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전문기자가 바라 본 인류 미식의 역사

지난 27일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에서 ‘미식과 탐식의 역사’라는 주제의 강연이 열렸다. 서울대 FoodBiz Lab의 공개 세미나 ‘What is the Value of food?’ 시리즈 중 5번째 순서다. 이날 세미나는 조선일보 김성윤 기자의 스피치와 사회자인 문정훈 연구소장과의 대담으로 이뤄졌다.

김성윤 기자는 그간 취재과정에서 알게 된 인류의 미식 역사와 현재 우리 음식 문화를 분석한 내용을 발표했다. 직접 촬영한 사진을 발표 중간에 보여주면서 참여자들의 이해를 돕기도 했다. 인류 음식 문화는 시대순으로 설명했는데, 유인원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음식 문화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설명했다.

“케냐 초원에서 사자 무리가 얼룩말을 먹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멀리서부터 뼈를 씹어먹는 소리가 들렸는데요. 다음 날 같은 곳을 찾아갔을 때도 사자들이 그 얼룩말을 먹고 있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동물이 먹은 생고기를 소화하는 데는 보통 6시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화식을 하기 이전의 인류도 비슷했을 겁니다. 생고기가 아닌 익힌 고기를 먹음으로 소화시간도 줄고, 소화에 필요한 에너지가 뇌로 이동하면서 인류가 더 빨리 진화할 수 있었다는 거죠.”

“로마가 유럽을 지배면서 북유럽(켈트 민족)의 육식 문화와 그리스로 대표되는 지중해식 식문화가 융합되기 시작했습니다. 와인과 올리브, 그리고 빵 이 세 가지가 유럽 식문화의 핵심인데, 원래 로마 사람들은 빵이 아닌 풀죽 같은 것을 먹었던 민족이었습니다. 그리스를 정복하면서 수많은 빵 제조 기술자가 유럽 전역으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중세시대의 역사 기록을 통해 당시의 음식을 복원하면 지금의 인도 음식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향신료가 권력의 상징이라서 과시했던 것이죠. 근데 그 음식 문화가 갑자기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포르투갈이 아랍을 거치지 않고 향신료를 싸게 수입하는 경로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향신료의 가격이 내려가니, 더는 부의 척도나 권력의 상징이 될 수 없었던 거고, 조리에 사용하는 빈도도 줄어든 것이지요.”

“중국의 음식 문화는 크게 3번 정도 번성했다고 합니다. 12세기 남송 시대와 16세기 명나라, 17세기 청나라 시대인데요. 명나라 시대에는 옥수수, 고구마, 토마토 등의 외래 종이 아시아로 유입된 기간이었고, 청나라의 건륭제는 매일 아침 제비집과 훠궈, 양고기 등의 만찬으로 이뤄진 아침 식사를 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또한, 당시의 지배민족이던 만주족과 가장 많은 수의 민족이었던 한족을 통합했다는 의미의 만한전석도 이 당시에 존재했던 음식 문화였습니다. 청나라 시절에는 황실의 음식이 부자들에게로 그리고 점점 대중에게까지 전파되기도 했습니다.”

“현대 서양의 음식 문화는 에스코피에라는 요리사의 등장과 함께 체계화되었습니다. 이후 전통 프랑스 음식보다 가벼운 누벨 퀴진이 유행했고, 이 누벨 퀴진을 좀 더 과학적으로 재해석한 요리사가 스페인의 페란 아드리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분자요리라고 알려졌지만, 페란 아드리아는 그 단어를 싫어하더군요. 오히려 누벨 퀴진을 새롭게 해석(Nueva Nouvelle Cuisine)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존 식재료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식감을 만들어 내고 식사에서 놀라움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흐름도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 달라집니다. 과학 기술이 응용된 음식보다는 식재료 자체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강조되기 시작했는데, 그 변혁의 중심에는 노르딕 계열의 요리사들이 있습니다. 노마 레스토랑의 르네 레드제피가 선두주자입니다.”

“우리의 식문화는 뜻밖에 짧은 외식문화를 가졌는데요. 요즘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형한 한식이 세계적으로 조명받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식문화가 다른 아시아의 문화에 비해 덜 알려졌다는 점과 식재료 자체로 음식을 만드는 일. 예를 들면 발효나 절임 같은 조리 방법을 사용한다는 게 인기의 이유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성윤 기자는 강연을 통해 음식 문화가 어떤 개인이나 특정 집단에 의해 변하기 보다는 의도치 않았던 시대적상황에 따라 변했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했다. “미식의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대적일 수도 없고, 객관적일 수도 없다고 봅니다. 결국, 우리가 지금 맛있다고 하는 음식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변하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약 70분간의 주제 강연이 끝난 후 문정훈 교수와의 대담 및 청중 질문을 받는 시간을 가졌다. 음식의 가치 중 어떤 것을 가장 우선순위에 둘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가장 먼저 음식은 에너지가 되어야 하고, 다음에는 건강에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세 번째는 같이 먹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나서 맛을 논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라고 답했다.

이번 강좌를 준비한 서울대 Foodbiz Lab 연구소장인 문정훈 교수는 “강의마다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 과연 ‘가치 있는 음식이란 무엇인가?’ 연속된 세미나를 통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과 문화를 각 분야 전문가의 목소리로 들어볼 수 있도록 세미나를 기획했다”라며 공개 세미나의 기획 의도를 알렸다.

이날 강연과 대담의 전체 영상은 문정훈 교수의 페이스북 개인 뉴스피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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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윤 기자는 이탈리아에서 2010년부터 1년 정도 살면서, 국제 슬로푸드 협회가 설립한 미식 대학(Univ. of Gastronomic Science)에서 음식 문화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과정을 졸업했다. 조선일보 입사 이후 많은 외식산업과 음식 문화와 관련된 기사를 작성했으며, 작년에는 한국 최고의 음식점 50곳을 선정한 KOR-EAT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About 이 인규

이 인규
'미식에는 층위가 없다. 단지 아직 느끼지 못한 음식이 있을 뿐.' 이래 생각합니다. 비록 글로 배운 음식문화이지만, 혀로 배우고 사색하기 시작하면서 그 한계를 넘고자 합니다. 나에게 있어 한계는 맛을 표현하는 글인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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