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한국 국가대표, 보큐즈도르 세계요리대회 본선 진출행 확정

“저에게 참가 의사를 물었을 때 믿을 수 없었어요. 대회 경험이 없는 건 아니지만 보큐즈도르 같은 꿈의 무대에 설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거든요.” – 함준재 선수

지난 4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요리대회에 출전한 한국팀. 본선에 진출하게 될 마지막 다섯 번째 국가로 한국이 호명되는 순간, 한국팀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환호를 질렀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보큐즈도르 아시아-태평양 지역 예선전을 통과한 한국팀은 프랑스 리옹에서 열리는 본선(17년 1월) 진출 자격을 얻었다. 이들은 이전 최고기록인 본선 18위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낼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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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이상민 교수(코치), 황원규 학생(보조), 김동석 교수(감독), 함준재 요리사(선수)

보큐즈도르 요리대회의 출전 규정은 까다롭다. 각 국가당 1팀만 출전할 수 있으며 팀은 감독과 코치, 선수, 보조 네 명으로 구성된다. 한국팀은 서울호서전문학교의 김동석, 이상민 교수가 각각 감독과 코치를 맡았고, 더 프라자 호텔 소속의 함준재 요리사가 선수로, 황원규 학생이 보조로 선발됐다.

네 명의 한국팀은 ‘이번 성적은 선수단의 노력만으로 얻은 성과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이전이라면 승전보다는 ‘기적’으로 해석되었겠지만, 올해는 ‘협업의 결과’라 말한다. 이들에게 해외로 요리원정을 떠난다는 것은 들리는 것보다 훨씬 제약이 많은 어려운 도전이었다.

 

|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대회에 참가하는 네 명의 구성원 중 한 명도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보조를 맡은 황원규 학생도 “프렙을 잘해놓아야 실제 요리할 때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본선에서도 어떻게 하면 더 정확하게, 더 빠르게 요리를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라며 프렙과 조리 보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함준재 선수는 싱가포르행 비행기 안에서도 현장 동선을 준비한 타임 테이블을 재차 수정했다. “어떤 변칙적인 상황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다양한 타임 테이블이 필요해요. 대회장에 들어설 때는 이미 제 머릿속에 3가지의 타임 테이블이 있었어요.” 이날 대회장에서는 충분한 연습을 넘어서, 수많은 변수까지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을 가지고 출전할 수 있었다.

한국팀이 연습한 트레이닝 센터는 보큐즈도르 대회장의 주방 동선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5시간 35분이라는 정해진 시간 안에 준비한 요리를 완벽히 해내기 위해서는 작은 동작 하나까지도 최소화하고 반복 숙달하는 연습과정을 거쳐야 한다. 본 대회에 연 속 세 번 참가한 김동석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에 보큐즈도르에 최적화된 주방 설비는 서울호서전문학교밖에 없습니다”라며 인프라적인 지원이 있어 연습의 수준 또한 높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경연장에서의 실력 발휘만큼 중요한 것이 조리도구라고 덧붙였다.

 

| 해외 원정의 난제, 조리도구 문제 해결

“대회에서 사용하는 도구는 연습할 때에 쓰던 것을 그대로 가져가는 게 제일 좋아요. 그런데 이 조리도구들이 꽤 무겁거든요.” 이전 연도까지는 국제대회에 출전하더라도 후원사가 없어서 화물비용을 부담하지 못해 조리도구를 가져가지 못했다.

지난 2014년도 대회에서 한국팀은 도깨비방망이를 빌려 쓰다가 2개가 고장 나는 바람에 바쁜 대회 중에 3번이나 빌리러 가야 했다. 한 번의 실수라도 더 줄이려 노력해야 하는 대회장에서 제대로 된 장비조차 갖춰지지 않은 대결환경은 출발선 한참 뒤에서 달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른 참가국은 국가대표 요리팀에 항공사가 항공료를 후원하거나 대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왔다.

IY8A7927 copy함준재 요리사도 “대회에 나가는 요리사의 조리 도구는 자동차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의 자동차와 같다고 생각해요. 실력을 겨루기 전에 우선 잘 정비된 차가 준비되어야 하잖아요?”라며 그 중요성을 설명한다.

다행히도 이번 대회에서는 네슬레 프로페셔널 코리아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자사의 제품, 항공료, 식사비를 포함해 대회 준비에 필요한 다양한 활동을 지원했다. 후원사의 담당자는 “대회는 곧 시간 싸움이 아닌가요? 요리사들이 열정적으로 요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수고로운 작업이나 시간을 덜어주면 이들은 더욱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라고 후원 의사를 밝혔다.

나무가 클수록 그 뿌리가 깊듯이, 모든 위대한 성과는 장구한 준비가 필요한 법이다. 이상민 코치는 “지난 본선 성적인 18위를 넘어서, 이번 대회에서는 15위 안에 들 수 있도록 목표를 높여 잡았습니다. 이 정도 후원과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이 있다면 충분합니다.”라며 각오를 내비쳤다.

 

| 심사위원도 놀란 한국팀의 준비

보큐즈 도르 요리대회는 두 가지 요리를 통해 실력을 검증한다. 육류와 생선, 각각의 요리에는 3가지의 가니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생선요리의 가니쉬는 반드시 참가국의 고유한 특성을 살려야  한다. 올해는 아이슬란드산 파타고니안 메로를 활용한 생선요리, 호주산 앵거스 소고기 안심과 프랑스산 푸아그라를 사용한 육류요리가 주제로 공지됐다.

한국팀은 고추냉이 향을 낸 관자 무슬린에 생선을 감싸 57에서 부드럽게 익힌 뒤 3가지 가니시를 곁들였다. 한국식 가니쉬는 어묵탕에서 영감을 얻었다. 무를 육수에 넣어 부드럽게 익힌 뒤 그 속에 브레이징한 배추로 채우고, 김말이 어묵을 만들어 얹어냈다. 그 외 랍스터 젤리와 셀러리악 퓌레를 채운 감자와 캐비어를 가니시로 냈고, 오렌지 사바용 소스를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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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팀의 생선요리.

고기요리는 푸아그라 무스와 6개 조각으로 나뉜 소 안심을 배치하고 겉 부분에 표고버섯과 포스 미트로 감싼 뒤 포트와인 소스로 글레이징하여 퍼프그레인 크러스트로 마무리했다. 완두콩 퓌레, 바삭하게 구운 호밀빵, 훈제햄 등을 가니시로 곁들였다. 곁들인 샬럿은 부드럽게 콩피한 뒤 송로버섯과 펜넬 등을 부드럽게 익혀 채워 넣었는데, 네슬레 프로페셔널의 버섯 파우더를 넣어 깊은 맛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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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팀의 육류요리.

보큐즈 도르 요리대회에는 결과로서의 요리를 평가하는 요리심사위원 외에도 요리과정을 평가하는 주방심사위원이 있다. 주방심사위원은 주방의 상태, 재료의 준비 상태, 조리 과정의 위생 등을 채점한다. 한국팀은 “완벽함에 가까운 준비”라는 평가와 함께 높은 요리태도 평가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 대회를 위해 특수 제작한 벌집 모양 틀에 굳힌 젤이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니쉬 하나를 만들기 위해 틀을 직접 제작해 가져왔다는 설명에 ‘다른 팀도 이런 자세를 배워야 한다’는 평가도 들었다.

 

| 쿡가대표의 성적은 선수만 짊어지지 않는다

더 나은 성적을 위해 피땀 어린 노력을 하지 않는 출전국은 없다. 프랑스 본토의 맛과 트렌드를 표현하기 위해서 프랑스 국적의 요리사를 코치로 영입하는 경우가 보통이 되었다. 이번 예선에서 단일 국적으로 팀을 구성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이상민 코치는 “프랑스 음식과 우리의 식문화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더 연구할 계획”이라며 본선에서 더 나은 성적을 내기 위한 포부와 계획을 밝혔다.

한국은 유독 현업 요리사가 대회 출전 등의 참여가 저조한 편이다. 김동석 감독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단기간에 실력을 연마하는 것이 요리사에겐 더 없는 배움의 기회”라며 대회 참가 의의를 설명했다. 그동안 보큐즈도르의 심사위원으로 초대된 유명 요리사는 토마스 켈러, 헤스턴 블루멘탈, 그란 아카츠, 테츠야 와쿠다 등이다. 이 점을 보면 해외에는 대회와 현업의 구분이 없는 데다 상호보완적으로 도움을 주고받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요리는 곧 팀워크의 결과다. 세계무대에서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차세대 ‘쿡가대표’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더 많은 기업의 협력과 후원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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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큐즈 도르Bocuse d’Or란?

1987년에 시작된 보큐즈 도르는 요리사의 교황으로 불리는 폴 보큐즈의 이름을 딴 대회로 세계 3대 요리대회 중에서도 최고의 대회로 불린다. 이 대회는 스포츠 경기 못지않은 응원전으로도 유명한데, 경연과 심사 그리고 응원은 대회마다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

본선에는 대륙별 예선을 통과한 총 24개국이 참여한다. 올해 아시아 예선에는 한국, 호주,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스리랑카 인도, 뉴질랜드까지 총 9개국이 참여했다. 본선에 참가할 다섯 국가는 (순위대로) 일본, 싱가포르, 호주, 중국, 대한민국이다. 본선은 2017년 리옹에서 열린다.

이번 보큐즈도르에 출전한 한국팀을 후원한 네슬레 프로페셔널 코리아의 관계자는 “세계적 권위의 요리대회에서 본선진출의 쾌거를 이뤄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라며 “내년에 개최되는 본선대회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한국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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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슬레 프로페셔널은 소비자 만족을 위해 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식음료 솔루션을 연구하는 식음료 파트너로서 레스토랑, 카페, 베이커리,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바, 호텔, 연회를 비롯하여 테마파크, 대학교, 항공사 및 오피스 등과 같은 다양한 채널에 최상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About 이 인규

이 인규
'미식에는 층위가 없다. 단지 아직 느끼지 못한 음식이 있을 뿐.' 이래 생각합니다. 비록 글로 배운 음식문화이지만, 혀로 배우고 사색하기 시작하면서 그 한계를 넘고자 합니다. 나에게 있어 한계는 맛을 표현하는 글인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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