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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토닉씨의 파리 식문화 가이드]보여주려고 만든 음식 vs 먹기 위해 만든 음식

한식재단

Editor’s Note: <파리에는 요리사가 있다>에는 미쉐린 별을 받은 비싼 레스토랑이 아닌, 진정으로 요리를 잘하는 요리사들이 선보이는 수준급 식당이 소개되어 있다. 부산에 있는 레스토랑 메르씨엘의 윤화영 셰프와 박현진 대표는 십수년간 파리에 머물면서 이 책에 담길 레스토랑을 찾아 다니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책은 식당 추천뿐만 아니라 프랑스 요리사의 계보, 푸아그라와 생선 등 식재료에 대한 설명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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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건대, 셰프를 만나보기 전까지는 이 식당 역시 뵈르 누아제트Beurre Noisette와 로스 아 모엘L’Os a Moelle 의 뒤를 잇는 ‘이름으로 승부하는 집 삼총사’인 줄 알았다. “15구는 시내에서 멀기 때문에 이런 수법으로 손님을 꼬시는군.”하고 멋대로 생각하기도 하였다. 아무리 그래도 ‘큰 프라이팬’이 뭐냐고…. 하지만 식당을 들어서면서 이 의문은 풀렸다. 머리 위로 보이는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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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 temps que regnait le Grand Pan, les dieux protegeaient les ivrognes”
“술꾼들을 보호하는 신, 르 그랑 팡이 지배하던 시절…. 1964”

20세기 프랑스의 가장 위대한 가수로 손꼽히는 조르지 브라성스Georges Brassens의 곡 LeGrand Pan의 시작 부분이다. 아, 큰 프라이팬이 아니라 신神의 이름이었구나. 바커스와는 경쟁 관계려나? 식당 옆에는 브라성스 공원이 있고, 식당 안에는 양조장에서 직접 배달 오는 오크통이 놓여져 있었다. 언제나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식사하는 장소가 되라는 의미에서 이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역시 에츄베스트의 스공다운 얘기다. 셰프 고티에Benoit Gauthier의 이력을 보면 좀 의아해진다. 그는 오베르뉴Aubergne의 예하 지역인 코레즈Correzo 태생으로, 오 트루 가스콩Au Trou Gascon(Jacques Faussat,*)과 바스티드 드 무스티에르Bastide de Moustiere(Alain Ducasse,*), 르 그랑 베푸르Le Grand Vefour(Guy Martin,***)을 거친 후에 르 트로케Le Troquet(Christian Etchebest) 에 들어갔다.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의 셰프 드 파티chef de partie까지 한 양반이 갑자기 비스트로에 들어가다니? 9

“가스트로에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계속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최고의 비스트로 셰프인 에츄베스트에게 배우기 위하여 르 트로케로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진짜 프랑스 요리의 맛이 무엇인지 A부터 Z까지 새로 배웠지요. 최근 들어 가스트로의 음식은 너무 비주얼visual을 중시한 나머지 입에서 느껴지는 맛보다 눈으로 보는 것들이 우선시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이렇듯 그는 비스트로의 음식이 더 좋아서 여기에 이 식당을 오픈하였다. 그에게는 이 음식들이야말로 가슴에서 만들어진 음식이기 때문이다. 냉동된 식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제철 재료를 제대로 익혀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매우 높다. 심지어 그는 오베르뉴 출신이지만 돈육가공품은 바스크 지방의 것을 쓴다. 프랑스에서 돈육가공품으로 가장 유명한 두 지방이 오베르뉴와 바스크인데, 업계에선 바스크 제품을 더 알아주기 때문이다. 3년 반을 르 트로케에서 일하면서 바스크 지방의 최고 생산자들을 알게 되어 친하게 지낸 것도 도움이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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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너무 단순하기 때문에 내가 생각해도 식재료가 안 좋으면 티가 날 것 같아서 재료에 많은 신경을 쓰지요.”
점심에는 세트메뉴가 있고, 저녁에는 소 & 송아지 & 돼지 갈비 삼총사, 그리고 오늘의 생선, 셰프의 기분에 따라 한두 가지 본식이 추가되는 정도다. 전식을 시키지 않고, 본식인 갈비만 시키는 손님에게는 고기 익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아뮈즈부슈를 제공한다4. 가재가 제철인 여름에는 파리에서 가장 저렴하게 브르타뉴산 바닷가재homard bleu de Bretagne를 맛볼 수 있는데, 하루에 다섯 마리밖에 팔지 않는다. 이 진미를 꼭 맛보고 싶다면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단지 즐거움과 퀄리티quality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지, 많이 팔아서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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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는 적은 양의 생선을 준비하여 밤 10시도 되기 전에 생선이 다 떨어지는데, 남은 생선을 주말 동안 냉장고에서 묵히기 싫어서라고. 마찬가지로 금요일 저녁에는 점심 메뉴의 전식이 아뮈즈부슈로 무료 제공된다. 와인도 마찬가지로 이윤 추구가 목적이 아니라 철저히 즐거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이미 병입된 비싼 와인보다 직접 와이너리에서 오크통째로 사와서 이것을 잔으로 판다. 단골 중에 새로운 맛을 원하는 손님에게 병 와인도 판매한다.

고티에 셰프도 비싸고 좋은 장기숙성용 와인의 가치를 알지만, 그의 음식에는 갈증 해소용 와인vin de soif이 잘 어울려서 음미하는 즐거움이 있는 와인보다 쭉 들이키는 즐거움을 주는 와인을 고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인 식사가 <불고기+된장찌개+김치>라고 한다면 프랑스 사람의 그것은 <스테이크+감자 튀김 또는 퓌레+샐러드+빵>이다. 여행하다가 패스트푸드의 냉동 감자튀김이 질릴 때, 여정으로 2% 원기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 프랑스에 와서 와인 마시면서 제대로 ‘칼질’해 보고 싶을 때는 ‘큰 프라이팬’에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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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셰 라미 장의 셰프 제고Stephane Jego와 종종 비교를 하는데, 한 명은 캉드 보르드의 오른팔이었고, 다른 한 명은 에츄베스트의 오른팔이었기 때문이다. 이 두 명의 큰 스승은 가스트로-비스트로 계의 큰 획이고 다른 누구보다 개성이 강한 음식을 한다. 브르타뉴 출신이면서 바스크 음식을 하는 셰프 제고, 오베르뉴 출신이면서 남서부의 음식을 하는 셰프 고티에. 이 남쪽 동네의 음식에는 ‘요리사’들을 홀리는 어떤 힘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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