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rce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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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가이드 서울편 발간을 앞두고 전문가 6인이 전하는 우려의 목소리

오는 11월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이 발간된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앞서 발간된 도쿄, 홍콩·마카오, 싱가포르, 상하이에 이어, 다섯 번째 미쉐린 가이드 발간 국가가 된다. 지금까지 미쉐린 측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식도시를 우선적으로 선택, 가이드를 발간했다. 이번 서울편 발간 소식을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로 인정받았다고 해설할 수 있는 이유다.
현업 종사자들은 서울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진 만큼 금전적 수혜도 늘어날 것이라 예상한다. 미쉐린 가이드 발간되면, 각 도시의 레스토랑 인기는 급상승하기 때문이다. 노점식당으로는 처음으로 별을 받은 싱가포르의 한 식당은 레시피 판권 가치를 16억원으로 책정하기도 했다. 이 집의 4,000원짜리 메뉴를 4만 개나 팔아야 얻을 수 있는 금액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관광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레드 가이드 발간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식세계화 바람이 거세던 직전 정권은 미쉐린 레드 가이드 도입은 물론, 한국형 미쉐린 가이드를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와 동시에 논란을 낳았다. 민간사업에 정부가 개입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업계 종사자들은 레드 가이드가 새롭게 발간되는 나라마다 끊임없이 불거지는 공평성 문제를 동일하게 지적했다. 당시 시장 조사 연구용역을 담당한 업체 대표도 별도의 인터뷰를 통해 민간사업을 관이 주도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도입 이후 정권이 바뀌거나 정책 책임자가 바뀔 경우 레스토랑 평가 산업의 가치가 낮아져 외식산업 진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더했다.

셰프뉴스는 미쉐린 가이드 발간을 앞둔 시점에서 업계 종사자 6인의 의견을 들어봤다. 업계 종사자들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해외 평가단이 한국 식문화를 이해하는 정도에 대한 불신, 둘째, 소비 패턴의 쏠림 현상이 증가, 셋째, 심사과정의 의구심으로 생긴 상업성 논란 등이다.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상업회사가 낸 평가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물론 요리사에게는 소중한 존재일 수는 있다. 그러나 소비자 특히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원하기는 외식업체나 요리사가 이 별점에 목을 매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 요리사들은 경영 측면에서 도움된다는 점만 인지하기를 바란다. 요리사 개개인의 요리 철학을 지키고 숙련노동자로서의 자존감을 꼭 지키시길 바란다.

그리고 해외에서 국내 식문화를 평가한다는 발상 자체가 문화 제국주의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들의 미식 기준으로 다른 나라의 식당을 평가한다는 게 그렇다. 여유만 되면 나도 우리 사람들 끌고 가서 프랑스 식당을 평가하고 싶다. 그 사람들 기분이 좋겠나? 우리나라 사람 중 유럽의 믿을만한 평가서라는 이유로 도입을 반기는 것 같은데, 아직도 국민 사이에 사대주의가 남아있는 것 같다.

| 이민 대표@해비치 리조트&호텔

올해 발간 확정 기자회견장에서 밝혔듯이 미쉐린 측은 오로지 음식의 맛만으로 별점을 매기겠다고 했다. 입으로 느끼는 맛만으로 식당을 평가한다는 게 선뜻 믿음이 가지는 않는다. 접객 서비스 수준은 다른 모양(스푼, 포크 픽토그램)으로 평가를 하니까 그럴듯해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우리는 위생과 서비스 수준은 낮지만 맛있는 집을 맛집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욕쟁이 할머니가 하는 허름한 국밥집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런 세세한 각국의 식문화를 이해하기에는 조사 기간이 짧을 것이다.

또 중요한 한 가지. 우리나라의 최근의 트렌드가 음식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자랑하기 위해 방문하는 손님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된 레스토랑을 미식을 즐기기 위해 찾기보다는 단순히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기 위해 방문할 것 같아 걱정이다. 리뷰가 많아질수록 레스토랑 평판은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사 과정도 의구심이 든다. 미쉐린 가이드의 특징 중 하나가 암행 취재인데, 어느 레스토랑에서는 평가단이 존재를 밝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공정한 심사는 레스토랑의 평상시 서비스를 심사하는 데서 출발한다. 심사단이라고 밝혀지면, 레스토랑의 평소 수준보다 상향 조정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면 일반 고객과의 서비스에서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가이드의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는 일반 손님이 많아질수록 우리 산업과 가이드 쪽 모두에게 좋을 건 없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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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지상 칼럼니스트

우리나라의 다양한 분야의 음식을 모두 섭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아마도 최근에 부상하고 있는 곳 위주로 심사하지 않았을까? 아직도 은둔 고수가 많은데, 그걸 다 알아내기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심사 기준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느낌이다. 내가 예전 미쉐린 가이드 측에 취재했을 때는, 해당 식당의 개성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예를 들어 직접 만든 소스가 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소스류를 직접 만들어 쓰는 곳이 많지 않다. 장류는 거의 기성 식품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일반 소비자는 그런 음식에도 맛이 좋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서를 모르는 해외 심사위원들이 어떻게 평가할는지 궁금하다.

| 김은조 편집장@BR 미디어

발간이 되면 우선 고객 편중현상이 가중되지 않을까? 잘되던 곳은 더 잘되고 안 그래도 힘든 곳은 폐업을 걱정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해질 것 같다. 우려하는 점은 선정 과정에서 우리 식문화를 얼마나 이해했는지다. 레스토랑 리뷰를 하려면 식당 분류를 먼저 해야 한다. 우리 산업의 특징은 세분된 전문식당이 발달했다는 점이다. 국숫집이나 고깃집으로 간단하게 묶을 수가 없다. 냉면, 칼국수, 라면 등 각 분류가 세세하다. 세세한 시장을 다 파악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한두 해하고 끝낼 사업은 아니니까 앞으로 꾸준히 발간하면서 보완할 수 있으리라 본다.
반면, 우리 서울이 외부에서 봤을 때도 매력적인 미식 도시인가라는 점은 우리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억지로 또는 기획적으로 평가하게 되면 결코 긍정적인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 이윤화 대표@다이어리 R

이미 그러했듯이 우리나라는 일본의 역사를 따라갈 확률이 높다. 이미 다수의 식문화가 일본의 전철을 밟았기 때문에 이번 미쉐린 가이드 발간도 비슷할 듯하다. 도쿄판이 처음 나왔을 때는 인기가 많았다. 몇 년 전 직접 일본으로 조사갔을 때 들은 바로는 적어도 30만 부가 팔렸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1만 부가 팔리는지도 의심할 정도라고 한다. 영어판도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정부 주도하에 미쉐린 가이드가 들어왔다는 예측이 많았다. 정부 차원의 음식 관광산업 진흥이라는 목표가 있지 않았을까? 미쉐린 가이드 도입 이후 분명 대외적으로는 큰 성과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산업 내부에 생긴 크고 작은 부작용도 무시해선 안 된다. 모든 문화라는 게 갑자기 끓어 넘치면 반드시 빨리 식게 되어있다.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도 정부가 가이드의 도입을 주도했다는 소문은 무성하다.

| 장진모 셰프

별점으로 인한 레스토랑 간의 계급이 생길 것 같다. 그리고 자칫하면 계급화가 우리 외식산업에 굳어질 것 같다는 우려를 한다. 중요한 건, 레드 가이드의 평가는 레스토랑의 수준을 나눌 수 있는 객관적 지표가 될 수 없다는 거다.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만약 계급화가 고착되도록 놔둔다면 모든 레스토랑이 미쉐린 가이드의 기준대로 변경될 것이고, 점차 외식시장은 개성을 잃게 될 것이다.
한편, 미쉐린 가이드의 목표는 관광객 유치에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이 압도적으로 많다. 국내 레스토랑 중 별점을 받은 곳은 몰려드는 중국인 관광객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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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레드 가이드의 발간 확정을 알리는 기자회견장에서 국내 발간에 관여한 기관이나 스폰 기업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미쉐린 그룹의 베르나스 델마스 부사장은 “가이드에 실을 레스토랑은 자체 조사를 기반으로 정하기 때문에 공정성에 문제가 없으며, 가이드의 발간 확정에 영향을 준 정부기관이나 회사는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사실 조사 결과, 2013년과 올해 정부 주도 하의 레드 가이드 도입과 관련 사업에 지원했다는 기록이 버젓이 공개되어 있다. 2013년 6월 11일 배포한 보도자료와, 올해 5월에 작성한 세계일보 기사에 대한 해명자료에서 미쉐린 레드 가이드 도입을 유도했다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세출 명세는 확보하지 못했다. 도입을 유도한 측은 증거를 남겼는데, 발간 당사자들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한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문체부·농식품부, 음식관광 활성화를 위해 손잡는다. 2013년 보도자료> 바로가기
<세계일보기사에 대한 해명자료> 바로가기  

이슈의 크기가 큰 만큼, 장기적으로 미식산업은 발전해나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레드 가이드 발간 자체가 희망과 환희의 축제가 될 수 있을지, 갈수록 커져가는 우려의 목소리가 현실화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About 이 인규

이 인규
'미식에는 층위가 없다. 단지 아직 느끼지 못한 음식이 있을 뿐.' 이래 생각합니다. 비록 글로 배운 음식문화이지만, 혀로 배우고 사색하기 시작하면서 그 한계를 넘고자 합니다. 나에게 있어 한계는 맛을 표현하는 글인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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