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f’s Talk @ CCIK] 그들은 왜 직업을 바꾸게 되었나? 요리사 인생의 2막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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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01일, 대한민국 전통 음식의 고장 전북에 위치한 CCIK에서는 2014 전북고메의 이틀차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전체 행사는 조리시연, 쿠킹클래스, 갈라디너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 ‘셰프의 토크’ 세션에서는 제 2의 인생을 요리로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사례를 소개했다. 참가한 셰프는 BEUT 배건웅 대표, AND 장진모 셰프, 7PM 김태윤 셰프이다. 세션의 내용을 간단히 글로 기록해 참석하지 못한 조리인들에게 공유한다.

 

  • 사회자 : 1막 1장은 무엇이었고 왜 그런 선택을 했나? 가끔 그 삶을 추억하는가?

배건웅

요리는 중학교 때부터 시작되었고 부모님이 전자레인지를 사주신 이후로 제품과 함께 딸려온 요리책을 보면서 요리를 시작했다. 지금은 요리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요리를 할 때의 만족감이 컸고 그것이 천직이라 생각했다. 요리를 직업으로 삼진 못하지만 앞으로도 요리는 계속 할 생각이다.

장진모

경력이 복잡하다. 전공은 공학이었고 군 제대 후 잠시 사진일을 하러 외국에 나갔다가 직업이 여러 번 바뀌었다. 리조트에서 스노우보드 강사도 하다가 요리를 겸업으로 한 것이 첫 시작이었다. 해외에 있었기 때문에 집안에 이야기를 안 했다. 요리를 시작한 지 3년이 지나서야 집에 이야기를 했다.

김태윤

전공은 사학이었다. 종교와 인류학 등 인문계열 위주로 많은 공부를 했다. 적성에는 맞았으나 수업은 재미가 없었다. 아주 정적인 생활이었고 몇 년간 서고에 박혀서 차분히 책을 읽었던 시절도 있었다. 동적인 지금의 생활도 좋고 그 때의 정적인 생활도 가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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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자 : 왜 직업을 바꾸게 되었나?

배건웅

요리사는 좋은 조리복에 욕심을 내기 마련이다. 큰 마음 먹고 샀던 비싼 조리복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가 세컨잡을 가지게 되었고, 교통사고가 나서 더 이상 주방에서 일할 만큼 몸 상태가 따라주지 않아 조리복을 만드는 일을 주업으로 삼고 있다. 요리를 하진 못하더라도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다.

사고나기 전까지는 세웠던 요리 인생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부모님은 항상 아들이 요리하는 것에 반대하셨다. 사고 후 병원에 입원해서 조리복 만드는 일을 본업으로 삼겠다고 말씀 드리자 어머님의 얼굴에 평생 보이지 않았던 미소가 보였다.

김태윤

‘뭘 하면서 먹고 살지’에 대해 고민한 시간이 2년이었다. 세가지 조건을 찾았다. ‘스스로의 손재주로 누군가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일’, ‘나 스스로도 좋아하는 일’, ‘내가 일한 것에 대한 반응이 빠르게 오는 일’ 세 가지를 충족하는 것은 음악가와 요리사였다. 나는 요리사를 택했다. 부모님께서는 내가 뭘 한다고 할 때마다 썩 내켜 하시진 않아 하셨다. 내 주변에는 요리사라는 직업이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장진모

나는 요리를 선택해서 시작하지 않았다. 대부분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해서 시작하지만 나는 생계에 떠밀려 시작했다.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밖에서 자야 하는 상황, 실제로 밖에서 잔 날도 많다. 처음 밖에서 잔 날은 생생히 기억난다. 영하 19도에 눈이 42센치가 쌓였던 날이다. 돈 안 내고 실내에서 가장 오래 있을 수 있는 클럽에서 새벽 두 시까지 버텼다. 눈 덮힌 길거리에 누우면서 “내일 아침엔 눈을 뜰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잠들었다. 다행히 눈이 떠졌고 또 식당에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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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자 :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 커리어를 변경한다는 것은 어떤 것이며 얼마나 힘든 일인가?

배건웅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은 무엇이든 쉽지 않다. 태어나서 디자인이라는 것을 해본 적도 없고 원단이 뭔지도 몰랐다. 직원을 고용해서 월급을 준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고 내가 회사의 대표라는 게 실감나지 않을 때가 많다. 사업 초기에 와이프와 함께 동대문 돌아다니며 길바닥에서 울었던 적도 있다. 나에겐 요리가 더 쉬웠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그렇고 앞으로 할 수많은 일들 중 쉬운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 일의 적성이 맞는지 안 맞는지 따지는 것은 의미 없다. 어떤 일을 하든 10%정도만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일 것이다. 나머지 90%는 하기 싫고 억지로 해야만 하는 어려운 일들이다. 어떤 일을 선택하고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자신이 정말 그 일을 성취하고 싶은지가 중요하다.

장진모

개인적인 생각으로 요리사들이 공대를 다니다 오면 좋겠다. 요리에 대한 현상학적인 이해를 과학적으로 하는 것은 요리만 배워서는 할 수 없다. 나는 원래 원서나 논문을 보는 게 익숙한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다른 요리사들과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일을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 셈이다.

나는 여기 앉아있는 18살 학생분들 보다 6년이나 늦게 요리를 시작했다. 24살부터 지금까지 고작 6년 밖에 안 됐다. 늦게 시작했는데 따라가려면 더 많이 하는 수 밖에 없다. 나는 이 일을 재능이 시작하고 나서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에 더 잘하기 위해서 시간을 더 많이 써야 한다. 날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쏟아 부은 시간이 중요하다. 나는 잠을 3~4시간만 잔다. 이번 달에는 더 바빠져서 집에 3일 밖에 못 들어갔다.

김태윤

새로운 세계에 입문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처음 요리를 시작했을 때 하루에 12~15시간 정도 일하던 업장이어서 몸은 힘들었지만 배우는 것은 즐거웠다. 생각만큼 기술과 실력이 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어려움도 느꼈었다.

장진모 셰프가 공대를 추천했으니 나는 인문학과를 가라고 추천하겠다. (웃음) 내가 관심을 가지고 공부했던 그 재미없던 과목들은 내면적인 풍요로움을 주는 학문들이다. 인문학과 관련된 환경에서 있었다는 것이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볼 때 더 다양한 방식에서 보려고 노력하는 습관을 갖게 만들었다. 직원들에게도 요리책만 너무 보지 말고 다른 책도 많이 보라고 얘기한다. 공학이든 인문학이든 상관없다. 다방면의 지식을 흡수하려고 노력하는 삶이 지금 하는 일에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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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자 : 현재 행복한가?

김태윤

하루 중에 대부분의 시간을 식당에서 보낸다. 내가 만든 음식을 내었는데 사람들이 음식을 싹 비우고 빈 접시가 돌아올 때 큰 행복을 느낀다.

2막의 삶이 1막의 삶보다 나아야 하거나 남들이 봤을 때 더 괜찮아 보이는 것들은 의미 없다. 본인 스스로가 어떻게 생각하고 의미를 찾아내는지가 더 중요하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내린 결과에 스스로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인생 전환의 계기는 몇 번씩 찾아온다. 그 선택을 하고 그 순간에 빠져 그 일을 사랑하며 지내면 된다. 커리어를 선택하는 것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되 거창하게 생각하진 말자. 인생은 정해져 있지 않다.

배건웅

“작은 것에 행복해하며 살자”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행복하고 주변 사람들을 만나 서로 돕고 사는 것도 행복하다. 행복하지 못한 이유를 굳이 찾자면 요리를 못한다는 것 정도?

매일 살아가는 것이 도전이다. 도전은 멈추면 안 된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 한 사람도 두 번 살아본 사람 없다. 환생한 사람 여기 있나?(웃음) 매일 새로운 날이고 새로운 인생이다.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살아 라는 얘기가 아니라 불확실에 대한 이야기다. 성공과 실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도전에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의미 있는 것은 도전하는 것 밖에 없다.

장진모

이 질문에 대해 난 좀 복잡하다. 애초에 내가 원해서 시작한 일도 아니지 않느냐. 이 업을 평생 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각오를 한 적이 있다. 즐겁냐 물으면 그럴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다고 대답하겠다. 직업은 즐겁다고만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일임에도 내 신념을 포기할 만큼 어렵진 않기 때문에 계속 해나가는 것이다.

아직도 나는 공학 공부를 한 기간이 요리를 배운 기간보다 길다. 지금이라도 돌아갈 수도 있는 거다. 본인이 이 일을 어떤 커리어로 바꾸더라도 평생 하겠다는 진지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냥 끌려가지만 마라. 이 길을 가겠다는 확신을 내리기 전에 고민하던 시절의 있다. 친구들은 전역하고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장가를 가더라. 친구 어머님이 잘살고 있느냐 전화가 오면 할 말이 없었다. 그 당시에도 커리어를 바꾸는 것은 힘든 일이었고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지금 또 바꾸라고 한다면 그건 정말 고통스럽고 불행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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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이은호

이은호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다." 음식을 만드는 당신을 아는 것으로 대한민국 식문화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셰프뉴스 대표 robin@chef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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