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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반드시 8가지 철학을 기반으로 만든다” 아시아 TOP 3 셰프, 안드레 창을 만나다

많은 요리사가 자신만의 요리로 시장에서 인정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고객이 원하지도 않는데, 셰프 혼자 수백 가지 음식을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지금까지 수많은 성공적인 오너 셰프들은 고객의 이상향과 자신의 요리 사이에서 합의점을 절묘하게 찾아냈기에 회자하는 것이다.

최근 방한한 대만인 셰프 안드레 창도 이런 점에서는 성공적인 가도를 걷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17세에 프랑스로 건너가 17년간 유명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프렌치 퀴진의 전통적인 기술과 다양한 환경을 몸소 배운 요리사다. 자신만의 요리를 하고 싶어 아시아로 돌아온 그는 고국이 아닌 국제적 도시 싱가포르에 첫 레스토랑을 열게 된다. 2010년 셰프의 이름을 걸고 문을 연 레스토랑 안드레Restaurant Andre. 100년 가까이 그 자리를 지킨 허름한 건물을 개조한 이곳은 30석 규모로 아늑한 느낌을 받기에 적합하다. 안드레 치앙Andre Chiang 셰프는 이곳에서 매일 다른 메뉴로 고객을 만나고 있다.

당시 싱가포르에는 극진한 서비스와 프렌치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이 적었다. 거기에 셰프만의 독특한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음식으로 레스토랑을 연다는 것은 첫 오너 셰프로서 모험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레스토랑 개업 후 1년 반 만에 아시아 베스트 50레스토랑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지금까지도 TOP 5안에 들어갈 정도로 수준 높은 레스토랑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는 싱가포르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별 두 개를 받기도 했다.

국제적인 활동 덕분에 다양한 타국의 셰프를 친구로 둔 그는 컬레버레이션 디너를 여러 번 열기도 했다. 지난 6일 서울 퀴진을 표방하는 스와니예 팀과의 조우도 안드레 셰프의 새로운 도전 중 하나로 여길 수 있겠다. 최근 발간된 그의 저서 옥토필로소피OctaPhilosophy 사인회가 열린 한남동 아르모니움에서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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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드레 창 셰프와의 일문일답

Q 한국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안다. 한국은 어떤 느낌인가?
A 아시아이기 때문에 친근하다. 하지만, 신기한 것도 많았다. 특히 채소(Wild plant)류가 다양해 놀랐다. 채소로 이뤄진 발효 과정이 다양하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Q 대만 출신인데, 첫 레스토랑 오픈 한 나라는 싱가포르였다. 보통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는가?
A 나는 대만 출신이지만 인생의 반 이상을 타국에서 보냈다. 생각보다 고국에 대한 애정이 많지는 않은 편이다. 싱가포르는 국제적인 도시다. 내 음식을 접할 고객이 대만보다 더 많으리라 판단했다.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Q 유년시절, 요리사인 어머니와 함께 일본에서 지내며 중식 요리를 배운 것으로 들었다. 그리고 요리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17세에 프랑스에 무작정 갔다고도 들었다. 당시 프랑스어도 하지 못했다고 하던데, 프랑스에서 경험한 것 중 인상적인 환경은 무엇이었나?
A 엄마에게 중국식 주방 업무를 배운 적이 있다. 중식은 음식을 어떻게 조리하는지 등 기술을 배우는 데 집중했던 시간이었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재료에 신경을 쓸 수 있었다. 제철에 나는 재료로 좀 더 요리에 개인적인 영감을 떠올릴 시간이 필요했다. 프랑스에서는 이 재료를 누가 키웠고 어디서 자랐는지 등을 아는 게 더 중요했다. 달리 표현하면 요리와 더 친밀해진 기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가 아시아 국가로 돌아온 것은 17년이 지난 2010년이었다. 처음 프랑스를 갔을 때는 단기간 유학하는 것을 고려했지만, 요리에 완전히 빠져들어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고. 그가 프랑스에서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건 아마 첫 직장부터 이어진 요리 거장들과의 만남이지 않았을까?

프랑스에서 일한 첫 레스토랑은 당시 미쉐린 3스타 몽펠리에에 있던 Le Jardin Des Sens였다. 그곳은 Jacques and Laurent Pourcel 셰프가 지휘하는 곳으로, 당시에는 안드레가 유일한 아시안 요리사였다. 후에 Jacques Pourcel은 그가 프랑스어를 한마디도 못 했던 풋내기였다고 별도의 인터뷰에서 말한 적이 있다.

이후 안드레는 Pierre Gagnaire, L’Atelier de Joel Robuchon and La Maison Troisgros 에서 꾸준히 실력을 다듬었다.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주방 업무의 효율과 음식에 대한 깊은 고뇌를 곁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은 요리사로서 누구나 꿈꾸는 환경일 것이다. 안드레는 그렇게 자신만의 요리가 무엇인지 보다는 음식을 대하는 프랑스만의 문화적 특성에 매료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가 자신만의 요리를 생각하게 된 것은 프랑스를 벗어나면서부터다. 요리 여정의 새로운 경유지, 세이셸 군도에서의 생활. 그는 다른 해외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시절이 자신의 요리를 완성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었다고 전한다. 그전의 경력을 바탕으로 다른 문화의 음식을 하면서도 내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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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의 요리를 하기까지 세이셜군도에서의 경험이 굉장히 중요했다고 말했다. 15년 이상 걸릴 동안 내 요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나? 우리나라는 사실 10년 이하 경력의 오너 셰프들도 많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음식을 만드는 일에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특히 다른 나라에 가서 그 나라의 음식을 한다고 하면 문화와 언어, 역사 등 반드시 배워야 할 것이 많다. 나는 15년간 프랑스에서 프랑스의 음식을 배웠다. 그리고서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내 요리를 만들고 싶었다. 당연히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배워야 했다.
사실 어떤 요리를 완전히 똑같이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1년이면 다 따라 할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음식을 만든다는, 또는 창조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나는 아시아인이지만 프랑스 음식을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그의 말대로 타국의 음식을 다른 배경의 요리사가 완벽하게 소화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는 어디를 가든 프렌치 퀴진을 하는 요리사라고 말한다. 그간 자신의 노고가 헛되지 않음을 알기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대답일 것이다. 그런데 안드레 창 셰프는 프렌치 퀴진이라고만 정의할 수 없음을 그의 음식으로 보여준다.

프랑스 유명 셰프인 파스칼 바흐보도 지난 방한 때 셰프뉴스와 인터뷰(기사 바로가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내 생각을 음식에 담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프랑스 음식인지, 일본식인지 아시아 스타일인지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고. 안드레 창이나 파스칼 바흐보나 프렌치 음식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의 음식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점을 말한 게 아닐까?

안드레는 자신만의 요리 철학을 음식에 담기 위해 8가지 요소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순수Pure, 소금Salt, 장인정신Artisan, 남쪽 요리South, 질감Texture, 독특함Unique, 추억Memory, 테루아 Terroir. 8가지의 요소를 드러낼 수 있는 요리라면 아시아적 터치나 재료의 사용은 그의 요리에 한계를 지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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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덟까지 요소를 기반으로 요리한다고 들었다. 이번에 낸 책도 8가지의 철학의 내용이 들어있다. 요소 중 대부분이 추상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그중에 가장 구체적인 이해가 가능한 요소는 소금인 것 같다. 소금에 관해 이야기해달라.
A 시즈닝. 간을 맞추는 건 어느 문화권이나 시대에도 같았다. 경계가 없고 인종을 가리지 않는다. 인간이라면 간을 맞춰야 맛이라는 걸 느끼니까. 우리는 지금까지 소금을 종류별로 사용하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다. 바다에서 난 소금과 돌 속에 있는 소금, 정제한 소금 등 종류별로 다른 맛을 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나는 음식에서 표현할 염분 정도에 따라 구분해서 소금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하나의 관자 요리에 곁들일 수 있는 재료가 달라지면 각 재료에 맞게 간도 달라야 한다. 안초비의 염도가 다르고 햄의 염도가 다르듯이 서로 다른 재료를 한 메뉴에 표현하려면 그만큼 염도의 정도를 달리해야 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여긴다.

Q 다른 요리사와 컬레버레이션 활동도 자주 갖는 것 같다. 이번에는 우리나라 스와니예에서도 요리를 선보였다. 하면서 얻을 것이 없다면 굳이 번거롭게 다른 나라까지 와서 일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A 물론이다. 나는 전 세계에 친한 셰프가 많다. 우선 내가 어떤 영감을 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요리사 간의 교류를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자주 하려고 한다. 요리사는 요리하면서 가장 많이 알게 된다. 나에겐 같이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특별히 내가 더 알고 싶은 요리나 스타일이 있을 때도 요리사와 함께 일하기를 원한다. 배울 점이 있다면 같이 요리를 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Q 우리나라에는 젊은 요리사들이 갑자기 늘어나는 추세다. 과거 20대 시절을 떠올렸을 때 어떤 말을 전해주고 싶은가?
A 시간을 많이 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앞서도 말했지만 어떤 음식을 따라 만드는 기술은 쉽게 배울 수 있다. 하지만 20대에는 다양하고 깊은 지식을 알고 싶어 해야 한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라서 지식 자체는 쉽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요리사에게는 공부가 필요하다.

Q 채용할 때 특별히 보는 점이 있는가? 이 정도 고집과 철학이 있다면 특정한 성격의 요리사를 직원으로 선호할 것 같다.
A 나는 3P를 강조한다. 열정Passion, 인내Patient,끈기Perseverance다. 짧게 여러 유명 레스토랑을 다닌 경력자는 원치 않는다. 오히려 삼계탕집이라도 10년 이상 일한 경력을 가진 요리사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유명한 레스토랑 10곳에서 3개월씩밖에 일하지 않은 요리사에게는 오히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줘야 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예를 들었듯이 10년 이상 한가지 요리만 했어도 그 사람은 그 요리만큼은 나보다 더 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방에 하나라도 더 정보를 줄 수 있는 요리사를 원한다.

Q 프랑스 수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지키고 있는 자신만의 습관이나 행동이 있는가?
A 제철 음식을 만드는 일이다.

그는 미식매거진 라망에서 기획한 고메시리즈를 진행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컬레버레이션 디너나 저서 사인회 외에도 서일농원과 샘표 우리발효연구중심을 방문해 현대화된 한국의 장을 체험하기도 했다. 그의 한국 활동은 고메시리즈 by la main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고메시리즈 페이지 바로가기(클릭) https://www.facebook.com/GourmetSeries/?hc_ref=PAGES_TIMELINE

 

About 이 인규

이 인규
'미식에는 층위가 없다. 단지 아직 느끼지 못한 음식이 있을 뿐.' 이래 생각합니다. 비록 글로 배운 음식문화이지만, 혀로 배우고 사색하기 시작하면서 그 한계를 넘고자 합니다. 나에게 있어 한계는 맛을 표현하는 글인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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