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유명인사가 된 셰프가 회상하는 ‘출근 첫날’의 기억

셰프가 되는 길은 멀고 험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일들을 미리 알고 있다면 재밌는 여정이 될 수도 있어요. 우리는 이미 유명인사가 된 셰프들을 찾아가 그들이 주방에서 일하게 된 첫날의 경험에 대해 물었죠.

온종일 채소 껍질을 깎은 경험부터 45℃의 더운 주방에서 피땀 흘려 일한 수많은 경험을 들었습니다. 여러분이 앞으로 겪게 될 험난한 그 길을 선배들이 미리 겪고 배운 교훈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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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커스 사무엘슨 Marcus Samuelsson

현재 : Chef and Restaurateur, The Marcus Samuelsson Group New York, NY
총주방장으로의 첫날 : Aquavit

주방에서 일하게 되는 첫날, 당신은 모든 것을 황홀하게 느낄 겁니다. 후각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그 당시를 떠올려보세요. 평소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냄새들을 빠짐없이 맡게 되었을 겁니다. 이건 종이 한 장 차이지요. 그리고 초반에는 셰프가 신입인 당신을 발견하지 않는다면 그날은 다행스러운 날일거에요.

당신이 총주방장이 되면 또 모든 것이 바뀌어요. 다른 시급한 일들이 많죠. 당신이 그 전에는 생각도 해보지 못한 일들이요. 그리고 손 쓸 수 없는 일도 많아요.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에 대한 두려움은 좀체 사라지지 않아요. 오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두려움과 맞서 싸우기 위해 저는 더 많이 요리하고 있습니다.

교훈 : 제가 요리를 시작하던 시절에는 셰프가 되는 길은 단순했습니다. 지금은 경력에 미치는 요소가 더 많아졌고 선택지도 다양해졌습니다. 때때로 이런 상황은 당신에게 혼란스러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열정을 잃지 마세요. 멘토를 찾으세요. 당신은 당신만의 방법을 찾게 될 겁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모두 이뤄질 거라고는 기대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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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타 로 Anita Lo

현재 : Owner & Executive Chef, Annisa New York, NY
주방에서의 첫날 : Garde Manger, Bouley

저는 막 전문대를 졸업한 1988년 8월, 긴 폭염이 시작되던 때에 일을 시작했죠. 주방 온도는 평균 45℃를 넘나들었지만 전 아주 신나있었어요. 제가 일한 곳 중 처음으로 손님이 주문한 음식을 요리하는 곳이 불레이Bouley였거든요. 저한테는 큰 의미가 있던 곳이었고, 게다가 시내에 있었기 때문에 언제나 손님이 붐볐어요.

저는 일주일에 6일, 하루에도 긴 시간 일을 했어요. 더운 곳에서 오래 일하니 몸이 아파오기 시작했어요. 그 전에는 그렇게 오랫동안 서서 일한 적이 없었거든요. 종아리 통증이 심해져서 괴로웠어요. 손으로 하는 작업도 익숙지 않았어요. 팔뚝이 아픈 것도 역시 괴로웠어요. 하지만 포기는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었어요. 종아리는 손만 대도 화끈거리는 붉은 옹이가 계속 커졌어요. 저희 어머니는 혈액이 응고된 것이라며(결국 아니었지만) 응급실에 가야 한다고 재촉하셨죠. 저는 절대 가지 않았고 결국 저절로 사라졌어요.

이 리듬에 익숙해지는 순간은 불쑥 찾아왔습니다.

교훈 : 당신이 이런 환경에 익숙지 않다면 육체적인 고통이 당신을 힘들게 할 겁니다. 당신이 끝까지 해보고 싶다면 마사지를 받고, 스트레칭하고, 쉬는 시간에는 발을 어딘가에 올려두고 쉬세요. 인턴십으로 이런 환경을 직접 경험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몸이 버티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로 직업 훈련 교육기관에 돈을 다 써버리게 될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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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티이 키프 Katy Keefe

현재 : Pastry Chef, McCrady’s Charleston, SC
주방에서 보낸 첫 주 : Pastry Cook, Lincoln Ristorante

저는 첫날이 기억나지 않아요! 너무 긴장했던 것 같아요. 그 부분만 딱 필름이 끊겼네요. 그래도 첫 주의 장면들은 간간히 기억나네요. 저는 매일같이 쵸콜릿 푸딩을 망쳤어요. 제 친구 콜린과 함께 식품 냉장실에 들어가 울었던 기억도 나네요. 그 당시의 저는 너무 새파랬고, 진지했고, 압도돼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얼마나 흥분되어 있었는지도 기억나요. 링컨Lincoln Ristorante 레스토랑이 오픈한 지 겨우 일 년 되던 때였는데, 저는 완전히 출동준비상태였어요. 카피지Capizzi 셰프와 함께 뉴욕으로 가고 싶었죠. 하루하루가 제가 새롭게 보는 것들, 배움의 기회로 가득 차있었죠. 제 여가 시간까지도 전부 링컨 레스토랑에 대해 생각하느라 썼던 것 같아요. 다음 날 영업을 위한 식재료 준비, 라인에서 자리를 얻기 위한 법, 얼마나 더 청결하게, 더 빠르게, 더 잘할지를 생각했죠.

교훈 : 그때를 되돌아보면, 누군가가 ‘작은 일에도 긍지와 책임감을 가지라’고 말해주길 기대했어요. 접시를 빨리 닦는 일도 냉장고를 청소하는 일도 케이크에 설탕 옷을 입히고 사과를 써는 일만큼이나 중요하거든요. 주방에서 변함없이 진실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면서도 꽤 어려운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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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이크 멘델손 Spike Mendelsohn

현재 : Chef and Restaurateur, Good Stuff Eatery | We The Pizza | Béarnaise | Sunny’s Washington, D.C.
프로페셔널한 주방에서의 첫날 : Externship, Les Crayères

저희 집안은 레스토랑 경영을 계속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어린 나이에 주방에서 일해왔어요. 접시 닦는 일부터 시작했죠. 전문적인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겐 개인의 삶이란 없어요. 그 속에 들어가는 것이 어떤 뜻이지 알고 있었죠. 두려움도 느꼈어요. 하지만 그런 감정을 외면하려 애썼어요. 결국엔 이쪽 세계에 발을 들이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죠.

처음으로 낯선 주방에 갔던 건 랭스에 있는 레 크레이에르Les Crayères로 현장 실습을 갔던 때였어요. 미슐랭 3스타를 받았던 그곳은 당시 제럴드 보이어Gerard Boyer와 르 팍Le Parc이 이끌고 있었죠. 저는 9개월 동안 일하겠다고 지원했습니다.

처음 레스토랑 문간에 도착했을 때 어느 정도의 환영을 기대했어요. 시차로 피곤한 상태였죠. 그런 저에게 “네가 그 미국인이야? 가서 앞치마 두르고 주방 바닥부터 밀대질 시작해”라고 말했어요. 가족과 멀어졌다는 점, 해외라는 점, 돈이 없는 점,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 등 낯선 상황이 너무 많았고 저에겐 집중 훈련 기간이 되었어요. 이후로 저는 거의 매시간마다 셰프를 찾았습니다. 그들은 제가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저를 놀리곤 했죠. 마지막에는 그들도 저를 인정해주었습니다.

교훈 : 제가 요리 학교에 있을 땐 다른 학생들보다 앞서 있었어요. 하지만 현장에 도착하면 그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누구나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가야 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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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 루이스 Jenn Louis

현재 : Chef/Owner, Lincoln & Sunshine Tavern Portland, OR
첫 주방의 경험 : Dairy Kibbutz in Eilat, Israel

저는 이스라엘의 한 지역 공동체에서 요리를 시작했어요. 8월부터 11월의 여름에는 최소 30도에서 더울 땐 50도까지 온도가 올라가곤 했어요. 많은 기억 중에서도 하루에 감자 45㎏씩 씻기고 껍질을 벗겼던 기억이 나네요. 대부분 달걀 팬케이크를 만드는 데 보냈어요. 그곳의 음식은 대체로 훌륭하진 않았지만 두껍고 촉촉했던 그 팬케이크는 최고였습니다.

교훈 : 성가시고 재미없는 일이었지만, 그때의 경험은 제게 노동의 가치를 가르쳐주었습니다. 만약 작은 일들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결과물도 좋을 리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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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어트 브리오자 Stuart Brioza

현재 : Chef/Owner, State Bird Provisions & The Progress San Francisco, CA
오너 셰프로서의 첫날 : Opening Night, State Bird Provisions

저는 실망스러웠던 첫 근무의 기억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어떤 것도 제대로 되었거나 어떤 음식도 맛있다고 느끼지 못했거든요. 시간이 오래 지날수록 그 기분은 끔찍했습니다. 그곳에서 30일 정도 일했습니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의 적당주의가 고착된 곳이었죠.

레스토랑을 개업하는 일은 영화에서 나왔던 장면들처럼 로맨틱하지만은 않아요. 그 준비 과정에는 자금 조성, 임대 계약, 팀 빌딩, 직원 교육, 메뉴 개발, 레시피 테스트와 같이 힘들고 고된 일들이 더 많죠. 손님이 주문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 요리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부서진 배관을 수리하고, 식재료도 주문해야 하는 겁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면서도 슈퍼-창의적인 상태를 계속 유지해야죠.

이런 상황에 1년 반 정도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제대로 준비됩니다.

교훈 : 당신이 선장입니다. 길을 안내해주는 사람은 없죠. 모든 사람은 당신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라고 일일이 말해주길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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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버글런드 Paul Berglund

현재 : Executive Chef, The Bachelor Farmer Minneapolis, Minnesota
주방에서의 첫날 : Prep Cook, Oliveto Restaurant

저는 미해군을 장교로 제대한 뒤, 인생의 교차로에 섰습니다. 이전에 테이블을 치운 경험이 있어서 이쪽 일을 해보기로 마음먹었죠. 무작위로 수십 개의 식당에 전화해서 다짜고짜 일자리가 있느냐 물은 뒤 캘리포니아에 있던 올리베토Oliveto 레스토랑에서 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첫날에는 8시간 동안 온종일 카르둔을 다듬었어요. 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별로 상관하지 않았었어요. 에너지와 활력이 가득 차있는 공간에서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제가 손질을 마치니 요리사들은 카르둔Cardoon을 큰 찜솥에 찌기 시작했어요. 나중에 셰프가 오더니 원하는 상태가 아니라고 말했고, 요리사들은 그걸 모두 내다 버려야 했죠. 저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어요.

교훈 : 여유를 가져요. 주방은 모든 사람을 위한 곳이 아니에요. 주방 일은 체력, 융통성, 그리고 스피드를 모두 갖춘 사람을 원해요. 정말로 음식을 사랑한다면 주방이 아닌 다른 선택지도 있어요. 출장 요리사, 케이터링 회사, 학교 급식소, 개인 요리사 같은 일들요.

Editor’s Note : 본 콘텐츠는 Thrillist<FAMOUS CHEFS ON THEIR FIRST NIGHTS IN THE KITCHEN>를 번역, 편집했음을 밝힙니다.

About Kate Y. Lee

Kate Y. Lee
세계 외식 산업의 센세이션을 꿈꾸는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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