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분간의 적막 그리고 박수” 요리가 무엇인지 몸소 설명한 장인의 요리

한 명의 동양 요리사가 많은 사람 앞에서 메밀국수를 만들고 있다. 푸석한 메밀 반죽을 몸의 반동을 이용해 밀대로 밀고, 성인 남성 팔뚝보다 더 큰 칼로 리드미컬하게 면을 툭툭 썰어낸다. 한 그릇의 메밀국수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13분 정도. 홀을 가득 메울 정도로 사람은 많았지만, 어떤 대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적막한 가운데 어떤 부연도 필요 없다. 완전히 요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관객은 큰 감동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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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홋카이도에서 12석의 메밀 집을 운영하는 다츠루 라이. 그는 아직도 손님이 주문해야 반죽과 제면을 시작한다는 고집을 지키고 있다. 다소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최상의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장인의 면모는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철학을 철저하게 지키는 데서 비롯한다. 다츠루 라이도 같은 생각이다. 그의 장인 정신을 보기 위해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많은 요리사들이 몰려들었다.

비영리 단체 MAD에서 2014년에 제작한 이 영상은 그 해 첫 컨퍼런스 실황을 녹화한 것이다. MAD 컨퍼런스는 덴마크 셰프인 르네 레드제피를 주축으로 다수의 외식업 관련 종사자들이 모여 서로의 의견과 음식에 대한 견해를 나누는 모임이다. 보통 연사로 무대에 서는 셰프들은 그간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동료 요리사들이 어떤 행동에 함께해야 하는지 주장하지만, 이날 다츠루 라이는 어떤 언급도 없이 요리 시연만으로 모든 순서를 마쳤다. 짧은 그의 시연이 끝나자 관객 모두는 큰 박수로 답했다.

About 이 인규

이 인규
'미식에는 층위가 없다. 단지 아직 느끼지 못한 음식이 있을 뿐.' 이래 생각합니다. 비록 글로 배운 음식문화이지만, 혀로 배우고 사색하기 시작하면서 그 한계를 넘고자 합니다. 나에게 있어 한계는 맛을 표현하는 글인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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