친절에 익숙해져 있다. 반면, 런던에서는 어디서나 경쾌한“ Yes!” 와 함께 원하는 것이 신속히 해결되어 속이 다 시원하였던 기억이 있다. 윌리스 와인 바의 윌리엄슨 사장이 영국인이다 보니, 직원들 역시 대부분이 영국인이다. 그래서 이곳은 파리에서 드물게 런던의 경쾌하고 신속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willi 2윌리엄슨 사장Marc Williamson은 1973년 런던에서 요리견습생으로 일을 시작하여 파리로 와서 1976년까지 주방에서 일하다 1977년, 파리의 심판Judgement of Paris wine tasting의 기획자인 스퍼리어 Steven Spurrier와 함께 와인샵‘카브 들라 마들렌 Cave de laMadeleine’에서 3년간 일하면서 와인에 눈을 뜨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하여 1980년 바로 이 자리에 음식을 주제로 한 와인 바인 윌리스 와인 바를 열게 되었다. 스퍼리어 씨에게서 물려받은, 윌리엄슨 사장의 와인에 대한 사랑은 그의 와인 리스트 곳곳에서 느껴진다.

허술한 코팅의 링 제본된 리스트지만 지역, 밀레짐1, 가격 등 모든 면에서 폭넓은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와인들이 올려져 있다. 1980년 윌리스 와인 바를 오픈할 당시만 해도, 파리에서는 와인 바라 하면 정말 바에 앉아 와인을 마시며 치즈나 소시지 정도 곁들일 수 있는 곳이었다.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와인을 마시면서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대중식당이 없었다. 하긴 우리 책의 주인공들이 데뷔하기 10년 전의 풍경이다.

우리의 상상과는 다르게 80년대까지만 해도 프랑스의 와인 산업은 후기 신석기 시대수준이었다. 그래서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 같은 미국인 신흥 와인 거물이 등장할 수있었다. 어느 정도 수준 있는 와인은 기껏해야 몇몇 보르도Bordeaux와 소수의 부르고뉴Bourgogne정도였고, 론Rhone이나 알자스Alsace는 아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신세계 와인’이었다. 그러나 론 지방 와인의 잠재력을 일찍이 발견한 윌리엄슨 사장은 모든 사람의 무관심에 방치된 이 지역 여러 곳의 와인을 <발굴>해서, 파리지앵들에게 소개하였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그의 론 와인 콜렉션은 파리의 최고 중 하나로 손꼽힌다.윌리엄슨 사장은 최고의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는데, 윌리스 와인 바와 마세오2 두 곳모두 향신료를 가능한 한 적게 사용하고, 가장 적절한 조리법을 찾아 담백하게 음식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개성이 있는 음식을 만들지만, 음식이라는 아이템 하나가 레스토랑 전체를 압도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레스토랑은 즐거움을 갖기 위한 자리이고, 즐거움이란 모든 요소가 종합적으로 발현될 때 느껴질 수 있는 것이죠. 레스토랑은 행복을 파는 곳이에요. 단순히 음식, 서비스, 인테리어, 와인의 수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 어떤 식당을 회상할 때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이 나고, 마셨던 와인의 향이 계속 코끝에서 느껴지는 것 같고, 지배인의 얼굴도 아른거리는, 그런 곳이 좋은 레스토랑 아닐까요. 윌리엄슨 사장 자신이 론 와인을 좋아하기 때문에 겨울에는 그와 어울리는 고기찜 등의 묵직한 음식을 즐겨 제공한다. 사계절 동안 성격이 다른 음식들로 다채로운 와인과의 마리아주를 경험할 수 있게 노력한다. 윌리엄슨 사장은 좋은 식자재가 존중받는 음식을 추구한다. 즉, 지나친 가공으로 변질되어 본연의 맛을 잃어버리지 않은 음식이어야 한다는것이다.

“음식은 흥미로워야지 지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식탁에 앉은 사람들 사이에 음식이 끼어들어, 쉬지 않고 음식만 먹고 있어야 하는 그런 식당은 싫더라고요. 아무리 훌륭한 요리사가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음식만 감상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죠. 우리가 식당에 가는 것은, 음식에 대해 분석하고 보고서를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들과 식탁 위에서 인생의 달고 쓴 이야기도 나누고 삶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서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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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시음단체인 그랑 쥐리 유러피언Grand Jury European의 멤버이자 유명한 와인 시음자인 K씨가 파리를 방문하여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이때에도 자신 있게 소개한 장소가 바로 윌리스 와인 바였다. <지롤 버섯을 곁들인 뿔닭3 구이Pintade de chezBurgaud aux girolles>를 주문했었는데, 접시가 나오자 따끈한 온도며, 볼륨감 있는 양, 익힌 정도 등 모든 게 만족스러워 놀랐다. 마침 자리에 있던 윌리엄슨 사장도 동석하여 함께 한잔하면서 기분 좋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와인 한 병을 사이에 두고, 파리에서 영국인과 미국 교포가 만나 이렇게신나게 영어로 이야기하는 모습은 참 묘하게 즐거운 광경이었다. 와인에 이런 마술이 숨어 있는 걸까? 두 사람이 최근 와인 경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로버트 파커의 영향으로 너무 급속히 가격이 오른 랑그도크Languedoc 와인 이야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 윌리엄슨 사장은, “랑그도크 와인은 파커를 위한 보디빌딩을 멈춰야 해요. 와인은 마셔야 의미가 있지, 너무 장기 숙성형 와인만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그 어떤 와인도 다른 와인보다 우월할 수는 없는 거지요. 각각 다른 매력이 있는 걸요!”라고 일침을 놓았다. 와인 바 주인이라기보다는 와인 애호가다운 얘기다.

여느 식당들에 비해 와인이 좀 비싼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수 있는데, 그것은 윌리엄슨 사장이 마실 때가 된‘, 익은’와인들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딱 맛있게 숙성된2000년대 초반의 것들이 주류를 이룬다. 여기에 더하여 그는 와인을 구매할 때 밀레짐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것이 느껴졌다. 눈여겨보면 단순히 오래된 것이 아니라 밀레짐이 좋은, 숙성된 와인이 많다는 것 역시 알 수 있다. 이 영국 양반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우리가 와인 종주국임네~” 하며 눈짓으로 말하는 프랑스의 와인바 주인들과는 다른 면이 많이 느껴진다. 윌리엄슨 사장에게서 잘난 체나 고자세는 눈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다.

단지 자신의 와인 사랑을 맛깔스런 입담으로 풀어나갈 뿐이다. 그러니 와인을 좋아한다면, 꼭 한 번 윌리스 와인 바에 들러 식사해 보길 권한다. 마세오는 윌리스 와인 바보다 조금 더 여성스럽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의 공간이다. 데이트를 즐기기에는 마세오가 더 로맨틱한 장소가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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