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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만들고 싶은 외식디렉터 노희영, 땅으로 돌아가고 싶은 건축가 최시영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풀었을 때, 귀소본능(歸巢本能)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단순히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넘어 자연으로 땅으로 돌아가고 싶은, 어쩌면 가장 원론적이면서도 소박한 욕구다. 최시영 건축가와 노희영 대표가 전경련 50층, 51층에 「더 스카이 팜」을 꾸리는 동안 목표는 하나였다. 자연의 근간인 하늘과 땅으로 돌아가는 것, 흙은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는 철학을 토대로 공간 곳곳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 욕심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듯 계산하지 않고 이치대로 기획하고 설계하다 보면 그들이 원하는 이상과 완성형 공간이 탄생할 것이라고 믿었다.

| Farm to table! Farm to life!

“어디세요. 나 지금 전경련 건물 50층에 있어요. 빨리 오세요. 선생님이 이 곳을 꼭 봐야 해요.”

갑자기 전화를 걸어선 다짜고짜 전경련 50층으로 오라니. 전화 너머 노희영 대표의 목소리는 다소 상기돼있었다.

“내일도 모레도 좋으니 전경련 50층으로 반드시 가보라는 게 아닌가. 두 말 필요 없이 그 곳은 나만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대체 얼마나 대단한 곳이기에 호들갑을 떠나 싶어 궁금했다.”

다음 날 오전  최시영 건축가는 전경련 50층으로 갔다. 맨 꼭대기인 51층은 어설픈 가든 형태의 공간이었고 아래층은 텅텅 비어 휑하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온갖 높고 낮은 건물들과 아파트, 길게 뻗은 강변북로와 찰랑이는 한강, 치열하게 달리는 승용차들이 레고 조각처럼 작게 보이는 50층에 서자마자 최 건축가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늘과 맞닿아 있는 그 건물이 그는 마음에 들었다.5

“서울 도심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마치 전지전능한 신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보자마자 팜Farm이 그려졌다. 하늘과 가까운 이곳에 농사를 짓고 셰프들이 하얀 에이프런을 두르고 싱싱한 채소를 따다 요리하는 상상을 했다. 당장 노희영 대표를 만나고 싶었다.

더 스카이 팜은 그렇게 시작됐다. 결국 태어나 자랐던 곳으로 돌아가고픈 귀소본능처럼 공간 디자인의 최종점은 논과 밭이 될 것이라 생각했던 최시영 건축가의 철학과, 외식업의 원천은 농업에 있다는 노희영 대표의 가치가 시너지를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노희영 대표와 CGV 공간 디자인 일부터 함께 해왔으니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춘 지는 제법 오래 됐다. 근 30년간 주거공간 위주로 디자인했던 그가 노 대표와의 인연으로 문화공간, 외식공간에까지 본격적으로 손을 뻗게 된 것이다.

다행히 요즘 셰프들은 작게나마 자신만의 밭을 가꾸길 원하고 고객은 자연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로 만든 밥상을 받고 싶어 한다. 실제로 유럽뿐 아니라 국내 많은 레스토랑의 셰프들 역시 ‘팜 투 테이블’을 실천하고 있다. 진짜 좋은 먹거리는 자연에서 나는 신선한 원물 그 자체라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주거와 달리 상업 공간은 전혀 다른 기획과 혜안을 투영해야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집이든 식당이든 사람이 특정 공간을 찾는 건 어떤 식으로든 힐링이 필요해서다. 레스토랑에서 ‘Farm to table’을 모토로 밭에서 얻은 신선한 재료를 손님상에 담아내고, 그 과정에서 손님이 위안을 받고 건강함을 느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오래전부터 추구했던 식공간이기도 하고.”

 

| 운명 같은 더 스카이 팜

노희영 대표가 현재 더 스카이 팜 자리를 알게 된 건 그가 CJ에 있을 때다.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이 그를 찾아왔다. 전망 좋은 곳에서 식사를 하던 중 이승철 부회장은 자연스레 건축과 공간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드러냈다. 그리곤 “재미있는 공간이 하나 있는데…” 라는 단서를 달고 그를 전경련 50층으로 데리고 갔다.

“당시 이승철 부회장이 나에게 ‘스토리가 있는 최고의 공간을 만들고 싶은데 언젠간 좋은 기회가 있을 것 같지 않느냐’고 슬쩍 물었다. 이후 별 이야기는 없었지만 돌이켜 보면 이 공간에 나를 투입시키기 위한 전초전이 아니었나 싶다(웃음).”

​전경련 50층은 3년 간 비어있던 공간이었다. 몇몇 기업들이 들어오려고 했다가 물러섰다.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였다. 아무리 넓고 전망이 근사해도 전경련 건물의 50층 위치는 일반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지상 최고의 명소를 만들겠다는 이승철 부회장의 포부를 감당할 재간이 없었다. 그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스토리가 있는 공간을 기획해줄 완벽한 디렉터를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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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

“보자마자 욕심이 났다. 건물 가장 높은 곳에 가든이 있고 아래층에선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으니 자연주의 콘셉트를 구현하는 데 최적의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전경련 50층을 둘러보는 동안 노 대표는 최시영 건축가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이 공간과 구조에 대한 그의 혜안이 필요했다. 최 건축가가 정원과 농장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노 대표는 진작 알고 있었다. 자연이 모토가 됐던 경기도 여주 마스터셰프코리아 세트장도 두 사람의 합작품이었다. 당시 젊은 요리사들이 자연을 주방 삼아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도 나눈 적이 있었다. 언젠가 제대로 된 자연 공간을 함께 구상할 기회가 올 거란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현실이 될 줄이야. 그는 서둘러 최시영 건축가에게 전화부터 걸었다.

“그 동안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일을 이번엔 도심에서 할 수 있게 됐어요. 지금 당장 전경련 50층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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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과 사대부 정신 깃든 자연주의 공간

전경련은 대한민국 경제 활동의 중심축이자 많은 정재계 인사들의 집결지기도 하다. 어떤 식으로든 ‘선 순환’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농업과 전경련 건물은 통일성이 있었다. 농업을 원천으로 한 경제의 순환…. 순간 ‘농사짓는 전경련’의 콘셉트가 그의 머릿속에 강하게 박혔다.

2015년 12월.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두고 전경련 50층에 그들의 공간을 열었다. 더 스카이 팜The Sky Farm, ‘하늘 농장’이라는 뜻이다.600평 공간에 「사대부집 곳간」, 「곳간 by 이종국」, 「세상의 모든 아침」 그리고 스몰웨딩 공간인 「프로미나드Promenad)」를 동시 론칭했다. 사대부집 곳간에선 조선시대 사대부 정신을 바탕으로 정성 담은 한식 다이닝을 내고 곳간 by 이종국에서는 이종국 요리연구가의 코리안아트퀴진을, 세상의 모든 아침에서는 국가별 특색이 묻어나는 다양한 브런치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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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카이 팜의 총괄 디자인을 맡은 최시영 건축가는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목적이었다. 브런치 매장인 세상의 모든 아침의 경우 매일 하루를 시작하는 가장 중요한 시점인 아침의 생명력을 표현했다. 사방의 파노라마 뷰로 들어오는 오전의 햇살,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의 장면을 그림처럼 녹였다. 중간 중간 기둥을 세우고 천장과 바닥, 벽면 전체를 화이트 컬러로 덮었다. 뼈대를 형상화한 굵직한 건축물로 화려한 듯 수수하게, 대범하면서도 아늑한 이중적인 느낌을 구현했다. 스몰 연회장인 프로미나드는 농장에 있는 크고 작은 비닐하우스 형태로 만들었다.

“비닐하우스는 생명이 자라는 데 가장 안정적이고 따뜻한 공간이다. 프로미나드 연회장 옆 작은 공간은 하얀 구조물 사이사이 투명 유리를 부착해 미니 정원이나 온실처럼 보이도록 했다. 신부 대기실이나 폐백실 등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용도에 제한은 없다.”

51층은 실제 가든 팜을 조성했다. 직접 재배한 재료들을 더 스카이 팜 내 모든 레스토랑에서 실제로 사용하고 있다. 꽃피는 봄과 여름, 가을엔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다양한 농작물을 감상하며 건강한 음식을 즐길 수도 있다. 최시영 건축가가 꿈꿔온 팜 투 테이블이 현실이 됐다.

 

 | 노희영 “대기업 금수저 오해… 소통하고 싶었다”

더 스카이 팜 론칭은 노 대표에게도 의미가 깊다. 오리온을 거쳐 CJ까지 10여 년간 몸담았던 대기업에서 독립한 후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와 손잡고 삼거리푸줏간을 론칭하면서 이슈가 됐고, ‘삼거리푸줏간 잘했네 못했네’를 두고 대중의 날 선 비판과 격려의 경계에서 자유롭지 않던 시기였다. 더구나 기업에 있는 동안 생긴 무수한 뒷이야기와 좋지 않은 시선까지 더해졌던 때라 가까운 지인들 전부 ‘당분간 조용히 있는 게 좋겠다’며 말렸던 프로젝트였다. 더 스카이 팜 기획 건을 두고 최시영 건축가와 첫 미팅을 했을 당시 최 건축가가 노희영 대표에 게 건넨 첫 마디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더 스카이 팜 론칭을 두고 지인들에게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 있다. ‘이건 노희영 루머 종결을 위한 프로젝트’라고(웃음). 그만큼 세상의 비판과 오해를 잠재우고 싶었다. 노희영이라는 사람이 과연 대기업 백그라운드 없이 해내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깨고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불편한 이슈가 있다고 해서 숨어있을 수만은 없지 않나. 나는 기업에 있을 때나 지금이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고 성취하며 사는 것에 익숙하다. 일 벌리지 않고 조용히 있었다고 해서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그 마음을 거두진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작은 외식업 매장부터 수천 평에 달하는 복합 상권의 MD를 구성했고 한때는 외식업 매장을 직접 운영한 적도 있다. 오리온에서 국내 최초 브라우니 과자 제품을 출시해 반향을 일으켰고 CJ에선 뚜레쥬르와 빕스, 비비고, 비비고왕교자, 계절밥상, 또 올리브TV 마스터셰프코리아 등 수많은 제품과 외식 브랜드, TV프로그램까지 진두지휘하며 그는 치열하게 ‘성취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다는 것이다.

“남들은 내가 기업 회장님들의 지극한 대우를 받으며 처음부터 금수저를 물고 승승장구 했다고 생각한다. 여기가지 오면서 결코 무임승차 한 적 없는데…”

처음 조직생활을 시작했던 곳이 오리온이다. 천장에서 비 뚝뚝 새는 골방에 겨우 자리를 마련했다. 그곳에서 문 닫기 직전의 압구정 마켓오와 베니건스를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까 궁리하는 게 첫 업무였다. 밤새 발표 자료를 준비해 다음날 조경민 前사장에게 찾아가 ‘압구정 마켓오와 베니건스가 있는 건물을 맡겨주면 죽을힘을 다해 살려놓겠다’고 말했다.

“몇 년 간 적자가 났던 4층 건물의 매출을 3억 원까지 올려놓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첫 달 6억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 전까지 회의실에서 눈 한 번 마주치지 않던 임직원들이 처음으로 내 눈을 쳐다보고 이야기를 했다.”

 

| 자연과 상생을 모토로 더 큰 시너지 낼 것

오리온을 거쳐 CJ에 브랜드 전략 고문직으로 가있는 동안 그의 능력은 더욱 날개를 달았다. 그만큼 구설에 오르는 빈도도 잦았다. ‘조직의 위계질서를 무시하고 와해시킨다’, ‘공식적 직위가 없는 고문임에도 그룹 전반에 관여한다’, ‘노희영의 등살에 못 이겨 임원들 중 일부가 퇴사했다’, ‘탈세 의혹으로 부사장직을 내려놓았다’ 등 비판 포인트도 다양했다. 그는 “입장에 따라 충분히 그렇게 볼 수 있다”며 일부는 인정하는 눈치다.

“나도 안다. 나 같은 사람이 조직에 있으면 피곤하다. 한 달에 한 번씩 뭔가를 해보겠다고 나서댔으니 그들은 힘에 부쳤을 것이다. CJ에 있던 사람들 95%가 나를 싫어했다. 난 사업가 기질이 다분했고 업무에 있어 위계질서보단 명확한 오더와 진행을 지향했다. 그런 내가 그들 눈에는 가시였을 것이고, 나 역시 그들을 답답하게 생각했던 것도 인정한다. 그들과 나는 가는 방향이 달랐다.”

그러나 그만큼 자리 욕심이나 권위를 즐기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일간에는 CJ 이미경 부회장의 특혜를 받았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지만 그건 온전히 그의 실력과 노력에 따른 공정한 대가일 뿐이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한 사람이라는 평가는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지만, 아무 노력과 재능 없이 자리 욕심만 냈다는 오해는 사실 조금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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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질서와 융화, 정도를 알았다면 아마 내가 가진 재능이 더욱 빛을 발하고 인간적으로도 사랑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가끔 한다. 그러나 타고난 성질을 어쩌겠나(웃음). 난 좋은 사람도 성인도 아니다. CJ에서도 나 혼자였다면 절대 그 많은 걸 전부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더 나은 방향을 위해 불협화음을 낸 건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나 때문에 상처 받은 사람들이 많았고 지금까지도 원성이 높다면, 그건 내가 꼭 잘한 것만은 아니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는 현재도 준비 중인 사업이 많다. 서울 명동 1000평 규모의 YG리퍼블릭 복합몰도 올해 4월이면 론칭한다. 태국과 미국 LA에서도 브랜드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치열하게 도전하고 성취하며 사는 데 익숙한 그의 꿈은 의외로 소박하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완성할 작품이나 공간에 대해 상상해본 적이 있느냐고 물으니 그는 “이태원 장진우식당처럼 작은 식당 차려서 좋아하는 사람들을 매일 불러 밥 해 먹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주거나 상업공간을 뛰어넘어 자연의 근간인 흙으로 돌아가 논과 밭을 디자인하며 살겠다는 최시영 건축가의 계획과 상통하는 부분이다.

최시영 건축가는 현재 2만3000여 평의 가든을 구상 중이다. 레스토랑과 카페 등 외식문화공간이지만 넓게 보면 자연을 통한 건축, 즉 랜딩아트Landing Art인 셈이다.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것들을 하나 둘씩 이뤄가는 중이다. 그는 “30년간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공간 실컷 만들었는데 이젠 내가 만들고 싶은 공간을 이루며 살아도 되지 않겠나” 라며 웃는다.

​당분간 두 사람의 컬래버레이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을 것 같다. 자연과 상생을 모토로 좋은 뜻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계속해서 낼 계획이다. 그들에게 또 한 번 더 재밌는 전성기가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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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발간 31주년을 맞은 월간식당은 한국 외식 시장의 전문매체로서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앞으로도 식품외식산업계의 전문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혁신과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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