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보큐즈도르 훈련기] “역대 최고 성적 기대해 달라” 한국 대표팀을 만나다

‘요리사의 교황, 누벨퀴진의 아버지. 20세기 최고의 셰프’
폴 보큐즈 셰프의 별명이다. 그는 1965년부터 지금까지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받은 별 3개를 유지하고 있으며,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Legion d’honneur를 요리사로서 처음으로 받은 인물이다. 그는 특히 새로운 요리라는 뜻의 누벨 퀴진을 유행시킨 장본인으로 유명하다. 누벨 퀴진은 조리 기법을 최소화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고 요리사가 관객 앞에서 요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큐즈도르Bocuse D’or는 이런 정신을 이어받아 1987년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최대 규모의 요리 대회다. 보큐즈도르는 창시자인 폴 보큐즈의 명성에 걸맞은 규모다. 세계 각국의 지역 예선을 통과한 24개국이 본선 무대에서 실력을 겨룬다.

16360695086_5999819767_k-copy
source : paulbocuse.com

한국은 지난 1989년 박효남 명장이 당시 힐튼 호텔 주방팀을 이끌고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2년 전 대회까지 꾸준하게 참여해왔다. 특히 지난 대회에서는 역대 한국팀 중 가장 높은 순위인 18위를 기록했었다. 올해 30주년 기념대회로 열리는 예선에서는 조리과정이 완벽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한국 대표팀 함준재 선수와 황원규 꼬미는 지난 대회보다 더 높은 순위를 기대하고 있다.

다소 호방한 다짐이지만, 그들의 기대에는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 연습의 양이 늘었고 수준도 높아졌다는 것. 이전까지 출전팀은 연습과정에서 대회장에 갈 때까지 모든 비용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했다. 비싼 항공 화물비용 때문에 훈련 내내 쓰던 기물을 가져가지 못했던 적도 있었고, 대회에 필요한 식재료를 가져가지 못해 억울했던 일도 겪었다.

그런데 올해 대회에는 처음으로 후원사가 대표팀의 연습부터 본선 출전까지 전부분을 지원한다.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해볼 수 있는 이유다. 특히 선수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특별 훈련 과정도 후원사인 네슬레 프로페셔널이 기획하고 진행했다. 또한 이번 네슬레 프로페셔널의 공식 후원으로 대표팀은 필요한 기물을 넉넉히 준비할 수 있었으며, 선수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훈련의 수준도 높일 수 있었다. 아시아 지역 예선을 통과한 지난 4월 이후 약 200여 일 동안 빡빡한 훈련 스케줄에 맞춰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한국 대표팀을 만났다.

| 대표팀의 약점을 보완할 전략적인 훈련 과정이 필요했다

“마지막 본선 진출국은… 코.리.아.!” 지난 4월 아시아 예선전 결과발표(관련 기사 바로가기 클릭) 순간. 5개 국가에만 주어지는 본선 진출권을 한국은 다섯 번째로 받았다. “예선을 통과하고 나서 이제 됐구나 싶었는데 남은 시간을 보니 200일뿐이었습니다. 결코, 여유 부릴 수 있는 기간이 아니었죠. 우리나라의 최고 순위를 기록하려면 치밀하고 효율적인 훈련이 필요했습니다.”

27

한국 출전팀 김동석 감독의 첫마디였다. 보큐즈도르 출전국 감독은 동시에 대회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한다. 심사위원인 만큼 대회의 규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했을 때 한국팀에게 가장 필요한 훈련과정이란 과연 무엇이었을까?

김 감독이 파악한 우리 팀의 약점은 국제대회에서 요구하는 식재료를 100% 갖춰두고 연습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급선무로 선택한 훈련 전략은 대표팀이 연습할 수 있는 식재료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일이었다. 그것도 대회장에서 사용할 최상품이 필요했다. 거기에 한식의 개성까지 살릴 수 있는 식재료라면 금상첨화였다.

과연 대표팀이 원하는 수준의 식재료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곳이 국내에 존재할까? 대표팀은 후원사인 네슬레 프로페셔널과 훈련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후원사는 여러 후보 중 해오름 농장과 서일 농원이 제격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대표팀을 데리고 투어에 나섰다. 국내에서 가장 다양한 허브를 보유한 해오름 농장. 장에 관한 거의 모든 지식을 전수 할 수 있는 서일 농원. 대표팀 훈련장으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 부족한 식재료, 불리한 여건을 극복할 해오름 농장과 서일농원

보큐즈도르는 사용할 수 있는 식재료를 미리 공지한다. 이번에는 총 140가지의 식재료 안에서 요리를 완성해야 한다. 그런데 모든 식재료를 우리나라에서 다 다뤄볼 수는 없었다. 생각보다 식재료가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해오름 농장은 메뉴에 쓰려고 예상했던 40여 가지의 채소를 재배하고 있었다. 이중 대표팀이 대회장에서 사용할 25종의 허브를 농장으로부터 받아서 연습하고 있다.

24

21

지금까지 우리나라 고급 호텔에서 쓰던 희귀채소는 외국산을 쓸 수밖에 없었다. 수입품이라 당연히 가격이 비쌌고, 최상품도 아니었다. 경력 20년 차 호텔 요리사 출신인 해오름 농장 최종섭 대표(셰프뉴스와 인터뷰 바로가기)도 이점을 항상 안타깝게 생각했었다. 그래서 본인이 직접 12년 전부터 희귀 채소를 키우는데, 지금은 해오름 농장에서 판매하는 채소만 300여 종에 달한다.

최종섭 대표는 “요리사에게 식재료는 총알이나 다름없어요. 전쟁터에 나가기 전 총알이 필요하듯, 식재료 역시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야 독창적인 먹거리를 만들 수 있거든요.”라고 말한다. 대표팀은 메뉴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기까지 해오름 농장과 긴밀하게 재료를 공급받고 있다.

보큐즈도르에서는 프랑스 레시피지만, 출전국의 개성을 얼마나 잘 표현했는지를 심사한다. 그리고 한식만큼 세계인에게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음식도 드물다. 일식과 중식에 비해 뒤늦게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한식의 인기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표팀은 심사위원들에게 강한 인상을 줄 한식만의 강점을 찾고 싶었다. 고민은 결국 ‘모든 한식을 관통하는 요소는 무엇일까?’로 좁혀졌는데, 대표팀은 다양한 의견을 수집해 우리 맛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건 바로 채소 발효, 장(醬)이라는 결과를 얻었다고.
23

23

서일 농원은 서분례 명인이 직접 담근 된장과 청국장, 간장, 식초 등 장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대표팀은 명인의 지도로 직접 콩을 삶아보기도 하고, 발효하는 과정을 듣거나 보면서 장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맛을 내는지 알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재료의 특징을 알아야 메뉴에 어떤 모습으로 적용할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라며 체험에 동참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요리사라고 모든 재료를 다 아는 게 아닙니다. 특히 한국 사람일수록 장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는 못할 수 있어요. 우리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럽기 때문이죠.” 그가 서일 농장에서 맛본 장의 맛은 지금까지의 상식을 뛰어넘었다. 장독이 숨을 쉰다고는 들어봤지만, 이렇게 눈으로 보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장독 바깥으로 된장 진액이 배여 나오고 있었고, 그 맛은 기존 장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청량함까지 담고 있었다.

대표팀은 두 곳을 방문한 덕분에 메뉴를 결정하는 데 드는 고민을 줄일 수 있었다. 필요한 식재료를 구하고 한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전체 조리 과정을 몸에 익히고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 할지 등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네슬레 프로페셔널은 대표팀의 메뉴 구상에 구체적인 도움을 주고자 다른 방식의 훈련과정을 마련했다. 대회에서 제시한 레시피를 원형에 가장 가까운 모습으로 체험할 수 있게 특별한 셰프를 섭외한 것이다.

| 프랑스의 음식과 레시피, 오리지널을 경험할 필요가 있었다

본 대회의 메인 메뉴로 선정된 음식은 브레스 치킨과 갑각류Bresse Chicken and shellfish요리다. 프랑스 남부 리옹의 전통요리인 poulet et ecrevisse을 모티브로 한 메뉴인데, 대회 주최 측은 이 메뉴를 ‘원래의 맛을 개성을 살려 표현할 것’이라는 규정을 전달했다.

25

22

대표팀이 원형에 가까운 음식을 맛보기 위해 찾은 곳은 특급 호텔 주방이었다. 그곳에서 클래식 프렌치를 선보일 수 있는 김민규 셰프를 만났다. 그는 프랑스 보큐즈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유명 셰프인 장 프랑수아 피에주JEAN FRANCIOS PIEGE 밑에서 10년 넘게 일을 배운 베테랑이었다. 대표팀은 김민규 셰프를 통해 본토에서의 경험, 그리고 메뉴의 오리지널을 경험하길 원했다.

김민규 셰프는 주방으로 함준재 선수와 꼬미를 불러들였다. 손수 닭을 손질하는 방법을 보여주기도 하고, 외국인 심사위원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는 한국식 소스 등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함준재 선수는 무엇보다 색다른 재료 손질법에 집중했다. 닭 살코기의 모양도 좋았지만, 재료의 손실률이 낮았다. 임팩트 있는 플레이팅 기법을 봤을 때는 감탄을 내기도 했다.

21

| 갑자기 달라진 규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기대 가능한 이유, 따로 있다

올해 보큐즈도르는 30주년 기념 대회로 치러진다. 지금까지는 육류 메뉴와 생선 메뉴로 나눠 심사했었는데, 이번 대회에는 생선 메뉴가 빠지고 오직 채소로만 만든 메뉴가 추가됐다. 특히 채소 메뉴로 바뀐 규정은 지난 11월 30일에서야 공식 발표됐다. 그리고 각국의 특성을 살려야 한다는 규정도 사라져, 한식을 어떻게 잘 풀어낼지 고민한 노력도 수포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본선을 약 두 달가량 앞둔 시점에 갑자기 바뀐 규정이라 대표팀으로서는 고민이 많았다.

“규정이 바뀌어서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메뉴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당황했죠. 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해요. 항상 부분적으로만 한국식 맛을 내야 했는데, 아예 한국 음식을 만들어서 가면 됐거든요. 또 우리는 채소 음식이 굉장히 발달한 나라잖아요.”

22다행히 지금은 메뉴의 90% 정도가 정해져 선수가 5시간 35분간 메뉴를 만들어보는 리허설에 열중하고 있다고. 대표팀이 채소 메뉴로 선택한 것은 김밥이다. 주최 측은 채소 메뉴에 곡물 기름이나 버터 사용도 금지했다. 오로지 채소로만 만들라는 것인데, 본래 김밥에 햄이나 어묵 등만 빼면 해조류인 김과 채소로도 충분히 맛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한식인 만큼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국제 대회에 출품할 메뉴로는 다소 서민적이지 않냐는 우려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김동석 감독은 “사회적 메세지를 접시에 담아낼수 있다는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고등학생들 김밥 많이 먹잖아요. 세월호의 그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야채 메뉴가 뭐가 있을까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접시 위에는 먹을수 있게 만든 노란 리본도 올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사실 외국인들 김밥 엄청 좋아해요”

약 200일 동안 대표팀은 하루도 빠짐없이 훈련 과정을 손으로 기록한다. 그리고 그 기록을 코치나 감독이 일일이 컴퓨터 파일로 옮겨둔다. 이렇게 정리해두면 다음 대표팀에게 더 나은 상황을 전수할 수 있고, 대회 당일에 되새길 과정을 편리하게 다시 꺼내 볼 수 있다. 이제는 훈련 기록이 얼마나 쌓였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양의 기록이 남겨져 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요리대회를 아마추어 혹은 학생들의 리그라고 인식한다. 보큐즈도르의 경우는 예외이긴 하지만 다른 요리대회들은 경력이 필요한 젊은 요리사들의 등용문 정도로만 해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큐즈도르 정도의 국제 대회에 출전하는 다른 나라 선수들은 경력이 적어도 10년 이상의 수셰프나 셰프다. 한국도 올해 대회를 포함, 수년 전부터 각자 속한 직장을 다니면서 대회를 출전하고 있으니, 학생들이나 출전한다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은 현직셰프들이 국제대회무대에 나서는걸 보기 쉽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외국 대회에 나가보면 생각보다 쟁쟁한 셰프들이 많거든요. 우리나라도 다양한 분야의 셰프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동석 감독은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요리사들이 대회에 관심을 두고 국내 요리사의 실력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네슬레 프로페셔널의 후원과 함께 역대 최고기록을 꿈꾸며 달리는 대표팀의 열정은 한겨울에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네슬레 프로페셔널은 본선이 열리는 내년 1월까지 보큐즈 도르 한국팀의 연습용 식자재 비용을 비롯해 항공권과 화물비를 지원하고 조리복, 네슬레 프로페셔널 제품을 포함한 기타 물품 등의 지원을 약속했다.
네슬레 프로페셔널 서상원 부장은 “꿈을 향한 한국 대표팀의 열정적인 모습에 네슬레 프로페셔널은 후원을 최종적으로 결정했습니다. 결선 무대까지 아낌없이 지원할 생각입니다”라며 한국 대표팀에게 힘을 실어줬다. 24개국의 실력은 내년 1월 24일 프랑스 리옹에서 판가름 난다. 한국팀의 승전보가 또 들려오기를 기대한다.

3cfec051-09d5-4e31-85be-d5a8cbf7db63

네슬레 프로페셔널은 소비자 만족을 위해 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식음료 솔루션을 연구하는 식음료 파트너로서 레스토랑, 카페, 베이커리,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바, 호텔, 연회를 비롯하여 테마파크, 대학교, 항공사 및 오피스 등과 같은 다양한 채널에 최상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About 이 인규

이 인규
'미식에는 층위가 없다. 단지 아직 느끼지 못한 음식이 있을 뿐.' 이래 생각합니다. 비록 글로 배운 음식문화이지만, 혀로 배우고 사색하기 시작하면서 그 한계를 넘고자 합니다. 나에게 있어 한계는 맛을 표현하는 글인게죠.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