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 유발하는 한국의 활어회 문화

횟집을 비롯한 전국의 수산 업계가 콜레라로 때아닌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최근 잇따른 콜레라의 발병 원인으로 생선회와 해산물이 꼽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생선과 수산물을 익혀 먹을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재료 특성상 날것으로 먹어야 하는 횟감과 수산물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콜레라 뉴스는 계속 뜨고 있고, 주변에서도 먹지 말라는 분위기에서 굳이 먹으려고 하지 않으니 수산업 종사자들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콜레라의 발생 원인을 생선회 같은 날음식에 두고 있습니다. 보도 내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기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콜레라는 오염된 생선회를 먹어서 생기는 병일까요? 아니면 다른 어떤 원인이 있는 걸까요? 어째서 우리는 해마다 콜레라나 비브리오 패혈증, 혹은 기생충 소식에 평소 잘 먹던 수산물에 입을 닫아야 하며 관련 업계가 몸살을 앓아야 하는 걸까요?

| 오염된 해수가 문제라면…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한국의 활어회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활어회 유통에는 해수 유통이 필수적으로 따릅니다. 수산물을 날것으로 섭취하다 걸리는 질병은 크게 비브리오 패혈증, 콜레라, A형 간염, 고래 회충증, 그 외 여러 병원균에 의한 장염과 식중독 등이 있습니다. 이 모든 질병을 유발하는 균들은 해수 오염에서 발생합니다. 올해와 같이 장기간 폭염이 지속하면서 번번한 태풍 하나 오지 못할 때는 해수 온도가 30도 이상으로 상승합니다. 손으로 만지면, 미지근할 정도입니다. 그나마 해수의 순환(조류 소통)이 좋은 해역은 오염될 확률이 낮지만, 거제도나 통영 등 부속 섬으로 밀집된 내만권의 얕은 바다에는 조류가 정체된 웅덩이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국립수산연구원에 따르면 올해는 양쯔강 홍수로 인해 다량의 담수가 제주도 근해와 남해로 유입되면서 염분 농도가 낮아졌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저염분을 좋아하는 콜레라가 증식하기에는 좋은 환경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발생한 비브리오 계열의 식중독은 늘 산지 횟집과 지역 수산시장이 배경이었다는 점을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해안가에 인접한 횟집의 경우 가까운 앞바다의 해수를 끌어다 쓰는데 수심이 얕고 특별히 정제 과정을 거치지도 않아서 이렇게 폭염이 지속하고 해수온이 상승할 때 위생관념이 실종된 일부 횟집과 맞물린다면, 콜레라를 포함한 비브리오 계열의 균들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한편 서울, 수도권의 수산시장과 횟집은 인천에서 해수를 끌어다 씁니다. 기본적으로 인천 해역은 남해보다 수온이 낮고, 따로 냉각기를 돌려 해수 온도를 낮추고 정제 과정을 거친 것이어서 상대적으로 비브리오 계열의 식중독에 의한 감염률이 낮은 편입니다.

| 해수 오염이 아니라면…

콜레라가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원인으로는 중국산 양식 활어 등 수입 수산물을 통한 감염과 외국 국적의 선박에 의한 발생 확률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국내로 수입되는 중국산 양식 활어는 전국으로 유통되고 있어 거제도에서만 세 명의 콜레라 환자가 발생한 것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다만, 횟집에서 제공한 반찬(일명 츠케다시)에 수입 수산물이 포함되어 있다면, 수입 수산물도 충분히 의심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만약, 해수 오염이 아니라면 콜레라가 발생한 지역의 지하수일 확률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현재 콜레라의 원인이 해수 오염이 아니라면, 생선회나 수산물과는 아예 무관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 활어회가 늘 위생적인 것은 아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생선회나 수산물 섭취에 의한 식중독 뉴스가 끊이질 않습니다. 이러한 질병에 노출되는 가장 큰 원인은 ‘비위생적인 처리’에 있습니다. 다시 말해, 칼과 도마 등의 식기 소독을 소홀히 하거나 비위생적으로 관리 및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 몸에 치명적일 수 있는 균들이 식기를 타고 생선회로 옮겨붙게 됩니다. 활어 자체는 비늘과 자체 면역력으로 균의 침입을 막아내지만, 끌어다 쓰는 해수가 오염됐거나 혹은 오염되지 않은 해수를 사용하더라도 수조 청결이 불결하면 여름에는 얼마든지 손질 과정에서 균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는 우리만의 독특한 활어회 문화가 있습니다. 활어회 문화는 손님이 보는 앞에서 활어를 잡기 때문에 손님과 상인과의 불신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면서 싱싱한 생선회를 맛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횟감을 살려서 이동해야 하는 운반비와 수조 유지 전반에 들어가는 비용, 여기에 깨끗한 해수를 공급해야 하는 비용 문제가 겹쳐 생선회의 기본 단가를 높이는 주범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위생입니다. 활어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생의 취약성은 소비자는 물론, 생산자(조리사)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각지대에서 발생합니다. 칼, 도마, 행주를 하루 몇 차례 삶아서 살균하더라도 생선을 흐르는 물에 씻는 과정에서 튀는 물이 다시 칼과 도마, 행주에 묻을 수 있습니다. 결국에는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교차 감염’의 원인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합니다. 이런 발생 가능한 확률을 모두 주의한다고 해도 오염된 해수를 끌어다 쓰고 위생까지 소홀히 하면, 그 누구도 감염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제가 말하는 활어회의 위생 취약점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국내에 콜레라 감염 소식으로 떠들썩할 때 저는 일본 나고야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생선회를 접했습니다. 위 사진은 그곳을 여행하며 접한 생선회 중 하나입니다. 이곳 횟집과 주점에는 마땅히 갖춰야 할 수조가 보이지 않습니다. 활어회라는 개념 자체가 이곳 사람들에게는 생소합니다. 선어회 문화가 어째서 활어회보다 위생적인지는 그간 제 블로그에서 입이 아프도록 말했습니다. 일본은 갓 잡은 활어를 배 위에서든 부둣가에서든 가장 싱싱할 때 즉살하고 내장을 제거한 뒤 빙장 상태로 유통합니다. 빙장으로 유통하니 수조가 필요하지도, 수질 관리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생선회를 취급하는 식당은 단지 이렇게 처리된 횟감을 받아쓰면 그만이며, 이 부분을 신뢰하지 못하는 손님도 없습니다. 어획 → 즉살 → 유통 과정이 투명하니 가능한 것입니다.?

활어를 활어 차에 실어 운반하고 기진맥진한 활어를 다시 좁은 수조에 가두어 억지로 살린 그것을 싱싱하다며 먹다가 콜레라나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리는 국내 사정과는 사뭇 다릅니다. 선어회라 하더라도 일본처럼 횟감을 장만(즉살 및 내장 제거)하는 과정이 따로 있지 않고, 죽어버린 생선을 단지 얼음에 재워 선어 횟감이랍시고 유통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우리의 활어회 문화는 활어회만이 갖는 장점이 분명 있지만, 그것을 부각하기에는 맛과 가격 측면의 효용성에서 선어회보다 월등히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우리나라에서 선어회를 체계적으로 시스템화해야 한다는 말을 감히 꺼낼 수 없습니다. 선어회에 대한 편견과 불신이 그만큼 깊게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우리도 일본처럼 활어와 수산물을 믿고 먹을 수 있는 체계적인 선진 유통화가 가능해지리라 믿습니다만, 아직은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지난해 미국 뉴욕시에서는 활어회의 유통을 아예 법으로 금지했습니다. 활어회의 취약점 인 각종 식중독균과 기생충 감염이 그 이유입니다. 이로써 전 세계에서 활어회를 유통하 며 그것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문화는 한국과 일본 규슈 일부 지역, 그리고 중국 일부 지역 뿐입니다. 저는 그 나라의 식문화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할수록 위생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가치 창출의 효용성을 높여나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생한 콜레라도 우리의 생선회 문화에 좋은 밑거름이 되어 앞으로 위생적이고 효율적으로 회를 즐길 수 있는 방향 으로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원문 바로가기(클릭) : 블로그 입질의 추억

About 김 지민

김 지민
김지민은 국내 최대 수산물 정보 커뮤니티 《입질의 추억》 운영자이자 국내 최초의 어류 칼럼니스트이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전 분야의 블로그를 통틀어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면서 수산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강의, 방송, 집필, 취재 등 독보적인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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