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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스타지의 득과 실 by Jaden Lee

처음으로 요리만을 위해 여행을 떠났던 건 2009년이었다.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싱가포르, 스페인, 영국 그리고 벨기에를 거쳤고 올해는 잠깐 한국에 들어와 있다. 한국에서의 경험과 비교해 볼 수 없는 것들도 발견했고 새로운 기운도 많이 느꼈다. 이 경험을 한국에 이야기하기엔 조심스러운 부분들이 많이 있다. 그중에서도 상당수의 부분은 바로 스타지에 관한 것이다. 나의 요리여행을 통해 나만의 답을 찾았던 것도 바로 스타지를 통해서다. 이 글은 다양하기보다는 주관적인 시점의 글이며 개인적인 생각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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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지(Stage) 무엇인가?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지구를 1바퀴 돌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물론 비행기 연료 탓에 일반적으로 행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하루하고 반나절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만큼 돈 문제만 아니라면 세계 어느 곳이든 마음과 용기가 있으면 갈 수 있는 시대이니 다양한 음식을 접해보고 싶은 현대의 요리사들에게는 과거의 요리사들에 비해 크나큰 장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인터넷이란 수단을 통해 자신이 바라는 스타일의 레스토랑을 금방 찾을 수도 있고 그들이 서브하고 있는 메뉴도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자연스레 근래의 많은 요리사가 자신의 의지와 소망을 실현하고자 비행기를 타고 이른바 ‘스타지(STAGE)’를 다니기 시작했다. 스타지라는 단어의 탄생에 대한 많은 설 중에서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은 일본인들이 유럽에 넘어가 요리를 배우고 싶었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고 비자라는 걸림돌도 생겨 잠자리와 식사를 레스토랑에서 해결하며 주방에서 배우던 사람들을 시작으로 커졌다고 한다. 이렇게 무급으로 하는 일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간단히 분류하자면

  • Internship
  • Externship
  • Apprentice
  • Stagiare(STAGE)

Internship의 경우 급여 지불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Apprentice와 비슷하다. (용어 차이 정도라고 정의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기 전 일을 하는 능력이나 자세를 보기 위함도 있고 정해진 기간 그 회사를 체험 시켜주기 위해서도 이루어진다. Externship의 경우 학교에서 지정된 업체로 보내지거나 혹은 리스트 중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가서 이루어지는 현장 실습의 개념이고 경우에 따라 급여 지불이 되는 곳도 있다. 그리고 이 글에서 논하고자 하는 STAGE같은 경우 위의 Externship과 비슷하게 볼 수 있으며, 조금 다른 점은 개인이 찾아가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 해외 스타지의 ‘(失)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하니  ‘실’부터 따져보자. 가장 큰 ‘실’은 금전적 부분이다. 스타지를 하는 동안에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급여를 받는 케이스가 거의 전무하다. 물론 가끔 특수한 펑션(케이터링 및 행사)을 했을 때 급여를 주는 경우는 있지만 역시 이마저도 드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스타지를 다니는 동안은 경제적 소득이 ‘무’일뿐더러 스타지를 하는 레스토랑 왕복 교통비와 지내는 동안 집세와 생활비를 합하면 한 달에 쓰는 돈이 한국의 직장인 월급만큼 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상태는 불안정하다. 대부분 스타지생들은 관광비자를 발급받아 해외에 나가기 때문에 크게 다치는 일이 생기더라도 보험은커녕 치료도 바로 받을 수 없다. 그래도 요리사의 인생이 끝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좌절감도 든다.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맡을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다. 서비스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하기 때문에 위에 언급한 위험을 감수하고 가더라도 야채만 다듬다가 돌아오는 일도 허다하게 일어난다.

In the kitchen-1필자의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마지막으로 있었던 벨기에의 In de Wulf에서의 경험이 이야기할 게 많다. 처음으로 채집이라는 영역을 나의 요리 측면에 넣어준 레스토랑이며 내가 좋아하는 게 정확히 어떤 부분인지 정의를 내릴 수 있게 해준 곳이었는데 찾아가는 길부터 고생의 시작이었다. 자세한 이동 경로가 나와 있지 않은 탓에 스페인에서 이 자그마한 벨기에 국경 도시에 가기 위해 4개의 국경을 건너야만 했다. 근접한 프랑스 마을에 가서 택시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1시간 동안 모든 짐을 끌고 비를 맞으며 도심으로 걸어 히치 하이킹을 해서야 간신히 늦저녁에 레스토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또한, 바로 다음날부터 레스토랑이 쉬는 날인 데다 사방은 전부 들과 밭이었고 다른 친구들이 먹을거리 가져오는 것을 잊은 탓에 첫 날부터 본의 아니게 밭에서 허브와 버섯을 따서 먹거리를 만들어 먹었던,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식당에 도착하기 위해 소비한 이틀 동안(일을 구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소비된 경비만 약 500유로(한화 약 75만 원 정도)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쉬는 날에 먹은 게 잘못되었는지 탈이 났는데 주위에 병원도 없고 모두가 일을 해야 했기에 병원을 데려다 줄 사람이 없어서 결국 다음날 의사가 왕진을 와서 약을 처방 받고 약을 먹을 수 있었다. 영화에서만 보던 왕진 의사를 26년 만에, 그것도 외국에서 보게 될 줄이야. 외국인은 현지에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일을 할 수 있는 비자가 없다면 의료 지원을 받기가 상당히 까다로운데 다행히 벨기에나 네덜란드의 경우 외국에서 오는 인턴들은 모두 비자를 받아야지 일을 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 진료 및 약처방을 쉽게 받을 수 있었다. 일반적인 경우 현지인 친구에게 부탁하여 약국에서 약을 받아 먹는 정도로 끝나기 때문에 자세한 진료를 받기 힘들 뿐더러 일이 바쁜 경우 그마저도 힘들기 때문에 자칫하면 일정이 쉽지 않게 끝날 수도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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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스타지의 ‘(得)

그렇다면 실질적인 ‘득’은 어떤 부분이 있을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라는 포괄적인 측면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인터넷으로 레스토랑의 많은 부분을 볼 수는 있지만 직접 주방에서 그 요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스스로 참여해보는 것의 경험과는 말로 이룰 수 없을 만큼 다르다. 또한, 그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지식도 단순히 그 레서피의 적용뿐만이 아닌 다른 비슷한 개념을 갖는 레서피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멀티플 효과가 생긴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또 다른 장점으론 단 기간에 여러 곳을 거치다 보면 쉽게 자신의 스타일을 확인하고 다양한 스타일을 습득하여 다시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현재 많은 기준이 되고 있는 Contemporary Cuisine, 즉 ‘국경없는 요리’를 본다면 인젠 어느 나라 어느 지역 음식에서 좀 더 확대된 누구의 요리 라고 부를 수 있는 좀 더 정밀하고 확고한 스타일의 요리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나의 해외 스타지 경험의 ‘득’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In de Wulf 시절엔 어디에 가서도 In de Wulf 팀원이라고 하면 모두가 쌍수를 들어 환영해 주었다. 세계 순위와 유럽권 순위에도 있는 레스토랑이기에 셰프를 통해 예약한 다이닝이나 엑스포에서 보다 나은 대접을 받을 수도 있었다. 또한, 스페인에서 일하던 A Fuego Negro 핀초 바(Pintxo Bar; 흔히 우리가 아는 타파스와 같은 개념이지만 바스크 어로써 일반적으로 다른 스페인 지역에서 제공하는 빵 위에 올린 음식에서 벗어나 마치 미니멀라이즈 된 디쉬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에서 일할 땐 웬만한 레스토랑에서도 Fish Section에서 일하지 않으면 잡아볼 수 없을 양의 생선을 메뉴 개발을 위해 잡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셰프를 통해 스타지로도 가기 힘든 좋은 레스토랑으로 다음 스타지를 갈 수 있었다. 또한, 싱글 다이너로 다양한 지방에 레스토랑을 가도 매니저나 셰프와 이야기하면서 즐겁게 혼자 다이닝을 즐길 수도 있었고 많은 정보 또한 교환할 기회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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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de Wulf book

  • 잔인하지만, 현실인 스타지생활, 스타지 조차 능력에 따라 차별대우 받는다

위에 언급한 ‘득’ 과 ‘실’의 큰 의견들을 제외하고도 많은 의견이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득과 실을 꼭 따져봐야 하느냐”부터 이야기해 보고 싶다. 일부 비슷한 시기에 스타지를 다녔던 사람 중에는 웬만한 셰프급을 넘어서는 셰프님들도 많았고 나와 비슷한 처지인 사람도, 아예 요리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도 많았다. 이들이 에게 스타지를 왜 하느냐 물으면 ‘본인의 갈급함’이 가장 컸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단순히 ‘스타지’라는 부분만 놓고 이야기하기엔 견해 차이가 분명히 크다고 느낀다. 개인이 보고 온 것들과 능력 차이로 같은 기간 같은 곳의 스타지를 가더라도 처우를 다르게 받는다. 다시 말해, 같은 기간 동안 두 사람이 같은 조건으로 스타지를 시작하더라도 한 사람은 정말 그 레스토랑의 직원처럼 일 한 스타지가 있는가 하면 소위 야채만 썰다가 돌아오는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 스타지 대하여 고민하기 이전 요리사로서 고민해 봐야

무슨 일을 하든 목적도 없이 돈과 시간을 낭비하며 돌아다니고 싶은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나 개인적인 경험을 객관적 사실처럼 확대-해석한 글을 읽으면 맹목적으로 판단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SNS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시기에 주변의 흐름에 영향을 받아 스타지를 결정하는 케이스는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어떠한 정답도 없다. 사람마다 사는 인생이 다르기에 특정 케이스를 성공 케이스로 포장하거나 필수 과정이라고 이야기할 순 없다.

“어디서 시작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내가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갖췄고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리고 본인 스스로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지금은 ‘파인다이닝처럼 정갈하고 완벽을 중요시하는 주방이 제일’이라는 주의가 강하다. 모두가 이런 수준의 주방을 만들어 운영할 수는 없는 부분이고, 모든 소비자 또한 그런 요리만 소비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부분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각 특색을 갖는 레스토랑이 늘어나야 서로 공존할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져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좀 더 합리적인 소비를 이끌어야 외식 문화가 더 발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때를 풍미하던 바지락 칼국수를 시작으로 근래 팥빙수와 등갈비.. 업종은 달랐지만 다른 이름, 똑같은 음식의 결론은 모두 폐업으로 결론 나고 말았다.

상황과 가치에 맞는 음식은 모두를 기쁘게 한다. 모든 먹는 것에는 똑같은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 글을 끝맺으며

글을 쓰고 나니 한쪽으로 치우치진 않았는지 걱정도 된다. 셰프뉴스에 쓰게 된 첫 칼럼이기에 더욱 조심스럽다. 어쨌거나 이 글을 통해 걱정보단 용기를 얻었으면 한다. 필자도 곧 다시 용기를 내어 떠나는 입장이니 말이다.

 

기고 문의 : info@chefnews.kr

About Jaden Lee

Jaden Lee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습니다. 균형, 집중, 순간, 동등 그리고 재미를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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