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토닉씨의 파리 식문화 경험담] 프렌치 골수(?)식당의 유쾌한 셰프를 마나다

한식재단

Editor’s Note: <파리에는 요리사가 있다>에는 미쉐린 별을 받은 비싼 레스토랑이 아닌, 진정으로 요리를 잘하는 요리사들이 선보이는 수준급 식당이 소개되어 있다. 부산에 있는 레스토랑 메르씨엘의 윤화영 셰프와 박현진 대표는 십수년간 파리에 머물면서 이 책에 담길 레스토랑을 찾아 다니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책은 식당 추천뿐만 아니라 프랑스 요리사의 계보, 푸아그라와 생선 등 식재료에 대한 설명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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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 중에는 재미있는 사람들이 많다. 다들 개성이 강하지만, 그 중에서도 별난 몇몇 코미디언이 있다. 내가 아는 요리사 중 셰프 포셰Thierry Faucher만큼 털털하면서 유쾌한 전형적인 ‘변강쇠’ 스타일의 요리사는 없었다. 일단 식당 이름부터 로스 아 모엘L’Os a Moelle이다. 영어로는bone marrow, 한글로는 골수骨髓다. 뼈다귀 식당인 셈이다.

loseamoel4앞에서 이야기하였지만, 이곳은 어처구니없는 상호 1위로 꼽고 싶은 곳이다. 왜 그렇게 지었느냐고 하니깐 그냥 ‘웃겨서’라고 한다. 이름 자체가 이러니 분위기가 엄숙해질 수 없고, 본인도 이런 밝은 분위기가 좋단다. 그렇다고 그가 실없는 사람은 아니다. 브리스톨 호텔Hotel Bristol, 타이유방Taillevent을 거쳐 크리옹 호텔Hotel de Crillon을 경험한 실력자다. 셰프 캉드보르드가 오픈한 후, 셰프 포셰에게도 가게를 열라고 유혹했는데, 그때 그의 나이가 겨우 25살이었던지라, 돈이 없어서 망설였다고 한다. 그러던 중, 캉드 보르드와 셰프 콩스탕이 자금을 빌려줘서 문을 열 수 있었다.

94년에 개업했으니, 그 역시도 가스트로-비스트로의 서막을 알린 인물 중의 하나이다. 뼈다귀 식당 안에는 그의 이런 존재감을 표현하는 그림이 떡 하니 걸려 있다. 한 작가가 그림 속의 다섯 주인공이 각자 중앙에 있는 다섯 개의 서로 다른 그림을 그려 주었는데, 이들이 모두 현재 파리 가스트로-비스트로 움직임의 주역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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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부터 ① 크리스티앙 콩스탕 ② 르 콩투아 – 캉드보르드 ③ 뼈다귀 식당 주인장 티에리 포셰 ④ 호텔 브리스톨 – 에릭 프레숑 ⑤ 셰 미셸 – 티에리 브르통

뼈다귀 식당을 오픈 하고, 4년이 지나서 식당 바로 앞에 카브cave를 열었는데 카브에는 한가운데 커다란 탁자가 있어 여러 사람이 함께 식사를 하도록 되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타블 도트table d’hote 가 그리 흔하지는 않다. 셰프는 이렇게 모르는 사람들이 함께 둘러앉아 밥을 먹는 것 자체가 참 재미있어서 마음에 들었단다.

그러다 보니 재미있는 일화도 많다. 그의 가족은 식당 위층에 살기 때문에 일요일에는 가족과 함께 이 큰 테이블에 앉아서 브런치를 즐기곤 한다. 그러다 보면 옆에 앉은 손님이 “이 테린 되게 맛있어요, 맛 좀 보세요!” 하면서 테린을 권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고. 문제는 그 자신은 14년 동안 매일 맛을 보고 있기 때문에, 쉬는 날만큼은 그다지 먹고 싶지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그러시냐구 하고 무심하게 대꾸하고 앉아 있으면 이번엔 동네 사람들이 밥 먹으러 와서 “안녕하세요, 셰프님!” 하고 인사를 한다고. “그러면 되~게 웃겨진다구! 테린 권하던 양반은 얼마나 쑥스럽겠어. 하지만, 웃기니까 좋잖아!?”하며 호탕하게 웃는 포셰 셰프. 함께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덧 내 머릿속에도 ‘웃긴 것이 좋은 것’이란 등식이 성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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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고 하니, 생선 위에다가도 엄청 큰 골수 덩어리를 얹어 준다. 아니, 생선 위에 골수는 이상하잖아요! 했더니 껄껄 웃으며 “골수 집이니까 이렇게 하는 게 재밌잖아! 웃기니깐 좋은 거야!”란다. 그는 어려서부터 요리사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부모님께 음식을 해 드리고 자신의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식탁이야말로 행복을 주는 공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기의 식당을 내게 된 것이다. 그의 음식도 그를 닮아서 매우 유쾌하다. 크리옹 호텔의 음식과는 또 다른, 어깨에 힘을 뺀 ‘즐기기 위한’ 음식이다. 뼈다귀 식당에서는 좀 창의적인 음식을한다면, 카브에서는 전통적인 음식을 한다.

음식을 한 입 베어 물고 나서 머리를 굴리고 고민할 필요 없이 눈 감고 먹어도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심플한 요리다. 와인에 관한 그의 태도도 명료한데, 카브를 하기 때문에 ‘좀 아는 사람’이라고 오해하지 말란다. 그냥 좋아하면 되는 거지 왜들 그리 골머리를 않는지 모르겠단다. 오크 향이 나는, 보디빌딩을 한 와인은 영 맞지 않아 보르도 와인은 별로 안 좋아한다고. “와인은 숙성시켜 간직하기 위해 만드는 게 아니라, 마시기 위해서 만드는 거야, 몰랐지?” 그는 시종일관 농담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나 그 속에 진정한 삶이 있고, 메시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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