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의 요리를 배달합니다” 플레이팅(Plating)의 요리사를 만나다.

식당은 고정비가 계속 나가기 때문에 리스크가 큰 편이다. 높은 임대료 때문에 장사가 잘 될 때에도 마진율이 높지가 않다. 하지만, 식당이 한 지역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음식을 도시 내에 어디든지 배달할 수 있게 된다면 매출은 큰 폭으로 늘릴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식당에 도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고플 때 언제든 플레이팅 앱을 켜서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거죠.”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식사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도전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만났다. 지난 해 설립된 플레이팅은 국내 유명 투자자로부터 지원을 받으며 단시간에 20여 명의 규모로 성장했다. 플레이팅을 통하면 집에서 만들어 먹기 어려운 ‘트뤼프 리소토’나 ‘수비드 연어 스테이크’ 등 고급스러운 요리를 터치 몇 번으로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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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국환 요리사(좌), 황윤선 요리사

|새로운 식당, 플레이팅에서 일하는 요리사

“우리 음식은 전자레인지로 데우면 바로 먹을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일한 레스토랑과는 많이 달랐어요. 대량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새롭게 적응해야 했습니다.” 플레이팅의 우국환 요리사. 그는 가업인 중식당을 이어받기 전 요리 경력을 쌓기 위해 플레이팅에 입사했다. 우 요리사를 포함한 10여 명의 플레이팅의 요리사들은 일반적인 요리사와 조금 다른 일상을 보낸다.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모든 메뉴를 만들고 2시부터 그다음 날 조리할 메뉴의 사전준비를 마치면 일과는 끝난다. 고객이 식사하는 동안 주방에서 대기해야 하는 일반적인 요리사와 다른 점이다.

분위기도 상명하복식의 일반적인 주방과 다르다. 한창 바쁠 때도 고성이나 딱딱한 호칭은 들리지 않는다. 직급이 아닌, 닉네임을 부르며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데, 상품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면 어떤 것이든 적용하려고 한다. 지난 메뉴 개발 때는 신입직원의 아이디어가 상품 기획에 적용되기도 했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것을 보자 소통은 적극적으로 바뀌고 동지애도 자연히 강해졌다. 직원의 생각을 담기 위해 플레이팅은 매월 정기적으로 엑티비티 데이를 연다. 모든 직원이 업무와 관련된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다.

황윤선 요리사도 “이전까지는 주방이 폐쇄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일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을 했는데, 여기를 찾게 됐어요. 상투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짜 가족 같은 느낌을 받았죠. 플레이팅에서는 모든 의견을 흡수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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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생존의 키워드, 협업

일할 맛 나는 회사 분위기는 결국 좋은 결과물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함이다. 플레이팅은 외부 셰프와 협업을 통해서 상품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처음에는 간편식을 만들어보자는 요청에 흔쾌히 나서는 셰프가 많지 않았다. 더군다나 전자레인지로 다시 데워 먹을 레시피를 만들어 본 요리사는 더 적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기를 즐기는 셰프들이 창업멤버들의 사업계획을 듣고 하나둘 레시피 제작에 참여했다. 지금까지 50명이 넘는 셰프가 상품제작에 도움을 줬다. 그중 류태환, 김봉수, 김지호, 이병용, 장정은 셰프 등 20여 명의 셰프 레시피가 상품으로 제작됐다. 고객들은 기존 배달음식에서 느낄 수 없는 수준의 음식을 경험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여러 명의 셰프와 일하면서 플레이팅의 요리사는 다양한 요리를 배울 수 있었다. 레시피를 직접 구현해야 하는 요리사로서 고민해야 할 게 많기 때문이다. 우국환 요리사는 “셰프님이 제공한 레시피를 기초로 상품의 가격도 생각해야 하고, 대량 제작에 대한 효율도 고려해야 합니다. 레시피의 정체성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개선안을 제안합니다”라고 말한다.

셰프의 레시피는 이렇게 상품으로 만들어진다. 플레이팅의 MD와 셰프가 1차로 레시피를 만든다. 만들어진 레시피는 플레이팅 주방에서 현실화되고 상품 가격과 조리 과정의 효율 등을 고려해 개선 내용이 셰프에게 전달된다. 다시 셰프와 협의를 거쳐 테스트용 상품을 만들어 본다. 이후 외부 테이스팅 과정을 거치면 플레이팅 앱 화면에 메뉴로 올려지는 것이다. 레시피를 제작하는 셰프와 그것을 양산해야 하는 상주 셰프의 협업은 플레이팅 메뉴 개발의 핵심이다.

플레이팅의 협업은 내부에서도 활발하다. 기획한 상품의 실현 가능성을 예상하거나, 홍보에 필요한 세밀한 음식의 담음새, 상품의 품질이 유지되는 최소 배달 시간 책정 등 요리 지식이 필요한 분야가 있다면 어느 부서에서든 요리사를 부른다.

|외식산업의 변화가 사업의 계기

협업하는 문화는 장 폴 대표의 과거 경험에서 시작됐다. 그는 라켓이라는 모바일 광고 플랫폼 회사의 창립 멤버였다. 그가 회사를 운영하면서 자주 사용한 앱은 뜻밖에 음식 배달 서비스 업체의 것이었다. 주로 먼처리, 스프릭, 스푼 로켓을 이용했는데, 모두 셰프의 음식을 직접 만들어 배달하는 업체다. 건강한 음식, 합리적인 가격, 빠르게 배달되는 음식이라는 공통분모는 한국 외식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키워드였다. 라켓을 매각 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앞서 말한 미국 간편식 업체의 장점만 모아서 국내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다.

“우리나라 음식 문화는 점점 양분화되고 있습니다. 고급 음식점으로 배달하지 않는 곳과 저렴하지만 낮은 수준의 음식을 배달하는 곳. 우리는 이전까지는 배달하지 않던 고급 음식을 한 시간이 걸리더라도 배송하기로 했죠.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시장에 뛰어든 것입니다.”

장 대표는 플레이팅이 새로운 형태의 식당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여러 가지 실험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다. 배달 지역도 넓히고, 고급 레스토랑과의 협업도 고려할 수 있다. 지금은 거점형 배달 시스템의 도입으로 배달 시간을 단축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쉽게 말해 배달 오토바이에 냉장고를 부착해 라이더가 재고를 싣고 다니며 실시간으로 주문지역과 가장 가까운 라이더에게 배달 주소를 전달하는 방법이다.

그와 플레이팅의 모든 실험은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려는 과정 일부다. 기존 시장의 불편을 해소해 시장의 변화를 끌어낸다는 스타트업의 본령과 맞닿아있다.

이런 목표를 의식했는지 지금까지 유명 투자자의 투자도 여럿 받았다. 최근에는 13억 원에 달하는 추가투자를 받아 IT기술 인력은 물론, 주방의 확대, 배달 캡틴(라이더)의 수도 늘렸다. 처음에는 10평짜리 물청소도 못 하던 일반 사무실을 빌려서 7명에서 시작했다. 지금은 3,000인분을 만들어낼 정도의 넓은 주방을 갖췄다. 배달 지역은 송파구와 강남구를 기점으로 계속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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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봉 코파운더(좌)와 장 폴 대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시행착오

모든 일이 그러하듯 플레이팅도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금은 운영 관리를 잘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대표님이 외식업체 경험이 없으니까 운영 초기에 모든 상품의 무게를 1g 단위까지 맞추길 원했어요. 하라니까 하기는 했는데, 이게 굉장히 비효율적인 방식이거든요. 외식업을 처음 운영하다 보니까 그랬던 거죠. 지금은 그렇게까지는 않죠” 황요리사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공유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름도 생소한 고급 음식을 상품으로 기획했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고객 반응은 차가웠고,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 계기가 됐다. 그래서 고객이 원하던 높은 수준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대중적인 음식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후 개발된 글레이즈 사과를 얹은 매운 갈비찜, 트뤼프 리소토, 커리 라이스 치킨 등이 인기를 얻었다. 익숙하지만, 이국적인 느낌을 살린 것이다.

매출이 오르자 할 수 있는 일도 늘었다. 밀려드는 주문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발주 시스템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었다. 요리사의 업무를 관리할 관리자의 역량도 늘려야 했다. 고급 호텔의 조리장, 협업 셰프 등 외식업 선배들에게 의견을 들었다. 나름대로 실험도 이어갔다. “사전 준비와 쿡을 동시에 해보기도 하고, 한 사람이 한가지 요리를 완성하거나 핫, 콜드 파트 업무를 정기적으로 교체하는 등 실험을 계속했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주도하는 건 안찬봉 코파운더다. 그는 주방업무를 총괄한다.

수년 경력의 요리사도 직접 식당을 운영하면 실수하는 게 당연하다. 다행히 지금은 시행착오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저녁 식사 상품에서 직장인을 위한 점심 상품으로 확장한 것도 운영 노하우가 생겼기에 가능한 도전이다.

|요리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는 요리사

20대의 요리사에게 ‘배움’이란 직장 선택의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플레이팅에서 만난 우국환, 황윤선 요리사는 무엇보다 다양한 업무 경험이 도움된다고 말한다. “주변 요리사들이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기업에서 일하는 걸 부러워해요. 마케팅, 배달, 고객 응대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관여하거든요. 제 꿈이 외식 기업을 세우는 건데, 지금의 경험은 분명히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우리나라 간편식 시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세가 가팔라지는 추세다. 2014년 1조 4천억 원 규모에서 올해 2조 원이 넘는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통계청의 발표도 있었다. 편의점 1등 매출 상품도 도시락이다. 이렇듯 외식산업은 다양하고 빠르게 변한다. 모두가 스타 셰프가 될 수 없는 상황에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요리사. 새로운 직장에 대한 열린 마음은 젊은 요리사에게만큼은 필요한 자세다.

About 이은호

이은호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다." 음식을 만드는 당신을 아는 것으로 대한민국 식문화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셰프뉴스 대표 robin@chef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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