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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토닉씨의 파리 식문화 가이드] 주인장의 유쾌한 미소에 반해 단골이 되다

한식재단

Editor’s Note: <파리에는 요리사가 있다>에는 미쉐린 별을 받은 비싼 레스토랑이 아닌, 진정으로 요리를 잘하는 요리사들이 선보이는 수준급 식당이 소개되어 있다. 부산에 있는 레스토랑 메르씨엘의 윤화영 셰프와 박현진 대표는 십수년간 파리에 머물면서 이 책에 담길 레스토랑을 찾아 다니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책은 식당 추천뿐만 아니라 프랑스 요리사의 계보, 푸아그라와 생선 등 식재료에 대한 설명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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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르에서 조금 더 넓은 공간을 찾아 베르시Bercy 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베르시는 파리의 옛 와인창고가 있던 곳으로, 지금도 이 동네에는 와인 창고를 개조하여 식당과 상점으로 만든 관광지가 있다. 얼마 전 나도 베르시에 있는 와인학교에서 와인 수업을 들었는데, 역시 천장이 둥근 돌로 지은 와인 창고를 개조한 교실이었다. 르꼬르동블루에 다닐 때에도 필기시험 중에 “프랑스 요리에 베르시가 들어가면 무엇 을 의미하게 되는지” 묻는 문제가 있었다. 바로 음식을 조리할 때에 와인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건 배우지 않고서는 감을 잡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다. 요리 사전인 <에스코피에>에도 <베르시 스타일의 서대> 레시피가 나오는데, 버터, 샬롯에 맑은 생선 육수와 화이트 와인을 넣고 서대를 찐 요리다. 그만큼 베르시는 와인을 연상시키는 동네다.

6그래서 사람들은 우리가 이곳으로 이사를 오니 “남편 분이 그렇게 와인을 좋아하시더니, 결국…!” 하고 말하며 웃곤 하였다. 베르시로 이사를 오고 나서 시간이 날 때마다 남편은 레보슈아에 밥 먹으러 가자고 하였다. 만삭의 몸을 이끌고 찾아간 어느 점심, 안타깝게도 자리가 없어서 며칠 후 다시 한 번 갔지만 애석하게도 그날 역시 만석이었다. 끝내 셰프 뒤푸르Thomas Dufour의 음식은 인터뷰 당일에 처음 맛볼 수밖에 없었다.

파리는 역사가 잘 보존되어 있는 도시여서 처음 도착하면 타임머신을 타고 갑자기 18세기에라도 떨어진 것처럼 생소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르데코의 석조건물과 유리장식 들이 곳곳에 그대로 남아 있고 지하철역들도 옛날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2 이런 모습이 관광객을 유혹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런 ‘도시의 주름’들이 너무 방치되어 있다는 느낌도 든다.

식당도 마찬가지로 스스로 ‘시간의 배설물’에 ‘세월의 흔적’이란 이름의 면죄부를 주어, 다른 도시에서는 용납받지 못할 차림새로 손님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그 중에 이러한 시간의 발자취를 애써서 가꾸고 손질하여 보존하는 곳도 있다. 레보슈아는 바로 그런 느낌의, 시간이 잘 녹아 있는 공간이다. 또 낮 동안 자리를 가득 채우고 즐겁게 식사를 즐기는 손님들이 이 공간에 더욱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검소한 프랑스인의 일상이 있는 곳이라고 할까?

그러나 역시 이 식당의 스타는 단연 셰프 뒤푸르의 요리였다. 프레수아Pressoir, 로렁Laurent, 우스토 드 보마니에르Oustau de Baumaniere, 라르페주L’Arpege, 자르댕 데 성Jardin des Sens을 거쳐 1996년 오픈한 그의 식당은 점심시간이면 학창시절 구내식당을 연상시키는 풍경이 연출된다. 작고 가지런한 테이블들과 학생 때 먹었던 소박한 음식을 보면 매우 반가운 기분이 든다. 냉동 식자재가 아닌 신선한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단순히 강판에 간 당근도 씹는 맛이 살아 있고, 주스가 듬뿍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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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와 종업원은 같지만, 저녁에는 음식이 바뀐다. 그래도 가격은 역시 파리 최강의 매력을 자랑한다. 어떻게 이 가격에 이런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 른 곳에서 종종 맛볼 수는 있는 음식들이지만,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없는 어떤 진실함이 느껴진다. 심지어 너무 단순한 <부르고뉴식 소고기찜> 에서조차 오래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는 진지한 음식을 하기 때문에 자칫 평범하고 따분해질 수도 있지만, 재치 있는 유머를 구사하여 먹는 사람들을 즐겁게 만든다. 가령 한식으로 예를 들자면, 일반적으로 디저트로 먹는 음식인 누룽지를 얇게 만들고 그 위에 비빔밥의 재료를 예쁘게 올려서 아뮈즈 부슈로 제공하는 식이다.

“음식이 꼭 ‘혁명적’일 필요는 없잖아요? 저는 고기가 되었건 생선이 되었건 거기에 어울릴 깊은 맛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데에 중점을 두지요. 최근 가스트로에 가면 좋은 아이디어와 아름다운 장식은 가득하지만, 정작 중요한 ‘맛’이 빠진 음식에 비싼 돈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아서 좀 아쉬워요.

그런 그의 음식에 보조를 맞춰줄 와인을 담당하는 소믈리에 티에리 역시 저렴하면서도 진실한 맛의 와인을 잘 선별한다. 양조가의 아들답게 어려서부터 생활에서 익힌 와인 선별 방법은 레보슈아가 파리에서 좋은 카브를 가진 비스트로로 손꼽히게 하는 데 한 몫을 담당하였다. 최근에는 좋은 유기농 와인을 구하기 위해서 노력 중이라고. 현재 대략 10종류의 글라스 와인을 갖추고 있다.

그는 음식이 혁명적일 필요가 없다고 했으나 그가 보여 주는 가격은 가히 ‘혁명’적이고도 남는다. 와인 한 잔 곁들여 뒤푸르 셰프의 솔직 담백한 요리들을 즐겨 보는 것은 항상 즐겁고 기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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