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헤드)셰프가 원하는 인재상

“셰프님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유명 셰프의 특강이 있을 때마다 청중에게서 나오는 질문이다. 특히 요리 공부하는 학생은 꼭 물어본다. 특별한 지원자격이 있는지 또는 어떤 자세를 원하는지 궁금한 것이다.대답은 늘 두리뭉실하다. 구체적으로 조리사 자격증이 필요한지? 어떤 학교 출신을 우대하는지 등을 듣고 싶었을 텐데, 그런 답은 없다. 셰프 워너비로서 커리어에 대한 계획이 막연함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유명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5명의 셰프에게 동일하게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정량적이지 않았다. 조건이나 특정 자격을 강조하지도 않았다. 중요한 건 업을 대하는 지원자의 자세였다. 요리사라는 직업이 워낙 몸으로 부대끼는 직업이기 때문일까? 선배요리사가 원하던 인재상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살펴보자.

<공통질문>
1.레스토랑 입사 지원자,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뽑는 편인가? (인성인가? 실력인가?)
2.인성에도 여러 단면이 있다. 인내심, 충성심, 열정 등 특히 더 강점을 두는 것이 있는가?(원하는 구체적인 성향)
3.면접 중 실력이나 인성을 검증하기 위해 공통으로 하는 질문이 있는가?(채용 노하우)
4.채용 후 원하는 수준이 아닐 경우 어떻게 대처하는가?(채용 후 대처 방식)
5.셰프를 꿈꾸는 학생이 갑자기 많아졌다. 후배 요리사에게 요청하고 싶은 점이 있는가?(후배 요리사에게 조언)

11825618_10207274953022942_4666134354558677143_n| 이유석@루이쌍끄

  1. (인성인가? 실력인가?)인성
  2. (원하는 구체적인 인성)크게 세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그중에 제일 중요한 것은 책임감입니다. 20세가 넘으면 모두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합니다. 요리사로서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 도움이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중요합니다. 책임감만큼 중요한 게 근무 태도입니다. 쉽게 포기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등 잘못된 버릇이 들어있는 사람은 쉽게 그 버릇을 고치지 못하더군요. 아예 채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바탕에는 인내심이 있어야 합니다. 잘못해서 쓴소리를 들을 때마다 레스토랑을 떠나는 것은 책임지는 행동도 아닐뿐더러 인내심도 없는 행동입니다. 요리사는 자존심이 강한 직업입니다. 그만큼 자존심이 상하게 되면 참지 못할 만큼 화가 날 때도 있겠죠. 그걸 스스로 조절할 줄 알아야 합니다. 참지 못하고 나에게 맞는 곳만 찾아다니면 결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타인에 의해 자리를 옮기게 됐다는 자기합리화에 쉽게 빠지게 되면 현실 도피자밖에 안 됩니다.
  3. (채용 노하우)몁접 복장과 시간 엄수를 반드시 점검합니다. 반드시 정장을 입고 오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다만, 슬리퍼나 반바지에 티셔츠 입고 오지는 말아야 합니다. 특히 레스토랑에 들어오면서 기존 스태프에게 인사를 하고 들어오는지를 유심히 봅니다. 어쩌면 같이 일하게 될 동료가 될 수도 있는데, 간단한 인사도 못 할 정도로 기본이 안 되어 있으면 오래 일할 수 없겠죠. 그리고 이력서에 짧은 기간(1년이 안 되는 기간)만 적힌 경우도 부정적인 시각으로 봅니다. 짧게 일하는 것이 이미 몸에 밴 사람일 수 있으니까요.
  4. (채용 후 대처 방식)철저히 팀원의 의사에 맡깁니다. 루이쌍끄에서는 수습 기간 동안 기존 직원 1인 이상에게 불편함을 줬을 경우 바로 퇴사를 권고합니다. 제 맘에 들었다고 제 뜻대로 채용을 했다가 나중에 팀워크에 문제가 생기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실력이 부족해도 다른 직원이 수긍하면 함께 배워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기본’이 된 사람은 ‘시간과 노력’으로 ‘실력’을 반드시 키우거든요.
  5. (후배 요리사에게 조언)첫째. 모든 것을 걸 각오를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전부 바꾸겠다는 각오가 있어도 힘든 게 사실입니다. 막내 때는 휴일이고 쉬는 시간이고 없이 일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일하면서 선배에게 진짜 눈물 나도록 혼날 때도 잦습니다. 그런 상황을 참아내고 성장하는 것은 요리사 개인에게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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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무현@해비치 호텔 밀리우

  1. (인성인가? 실력인가?)단기적으로 일하고자 하는 의지를, 장기적으로는 인성을 보고자 합니다. 면접을 통해서 실력이나 인성을 모두 파악할 수 없겠지만, 왜 이곳을 선택했고, 여기서 무엇을 얻어가고자 원하는지 듣다 보면 어느 정도 예측할 수는 있습니다. 인성은 장기적으로 팀에 화합할 수 있는지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기 때문에 요리사에게 필요한 덕목입니다.
  2. (원하는 구체적인 인성)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사고”입니다. 어떤 일이건 항상 행복할 수는 없습니다.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고, 하기 싫은 말도 들어야 하죠. 그럴 때마다 부정적인 생각만 가지게 된다면 본인에게도, 직장에도 좋을 게 하나도 없습니다. 또한, 이 일은 장시간 동료들과 함께 협동으로 일하는 거라 사람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너무 튀지 않고 둥글둥글 긍정적이고 밝은 직원을 가장 좋아합니다.
  3. (채용 노하우)무조건 하루 정도 주방에서 일하게 합니다. 단 하루 만에도 저희는 많은 점을 파악할 수 있거든요. 몇 달 혹은 몇 년을 얼굴 마주하고 지내야 할 동료이기에 더 신중해야 합니다. 제가 항상 하는 질문들은 “왜 꼭 이곳이어야 하는가?”, “동료와의 갈등이 생겼을 때 자신만의 해결하는 방식이 있는가?” “스트레스를 푸는 본인만의 방식이 있는가?” 등 목적의식에 관한 질문과 힘든 이 일을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는지 살펴봅니다.
  4. (채용 후 대처 방식)기대했던 실력이 아니어도 절대 자르지 않습니다. 채용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도움을 주는 타입입니다.
  5. (후배 요리사에게 조언)셰프가 혹은 레스토랑 요리가 마음에 안 들어서. 또는 어떤 개인적인 문제로 이직하게 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요리사라는 직업을 너무 쉽게 포기하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무작정 “어떤 곳이든 들어가서 오래 버텨”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최소한 내가 사랑하고 평생 업으로 생각한 이 직업을 너무 쉽게 포기하지 않길 바랍니다. 요즘에는 쉽게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가장 좋아하고 원했던 요리를 포기할 정도면 그 이후 선택하는 다른 직업도 그리 만족하지는 못할 거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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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충후@제로 컴플렉스

  1. (인성인가? 실력인가?)인성, 배우고자 하는 마음
  2. (원하는 구체적인 인성)고정 관념을 버리고 다른 음식을 존중할 줄 아는 겸손함이 있는지 봅니다. 내가 일하고 있는 레스토랑을 다른 레스토랑과 비교해 깎아내리지 않고 일하는 곳에 적합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3. (채용 노하우)면접 태도를 보면서 어느 정도 확신이 생기는 편입니다. 정해놓은 특별한 질문은 딱히 없고, 지원자에 따라 다른 질문을 합니다.
  4. (채용 후 대처 방식)제로 컴플렉스에서 일한 모든 요리사는 자신이 자원해서 찾아왔다는 점을 잊지 않고, 면접할 때에 했던 약속을 잘 지켜주었습니다. 특별히 채용 후에 대처를 고민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5. (후배 요리사에게 조언)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음식이 있습니다. 본인에게 맞는 요리 색이 무엇인지 찾게 되면 요리를 오랫동안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유행을 따라는 것도 좋지만, 우선 내가 누구고, 어떤 요리를 할 때 가장 행복한지에 먼저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다만 내가 선택한 음식이 모든 음식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던가, 낫다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다른 사람이 하는 음식도 언제나 동등하게 인정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이 중요합니다. 언제나 겸손하게 다른 요리를 접하는 훌륭함을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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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릭 킴@서울 다이닝

  1. (인성인가? 실력인가?)인성. 면접에 가져오는 이력서를 가장 먼저 확인합니다. 흰 편지 봉투에 담긴 이력서를 주머니에서 꺼내는지, 컬러로 뽑은 이력서를 파일 철에 넣어 오는지, 또는 고급 서류 봉투에 넣어 오는지를 보는 거죠. 요리사라는 직업을 아르바이트로 접근했다면, 대충 들고 오겠죠. 근데 진지하게 회사의 일원으로 접근했다면 정성스럽게 준비했을 겁니다. 작은 행동 하나로 많은 것을 판단할 수 있죠. 직업에 대한 자세를 가장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2. (원하는 구체적인 인성)인성을 판단하는 게 그렇게 쉽지는 않죠. 적어도 1년 정도는 겪어야 알 수 있다고 봅니다. 요리사는 무엇보다 요리를 좋아해야 합니다. 정말 좋아하는 일이 요리라면, 레스토랑에 지각할 일도 없고, 일할 때도 늘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직급별로 다른 재능이 필요하긴 한데, 요리에 대한 자세는 막내 시절에 결정하는 게 유리하죠. 요리사라는 직업이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이었는지 경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거든요.
  3. (채용 노하우)지원자의 요리 실력은 이전 근무지의 셰프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같은 음식을 하는 요리사끼리는 연락하면서 지냅니다. 그러므로 지원자의 업무태도가 어땠는지 알 수 있죠. 완전히 새로 일을 시작한 사람이라면, 입사 전에 1시간 정도 길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자신이 원하는 요리는 무엇인지 듣다 보면, 레스토랑이 추구하는 음식과의 궁합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말로 하는 것보다 인턴제를 통해 업주와 지원자가 서로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제도가 정착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적정한 급여를 주는 것은 당연하고요. 서로에게 합리적인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4. (채용 후 대처 방식)퇴사를 권고한 적은 없습니다. 입사 후라면 채용한 셰프의 책임이기 때문에 같이 성장하려고 합니다. 인턴 기간에 입사할 수 없을 것 같으면 레스토랑의 방향과 맞지 않는다고 하면서 채용을 하지 않습니다. 제가 판단한 ‘실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는 정답이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5. (후배 요리사에게 조언)요리사는 절대로 쉬운 직업이 아닙니다. 끝까지 요리사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요리할 때 진심으로 즐거워야 합니다. 그래야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최근 후배 요리사를 보면, 아는 것도 많고 집중도 잘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에 요리를 시작할 때와는 달리 진지하게 업에 임하는 분들도 있고요. 다만 멋진 요리에만 몰두하지 말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요리가 무엇인지 깨닫는 시간이 좀 당겨졌으면 좋겠어요.

b3fdc56a44d06accb1e293a85442026e| 익명의 오너 셰프

  1. (인성인가? 실력인가?)인성. 실력을 볼 수 있으면 좋은데 우리나라 사정상 실력을 기준으로 채용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2년제건 4년제건 대학을 졸업해도 실제로 레스토랑에 바로 투입할 수 있을 정도의 기본기는 없는 것 같다. 대량으로 만들어야 할 레시피도 모르고 심지어 청소하는 법도 모른다.
  2. (원하는 구체적인 인성)머리가 좋은 사람을 뽑으려고 한다. 지식이 아닌 지혜다. 경력직 요리사라고 해도 발주 시스템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직원이 적다. 식재료 체크는 일, 주, 월 단위로 해야 한다. 만약 실수로 발주 시기를 놓쳐 급하게 식재료를 구하게 되면 질과 가격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을 얻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셰프는 화를 낼 수밖에 없고, 혼나면 기분이 나빠 일하기 싫어진다. 기분이 상한 채로 요리하다 보면 전체 서비스 수준은 물론이고, 당장 그만두고 싶어진다. 악순환이다. 지금까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여자 요리사들이 남자 요리사보다 전체 그림을 세세하게 조정한다고 느꼈다.
  3. (채용 노하우) 해병대 출신은 뽑지 않는다. 해병대 출신들은 입사를 위해 레스토랑 입구에서 무릎을 꿇을 정도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그런데 하나같이 오래가지 못했다. 어려운 미션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만, 지구력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부모님이 자식이 어떤 일을 하든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답변하는 지원자는 웬만하면 뽑지 않는다. 요리사라는 직업이 아직 박봉의 직업이기 때문에 하지 말라고 말리시는 부모님이 대부분이다. 이런 최소한의 관심도 없다면 (자식이) 힘들어할 때 조언도 못 해주신다. 참고로 지금까지 우리 주방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직원의 부모님은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하셨던 분들이다. 영향을 받는 것 같다.
  4. (채용 후 대처 방식)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끝까지 같이 일하는 편이다.
  5. (후배 요리사에게 조언) 후배 요리사 개인의 문제도 있겠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더 심각하다. 우선 학교가 변할 필요가 있다. 조리과는 순수 학문이 아니므로 시장에서 경쟁할 만한 요리사를 양성해줘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모든 학교에서 같은 방법으로 주방 청소법을 배운다. 어느 레스토랑을 가더라도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이다. 직업인으로서 요리사라면 100인분 이상의 음식을 하는 법도 알아야 한다. 먹을 수도 없는 대회용 요리를 가르칠 게 아니라 현장에서 원하는 요리사를 만들어 주길 바란라. 더는 학교가 졸업장을 파는 곳으로 남아있으면 안 된다. 좋은 교수님도 물론 많이 있겠지만, 소수의 교수는 그렇지 못하다. 충격적인 건 어느 지역 대학교수의 이력이 해외 요리학교 9개월 수강이 전부였다는 점이다. 빡빡하게 돌아가는 레스토랑에서 일한 경험이 없으므로 학생에게도 주방의 실상을 알려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기업의 시장 진입도 세심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지금 막내에게 월 200만 원을 준다고 해도 들어오지를 않는다. 대기업에 가면 220만 원씩 받을 수 있으니까 그렇다. 그런데 대기업은 계약직이라는 점이 문제다. 계약 동안은 같은 일만 반복하고, 배움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시 신입경력으로 대우하면서 새로 계약을 한다. 이렇게 금전적 보상만 바라다가 경력에 맞는 실력을 갖춘 요리사가 적어지면, 앞으로의 우리 외식 산업은 어떻게 되겠는가? 대기업은 당장에 인원 수급을 해결할 수는 있겠지만, 성장이 멈춘 시장을 곧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현실은 수 셰프가 250만 원 정도를 받는다는 점이다. 경력이 많게는 10년 이상 차이가 나는데, 월급은 차이가 나지 않는다. 큰 문제다.

About 이 인규

이 인규

‘미식에는 층위가 없다. 단지 아직 느끼지 못한 음식이 있을 뿐.’ 이래 생각합니다.
비록 글로 배운 음식문화이지만, 혀로 배우고 사색하기 시작하면서 그 한계를 넘고자 합니다.
나에게 있어 한계는 맛을 표현하는 글인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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